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71
871화 인식이 이렇게나 안 좋다니
위흥조는 단약을 꺼내 입에 넣었다.
잠시 후.
다시 회복이 된 위흥조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여전히 백지장처럼 하얀빛을 띠고 있었다.
표식을 새기는 건 그다지 크게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상대가 이 정도로 악독한 녀석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녀석은 죽음이 임박하자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 마지막으로 날릴 수 있는 최강의 일격을 날렸다.
이런 식으로 일격을 날리면 자신의 경지보다 몇 경지나 더 높은 힘을 순간적으로 뿜어낼 수 있다.
거기에 괴상한 수단까지 더해져 힘이 퍼지면서 평범한 수단으로는 결코 막을 수가 없었다.
일개 도굴꾼에 불과한 녀석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엄청난 대어였던 것.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참을성 없이 다급하게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상대는 이미 죽었고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죽기 직전 뱉은 말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내후가 심문 공법을 사용하면 심문을 받는 자는 반드시 죽게 된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더욱 빠르게 죽게 된다.
하지만 완전히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반드시 진실만을 실토하게 된다.
설령 피로 맺은 서약이 있다고 해도 소용없다.
말을 하면 죽는다고 해도 상대는 전부 순순히 털어놓는 수밖에 없다.
심문이 잘못되었을 리는 없다.
그런데, 진양이 도문의 전도인이라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었다.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애초에 그런 쪽으로 생각할 여지조차 없었다.
그런데, 진양이 전도인이라니!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두렵게만 느껴졌다.
진양은 상상 이상으로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움직이며 신조의 예부 우시랑의 자리에 올라있었다.
위흥조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일단은 내려놓기로 하고, 먼저 감옥의 상황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하루 뒤.
혼란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다.
감옥에서 나온 위흥조는 곧바로 영제에게 이 사실을 보고할 준비를 했다.
특히, 진양이 도문의 새로운 전도인이라는 사실은 반드시 보고를 해야 했다.
그렇게 문을 나서기 위해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
한안명이 찾아왔다.
그는 다소 망설이는 듯했으나, 이내 입을 열었다.
“대인, 어제부터 진양이 도문의 새로운 전도인이라는 소문이 사방에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도에서부터 시작된 소문이라고 하는데, 현재 이도 전체가 이 소문으로 떠들썩한 상태입니다.”
“뭐라고?”
위흥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심문을 통해 정보를 얻어낸 건 불과 하루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사이에 벌써 누가 이 사실을 소문으로 퍼뜨렸단 말인가?
위흥조는 누가 소문을 퍼뜨렸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퍼뜨릴 만한 사람이 없었다.
도굴꾼의 자폭으로 인해 감옥 내부가 상당히 혼란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심문을 할 당시 자리에 있던 건 자신과 죽은 내후뿐이다.
그럼 도대체 누가 소문을 퍼뜨렸단 말인가?
물론 크게 상관은 없다.
오히려 소문을 퍼뜨려준다면 뒷일을 처리하기 훨씬 더 편해지니 말이다.
위흥조가 궁으로 향하기 위해 대문을 나서려는 순간.
새로운 보고가 올라왔다.
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그리고 소문은 어느새 새로운 소문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던 것.
정천사가 확인을 통해 진양이 도문의 새로운 전도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위흥조는 놀라면서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정천사까지 함께 엮이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선동을 하고 다닌단 말인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딘가 미심쩍었다.
누가 봐도 이건 대놓고 진양을 노리고 퍼뜨린 소문이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그 묘지기 녀석이 죽기 직전 진양의 이름을 말한 것도 저승길 길동무를 끌어들이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녀석이 진양을 걸고넘어진다면 도문에겐 어떤 이득이 돌아간단 말인가?
하지만 생각해 보니 여전히 이상했다.
내후의 심문은 이제껏 단 한 번도 틀렸던 적이 없다.
심문을 받은 수감자가 뱉은 말은 지금껏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묘지기라는 녀석도 분명 도궁에 채 미치지 못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천사의 추격을 이리저리 따돌리며 다녔다.
그를 잡은 것도 정천사의 비보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꼬리조차 잡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녀석은 죽기 직전 엄청난 힘을 뿜어내며 자폭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음모가 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특히, 주왕이 연금되어있을 때 진양이 그를 찾아갔던 게 떠올랐다.
진양은 주왕이 전조 세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현재 주왕은 완전히 모든 혐의에서 벗어났다.
그렇다면 주왕은 어쩌면 이번이 진양을 끌어내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소문을 입수하자마자 사방으로 퍼뜨린 것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보복인 것이다.
일단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영제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위흥조는 곧바로 모든 사실을 영제에게 보고했다.
모든 보고가 끝난 뒤.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영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진양이 전도인이라……. 다시 한번 잘 확인해 보도록 하시게.”
보고를 들은 영제는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만약 진양이 정말로 도문의 전도인이라면 전조 세력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것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명령을 받은 위흥조는 조용히 궁을 빠져나왔다.
그러다 문득 수상한 묘지기 후계자가 떠오른 그는 또다시 조용히 조사를 진행해 보았다.
보물을 사용하여 추적을 한 결과 녀석은 확실히 죽었다.
그는 이미 진양이 전도인이라는 사실을 팔 할 이상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정천사 내후의 심문 공법을 믿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잘못되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은 묘지기의 후계자가 알고 있던 정보가 애초부터 잘못된 정보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다.
죽은 녀석마저도 그것이 가짜인 줄 모르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하게 확신을 할 순 없었던 것.
겨우 한 사람의 말만 믿고 지금껏 수많은 공적을 쌓아온 진양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아무리 정천사의 수장인 위흥조라고 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철저히 조사부터 하는 게 우선이었다.
위흥조는 진양의 관한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직접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진양과 도문 사이에는 연결고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진양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크고 작은 모든 사건까지 살펴보았음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위흥조가 사방을 오가며 조사를 벌이고 있을 때.
주왕의 귀에도 소식이 들어가게 되었다.
위흥조가 아무 생각 없이 잡은 도굴꾼이 도문의 묘지기였고, 그로부터 뜻밖에 정보를 얻었다는 사실을 들은 그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기세를 이용하여 진양을 몰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굳이 그가 움직일 것도 없었다.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널리 퍼진 것이다.
진양이 도문의 사람이었다는 소문은 물론이고, 동서남북을 막론하고 사방을 돌아다니며 오랜 시간 수많은 무덤을 도굴해온 극악무도한 악인이라는 소문까지 함께 퍼지고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자신의 집안 대대로 이어져 오던 경전을 수백 년 전에 진양에게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었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수백 년 전에는 진양이 이 세계에 나타나기도 전이긴 하지만.
어쨌든 온갖 부정적인 소문이란 소문은 전부 다 퍼져나가고 있었다.
사흘이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진양이 도문의 사술을 이용하여 대제희를 현혹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소문은 돌고 돌아 어느덧 현재.
대제희는 더 이상 원래의 대제희가 아닌 도문에 의해 영혼을 빼앗긴 채 대제희의 행색을 하고 있는 가짜라는 소문으로 와전되었다.
그리고 가짜 대제희는 대영 신조의 대제 자리를 노리며 대영 신조를 사분오열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까지 함께 더해졌다.
소문은 이도뿐만 아니라 대영 신조 전체로 퍼져나갔다.
소문이 한 지역을 뛰어넘을 때마다 전혀 상관이 없는 죄목도 한 개씩 추가되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온갖 죄목을 진양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 * *
같은 시각.
저택에 누워 편안하게 햇볕을 쬐고 있던 진양도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진양은 다소 놀란 얼굴이었다.
도문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안 좋다는 사실에도 크게 놀랐고, 순식간에 자신에게 온갖 죄명이 따라붙게 된 것도 놀라웠다.
진양의 눈길이 저택 밖으로 향했다.
멀리 한 줄기의 빛이 번쩍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진양은 한숨을 푹 쉬었다.
‘꼭 이런 재수 없는 일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단 말이지.’
소문의 진위 여부 따위는 상관없었다.
벌써부터 수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진양은 오랜 숙적이 되어있었다.
멀리 보이는 빛줄기는 진양을 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었다.
벌써 수많은 손님들이 다녀간 것이다.
하지만 진양은 이러한 결과에 상당히 만족했다.
아예 더 이상 더럽혀질 명예가 없을 정도로 더럽혀지길 바랐다.
진짜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진양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진양이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영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였다.
* * *
저택 지하 밀실.
장정의는 돌로 만든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러나 반 척도 되지 않는 그의 머리 아래로는 겨우 일 척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몸통과 짧은 팔과 다리가 달려있었다.
마치 아직 완전히 형상을 갖추지 못한 태아의 모습과 같았다.
진양은 호리병을 하나 꺼내 녀석의 입에 탕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장정의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사형, 조심하세요. 새로 자라난 몸까지 터뜨리려고 하시는 겁니까!”
“이 자식이! 내가 그렇게 생각 없이 만들었겠냐?
걱정 마. 죽지 않을 테니까. 안심하고 회복에만 집중하도록 하라고. 이번엔 특별히 전문가에게 뒤처리를 맡겼거든.
이제 더 이상 널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설령 영제가 직접 나서서 조사를 한다고 해도 묘지기의 후계자는 완전한 죽음을 맞은 걸로 결과가 나올 거야.”
장정의는 자신의 짧은 몸통과 팔, 그리고 다리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회복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진양은 흡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
이제 무대는 준비되었다.
본격적으로 주인공인 진양이 나설 차례였다.
하지만 벌써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위흥조는 아직도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쯤 되니 진양은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