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61
32화.
“뮤!”
“으에엑!”
어깨 위에 올라타 있는 생명체를 보고 천강은 발작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 작은 생명체는 천강에게서 내려와 천마에게 폴짝폴짝 뛰어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천마의 머리 위에 안착한 생명체는 자기 집에 온 듯 쭉 늘어졌다.
“······.”
천강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천마의 머리 위에서 늘어져 있는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여, 여기서 귀엽다고 생각하면 내가 미친놈이겠지?”
“음. 그런가?”
“형은······ 아니. 천마님은 저 정체도 모를 생명체가 귀엽게 보이지 않으세요?”
“잘 모르겠군.”
천마는 덤덤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엄청 큰 게 튀어 나왔었는데, 왜 저런 작은 게 나온 거지?”
그래서 방송이고 뭐고 냅다 몸부터 날렸다.
형을 살려야 한다는 본능이었다.
“설마, 아직도 저 안에 그 괴물이 있는 건······!”
천강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슬쩍 동굴 안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흉흉하게 느껴지던 맹수의 기운이 지금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사라진 건가?”
여유가 생긴 천강은 그제야 채팅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캬 ㅋㅋㅋ 우리 PD 멋있눜ㅋㅋ
-형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지다닠ㅋㅋ
-감동 받았자너
천마가 위기에 빠진 것을 보고 그때는 방송이라는 것 자체를 잊어 버렸다. 순전히 형을 살리고자 하는 동생의 마음으로 움직였달까.
“그런데 대체 뭘까요? 제가 봤을 땐 큼지막한 무언가가 튀어 나온 것 같았는데.”
-나도 그렇게 본 거 같았는데
-조금 이상하긴 하다
-다 됐고 저 귀엽고 깜찍한 놈이나 좀 더 보여주셈
-진짜 개졸귀탱
천강은 의문이 가시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그것보다 저 작은 생명체게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몬스터지?”
천마에게 착 달라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놈이다.
“생긴 걸 보면 아주 작은 고양이? 아니. 생쥐?”
-작고 통통하면서 귀엽눜ㅋㅋ
-털이 은색이네
-졸귀다 ㄹㅇ
-나도 한번 안아보고 싶다
천강이 봐도 굉장히 귀여운 몬스터였다. 특히 천마 머리 위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킬링 포인트였다.
“천마님은 별 생각이 없어 보이시네요. 방금 굉장히 위험하지 않았습니까? 거기다가 처음 보는 생명체가 둥지마냥 머리 위에 자리를 잡았는데, 걸리적 거린다는 표정도 안 지으시네요.”
“별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째서요?”
“본좌가 말하지 않았느냐. 이 아이는 그저 길을 잃어 방황했을 뿐이다. 나가는 길을 알려 준다고 하니, 스스로 분노를 거두고 평안을 되찾았을 뿐.”
천마의 말을 곱씹던 천강은 뭔가 알아차린 듯 손뼉을 쳤다.
“설마, 아르헨 기사단장을 개떡으로 만······ 아니. 도망치게 만든 게 바로 이 녀석이라고요?!”
“그런 셈이지.”
“이렇게 작고 귀여운데?”
“작고 귀엽다고 해서 맹수가 아니라는 법은 없지. 이 아이는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 본 모습은 결코 이렇게 작지만은 않을 게다.”
천마의 말이 맞다면 지금 이 작은 생명체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몬스터라는 뜻이다.
“자기 마음대로 모습을 변형시킬 수 있을 정도의 몬스터라면······.”
최소 100레벨 이상의 몬스터.
‘아니지. 아르헨 기사단장이 기겁하고 도망을 쳤으니까 최소 200레벨은 넘는다고 봐야 돼.’
하지만 의문인 건 200 레벨이 넘는 몬스터가 왜 개미 군단 서식지에 있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르헨 기사단장을 두들겨 패 놓은 놈이 천마의 머리 위에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건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뉴튜브고인물님이 10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PD야. 천마형 히스토리 좀 체크해 보자.]“앗. 뉴튜뷰고인물님. 10만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히스토리요? 바로 체크해 보겠습니다.”
천마의 히스토리를 확인한 천강은 기함부터 터져 나왔다.
“어? 뭐야 이건 또?”
[새로운 스킬을 발견하셨습니다.]*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기라는 것은 만물에 통용하는 기본 요소다.
서로 다른 종족이라고 해도, 언어가 다르다고 해도 기를 통해 교감을 나눈다면 그 어떤 장벽이든 뛰어 넘을 수가 있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해 그 어떤 것과도 대화를 할 수가 있게 됩니다. 또한 원한다면 다른 이가 눈치채지 못 하게 본인의 의지를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언제 또 새로운 스킬이 뜨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스킬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새로운 스킬? 천마님. 또 시스템 창을 무시하고 계셨던 겁니까?”
“음? 그랬나?”
천마는 귀찮다는 듯 짧게 이름을 정했다.
“대체 왜 맨날 이름을 정해달라고 아우성인지 모르겠군. 이건 전음으로 하겠다.”
[스킬 이름이 ‘전음’이 맞습니까?]“그래. 무림에서는 그걸로 비밀리에 대화를 많이 나눴었지. 하물며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이는 짐승들과도 말이다.”
[축하합니다! 새로운 스킬, 전음이 탄생했습니다.] [마법의 신 루리프가 당신이 가진 마나에 대한 새로운 철학에 감탄합니다.]전음.
무림에서는 본인의 기를 상대에게 흘려보내 대화를 나눈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천마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켰다.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몬스터와 교감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와. 진짜 또 새로운 스킬이라니. 여러분. 믿어지십니까?”
-ㅁㅊㄷㅁㅊㅇ
-이젠 나도 혼란스럽다. 내가 바실레이아 온라인을 보고 있는 건지, 무림 온라인을 보고 있는 건지
-미친 그럼 저 스킬만 있으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읽을 수 있다는 거야?
-몬스터랑 대화도 나눌 수 있고? 그거 테이밍 마스터잖아
-무림에서는 전음이 단순히 사람과 사람끼리만 은밀히 대화를 나눌 때 쓰이는데, 천마 형은 저걸 더 발전시켜서 몬스터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한 거 같음
시청자들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전음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시청자들이 질문을 던지면, 무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다른 시청자들이 대답을 대신 해 주었다.
그건 천강에게 좋은 일이었다.
천마와 방송을 시작하면서 천강도 나름 무협지를 읽고 있긴 하나, 아직 저 고수들의 지식을 따라가기에는 한참 멀었기 때문이다.
‘무협은 뭔 한자가 그리 많은지. 읽기가 힘들어.’
진입 장벽이 꽤 높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높을 줄은 사실 천강도 생각지 못 한 터라 고통 받고 있는 중이다.
“천마님은 이 전음이란 걸로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하시다는 거죠?”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묻는 것이냐. 생명이 있다면, 그곳에는 기가 있는 법. 그 기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본좌가 무림에 있을 때도 그랬지. 그땐 짐승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가끔은 높이 솟아 오른 나무와도 대화를 나누었다.”
“예? 나무까지요?”
“식물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을 거라 생각하느냐. 틀렸다. 단지 우리가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모를 뿐. 생명이 그 안에 있다면 서로 교감을 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야.”
천마는 턱을 긁적이며 갑자기 옛 회상에 빠졌다.
“무림인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치부하긴 했지만, 본좌는 굳이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어. 그리고 이득도 많이 봤지. 한번은 본좌를 죽이려 했던 자객을 쫓아 갔던 적이 있는데, 흔적을 놓쳐 주위에 있는 짐승과 나무에게 물어 놈을 찾아 죽인 적이 있었지.”
천강은 섬뜩한 천마의 웃음소리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니까 천마형 혼자 꿀 빨고 싶어서 다른 사람한테 안 알려줬다 이거지?
-나 혼자만 알아야 꿀을 빤다··· 메모
-ㅋㅋㅋㅋㅋㅈㄴ웃기넼ㅋㅋㅋㅋㅋ 자객 의문샄ㅋㅋ
-잘 숨은 줄 알았는데, 짜잔! 지나가던 사슴이 죄다 불어 버렸네요!
-야 이거 웃을 일이 아니다. 이 스킬만 익히면 테이밍 마스터 되는 거 한순간임.
테이밍 마스터.
아직까지 그 누구도 가져보지 못 한 직업이다. 물론, 플레이어들을 한 해서.
10명도 채 되지 않는 테이밍 마스터들이 있다. 그들은 몬스터 조련사로, 몬스터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훈련시켜 제국의 무기로 사용한다.
테이밍 마스터가 되기 위해 도전한 플레이어들이 꽤 많았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테이밍 마스터 반열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와 근접한 직업도 얻지 못 하고 있다는 게 처참한 현실.
그런데 오늘 천마가 발견한 전음이란 스킬로 플레이어도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플레이어들이 키우는 펫은 많음. 근데 대화는 못 함.
-ㅇㅇ훈련은 조금 시킬 수 있어도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건 진짜 차원이 다른 스케일임
-진짜 천마형 말대로 식물이랑도 대화가 가능하다면 그건 진짜 레전드 스킬임
-마법의 신 루리프가 저렇게 나올 만도 하네
-그러고 보니 루리프도 나왔었짘ㅋㅋ 신의 존재감이 ㅈㄴ 없는 거 실화냐?
시청자들의 말을 들어 보니 천강도 이게 보통 스킬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테이밍 마스터라.
여전히 될 수 있다, 될 수 없다로 의견이 분분한 논쟁의 중심이지 않은가.
만약 천마가 저 스킬로 여러 몬스터들을 조련시킬 수 있다면······!
“싫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예?”
“본좌가 그런 귀찮은 짓을 왜 해야 하는 거지? 몬스터를 조련한다? 그럴 시간에 무공 연습이나 하는 게 낫겠군.”
“어······ 좋은 몬스터들이 아군으로 있으면 좋잖아요. 나중에 사냥을 하시다 보면 좋은 펫이 있을수록 사냥 시간도 굉장히 빨리 줄어 들어요.”
고레벨을 유지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사냥용 펫을 테이밍 마스터들에게서 구입해 쓴다. 당연히 가격은 어마어마해서 상위 랭킹에 있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 한다.
하지만 천마는 그런 펫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직접 훈련시켜 펫으로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 없다. 본좌의 힘으로 되지 않는 싸움을 짐승의 힘을 빌려 싸우고 싶진 않구나.”
천마는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이기고 싶지, 절대 다른 이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 저 아이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흠. 이놈은······.”
천마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머리 위에서 태평하게 잠을 자고 있는 이놈의 생각이 뭔지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좀처럼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가 않는구나. 그저 나는 나가는 길만 알려 주려 한 건데, 이놈은 내게서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버리지 말고 제발 키워주세요
-222
-333
-나도 천마형이 육아물 찍는 거 보고 싶다
천마가 몬스터를 어디다 풀어 놓으려고 하자 시청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거 버리지도 못 할 거 같은데요?”
천마의 히스토리를 다시 확인한 천강이 나지막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히든 퀘스트를 완료하셔서 그 몬스터가 천마님한테 자동 귀속이 된 거 같아요.”
“음?”
[히든 퀘스트를 완수하셨습니다.] [다른 결말로 퀘스트를 완수하셨기에, 보상이 달라집니다.]퀘스트마다 다른 결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대부분은 정해진 결말에 따라 퀘스트를 완수하지만, 가끔 이스터에그처럼 숨겨진 결말을 보는 경우가 있다.
“와······. 펫이라는 게 이렇게 되는 거였구나.”
-나도 첨본다
-말만 들었지. 전투용 펫이라는 게 어떻게 귀속되는지 몰랐음
-랭커놈들이 일부러 펫 정보 안 보여주잖아
-ㅇㅇ속좁은 시키들
레벨이 올라가고 대륙 내에 영향력이 커지면 플레이어들은 더 이상 개인 방송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정보를 숨겨 값어치를 높이는 것이다.
만약 개인 방송을 하고 있다가 적대시 하고 있는 길드에서 암살자를 보내기라도 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랭커가 된다는 건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이어 진다.
상위 랭커가 되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공격이 날아올지 모르는 게 바로 잔혹한 바실레이아 대륙이다.
“그럼, 정보를 한번 보겠습니다.”
-기대
-두근두근 이두박근
-두근두근 근두운
-씹노잼
[몬스터 정보: (현재 정해진 이름이 없음)기본 능력치: ???
속성: ???
특징: 귀엽다.]
“······?”
-?????
-침묵
-고개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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