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뭐야……?
성주는 진양을 힐끔 쳐다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평소에는 온갖 일에 참견하며 귀찮게 굴더니 이런 일은 떠넘기는구나. 하지만 너무 위험해. 만약 이 편지가 가짜라면 내가 전부 뒤집어쓰게 되는 거잖아?’
순간 성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며 지나갔다.
종주는 며칠 내내 호양보종을 연화시키는데 집중하느라 벌써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편지를 가져온 사람이 현천성종에서 온 사람이고, 호양보종을 연화시킬 수 없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들이었다고 했단 말입니까?”
“현천성종에서 온 사람이라는 건 그저 제 추측일 뿐입니다. 판단은 성주께서 하실 일이지요. 보내시겠습니까? 아니면 뜯어보시겠습니까?”
진양은 또다시 한 발자국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성주의 마음속에서 편지를 열어봐야겠다는 마음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유성 편지는 한 번 듣고 나면 완전히 소멸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말로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는 편지면 어쩌겠는가?
자신이 듣고 보고를 했다가 괜히 잘못 보고하기라도 한다면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겨우 이런 일에 목숨을 걸 만큼 무모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 고민하던 성주는 마침내 고민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편지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유성 편지일 뿐이다.
위험한 물건도 아닌데 이렇게 고민할 필요 뭐 있겠는가?
성주는 미소와 함께 편지를 보내러 갔다.
한편 진양은 밖으로 나가는 성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의 모습으로 영태성종으로 갔다간 십중팔구 정체를 들키고 말 것이었다.
만약 이러한 점만 아니었다면 진양은 성주를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진양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성주가 욕심만 많고 담이 작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때문에 진양은 그가 함부로 편지를 열어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를 찾아온 것이다.
이대로 편지를 보낸다면 종주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감히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
현재 영태종주는 호양보종과 관련된 일이라면 잔뜩 날이 서 있는 상태였다.
그가 호양보종을 완전히 연화시키기 전까진 감히 그 누구도 그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된다.
오랜 시간 동안 그토록 꿈에도 그리던 호양보종 아니던가!
비록 쉽게 손에 넣긴 했으나 어쨌든 완전히 연화시키기 전까진 당연히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현천종주는 죽었으나 현천성종엔 아직 수많은 고수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영태종주가 이들을 상대로 손을 썼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영태종주는 황급히 영태성종으로 돌아온 뒤 방안에 틀어박혀 문까지 걸어 잠근 채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바깥에선 혼전이 벌어지고 있었으나 그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영태종주가 이러는 이유가 호양보종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
편지를 전달한 진양은 성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나귀를 타고 멀리 도망쳤다.
편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 * *
한편 성주는 옥련을 타고 곧장 영태성종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성주로부터 편지를 전해 받은 두 장로는 상당히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두 사람은 편지와 서로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이장로, 아니면 직접 열어보는 건 어떻겠소? 혹여나 위험한 물건일 수도 있으니 말이오.”
“아닙니다. 대장로님, 덕망이 높으신 대장로께서 열어보시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종주와 더욱 가까운 건 이장로잖소? 그러니 설령 중요한 내용이 담긴 편지라 하더라도 용서하실 게요.”
이장로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장로님, 설마 종주께서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다른 일에는 일체 관심을 끄고 오직 호양보종 연화에만 집중하기 위해 폐관에 들어가신 겁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얼마 전에 누군가 종주를 찾아갔다가 호되게 혼이 나고 쫓겨난 적도 있으니 말이오.”
“그냥 가져다드립시다. 한참을 살펴보았지만 평범한 유성 편지라는 것 외에 별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던 두 사람은 편지를 종주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현재 영태종주는 호양보종 연화를 위해 다른 일은 일체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호양보종을 연화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대장로와 이장로, 두 사람이 전부였다.
때문에 더욱 편지를 열어볼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것이다.
그 누구보다 종주가 예민해진 상태인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상의 끝에 결국은 대장로가 편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종문 내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석실.
석실 앞에 선 대장로가 큰소리로 종주를 불렀다.
“종주님, 잠시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석실 내부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종주님, 호양보종을 연화시키지 못하는 연유와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편지입니다. 아마 현천성종의 누군가 우리 성종으로 투항할 목적으로 이런 편지를 보낸 것 같은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쾅- 하며 석실의 문이 열렸다.
이어서 빛이 뿜어져 나와 대장로의 손에 든 편지를 순식간에 석실 안으로 가져갔다.
쾅-!
뭐라 반응할 틈도 없이 석실의 문은 다시 닫혀버렸다.
그 모습에 대장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편지의 진위 여부는 상관없이 편지를 가져오기로 한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군. 괜히 먼저 열어보지 않기를 잘한 것 같아.’
대장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석실 내부.
영태종주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있었고,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있었으며, 머리는 산발이 되어있었다.
그는 눈앞에 걸려있는 작은 종을 노려보며 광기 어린 목소리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럴 리 없어. 분명 날 주인으로 인정했는데, 어째서 연화가 되지 않는 거냔 말이야! 분명 방법이 잘못된 게 분명해.”
손에 쥔 편지를 바라보는 영태종주의 눈빛에 약간의 희망이 감돌았다.
“호양보종은 오랜 시간 현천성종에 보관되던 보물이다. 오랜 세월 동안 전해진 만큼 연화시키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나 조건이 있는 게 틀림없어!”
영태종주는 떨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열었다.
편지는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며 스스로 접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람의 입의 형상으로 변했다.
미소를 짓는 듯 한쪽 꼬리만 올라간 입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영태종주여, 이걸 볼 때쯤이면 아마 호양보종 연화에 실패했을 것이오. 심지어 자신의 표식을 남기는 것조차 불가능하겠지. 안 그렇소?”
정곡을 찔린 영태종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호양보종은 그렇게 쉽게 연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니오. 비록 오랜 시간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보물이긴 하나 역대 종주들조차 완전히 연화시키진 못했소. 그저 표식을 남겨 일부의 위력을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지.
자, 지금부터 말하는 건 현천성종만의 비법이니 잘 듣도록 하시오.
하늘 높은 곳으로 뛰어올라 호양보종이 뜨거운 태양의 정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시오. 조금 기다리다 보면 종이 스스로 울리기 시작할 텐데, 이때 표식을 남기면 조금씩 연화되기 시작할 것이오.”
말을 마친 입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영태종주는 넋이 나간 얼굴로 입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차린 그는 곧바로 호양보종을 챙겨 석실을 빠져나왔다.
석실 밖으로 나온 영태종주는 곧장 땅을 박차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영태종주는 성종의 호산대진의 범위까지 벗어나며 계속해서 높이 올라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허공에 불어오는 강풍(罡風, 도가에서 말하는 높은 하늘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어느덧 바람이 칼날같이 불어닥치자 영태종주는 어쩔 수 없이 진원을 운용하여 바람을 막아설 수밖에 없었다.
“과연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구나. 하긴, 평범한 사람은 이런 높이까지 올라올 수 없을 테니까.”
영태종주는 편지의 내용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으며 계속해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한편 호양보종 안에선 닭이 깔깔 웃어대고 있었다.
“진유덕, 이 지독한 자식! 영태종주에게 모든 책임을 씌운 것도 모자라 놈을 속여 스스로 영태성종의 호산대진 밖으로 기어 나오게 만들다니. 그나저나 금방이라도 주화입마에 빠질 것같이 위태로운 놈이 이런 말에 잘도 속아 넘어가는구나!
참으로 우습구나. 연화는 개뿔! 이 몸은 이미 진유덕 그 망할 자식에게 연화된 몸이란 말이다. 진유덕의 동의도 없이 어찌 네 놈의 실력으로 날 연화시킬 수 있겠느냐? 강제로 표식을 남기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찌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면 현천성종의 역대 종주들도 완전히 호양보종을 연화시키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법보를 연화시킬 수 없다는 건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바로 누군가 이미 법보를 완전히 연화시켰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간단한 이유였으나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
높은 하늘까지 날아오른 영태종주는 호양보종을 높이 들어 올리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호양보종은 정말로 태양의 정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영태종주의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눈을 부릅뜬 채 강풍을 맞아가며 무려 삼 일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바로 그때였다.
둥-!
호양보종이 스스로 소리를 내며 강렬한 진동이 일어났고, 그 진동이 영태종주의 손을 타고 느껴졌다.
영태종주는 금방이라도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큼 기뻤다.
호양보종은 스스로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양보종은 점점 속도가 붙는 듯싶더니 이내 빛에 휩싸이며 하늘 너머로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
영태종주는 넋이 나간 얼굴로 호양보종이 사라진 곳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너무 기가 차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고 나서야 간신히 입을 뗐다.
그리고 그의 첫마디는……
“뭐야……?”
영태종주의 얼굴은 새파랗게 변해있었다.
높은 하늘이라 영기도 희박했고, 거기에 칼날 같은 강풍과 혹독한 추위까지 더해져 마지 영혼까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호양보종이 모습을 감추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영태종주는 꿈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렸다.
그는 뒤늦게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빠르게 날아 호양보종이 사라진 방향을 뒤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호양보종은 이미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높이 날아오를수록 강풍은 더욱 매섭게 휘몰아쳤고, 어느 정도 고도에 이르자 영태종주의 방어력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수준이 되었다.
혹독한 추위가 오장육부로 스며들었고, 날숨과 함께 빠져나온 입김은 순식간에 얼어 붙어버렸다.
영태종주는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힌 채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