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36
19화. 느려
극한의 컨셉충 19화
“그러니까 이건······.”
천강은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주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천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난 저런 크리티컬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바실레이아 온라인에는 크리티컬 판정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치명타로 기록되는 크리티컬로, 치명타 무기를 들거나 혹은 스킬을 써서 크리티컬을 터트릴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치명타는 조금 다르다.
발동 조건도 알려진 바가 없고, 우연찮게 터지는 경우가 대부분.
보통 크리티컬은 붉은빛의 이펙트가 터지는데, 이 경우에는 황금빛으로 이펙트가 터져 버린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이것을 골드 크리티컬, 데스 크리티컬이라고 부른다.
그야 말로 상대방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치명타라는 것이다. 바로 레벨 7 밖에 되지 않는 천마가 레벨 30이 넘는 도적을 잡은 것처럼 말이다.
-골드 크리티컬. 맞네. 그거네
-데스 크리티컬이라고도 함.
-나 처음 본다.
-가끔 영상에서 본 적 있음. 저건 아이템으로 터트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던데.
-그럼 발동 조건이 뭐임?
-발동 조건이 뭔지는 알려진 게 없음. 걍 뽀록으로 터지는 게 대부분임.
-천마 형도 아마 뽀록이 아닐까?
-그렇겠지?
-근데 만약 아니라면?
-데스 크리티컬을 마음대로 쓰는 플레이어가 있다? 뿌쓩빠쓩뿌쓩!
‘그래. 우연이겠지?’
천강도 시청자들처럼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무지개가래떡님이 5,000원을 투척하셨습니다.] [천마 형한테 한번 더 해 보라고 하죠. 진짜 천마 형이 마음대로 크리티컬을 터트릴 수 있는지 보고 싶음.]마침 시청자 하나가 후원금을 보내면서 한번 더 시도를 해 보자고 요청했다. 거기다가 천강과 천마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오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감탄사를 연발하는 중이었다.
“오오··· 저게 데스 크리티컬이라고?”
“저런 게 있었어? 처음 알았어.”
“미친. 지금 직업도 없는 초보자가 도적을 잡은 거야? 그것도 저 똥검으로?”
“검이 안 깨진 게 더 신기하다.”
“와······ 저게 가능한 거였다니.”
“그러니까 저게 삼재검법이라는 거지?”
천강은 플레이어들의 반응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들이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뉴튜브를 보게 될 시청자들의 반응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에도 조회수 기록을 갱신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건 아무짝 쓸모도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천마가 천강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우. 잘 봤느냐? 그 도적놈이 죽으면서 이런 걸 남겼구나.”
천마가 보여 주는 아이템에는 시선이 가지 않는 천강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아··· 예. 잘 봤습니다. 그런데 데스 크리티컬은 어떻게 터트린 겁니까?”
“음? 데스 뭐? 그게 뭐지?”
“천마님이 저 도적을 잡으셨을 때요. 황금빛 크리티컬이 팍 터졌잖아요.”
“아. 그거. 본좌도 잘 모르겠구나. 그저 항상 하던 대로 적의 급소를 노렸을 뿐이다. 삼재검법의 핵심은 마지막 찌르기로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것이거든.”
급소를 노린다라.
말이야 쉽지, 실제로 상대의 급소를 노리며 공격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또한 몬스터마다 급소가 제각각이라는 건 덤이다.
“그럼, 천마님은 도적의 급소가 어디인지 보이세요?”
“물론.”
“예? 정말입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 인간의 급소는 어차피 정해져 있지 않은가?”
“아니. 저것들은 인간이 아니라······. 아무튼, 보이신다는 거죠?”
“그래. 상대방의 기를 볼 줄 안다면, 상대방의 급소가 어딘지도 금방 알 수가 있지.”
즉, 상대의 기를 볼 줄 알아야 급소도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 이번에는 어떤 꿀팁이 나오나 했더니, 역시나 또 기를 보는 것인가!!
-나 같이 진화가 덜 된 닝겐은 기를 보지 못 해 급소도 못 때립니다.
-그냥 뚝배기를 까면 돼. 몬스터든, 도적이든 뚝배기만 까면 이김
-미친. 천마형 혼자 본다는 그 기. 있긴 있는 거냐?
틈만 나면 등장하는 ‘기’.
천강은 천마가 바라보는 세상이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저놈이다!”
“감히 겁도 없이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우리 동료를 잘도 죽였겠다?”
도적들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이윽고 천마의 주변을 애워 싸고 있었다.
-오. 위험한데
-5252 저건 꽤 위험하다고!!
-야바위죠!!
-니뽄 극혐
-뭐야. 저거 가능?
“걱정 마십시오, 여러분. 여차 하면 제가 나설 겁니다.”
-ㅋㅋㅋ그럼 미션 날아가는데?
-마! PD도 피가 끓는다 아이가!
-아무리 그래도 중간에 끼어드는 건 좀
-그렇다고 천마 형이 죽을 순 없자너
천강은 천마를 여기서 죽일 생각이 없었다. 만약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나설 생각이었다. 그에 따른 비난과 비판이 조금 있겠지만, 그래도 천마를 로그아웃 시키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천마님. 이제 하나가 아니고 여러 명입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괜찮다.”
“그 삼재검법이란 걸로 여러 명을 상대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지. 삼재검법은 모든 검법의 기초가 되니까. 그 안에서 변초와 허초를 적절히 섞는다면 그것이 새로운 검술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변······ 뭐요?”
“쯧. 아우는 아직 배울 게 많구나. 아무튼, 뒤에서 잘 지켜 보거라.”
천강은 걱정스러운 눈초리를 띠었다.
이제 다수와 개인의 대결이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천강이 구하러 가기도 전에 천마가 죽을 것이다.
‘괜히 미션을 받은 건가.’
천마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도적들의 숫자를 보니, 갑자기 또 후회가 몰려오는 천강이었다.
그에 반해 천마는 고요한 눈동자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도적들을 바라보았다.
총 12명의 도적들.
이들의 움직임을 보니, 별다른 체계가 없었다.
천마가 살던 무림에서는 무사들이 고수를 상대할 때 진을 펼치는 게 일반적이다.
아무리 실력이 월등한 고수라도 진을 갖추고 덤비는 무사들에게 당하기가 일쑤. 그만큼 진법은 매우 중요한 공격법이다. 하지만 도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이놈들은 그저 겁도 없이 전진만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천마는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원래의 천마라면 눈썹을 꿈틀거리는 것만으로도 이 도적들을 날려 버릴 수 있을 터. 하지만 지금은 마치 검을 처음 잡아보는 사람인 것처럼 자세를 잡아야 했다.
특히 놈들의 검과 정면으로 부딪히게 되면 검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고, 천마가 뒤로 밀릴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는 도적들의 공격을 맞받아치지 않았다. 그리고 먼저 공격하지도 않았다.
“죽어라!!”
‘온다.’
그동안 수많은 전장을 헤쳐온 천마다.
천마에게도 나약했던 시절이 있었고, 그 나약함을 벗어나 강해졌다.
바닥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올라간 것이 바로 천마라는 것. 그렇기에 그의 몸에 스며든 경험이란 건 절대 녹슬지가 않았다. 제 아무리 다른 몸을 하고 있을지라도.
“느려.”
천마의 눈에 도적들의 공격은 반격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3류 무사들도 저런 식으로 공격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힘만 잔뜩 들어가 있어 민첩함이 없었다.
어디서, 어떤 공격이 들어올지 전부 예상이 간다는 것. 굳이 예상을 하지 않아도 놈들의 공격은 천마의 눈에 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슈우우웅-!
천마는 상대방이 휘두르는 칼을 미끄러지듯 흘려보냈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상대의 힘이 더 강하다고 해도 충분히 반격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스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도적의 피가 위로 솟구쳤다. 깔끔하게 목을 공격했지만, 이것으로는 놈을 단번에 죽일 수가 없다.
더군다나 놈들도 가만히 맞고만 있진 않았다.
“이놈이!”
쿠웅-!
이번에는 다른 도적이 내리친 도끼가 천마의 칼에 미끄러지면서 땅에 찍혔다.
천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적의 뒤통수에 칼을 꽂아 넣었다.
푸욱-!
그리고 몸을 회전시킨 천마가 칼로 일(一)자를 그렸다.
콰직-!!
2명의 도적들이 동시에 황금빛을 터트렸다.
천마의 칼날이 도적 2명에게 크리티컬을 터트린 것이었다.
“크헉-!”
보기 좋게 달려들었던 3명의 도적들이 주춤거렸다.
천마는 다시 한번 몸을 비틀어 검을 휘두르면서 세 명 모두 그로기 상태가 되어 비틀거렸다.
“우우-.”
“크욱······.”
천마는 자신 앞에서 신음을 토해 내고 있는 도적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들의 죄를 죽음으로 갚거라.”
그런 뒤 휘두른 칼이 세 명의 도적들을 침묵시켰다.
샤아아-!
도적 세 명이 사라지면서 천마의 몸이 밝게 피어올랐다. 레벨업을 알리는 이펙트였다.
“내, 내가 뭐, 뭘 본 거지?”
천강은 입을 쩍 벌린 채로 천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잠시 말을 잇지 못 하며 넋을 잃은 듯보였다.
이윽고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우, 우와아아-!!”
“진짜 미쳤다! 진짜 이건 미쳤다고!!”
“미친. 방금 봤어?”
“말도 안 돼. 저게 진짜 가능한 거야?”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물음표와 감탄사로 도배가 되었다.
-????????????????
-이게 말이 되는 거냐?????
-봤음? 두적 2명한테 동시에 데스 크리티컬 뜨는 거?
-그냥 치명타도 아니고 데스 치명타임
-와 미쳤다. 그냥 ㅈㄴ미쳤다. 모두 입 닥치고 천마형한테 경배해라
-오늘의 킬포인트 ‘느려’
-마지막 대사까지 정말 완벽하지 않았냐?
-너희들의 죄를 죽음으로 갚거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믿고 있었다고 젠장!!!
‘저게 정말 내 형이라고?’
천강은 이제 뭐가 진실인지 헷갈렸다.
운동이라고는 제대로 해 본적도 없는 제 형이, 지금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반사신경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지금 이렇게 혼자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천강은 정신을 다 잡고 천마에게 다가갔다.
“처, 천마님.”
“잠깐.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뒤로 물러나거라. 위험하니까.”
“예?”
-ㅋㅋㅋㅋㅋㅋㅋㅋ천마 형이 레벨 100이 넘는 pd를 걱정해 주는 클라스 ㅋㅋㅋㅋㅋㅋ
-어이! 너는 레벨이 120 밖에 되지 않아서 위험하다굿!!
-레벨 200은 되어야 좀 비빌만 하지!!
천마의 말대로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도적들은 성이 난 채로 천마에게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천마는 갑자기 쥐고 있던 검을 바라보더니,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고 있었다.
“왜 그러시죠?”
“아니······. 뭔가 몸이 더 가벼워진 거 같아서.”
“레벨업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레벨업? 아. 그렇군. 역시, 여기 세상은 뭔가 단순하달까. 레벨이 높으면 더 강한 무공을 쓸 수 있다라······. 간단해서 좋다.”
천마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도적들을 슬쩍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그걸 써 봐도 되겠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천마는 검을 검집에 넣어 놓더니, 몸을 낮춰 발검 자세를 취했다.
“천마님?”
“아우. 삼재검법을 보여줬으니, 그 다음 걸 보여 주마.”
“그 다음 거라면······.”
“이번 건 좀 어려울 수 있으니, 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한다.”
“예?”
천강이 반문하기 무섭게 천마는 쏜살 같이 도적들에게 달려가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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