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284
125화.
작품 제목: 테오난
“이제 이 몸을 안내해 보거라, 인간.”
어엿한 숙녀의 몸이 된 드래곤은 이곳의 성주인 천마에게 당당히 요구했다.
이 상황이 천마도 웃겼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카르만 대도시의 모든 걸 보여 주고자 했다.
“좋다. 대신, 힘들다고 도망가면 본좌가 곤란하다.”
“흐흐. 조금이라도 재미없으면 내 브레스가 어딜 태워 버릴지 모른다.”
살벌한 농담에 천마를 제외한 간부들은 사색이 되었다. 그러나 천마는 재밌는 놈이라며 웃어 넘겼다.
“와. 진짜 드래곤이야?”
“미친. 드래곤이 카르만 대도시를 관광한다고?”
“드래곤이 여자로 변신한 건가? 그런 경우는 처음 보네.”
“난 드래곤을 처음 보는데?”
플레이어들은 카르만 대도시의 운명을 건 드래곤 사냥에 나설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드래곤이 천마의 손님이라는 것을 알고는 모두 신기해했다.
누가 생각이나 해 보았겠는가.
드래곤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도시라니.
전대미문의 사건임은 틀림없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건 오랜만이구나.”
“그런 모습으로 돌아다닌 적이 있었나?”
“음. 한 500년 전에? 내가 잠시 어디를 다녀오는 동안, 내 둥지를 약탈한 성주 놈이 있었지. 그래서 그 성으로 찾아가 놈이 있는 아성을 날려 버리고 왔다.”
“희한하군. 드래곤 본연의 모습으로 성 전체를 부셔 버릴 줄 알았는데.”
“굳이 거기 백성들까지 휘말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거기다 드래곤이 습격한 사실이 알려지면 인간 놈들이 떼거지로 일어나 내 둥지를 노릴 게 뻔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귀찮았다.”
그냥 단순한 이유였다.
일이 더 커지는 게 귀찮아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한 것이었다.
“드래곤님!”
“여기 좀 봐줘요!”
“말도 안 돼. 내가 드래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플레이어들이 몰려 들어 드래곤을 마주하자 병사들이 마치 경호원처럼 나서서 군중을 제어했다.
“후후. 인간들이여. 이 몸을 그토록 보고 싶었는가. 마음껏 보고 마음껏 이 몸의 목소리를 듣거라.”
워낙 주목이 되는 미모도 그렇고, 드래곤이라는 이점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들은 몰려들기 마련이다. 또한 냄새를 맡은 기자들도 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언니. 너무 예뻐요!”
“드래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신할 수 있는 건가요?”
“잘생긴 남자로도 변할 수가 있어요?”
“이 몸에게는 불가능이란 것이 없지.”
드래곤은 이번에 여자가 아닌, 잘생긴 남자로 변신해 여심을 흔들어 놓았다.
“꺄아아아-!”
“나랑도 사진 찍어줘요!”
의외로 이런 걸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들을 멀리할 줄 알았는데, 스스럼 없이 다가가는 것을 보면 드래곤도 인간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천마의 그런 눈빛을 읽은 모양인지, 드래곤이 스스로를 변호하듯 말했다.
“뭐, 하등 생물들에 대한 인자함이랄까? 관용이랄까?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이러다가 하루 종일 여기 갇혀 있겠군.”
“괜찮다. 이미 충분히 재밌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드래곤이 인상을 찌푸렸다.
“인간.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건가? 심히 배가 고프군. 난 배가 고프면 성질이 매우 난폭해진다.”
아까는 괜찮다고 하더니, 지금은 벌써 질린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본좌가 좋은 식당 하나를 알아뒀지.”
드래곤이라고 해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곳을 천마는 알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아이고, 성주님! 오늘도 와주셨군요!”
천마가 자주 가는 이 식당은 BBQ 전문으로 일반적인 고기가 아닌, 대형 몬스터를 다룬다.
대형 몬스터들은 대다수 고기가 질겨 먹기가 좋지 않은데, 여기 주인장은 그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소식은 들었습니다. 드래곤 님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다니, 영광입니다.”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 주인은 모든 손님에게 친절했다.
NPC라고 해서 절대 무시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돈만 준다면야 NPC든 플레이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BBQ 전문?”
“그래. 고기를 구워서 주는 곳이지. 아무래도 드래곤이니까 음식을 많이 먹겠지? 여기가 딱 적당한 곳이다.”
“어디 한번 볼까?”
드래곤은 천마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주변 시선이 모두 쏠려 있는 것을 즐기면서 말이다.
“자. 일단 고기 대령입니다요!”
주인장은 빠르게 고기를 준비해서 천마와 드래곤 앞에 두었다. 그러자 드래곤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예?”
“고작 이것만 달랑 먹으라고?”
“아, 아닙니다. 다 드시면 저희가 바로 또 고기를 준비해 드립니다.”
주인장은 혹시 몰라 접시에 수북이 고기를 쌓아 두었다. 그런데도 드래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 고기가 무슨 고기지?”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을 구운 겁니다.”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이라······. 그런데 고작 접시에 달랑 이것만 담아왔군. 다 필요 없다. 크로커다일을 통째로 가져와라!”
“예?!”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은 말 그대로 거대한 악어를 뜻한다. 그 길이만 무려 7m 달하는 몬스터인데, 드래곤은 그것을 통째로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하, 하지만······.”
주인장은 슬쩍 천마의 눈치를 봤다.
천마는 드래곤의 말대로 해 주라며 눈짓을 보냈다.
“후-. 알겠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지만, 한 번 해 보죠.”
한번도 식당 안에 7m짜리의 크로커다일 고기를 가져온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예외를 두어야 할 것 같았다.
“자자. 조심해서 옮겨!”
이윽고 식당 안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7m에 달하는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이 떡하니 식당 중앙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미 구이는 다 끝내 놓은 상태입니다. 잘라서 드시기만 하면 됩니다.”
주인장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직접 장인 정신으로 고기 전체를 구웠으니까.
주인장만의 특수 스킬인 ‘화로’를 마나가 다 소진할 때까지 써서 완성시킨 대형 요리였다.
“으음. 이제야 마음에 드는군.”
드래곤은 만족스러운 눈길로 크게 고기를 뜯어 입에 넣었다. 인간의 몸이라 입이 그리 크지 않아 불만스럽긴 했지만, 고기를 먹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오오-. 이렇게 맛있을 수가!”
드래곤의 감탄에 주변 사람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마음에 드는가?”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먹어 보는군. 여기 주인 실력이 굉장한데? 아니. 애초에 인간이 만든 요리를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이제까지 날 것만 먹었으니, 구운 고기의 맛이 특별하겠지.”
“그래. 정말 특별하구나. 이 정도면 매일 먹을 수도 있겠어. 내가 이런 맛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드래곤은 정신없이 고기를 뜯기 시작했고 주인장은 스스로가 아주 자랑스러웠다. 무려 드래곤을 감탄시킨 요리사니까.
그런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고기를 더 가져와라!”
그 많던 고기가 드래곤에 의해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버, 벌써 다 먹은 겁니까?”
고작 20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저 대형 고기가 사라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 더 가져와!”
드래곤은 말을 듣지 않으면 위압이라도 써서 굴복시킬 것처럼 보였다.
주인장은 얼른 마나 회복 포션부터 꿀꺽 마시고 나서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흐흐. 오늘 여기 있는 음식이란 음식은 이 몸이 다 먹어 주마!”
* * *
[카르만 대도시 드래곤 출몰!] [역대급 드래곤과의 조우!] [천마, 이제 드래곤과 동맹까지?]
카르만 대도시에 드래곤이 날아 들어왔다는 소식이 퍼졌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 커뮤니티는 아주 축제 분위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곳을 빼앗겨 배가 아픈 참이었는데, 이렇게 드래곤이 와서 깽판을 쳐 주니 얼마나 좋겠는가.
카르만 대도시의 천마신교를 옹호하는 쪽도 있긴 했지만, 대다수가 그들을 싫어 했기에 모두 드래곤을 응원했다.
-다 부셔 버려!
-건방진 새끼들! 천벌을 받은 거다!
-소국이 대국한테 덤비니까 균형을 잡기 위해 드래곤께서 친히 와 주신 거임
카르만 대도시가 천마의 손에 완전히 바뀌면서 관광객이 폭증하고 해외 이슈가 되니 더욱 그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던 중국 플레이어들이었다.
이들은 어느 정도까지 불만이 쌓였냐면, 중국 길드들이 단합해 절대 카르만 대도시로 관광을 가지 말자며 불매 운동까지 했었다.
워낙 사안이 심각하기도 해서 중국 정부까지 나서서 한국 정부에게 카르만 대도시를 불법 침범한 것에 대해 항의까지 하는 치졸한 모습을 보였다.
[천군만마를 얻은 천마. 이제 무서울 게 없다.] [하늘의 제왕, 드래곤. 이제 천마의 편이다.] [인간에 모자라 드래곤까지 감동시킨 천마.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드래곤이 성벽 위에 내려앉아 포효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던 중국 플레이어들. 그런데 드래곤이 아무와도 싸우지 않고 사뿐히 내려앉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것을 보고는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우리 편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드래곤은 천마와 함께 플레이어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며 식당에 가 고기까지 신나게 뜯었다.
또한 유명한 관광 지역을 돌아다니며 그곳에서 만나는 플레이어들에게 선포했다.
“나 어둠의 드래곤, 베릴로스는 여기서 선포한다. 이제 여기 천마와 나는 인간과 드래곤이 아닌, 서로 동등한 친구가 되었다. 만약 이 도시가 위험에 빠진다면 하늘을 바라보거라. 나 베릴로스가 너희를 지키기 위해 날아올 것이다!”
“우와아아아-!!”
“오오오오-!!”
그래도 드래곤이 워낙 성격이 더러운 몬스터이기 때문에 조만간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 거라며 애써 희망을 갖던 중국 플레이어들.
그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드래곤의 선포를 지켜보았다. 그것도 생방송으로!
“그러니 더는 드래곤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난 너희들의 친구다!!”
드래곤은 아예 쐐기까지 박아 정식적으로 천마와 드래곤의 동맹을 선포했다.
언젠가는 카르만 대도시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중국 플레이어들은 초상집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 * *
“덕분에 잘 놀고 간다, 인간.”
드래곤은 넓은 공터에서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위엄 넘치게 날개를 펼쳤다.
“그래. 본좌도 오랜만에 즐거웠다.”
“후후. 도시가 워낙 커서 다 구경하진 못했지만, 또 올 거다. 그땐 박대하지 말아라.”
“얼마든지 오너라. 대접을 해 줄테니.”
드래곤을 배웅하는 천마를 바라보던 간부들의 눈동자에 빛이 나고 있었다.
처음에 드래곤을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는 자살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대륙 최고의 아군을 만들게 될 줄이야.
“그런데 내가 듣기로 신이 되는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면서?”
“알고 있었군.”
“신들의 소식도 내 귀에 종종 들어오거든. 어쩌면 신보다 더 뛰어난 게 드래곤이란 종족일지 몰라.”
드래곤은 이제 떠날 준비를 하며 하늘 위로 서서히 날아 올랐다.
“한 가지 힌트를 주지.”
“힌트?”
“그래. 혹시 금역이란 곳을 아나?”
“금역?”
“이 대륙에는 모든 종족이 가기를 꺼려하는, 아니. 금지하는 금역이란 곳이 있지. 그곳에 테오난이란 곳이 있다. 거길 한 번 가 봐라. 네 여정에 도움이 될 거다.”
드래곤은 고작 그 정보 하나를 던져 준 걸로 답례를 했다는 듯 훨훨 날아가 버렸다.
테오난이라······.
천마의 다음 행선지가 결정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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