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77
877화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
갑작스러운 상황에 감옥 밖에 머물던 내후들은 당황한 듯 굳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았던 것이었다.
“나의 앞길을 막는 자는 누구든 베어버릴 것이다!”
분노로 가득 찬 포효와 함께 가희는 또다시 검을 들어 감옥 문을 베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내후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 가희의 검을 막아섰다.
양쪽의 검이 맞부딪치는 순간.
내후들의 검은 마치 그림자처럼 가희의 검을 꿰뚫고 그대로 가희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가희는 그것을 무시한 채 감옥 대문을 베었다.
내후의 검은 어느새 가희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가희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내후들의 검을 피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던 내후의 얼굴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손바닥에서 붉은 빛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내후는 새까만 숯덩어리가 되어버렸고, 검을 든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이어서 뒤쪽의 대문이 부서지며 내후들이 달려왔다.
가희는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내후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 * *
“뭐라고?”
위흥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는 곧바로 관인을 꺼내 들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감옥 입구.
한편, 가희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며 무려 열한 명이나 되는 내후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후들은 보기 좋게 가희의 힘에 압도되고 있었다.
만약 이곳에 존재하는 환경적 제약만 없었더라면 그들은 진작 피떡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위흥조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날카로운 검광이 날아들었다.
검광은 위흥조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날아갔고, 뒤쪽에 있던 일곱 개의 감방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박살 난 감옥 벽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진양은 어디 있느냐?”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진양은 이미 떠났습니다.”
위흥조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떠났다라…….”
가희는 검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몸에서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양은 분명 이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그렇다면 떠났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뜻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았다.
위흥조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고민할 틈도 없었다.
그는 곧바로 관인을 사용하여 감옥의 또 다른 위치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분명 관인을 사용했는데도 이동이 되지 않았다.
관인을 쥐고 있던 그의 손은 관인을 쥔 채 하늘로 붕 떠올랐다.
이어서 내후의 포위를 뚫고 일곱 개나 되는 가희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중 한 그림자가 위흥조의 팔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그는 전송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황급히 몸을 피했다.
그가 입고 있는 법의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에서 동시에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붉은빛이 허리를 노리며 날아왔다.
왼쪽 허리로 들어간 빛은 오른쪽 허리를 꿰뚫으며 빠져나왔다.
위흥조의 허리에는 어린아이의 주먹만 한 큰 구멍이 뚫렸다.
그러나 상처 단면은 매끈했으며 피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가 입고 있던 법의에서 일렁거리던 빛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제서야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도대체 대제희가 어떤 식으로 공격해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공격을 해온 것이다.
그나마 비보가 있었기에 다행이지, 비보가 없었더라면 그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식은땀이 위흥조의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전하!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진양은 죽지 않았습니다! 진양은 살아있습니다! 소신 그저 수사에 협조를 요청했을 뿐이옵니다!”
그때, 가희의 공격에 의해 크게 구멍이 뚫린 감옥 벽 너머로 진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 대인, 그냥 장난 좀 쳤을 뿐인데 이거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미진 때문에 길을 잃을 걸 알면서도 그냥 두시다니. 덕분에 한참 헤맸잖아……. 응?”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진양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는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은 위흥조의 왼쪽 어깨를 관통한 상태였다.
위흥조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있었으며, 허리 왼쪽과 오른쪽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한편, 가희도 진양을 발견했다.
그녀가 뿜어내던 무시무시한 살기, 그리고 검에서 뿜어져 나오던 강력한 화염은 점점 희미해지며 사라져갔다.
가희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장검을 뽑았다.
위흥조는 그제서야 털썩 땅에 쓰러졌다.
그는 괴로운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제희가 정천사 감옥까지 쳐들어올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의 실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또다시 피해를 볼 사람은 위흥조였다.
대제는 분명 대제희를 분노하게 만든 위흥조에게 곤장형을 내릴 게 뻔했다.
그러나 정천사까지 쳐들어온 대제희는 아무 일 없이 조용히 넘어가게 될 것이다.
대제희는 성큼성큼 다가가 감옥 철장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진양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위흥조는 조용히 누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소동으로 인해 감옥 곳곳이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죄수들은 감히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서지 못했다.
모두들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어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대제희와 그녀의 부하들이 모두 물러가고 난 뒤.
위흥조는 흥겹게 몸을 일으켰다.
단약을 삼키고 잠시 회복을 한 뒤 부하들을 불러 분부했다.
“곧바로 감옥을 재정비하라. 절대로 죄수들이 도망치도록 놔둬선 안 된다. 그리고 너, 이쪽으로 와서 날 부축하도록. 지금 당장 입궁해야겠다.”
상처를 돌볼 틈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사실을 대제에게 알려야 한다.
‘진양, 감히 이런 식으로 날 물먹이다니! 그렇다면 이번엔 내 차례다!’
* * *
“소저, 전 괜찮아요. 걱정하는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도 않았다고요.
일단 지금 당장 궁으로 가서 사죄부터 하세요. 최대한 말은 아끼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벌을 달게 받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됩니다. 절대 위흥조보다 늦어선 안 돼요.
영제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도록 하세요. 할 얘기가 있으면 일단 다녀오고 나서 하자고요.”
진양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난리를 쳤다.
가희는 정천사 감옥을 힐끔 쳐다보고는 진양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하니 다행이네요.”
“물론이죠. 겨우 이 정도에 당할까 봐요. 전 괜찮으니까 얼른 가봐요. 제가 했던 말 잊지 마시고요.”
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궁성으로 향했다.
궁성에 도착한 가희는 곧바로 영제를 찾아갔다.
마침 영제는 궁 밖에 서서 정천사 감옥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 벌을 받으러 왔사옵니다.”
가희는 곧바로 대제희의 도장인 비난인새(飛鸞印璽)까지 꺼내놓았다.
아무런 변명도 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영제는 아무 말 없이 가희를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 대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 뒤.
위흥조가 도착했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건 대제희가 자신의 비난인새를 꺼내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위흥조는 휘청였다.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할 뻔했다.
상처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런 걸 돌볼 상황이 아니었다.
위흥조는 곧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영제의 앞에 서니 더 이상 숨길 게 없었다.
그가 영제의 명령을 받고 근위대까지 움직일 수 있었던 건 도문의 묘지기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핵심 정보를 제공한 것은 바로 주왕이다.
영제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위흥조는 진양을 심문했던 과정을 간략하게 보고로 올렸다.
자세하게 얘기하지 않은 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제가 관심 가지는 건 단 두 가지.
진양이 무슨 목적으로 대영에 발을 들인 것인지, 또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였다.
“여족의 소주라고?”
웬만해선 동요하지 않던 영제의 얼굴에 다소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전조 세력의 음모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애초부터 한 조각이었던 것처럼 끼워 맞춰지고 있사옵니다.
무엇보다 진양을 데려온 날이 하필이면 대제희 전하께서 이도로 복귀하시는 날이었사옵니다. 게다가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 이 소식을 가장 빠르게 대제희 전하께 전한 듯합니다.
소식을 들은 대제희 전하께서는 진양에 대한 염려에 그만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신 듯합니다만…….
그래도 진양은 다행히 순순히 협조에 응해주었습니다. 덕분에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폐하, 이 모든 것은 소신의 무능함 때문이옵니다. 벌하여 주시옵소서.”
진양을 대신하여 변호까지 해주고 나니 위흥조는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진양은 여족의 소주이자 남만 황천마종의 최양평의 제자다.
남만의 마도삼종 중 부도마교는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족히 수천 년이 더 걸릴 것이다.
유명성종 역시 사정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현재 남만 땅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건 여족을 제외하면 황천마종이 유일하다.
그 말은 즉, 진양은 남만과 대영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진양이 대제희를 구해냈다는 사실은 온 천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거기에 지금까지 대영을 위해 이뤄낸 공적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근 백여 년 내에 신조 내에서 진양만큼 큰 공을 세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재 진양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긴 했지만 성실하게 조사에도 임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무얼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진양은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원망 한마디 하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대제희는 진양을 구하기 위해 정천사로 쳐들어가 감옥을 박살 냈다.
정천사 감옥이 어떤 곳이란 말인가?
천하에 그곳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양을 걱정하는 마음에 눈이 멀어버린 대제희는 정천사 감옥을 박살 내 버렸고, 위흥조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누가 이걸 보고 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영제는 크게 놀랐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나마 상황이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었다.
위흥조가 진양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곤 해도, 감옥 안에 있던 다른 이들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곳은 진양의 첩신호위를 피해 진양을 죽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만약 그곳에서 진양이 죽었다면 상황은 결코 이 정도로 끝나진 않았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오히려 대제희가 정천사로 쳐들어가 진양을 구해낸 건 잘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