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4
선택 (2)
진성현 실장의 연락에 도준은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진성현 실장이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스케줄도 없는 날인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직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이번에도 지하철에서 여고생들이 힐끔대며 ‘어디서 본 것 같다’, ‘배우 같다’는 둥의 말을 해서 도준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진짜로 배우 강도준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면 어떨까.’
어제 시사회에서의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도준은 설레는 상상을 하며 사무실에 도착했다.
진성현 실장이 있는 있는 매니지먼트 본부 사무실은 7층이었다.
“도준 씨,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이 대리님. 진 실장님 안에 계시죠?”
7층에 들어서기 무섭게 직원들이 도준에게 인사를 해 왔다.
“네. 1회의실에 계세요.”
도준은 눈짓으로 인사하며 1회의실로 향했다.
촬영을 준비하고,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도준이 워낙 많이 들락날락 거린 탓에 도준을 모르는 직원들이 없었다.
가수도 아니고, 사무실에 저렇게 자주 나오는 배우도 드물다는 게 직원들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도준에게 사무실은 좋은 연습실이었다. 실제로 사무실에는 사방이 거울로 된 연습실이 있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연기 연습을 해도 집에서 연기 선생을 불러다가 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하긴 했지만, 좁은 전세방에 사는 도준에게는 유용하기만 한 연습실이었다.
게다가 사무실에는 여태까지 소속 배우들이 참여했던 작품의 대본집과 시나리오들이 있었으니 도준에게는 좋은 자료실이기도 했다.
때문에 도준은 개인 시간에 회사에서 끊어 준 피트니스 센터에 가거나 사무실로 와 연기 연습과 작품 탐독에 매진했다.
“실장님.”
“강 배우님! 오셨나!”
진성현 실장은 회의실 책상 가운데 혼자 앉아 패드와 다이어리를 동시에 체크하고 있었다. 도준이 들어서자 벌떡 일어서며 밝은 얼굴로 도준을 맞았다.
좋든, 싫든 어딘가 늘 불퉁한 표정의 진성현 실장이었다. 오늘따라 기분이 굉장히 좋은 것만은 분명했다.
도준을 부르는 호칭도 갑자기 ‘강 배우님’이 되어 있어서 도준은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진성현 실장에게서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신데······.”
“일단 앉아. 앉아서 얘기하자고. 일이 많으니까.”
“네.”
“뭐 마실래? 커피? 녹차? 뭐, 뭐 갖다 줄까?”
“아니, 괜찮아요.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시네요.”
“그럼, 당연하지! 너 오는 길에 휴대폰 안 봤어?”
도준은 자리에 앉으며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휴대폰을 보긴 봤다. 평소대로 뉴스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연예란과 스포츠란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여고생들이 수군거리는 바람에······.’
도준은 휴대폰에 집중하지 못하고, 진짜 자신을 알아보면 어떨까, 하는 단꿈에 젖어들었었다.
“자, 일단 이거 봐라.”
진성현 실장이 패드를 통해 인터넷을 켰다. 포털사이트에 강, 도, 준, 세 글자를 입력하고는 검색을 눌렀다.
“어!”
도준의 이름을 검색하자 프로필 사진과 함께 도준의 이름과 나이 소속과 학력, 그리고 출연 작품인 이 나왔다.
프로필 사진은 소속사에 들어온 직후 ‘소나무 엑터스’ 배우들의 프로필을 도맡아 찍는 전문 사진사에게서 찍은 사진이었다.
도준은 눈을 크게 떴다.
“뭘 놀라. 말했잖아. 시사회 끝나면 본격적으로 사이트에 네 이름도 올리고, 기사도 내보낼 거라고.”
알았어도 신기했다. 도준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다시 한번 검색해 보았다. 역시나 같은 화면이 나왔다.
“그래도 이렇게 빠를 줄은······.”
“날짜 딱 맞췄지. 오늘 아침에 보니까 승인 나서 올라와 있더라. 그리고 그게 끝이 아냐. 이것도 봐.”
도준은 진성현 실장이 가리키는 패드 화면을 보았다.
온라인 전용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인 ‘텐 월드’에 관계자 시사회 리뷰가 게재되어 있었다.
도준은 첫 줄부터 리뷰를 읽기 시작했다.
“그건 영화 내용 리뷰, 내용에 대한 평은 당연히 좋았고. 여기, 여길 봐봐.”
진성현 실장이 급하게 마지막 두 번째 문단을 짚었다.
‘최민철과 송정호의 몰입도 높은 연기는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등장하는 조연들도 모두 인간 군상의 하나로서 움직이며 열연한다. 최민철의 교수 아들 역을 맡은 신예 강도준의 연기는 특히나 눈여겨 볼 만하다.’
송정호와 최민철의 이름 뒤에 도준의 이름이 직접 언급돼 있었다.
“이게 제일 조회수 높은 기사고, 후기 같은 데에도 교수 아들 누구냐는 말이 종종 나오더라. 네 연기가 확실히 인상 깊었던 거지.”
“아. 혹시 보도자료 돌리신다는 게.”
“아니! 이건 당연히 기자가 진심으로 쓴 리뷰야. 데뷔 기사는 오늘 저녁에나 나올 예정이었어. 안 그래도 돌리려던 보도자료 수정할 거야.”
“수정이요?”
“신예 강도준, 박찬종 감독 작품으로 데뷔하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아예 박찬종 작품의 교수 아들은 누구? 이런 식으로 바꿔서 나갈 거야.”
도준은 그저 끄덕였다. 아직 현실감이 없었다.
“오전에 예고편 공개됐거든. 인터넷에 올라오기 뿌려지기 무섭게 네 부분이 편집 돼서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왔어.”
예고에는 타이틀이 올라오기 전 오프닝 씬이 빠르게 편집되어져 있었다. 영화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예고의 시작도 도준이었던 것이다.
진성현 실장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프린트물을 도준에게 넘겨주었다. 모니터링 담당 직원들이 오전에 출근하기 무섭게 모니터링하며 뽑아 놓은 것들이었다.
[박찬종 감독 신작 예고편 본 사람?]-이 사람 잘생기지 않음?
-존잘인데?
-누구야? 진짜 잘생겼다;;
-시작과 동시에 죽던데ㅋ
-스포..X
-아니 예고에 바로 죽어ㅋㅋㅋㅋㅋ
-초면이시네ㅎㅎ 이름 아는 사람 없어?ㅎㅎ
-검색해옴 강도준이래 데뷔작인가봐
-미친 놈이네 얼굴이 미친..놈
-오빠라고 불러도 되나?
-나이모름
-생긴 게 이미 내 오빠야^^
예고편에 나오는 도준의 얼굴이 캡처되어 여기저기 퍼지고 있었다. 호기심과 호감이 뒤섞인 댓글이 우르르 달려 있었다.
가장 대중적인 SNS인 블루노트와 포토그램에도 사진이 퍼지는 중이었다. 역시 인터넷이었다. 반응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우리가 네가 누군지 소개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널 궁금해 하고 있다는 거야.”
“개봉도 아직인데. 빠르네요.”
“나도 이렇게 빠르게 반응오는 건 처음 본다. 개봉하면 더 난리겠지. 어제 인사한 프레쉬 본부장한테도 바로 너랑 밥 한번 먹고 싶다고 메시지왔어.”
“저랑요?”
“어. 그리고 점심 때 어디서 연락왔는 알아?”
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죽었다가 살아 나니 얼굴이 달라져 있었고, 잠들었다가 깨어 나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 막 관계자 시사회가 끝났을 뿐인데, 하루 만에 작품 캐스팅 연락이 온 건 아닐 것이다.
***
일주일 후, 목요일 새벽. 새벽 다섯 시가 이제 막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청담동에 위치한 샵 내부는 분주하기만 했다.
연예인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보니 평일 오후보다 오히려 새벽이 더 바빴다.
도준은 영화 촬영 전 한가한 시간에 머리를 다듬으러 온 적이 있었을 뿐이라 이렇게 정신 없는 샵은 처음이었다.
대기하고 있는 도준의 뒤로 화려한 차림의 가수들이 시끌벅적하게 지났다. 검은 옷을 입은 스태프들은 손발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앉아 있는 도준에게 새롭게 도준의 담당이 된 직원이 인사를 해왔다.
“어머, 실물로 보니까! 더 잘생겼네요.”
“아, 감사합니다.”
도준은 머쓱한 채 거울 속에서 마주한 헤어 샵 직원에게 인사했다. 헤어 샵 직원의 얼굴이 금세 불그스름해졌다.
눈앞에서 듣는 잘생겼다는 칭찬은 아직까지도 어색했다. 이게 진짜 나한테 하는 칭찬이 맞나 싶었다.
그래도 지금은 거울이 있어서, 거울 속 얼굴을 보면 곧바로 납득이 가는 편이었다.
“안 그래도 어제가 휴무일이어서 영화 보러 갔었거든요. 친절한 오 사장이요. 너무 잘 봤어요. 연기도 정말 잘하시던데······.”
쏟아지는 칭찬에 도준은 무어라 더 할 말이 없어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헤어 샵 직원은 분주하게 컷트 도구와 염색 도구들을 정리했다.
“일단 머리 조금만 다듬고, 밝은 갈색으로 염색할게요. 지금 머리는 너무 어두워서 색깔은 실장님이랑 밝게 가자고 말했거든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어차피 스프레이 뿌릴 거라 감으면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와요.”
도준은 끄덕였다. 역할 때문에 어두운 머리색을 고수하고 있었다. 내일은 송정호, 최민철과 함께 연예 프로그램 영화 인터뷰가 잡혀 있었다.
‘내가 그 인터뷰에 함께하게 되다니······.’
본래는 주연 배우들만 나가는 자리였는데, 젊은 층에서 도준의 반응이 워낙 좋아 영화 제작사 쪽에서 홍보 효과를 위해 도준을 추가 출연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영화 인터뷰 자리보다 오늘 출연하는 ‘뮤직 카운트’가 도준으로서는 더 놀라웠다. 배우를 꿈꾸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프로그램이었다.
‘드라마, 영화, 당연히 유명해지면 인터뷰나 홍보용 예능까지도 생각했었지만······.’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도준은 잘 돼 봐야 ‘특급 조연’이었다. 연기파 배우는 할 수 있어도 ‘청춘 스타’나 ‘남자친구 삼고 싶은 연예인 1위’ 같은 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었다.
그런 도준이었는데, 이름이 오르내리기 무섭게 가장 먼저 들어 온 섭외 연락이 ‘뮤직 카운트’ 스페셜 MC 자리였다.
가수들이 출연하는 음악 프로그램이었지만, 그 MC 자리에는 가수뿐 아니라 신인 배우도 많이 세워졌다.
십, 이십 대 여성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좋은 자리였고, ‘라이징 스타’들에게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등용문과도 같았다.
전 MC들이 차근차근 인기 배우 자리에 올라선 까닭에 더 인기 좋은 자리가 됐다. 최근 배우 기획사에서는 어떻게든 ‘뮤직 카운트’ MC 자리에 자신의 배우들을 꽂아 넣으려고 난리였다.
‘소나무 엑터스’에서도 ‘뮤직 카운트’ 쪽에 소속 신인 배우들의 프로필을 돌려 놓았었다. 그 프로필에는 도준도 포함이었다.
때마침 자리가 비자, 도준이 시사회로 데뷔한 지 하루만에 연락을 한 것이다.
당장 다음 작품에 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니 떠오르는 반응을 이어 가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고정 MC도 아니고, 2주 짜리 스페셜 MC여서 이미지가 너무 가벼운 쪽으로 굳어질 것도 없었다.
‘연기 말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할 줄도 모르는데 말이지······.’
도준이 MC도 대본 외워서 연기하는 거랑 똑같으니 걱정할 것 없다던 진성현 실장의 말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그게 누군데.”
“강도준이라고. 에서 데뷔한······.”
“뭐? 그럼 데뷔한 지 며칠 된 애랑 내가······ 어이가 없어서.”
“쉬, 쉬. 혜석아. 다들 듣는다. 이제 그만 투덜대고 머리 예쁘게 하고 가자. 어?”
안 그래도 분주하던 샵 문을 열고 또 여러 명이 들어서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들려와 도준의 시선이 거울을 향했다. 도준의 머리를 자르던 직원의 손도 멈칫했다.
누가 보아도 매니저와 배우였다. 키가 190에 가까운 것이 모델 같기도 했다.
“짜증나게.”
혜석이 짜증을 부리며 샵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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