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다시 만난 세계 (1)
“반갑습니다. 변호사 김철한입니다.”
“…… 강도준입니다.”
“계속 연락이 없으셔서 걱정했습니다.”
“바빠서요.”
“하하, 그렇죠.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이신데……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람이라 그 생각을 못 했습니다. 바쁘셔서 늦으신 거군요.”
백정한 회장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좋은 표정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철한 변호사는 웃는 낯으로 도준을 대했다.
“백 회장님께서 바로 연락이 오진 않을 수 있다고는 했었지요. 그래도 해를 넘기게 되면 어떻게든 저희 쪽에서 연락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변호사는 백정한 회장을 상대한 이답게 능구렁이 같았다. 웃음 뒤의 속내를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바빴다는 말은 몸이 바빴다기보다는 마음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백정한의 유산을 상속받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거기서부터도 의문이었다.
타인의 명의로 된 재산이라고 했으니 그리 깨끗한 재산이라고만 할 수도 없었고.
상속 과정에서 도준과 백정한의 관계가 세간에 알려질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도준이 변호사를 찾게 된 건 백정아가 찾아오고도 시간이 꽤 지난 후인 촬영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마음속에 있는 어지러운 생각을 모두 정리하고자 백정한의 변호사를 찾은 것이었다.
어쨌든 백정한이 남긴 유산을 확인할 필요는 있었으니까. 자신에게 남긴 유언이 있다면 무엇일지도 궁금했고.
결과적으로는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해 버렸지만 말이다.
변호사를 찾아가 확인해 본 결과, 백정한 회장이 도준에게 남긴 재산은 확실히 한국 최고의 배우라고 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크기의 재산이었다.
백정한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SG 그룹 관련 차명 주식들의 일부부터 시작해 국내외의 부동산, 외화에 미술품까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그런 뜻이었다.
도준이 생각한 것 이상의 너무나도 막대한 부였기 때문에 유산을 받을지 말지,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도준이 받은 것은 백정한 회장 재산의 일부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현재 가치로 단순 환산하면 수억 달러, 한국 돈으로는 수천억 원에 달했다.
“워낙 큰 규모인 데다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 사람의 명의로 된 재산이 아니다 보니 상속 과정이 복잡합니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게 진행해야 하는 점도…… 그걸 원하실 테니. 그 부분도 과정을 복잡하게 하는 데 한몫할 거고요.”
“…….”
“물론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런 것을 처리하려고 저희가 돈을 받고 일하는 거니까. 다만 시간이 걸릴 거라는 말씀을 드리려는 겁니다. 완전히 이 재산들이 강도준 씨의 것이 되는 데까지요.”
“제가 이 상속을 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도준의 질문에도 김철한 변호사의 올라간 입꼬리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는 그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원하셔서 연락을 주신 건 줄 알았는데요.”
도준의 표정을 읽은 김철한 변호사가 덧붙였다.
“강도준 씨가 이미 상당히 많은 재산을 갖고 계신 건 압니다만…… 이것과는 비교가…… 뭐,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상속을 포기하실 경우에 대해서도 알려드리죠.”
이후로 김철한 변호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도준이 상속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 이유는 그 재산이 탐이 나서가 아니었다.
‘상속을 거부할 경우 그것들은 모두 백천과 백정아에게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것은 도준이 원하는 일은 결코 아니었다.
일단 도준은 상속 서류에 사인하는 날짜를 미뤄 두었다.
“…… 백정한 회장과 강도준 씨의 관계는 알아 둘 이유도, 필요도 없어 궁금하지 않았었는데…… 문득 궁금해지긴 하네요. 이 돈을 보고도 사인을 미뤄 두신다니.”
그렇게 빙글거리며 중얼거린 김철한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도준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현명한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도준은 가만히 떠나가는 김철한 변호사의 뒷모습을 보았다.
‘현명한 선택이라…….’
그렇게 백정한 회장과 그 일가, 자신에게 남겨진 재산에 대한 생각들 또한 모두 미뤄 두었다. 오직 작품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가장 비루한 꼴로 몸을 내던졌던 곳에서 정상에 최고의 상을 수상하게 된 이 순간.
무대 위에 선 순간, 도준은 비로소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해야겠어.’
* * *
마이크 앞에 선 도준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이들을 향해 입을 뗐다.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면 수상 소감은 많이 해 왔지만, 언젠가 백정한을 찾아가 나름의 복수를 하겠다는 결심이 이루어진 이후의 수상 소감은 처음이었다.
더는 복수의 대상도 분노의 마음도 남아있지 않았다.
때문에 도준은 순수하게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가 됐다.
복수를 위해 최고의 배우가 되고자 했던 제 마음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순수한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때로 도준이 하는 선택에는 분명 백정한이나 SG 미디어를 염두에 둔 선택이 있었다.
앞으로는 그러한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됐다. 그 사실만으로도 도준은 홀가분했고, 조금 더 기뻤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그렇지만 여기가 끝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늘 그렇듯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도준은 트로피를 꼭 그러쥐었다.
“자유롭게 나아가는 제 모습…… 앞으로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도준은 진심을 다해 말했다.
그리고 제작진을 비롯해 여태까지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언제나 도준의 수상 소감에는 빠지지 않는 호철과 강산의 이름과 어머니에 대한 감사를 전할 때에는 도준도 조금 울컥한 듯했다.
그러나 결국 도준은 트로피를 쥔 채 활짝 웃었다.
어느 때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활짝 웃는 도준을 향해 박수가 쏟아졌다.
를 통해 수천, 수만의 마음을 울린 도준이라면 누구보다 기쁠 자격이 있었다.
거기에 도준의 환한 웃음은 조명보다 더 빛이 나며 그 웃음을 보고 있는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수상 소감을 마치고 내려가는 도준을 보며 MC석의 강신희가 멘트를 덧붙였다.
“강도준 씨, 다시 한번 더 축하드립니다. 이어지는 수상은 영화 부문 대상입니다. 후보들부터 영상으로 만나 보시죠.”
그렇게 대형 스크린에는 영화 후보들이 소개되었다.
무대에서 내려가 제 자리로 가던 도준은 배우 대기석에 앉은 황호석과 눈이 마주쳤다.
도준은 기쁜 마음으로 황호석을 향해서도 웃었다.
으로 함께한 황호석이 대상을 받는다면, 역시나 저도 기쁠 듯했다.
‘부문은 다르지만 황 선배와 같은 해에 나란히 대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문 감독님은 기뻐서 또 우실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도준은 이미 으로 감독상을 받아 눈시울을 붉힌 문시열 감독 쪽을 보았다.
올해 천만 관객 수를 달성한 한국 영화는 두 작품으로 후보에 오른 이 중 대상으로 유력한 이는 역시 황호석이었다.
도준과 눈이 마주친 황호석이 박수를 보내며 엄지를 세워 보였다.
황호석의 응원에 마음이 뿌듯해진 도준은 자리에 앉아 황호석을 축하해 줄 준비를 했다.
그러나 도준의 준비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 대상 수상자는…… 강도준 씨, 축하드립니다.”
드라마 부문 대상 시상자와는 다른 시상자였으나 호명하는 이름은 같았다.
“꺄아!”
“하!”
“도준 씨, 축하해!”
“와아-!”
“축하해요!”
솔직히 말해 도준의 드라마 부문 대상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일이었다. 도준 스스로도 예견하던 일이었다.
그러나 영화 부문 대상은 아니었다. 두 부문 대상 동시 석권은 꽤 긴 역사를 가진 시상식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객석에서 쏟아지는 함성과 주변에서 들려오는 축하 소리에도 도준은 멍해졌다.
도준이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 누구보다 당당하고 환한 미소를 지었던 이답지 않은 어정쩡함이었다.
늘 완벽했던 도준이 당황하며 흐트러진 모습은 우습기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축하해 주고 싶어지는 모습이었다.
“도준 씨, 축하해요!”
“오빠! 어서 올라가야죠!”
주변에 있던 김은석과 윤이서의 목소리에 도준은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단상으로 나가던 호석은 다시금 황호석과 눈이 마주쳤다.
오히려 황호석은 예상하고 있었던 듯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아까 전과 같이 도준에게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었다.
도준은 꾸벅 그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영화, 드라마 부문 대상 동시 수상.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곧바로 단상에 다시 서게 된 도준은 트로피를 받음과 동시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진한 감격이 물밀 듯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좋아서 한 배우라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늘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꿈에 대한 열정으로 이겨내 왔을 뿐.
그 고생이 이제는 단 1g의 아쉬움도 없을 만큼 보답받는 기분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예상치 못했는데요.”
울컥한 도준의 목소리가 잔뜩 잠겨 있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게 해 주셔서…….”
평화의 전당 내부가 도준의 젖은 목소리로 채워지고 있었다.
* * *
저녁 아홉 시부터 시작한 시상식은 자정이 다 되어 가는 때에서야 끝이 났다.
도준은 시작 전부터 찾아와 추운 날씨에 줄을 서고, 늦은 시간까지 도준 생애의 중요한 순간을 지켜봐 준 현장의 팬들에게 어떻게든 고마운 마음을 직접 전하고자 했다.
그렇게 마련된 게 도준이 탄 벤이라도 보고자 모일 팬들과의 팬 미팅이었다.
팬 카페에는 시상식이 끝난 직후, 삼십 분 후 평화의 전당 옆 공원에서 ‘미니 팬 미팅’을 열 예정이라는 공지가 빠르게 올라갔다.
덕분에 시상식에 참여한 팬들뿐 아니라 삼십 분 내로 근처 공원에 도착할 수 있는 팬들까지 모여들었다.
대한민국 연기 시상식에나 도준 개인의 인생에서 역사적인 날이 아닐 수 없었다.
도준을 아끼는 이라면 누구라도 오늘을 기념하고 싶을 것이다.
덕분에 늦은 밤, 텅 비어 있던 인근 공원은 도준의 팬들로 금세 인산인해를 이뤘다.
“팬 미팅이요?”
“엉. 미리 계획했던 것도 아닐 텐데 착착 진행하던데. 그거 보고 나 놀랐잖아. 나도 분발해야지.”
시상식을 마친 후, 따로 도준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던 김은석은 매니저의 얘기를 듣고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암튼 그래서 강 배우 만나긴 힘들 것 같아. 벤으로 바로 가자.”
“아……. 네. 어쩔 수 없죠.”
아쉽지만 어차피 당장 내일이면 촬영장에서 만나게 될 도준이었다.
내일은 오후 촬영이라지만 피곤할 텐데 즉석 팬 미팅까지 진행하는 도준이 놀라웠다.
“역시 팬들이 많은 이유가…….”
매니저와 대화하며 주차장으로 내려와 벤으로 향하던 김은석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 165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