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683
683화 직접 나서서 도와주자
조왕은 눈빛을 반짝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세 가지 비밀은 최근 일어난 사건들과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어린 교인을 납치한 주범이 태자였을 줄이야!
그리고 중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건 교인을 사들인 홍희상회다.
이들은 태자의 세력이다.
물론 사건을 일으킨 자들은 이미 모두 살인멸구를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양의 모습을 하고 사건을 벌였다.
최근 진양이 대제희의 뒤에서 조언을 해 주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다.
태자의 성격상 이러한 소문을 듣고도 가만히 있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진양에게 극대노를 했을 것이다.
살신전을 잃어버리며 크게 당황한 그는 시선을 돌리기 위해 진양을 죽이기로 한 것이 틀림없었다.
설령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황씨 가문이 엮이며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태자에겐 유리하게 작용한다.
조왕은 도무지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것들이 다소 억지스러운 추측이라는 건 조왕도 잘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태자가 살인멸구를 한 일만 봐도 그렇다.
애초에 조용히 교인 황족 소녀를 돌려보냈다면 일이 이렇게 커질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살인멸구를 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살신전까지 쓸 필요는 없었다.
설령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살신전을 쓰려면 위력 잃은 살신전에 다시 힘을 불어넣어야만 하는데, 이건 그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전부 중요하지 않다.
태자가 살신전을 분실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멍청한 놈!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즉시 상주문을 올려 폐하께 알려야지. 이런 일을 숨기고 있어?’
자발적으로 먼저 알리는 것과 추후에 발각되는 건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사실이 타인에 의해 밝혀진다면 태자가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조왕은 도무지 흥분되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는데 어찌 잡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배후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더 이상 살필 것도 없었다.
* * *
다음 날, 조회가 끝난 뒤.
조왕은 궁성을 나서며 황급히 동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태자의 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이 일을 공개 석상에서 밝힐 생각이었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료들은 그를 말렸다.
때론 대놓고 수면 위로 떠올려선 안 되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대제희의 조사에 도움을 주는 척 실용적인 여러 가지 건의를 올렸다.
겉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대제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올린 것처럼 보이는 건의들이었다.
하지만 진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올린 건의들은 막료들과 몇 날 며칠을 상의한 끝에 생각해낸 것들로, 전부 태자를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것들 뿐이었다.
안심하고 이런 건의를 올릴 수 있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다.
태자가 현재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모조품을 가져와 속이는 건 일단 불가능했고, 그렇다고 진품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몇 달은 걸린다.
게다가 상황이 상황인 만큼 흔쾌히 자신의 소장품을 내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무엇보다 태자 역시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남에게 알릴 수도 없었다.
괜히 나서서 들출 것도 없다.
그저 대제희가 알아서 사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느긋한 조왕과는 달리 동궁으로 돌아온 태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조왕 그 자식! 분명 무언가 알아낸 게 틀림없다! 사요는 찾았느냐? 살아서 데려오던 시체를 가져오던 반드시 찾아와야만 한다!
놈이다. 분명 놈이 조왕에게 가서 사실을 전부 까발린 것이야! 내 이놈을 당장 사지를 토막 낼 것이다!”
태자는 반쯤 이성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더 이상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살신전을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이실직고할 생각이었으나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너무 늦고 말았다.
이대로 이실직고를 하는 건 그야말로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차라리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상책일 정도였다.
한참을 날뛰던 태자는 돌연 무언가 생각났는지 자신의 막료들을 모두 물러가게 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추 선생, 부탁할 일이 있소.”
“태자 전하, 소신 여기 있사옵니다. 언제든지 분부하시옵소서.”
“사요가 배반을 했소. 그러나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 외에도 총 셋이 더 있소. 이들의 입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없겠소?”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안심하고 계시지요.”
“알겠소. 그럼 추 선생만 믿겠소.”
* * *
반나절 후.
현재 살신전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사요를 제외하고 총 세 사람.
이들은 전부 태자의 심복이자 내정의 사람으로서 태자를 위해 일하는 내시 출신들이다.
시위 출신은 사요가 유일했다.
사요가 사라졌다는 사실과 조회에서 있었던 일은 금세 소문이 되어 세 사람의 귀에도 흘러가게 되었다.
이들은 각자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끝까지 충심을 지키며 죽음도 불사하는 모습이었고, 누군가는 당황하여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서고자 했고, 누군가는 사요처럼 죽음을 불사하고 도망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도중 한 사람이 볼일이 있다며 조용히 궁성을 빠져나갔다.
다급히 궁성을 빠져나온 그는 곧장 미리 준비해둔 가옥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옥에 도착하여 방어 금제를 해제하는 순간.
눈빛은 생기를 잃었고, 그대로 털썩- 쓰러져버렸다.
두 번째로 비밀을 이용하여 상황을 빠져나가려던 자는 갑자기 궁성 내의 괴수 사육장을 지나다가 우뚝 멈춰 섰다.
그러다가 무언가 홀린 듯 갑자기 괴수 사육장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사육장 안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유일하게 충심을 지킬 생각이었던 내시는 조용히 홀로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간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태자에게 사건이 터지고 난 뒤로 정천사 사람들에게 불려가 온갖 수모를 당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반나절 뒤.
그는 ‘전하, 소신 충성을 다하겠나이다’라는 짧은 한마디를 남기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어느 한 구석.
그곳에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 속에는 또 다른 그림자가 숨어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 * *
다음 날.
가희는 또다시 홀로 진양의 저택으로 찾아왔다.
그러나 그녀가 진양의 저택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청란이 다급히 날아왔다.
“전하, 조왕이 사람을 보내 알려온 소식입니다. 태자의 심복 내시들 중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죽었다고 합니다. 반드시 전하께 직접 알려야 한다며 수차례나 강조를 해서 직접 전하러 왔습니다.”
청란은 비록 처음에는 의문이 들긴 했으나 혹여나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체 없이 곧바로 달려온 것이다.
가희는 굳은 표정으로 진양을 바라보았다.
“진양…….”
“이만 해야 할 일을 하시죠.”
진양은 미묘한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다.
“알겠어요.”
가희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청란에게 말했다.
“궁에서 받은 것들, 그리고 내가 따로 골라놓은 것들은 전부 가져왔겠지? 전부 진양에게 주도록 하거라.”
이어서 진양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어디론가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청란은 미리 준비해온 물건을 주머니에서 꺼내 마당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진양, 아니, 진양의 모습을 한 장정의는 자신도 모르게 눈빛을 반짝이며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사형께선 거짓말을 하신 게 아니구나. 신조의 대제희께서 이렇게 많은 선물들을 가져다주시다니. 과연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좋은 모양이구나.’
게다가 대제희가 단신으로 진양을 찾아온 건 이번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진양과 대제희는 단순히 목숨을 구해준 것으로 끝날 사이는 아닌 듯했다.
진양이 길을 나서기 전, 대제희가 찾아와서 무엇을 묻던 ‘이만 해야 할 일을 하시죠’라고 대답하라고 했던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분명 장정의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존재하는 게 확실했다.
한참 생각을 하던 장정의는 자신도 모르게 네 개의 발이 달린 솥을 향해 다가가 그것을 만지작거렸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오는 물건이었으나 새겨진 문양과 부문을 보아선 분명 상고 중기쯤 만들어진 보물이 확실했다.
엄청난 가치를 가진 물건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전부 다 제게 주시는 겁니까?”
“전하의 성의인 만큼 사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들은 전부 전하께서 특별히 고심하여 고르신 물건들입니다. 특히 이 솥은 상고시대의 어느 미식의 대가가 사용하던 물건으로 온갖 미식의 정화가 깃들어있는 아주 귀한 보물입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넣을 필요 없이 물을 넣는 것만으로도 맛있는 탕이 만들어질 정도지요.
이 외에는 전부 보혈에 도움이 되는 것들입니다. 전하께서 특별히 챙겨 넣으신 것들이니 아끼지 말고 모두 드시도록 하세요. 그리고 여기 있는 것들은 신문 수련에 도움이 되는 것들입니다. 단순히 수련뿐만 아니라 기반을 더욱 강력하게 다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진양은 설명을 듣고도 그다지 성에 차지 않아 하는 모습이었다.
청란은 이어서 어떤 물건들이 가희가 직접 찾은 것들이고, 어떤 것들이 자신이 가진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진 것과 교환해 온 것인지도 설명해 주었다.
“전하께서 상당히 마음을 쓰셨군요.”
장정의는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올린 뒤 이도 방향을 향해서도 포권을 취했다.
그다음 이 물건들은 전부 ‘자신의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전혀 찔릴 게 없었다.
진양은 분명 ‘진양’의 신분으로서 얻는 모든 것들은 다 가져도 좋다고 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방금 만났던 대제희에게선 대제희로서의 위엄이나 태도 같은 건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알게 모르게 친근한 느낌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보아하니 단신으로 진양을 찾아온 건 한두 번의 일이 아닌 듯했다.
저택에 숨겨져 있는 악랄한 금제들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조차 없는 것만 봐도 확실했다.
처음 이곳에 왔다가 금제를 잘못 건드려 골로 갈 뻔했던 장정의와는 전혀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절대 한두 번 와본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장정의는 자신의 주머니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대제희께서 우리 사형을 마음에 두고 계신 모양이군.’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출중한 실력과 상당한 지위를 갖춘 대제희가 뭐가 아쉽다고 단신으로 진양의 저택까지 찾아온단 말인가?
이런 엄청난 사람을 형수로 둔다면 앞으로 대영 신조 어디를 가던 순조로운 일만 벌어질 것 같았다.
‘사형도 참. 그 똑똑한 머리를 전부 다 어디에 낭비해버렸길래 이런 중요한 것도 눈치채지 못한 거야?’
그동안 진양이 그를 여러모로 신경 써 준 점을 생각하여 이번만큼은 그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