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57
30화.
“막아라!!”
“이놈들이 갑자기 왜 튀어 나온 거지?”
“말할 여유 있으면 창이라도 더 찔러!”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병사들은 당황했다. 토벌단에 참여한 플레이어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아니. 뭐야? 굴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야?”
“꺄악! 징그러워!”
“으웩. 괜히 따라왔나.”
개미 군단 서식지에 플레이어들이 잘 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저것 때문이다.
손톱만한 개미가 사람 크기로 커져 버리면 당연히 징그럽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놈들이 입으로 딱딱 거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쫙 퍼진다.
창이나 마법 스킬로 죽이기라도 하면 안에 있는 내용물이 터져 나와 몸을 끈적하게 만든다.
여러모로 비위에 좋지 않은 몬스터라는 것이다.
“저게 무엇이냐?”
“퀘스트에 개미 군단이라고 쓰여 있었잖아요. 저놈들이 바로 그 개미들입니다.”
“흠······. 이곳 세상은 참 이상한 곳이군. 저런 것들이 있다니.”
“저것보다 더 징그러운 것들이 판을 치는 게 바로 바실레이아죠. 아무튼, 슬슬 참전하셔야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천마는 턱을 긁적이며 좀처럼 칼을 뽑지 않았다.
처음에 당황하기는 했어도 기사단이 몰려드는 개미떼를 잘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토벌단에 참여한 플레이어들도 마냥 가만 있지만은 않았다.
“자자. 경험치 파티다.”
“좀 징그럽긴 해도, 개미들이 경험치는 짭짤하게 줘요.”
“제가 불로 다 지져 버릴 게요!”
“모두 갑시다!”
플레이어들까지 가세하니, 기세 좋게 달려들었던 개미 군단이 주춤거렸다.
-ㅋㅋㅋㅋㅋ저 양반들은 본분을 잊었네
-천마형 플레이 하는 거 보려고 따라다닌 애들 아니었냐?
-뜬금 경험치 파티
-경험치 77ㅓ억
천강이 봐도 뭔가 좀 웃긴 상황이긴 했다.
천마를 따라다니던 사람들이 본래의 목적을 잊고 파티 사냥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촤아악-!
그리고 천마 말대로 그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어 보였다. 생각보다 싱겁게 정리가 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중에 기사단장 아르헨의 활약도 돋보였다.
“자네는 멀뚱멀뚱 서서 보는 게 전부인 건가?”
나름 멋져 보이려 한 건지는 몰라도 과장된 몸짓으로 개미를 반으로 쪼개 버린 아르헨.
그는 핀잔을 주듯 천마에게 말했다.
“그렇게 구경만 하라고 내 동생이 추천서를 써 주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러자 천마가 아르헨을 번뜩 노려보았다.
천강은 괜시리 불안해 천마를 진정시키려는 순간.
파앗-!
천마가 허공 위로 높이 날아올라 칼을 뽑으며 아르헨이 있는 곳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시발. 좆됐······!’
천강은 그대로 천마가 아르헨을 공격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천마의 목표는 아르헨이 아니었다.
아르헨의 뒤를 공격하려 했던 거대 개미였을 뿐.
푸욱-!
“캬아악-!”
콰직-!
개미의 머리까지 깔끔하게 베어 버리면서 마무리를 한 천마는 칼에 묻은 끈적한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전투 중일 때는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걸 배우지도 못 한 모양이군.”
아르헨은 잠시 경직된 자세로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다, 다 알고 있었지. 내가 놈의 목을 그대로 쳐 버리려 했는데, 자네가 쓸데없이 나서 준 것뿐이야.”
말은 저렇게 해도 천강은 분명히 보았다.
시청자들도 같은 것을 보았으리라.
-ㅋㅋㅋ미친ㅋㅋㅋ 아닌 척 지리눜ㅋㅋ
-아르헨 저 새끼 천마형이 갑자기 칼 뽑고 달려드니까 개 쫄은 거 봤냐?ㅋㅋㅋ
-화들짝!
-ㄹㅇ깜짝 놀라서 칼부터 올리더라
-다 알고 있기는 개뿔ㅋㅋㅋ초보자한테 개쫄았으면서
-초보자한테 쪼는 기사단장이 있다?
-근데 천마형이 아르헨 뚝배기 깠으면 개 사이다였을 듯
-사알짝 기대했다잉
-아 그건 좀······
-그랬다가는 현상금 걸려서 안 됨 ㅋㅋㅋ
천강은 10년 감수했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 기세는 정말 아르헨의 머리를 내리 찍을 것처럼 보였다.
만약 천마가 정말 기사단장과 싸웠다면 그건 천마의 목숨을 위험천만하게 만드는 짓이다.
기사단장에게 싸움을 건다는 건, 그가 소속되어 있는 왕국 혹은 제국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단숨에 현상금 수배가 올라가고 붙잡히면 감옥에 갇혀 빠져 나올 수 없게 된다.
“가끔 정신 나간 플레이어들이 기사단장에게 덤볐다가 감옥에 갇히지 않습니까?”
-ㄹㅇ임 한번 갇히면 기한을 전부 채우고 나와야 됨.
-막 10년 때리는 경우도 있음
-차라리 처형이 낫지······. 10년 감옥에 처 박아 두는 건 너무 하지 않냐?
처형을 시키면 로그아웃이라도 되는데, 감옥에 넣어 버리면 탈옥을 하지 않는 이상 10년 동안 그곳에 갇혀 있어야 한다.
즉, 게임을 접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충 정리가 된 거 같은데, 모두 안으로 진입한다.”
“예!”
동굴 밖으로 빠져 나온 개미들은 기사단과 플레이어들 손에 전부 박멸되었다.
“토벌단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많아서 정리가 빠르네요. 이 속도면 금방 보스까지 잡을 것 같습니다.”
기사단만 있어도 충분한 토벌이긴 했다. 그런데 플레이어들이 저렇게 많이 섞여 있으면 던전 클리어는 금방일 터.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천마가 활약할 만한 지점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믿을 건 히든 퀘스트인가.’
단순히 토벌단 퀘스트를 주려고 히든 퀘스트가 뜬 게 아닐 거라는 게 천강의 생각, 아니. 직감이었다.
‘무언가··· 무언가가 있다.’
분명 이 안에 히든 퀘스트와 연결될 무언가가 있다는 걸 천강은 확신했다. 그에 반해 천마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캬오오오-!!
이따금 저 동굴 안쪽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가 신경 쓰일 뿐.
‘뭐 이리 서글프게 우는 건지 모르겠군.’
무공을 닦다 보면 동물에게도 저마다 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울음을 터트릴 때마다 그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슬퍼서 울 때가 있고, 당황해서 울 때가 있으며, 배가 고파 울 때가 있다. 또 기뻐서 울 때도 있으니, ‘기’는 단순히 인간에게서만 뿜어져 나오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 이 ‘기’도 모두에게 흘러넘치고 있다.
‘근데 여기만 나가면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는단 말이지.’
캡슐 바깥의 세상은 정말 기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천마의 몸이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으. 징그러워.”
“그래도 경험치는 많이 준다.”
“기사단이 방패막이 해 주니까 좋네.”
플레이어들은 기사단이 앞에서 방패로 막아줄 때 뒤에서 스킬을 넣으며 경험치를 챙기고 있었다.
거의 죽을락 말락 하고 있는 개미만을 노려 경험치를 뺏어가는 얌체 플레이어도 있고, 처음부터 우직하게 앞에 나서 직접 몬스터를 죽이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하지만 천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이것이 방관 메타인가?
-방관 메타 가즈아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하는 그.
천강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천마에게 다가가 말했다.
“천마님. 같이 사냥에 참가하시는 게······.”
“굳이 그래야 하는 건가?”
“안 그러면요?”
“본좌는 이런 게 버릇이 되어 있어서 말이다. 항상 뒤에서 걷기만 하면 부하들이 알아서 앞을 정리해 주었지.”
“······.”
-방관이 아니라 사실 큰 형님이었던 거임
-큰 형님 메타 가즈아아!!
-큰 형님 메타 미쳤냨ㅋㅋ
-작명 센스 보소 ㅋㅋㅋ
천마는 마치 이런 일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듯 덤덤하게 깨끗이 정리된 길을 걷고 있었다. 전혀 어색하지가 않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정도.
솔직히 천마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무림에서 항상 천마신교가 어떤 문파를 공격할 때, 천마가 나설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냥 앞에 부하들을 풀어 놓고 쓸어버리라는 명령 한 마디만 하면 금방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천마가 거느리던 천마신교의 부하들은 굉장히 강한 축에 속해 있었고, 정말 상대하기 힘든 고수가 아닌 이상은 천마가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때의 버릇이 지금 이렇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천마는 파티 플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혼자 싸우면 싸웠지, 서로가 힘을 합쳐 누군가를 협공한 적은 이제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좀 더 앞으로. 놈들에게 틈을 주지 마라.”
“예!”
기사단장 아르헨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다 슬쩍 천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뭔가 미묘한 미소를 짓는다.
천강은 그 미소가 조금 불안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뭐야. 벌써 마지막 구간이네.”
“와. 진짜 빠르긴 하다.”
“원래 레벨 50~60 구간이잖아.”
“기사단에 플레이어 100명이 넘게 참여하고 거기다가 고렙 플레이어까지 있으니, 이 정도는 껌이네.”
예상했던 대로 개미 군단 던전은 정말 손쉽게 클리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레벨 50에서 60까지의 플레이어들이 파티를 맺고 오는 구간이기도 했고, 이번 토벌대에 참여한 플레이어 중에는 고레벨도 섞여 있었던 까닭이다.
“근데 왜 보스 몬스터가 안 보이지?”
“원래 여기서 나와야 하는데?”
마지막 구간에 도달했으나, 보스 몬스터는 어디에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런데 플레이어들이 주변을 살피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캬우우!!
일반 군단 개미보다 더 큰 몸집을 자랑하는 몬스터가 괴성을 지르며 기사단 쪽을 향해 떨어졌다.
“기습이다!”
“막아라!”
훈련을 철저히 받은 기사단은 아주 능숙하게 방패를 들어 막아냈다. 하지만 방금 전 그건 기습이 아니었다.
“음?”
“이건 시체?”
“어? 저거 보스 몬스터 아니야?”
“맞네? 보스 몬스터가 근데 왜 죽어 있는 거야?”
기습 공격이 아니라 무언가가 보스 몬스터를 찢어 발긴 다음 던져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캬오오-!!
“오, 온다!”
“이 징그러운 것들!”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개미떼가 쏟아져 나와 다시 한번 토벌단을 덮쳤다.
“뭔가 이상한데?”
“그치? 애네들 우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피해 달아나는 것처럼 보였어.”
플레이어들의 말대로 개미떼는 뭔가로부터 도망치는 모양새였다. 물론, 도망치는 길에 토벌단을 만나 전부 전멸하고 말았지만.
“도대체 저 안에 뭐가 있길래 그러는 거지?”
“들어가 볼까?”
분명 무언가가 저 안에 있기 때문에 개미들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도망친 것이리라. 즉, 보통 몬스터가 아니라는 것.
“레벨이 낮으신 분들은 뒤에 계세요. 제가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와중에 레벨 부심에 젖어 있는 고레벨 플레이어 하나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
“뭐······ 그러세요.”
“먼저 가겠다는데 말리는 사람 없지.”
플레이어들은 왠지 무시를 받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렸고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으웩
-레벨 부심 쩔쥬?
-억울하면 너도 레벨링 해야쥬?
-어으 꼴보기 싫어.
-근데 대체 저기 뭐가 있길래 개미들이 저 지랄을 떠는 거여?
-그르게. 저러는 건 첨보네
천강도 당연히 궁금했기에 한번 따라가 볼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까부터 태평하게 팔짱만 끼고 있는 천마를 두고 갈 순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자. 레벨이 100이상 되시는 분들만 따라와 주세요.”
그렇게 몇몇 플레이어들이 먼저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내딜 때였다.
캬오오오-!!
“헉!”
“히익!”
거센 포효가 저 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더니 안으로 들어가려 하던 플레이어들을 그대로 굳게 만들었다.
“모, 몸이 아, 안 움직······.”
“뭐, 뭐야 이거?”
그와 동시에 천마 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히든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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