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Saint Wanted to Quit RAW novel - chapter 143
그것을 레온의 입에 물려 준 레오나는 그제야 조금 더 작은 제 쿠키 조각을 행복한 얼굴로 입에 물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쿠키를 먹던 레오나가 문득 고개를 돌려 레온을 바라보다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빠 울어?”
“…아니야,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레온의 얼굴은 감격으로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간 다음 아덴베르 황궁에 있는 모든 사람을 붙잡고 ‘우리 딸이 나에게 호두 쿠키를 양보했어! 호두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먹는 아이가!’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레온은 제 입에 물려 있던 쿠키에서 호두를 뜯어내 레오나의 입에 물려 주었다.
“아빠는 호두 안 좋아하니까 이건 레오나가 먹으렴.”
그 말에 레오나는 활짝 웃으며 제 입에 물린 호두를 먹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갔다. 잠시 후, 손가락에 묻은 쿠키 가루를 툭툭 털어 낸 레오나는 레온의 가슴 위에 제 몸을 찰싹 붙이고는 중얼거렸다.
“…엄마 보고 싶다.”
그 말에 레온은 레오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레온이 아무 말도 없자 레오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빠, 엄마 오라고 하면 안 돼요?”
그 말에 레온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조금 전 어리니까 안 된다고 말할 때와 전혀 다른 단호한 목소리에 레오나는 추욱 어깨를 늘어트렸다.
‘아빠는 항상 이래.’
다른 일들에는 더없이 너그럽다. 하지만 엄마와 관련이 되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고 봐주는 것도 없었다.
레오나는 하늘에 둥실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아덴베르는 레오나가 좋아하는 곳이었다. 1황궁에 비해 더 많은 꽃들이 피고 날씨도 좋은 곳. 그리고 가끔 엄마가 이곳으로 저를 보러 오니까. 하늘을 보던 레오나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레온은 잠든 레오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조금 전 엄마에게 오라고 하면 안 되냐 물었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어쩐지 이번에도 1황궁에 있는 제 옷을 전부 다 들고 오겠다고 하더니….’
레오나는 아덴베르에 갈 날이 가까워 오면 하루 종일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제가 아끼는 것들과 좋아하는 것들을 전부 다 챙겼는지 시종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물으면서 밤에는 저에게 몇 밤을 자야 아덴베르에 가냐고 매일같이 물었다. 그 질문은 몇 밤을 자야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거냐는 질문과도 같았다.
레온은 잠든 레오나를 안아 올렸다. 아이의 이런 투정이 안쓰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나를 이곳으로 오라 부를 생각은 없었다. 레온은 제가 끼고 있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냥 보면 작고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로 보일 것이다. 결혼반지로도 보일 것이고.
사실 결혼반지이긴 했다. 저도 리나도 끼고 있는 반지이니까. 하지만 이것은 황궁에 있던 아무리 멀리 있어도 연락이 가능한 아티팩트였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만 부르기로 했으니까.’
그러니 이런 일로는 부를 수 없다. 그러다 정말로 그녀가 필요할 때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레온은 레오나를 고쳐 안았다. 이제 인간의 나이로는 여섯 살이 되었는데 겉으로 보기에 이미 여덟 살은 훌쩍 넘어 보이는 레오나였다.
‘아무래도 조금 차이가 있는 걸까?’
인간과 마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아슬란이 마수로 태어나지 않게 했다고는 하나 완전히 인간과 똑같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증거로 레오나는 마법에 능했다. 다른 마법사들처럼 요란한 도구나 주문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레오나에게 마법은 숨 쉬는 일 다음으로 쉬운 것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레온은 곧바로 황궁에서 마법을 막는 아티팩트를 찾아 레오나의 목에 걸어 주었다. 다행히 아직은 어린 탓에 레오나의 마법은 그것으로 막을 수 있었다.
‘크면 어떻게 되려나….’
그때는 아티팩트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막을 필요도 없었다.
장차 이 제국의 황제가 될 아이다. 그때쯤이면 레오나에게 감히 출생이 불분명하다며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들도 완전히 다 쓸어 버린 후일 테니까. 레온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레오나는 정말이지 리나를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레온은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았다.
“같아서 다행이지….”
리나와 같은 색의 금발에 같은 색의 푸른 눈. 레오나를 처음 봤던 순간 레온은 살면서 처음으로 제 머리색과 눈 색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색이 달랐다고 해서 레오나가 제 딸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리나는 자신의 부인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딸 역시 자신의 딸이었으니까.
레온은 레오나를 조심스레 침대 위에 눕힌 후, 마저 읽어야 할 서류를 들고 옆에 누웠다.
‘별일 없이 지나가면 좋겠는데.’
하지만 일주일 후, 그런 레온의 기대는 박살이 났다.
***
“성녀님을 돌려 달라!”
누군가 큰 소리로 선창하자 주변에 서 있던 자들이 함께 따라 외쳤다. 외침이 몇 번 반복되자 제 감정을 이기지 못해 우는 자도 있었으며 욕설과 함께 성벽에 돌을 던지는 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레온은 성벽 위에서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얼핏 보아도 그 수가 수천은 될 법한 무리였다.
“짧은 시간에 많이도 모았네. 보니까 몇몇 훈련된 자들이 보여. 어디 놈들이지?”
레온의 말에 옆에 있던 부관 한 명이 대답했다.
“그동안 모습을 감췄던 아덴베르의 셋째 왕자와 그와 함께한 왕실 근위대로 추측됩니다.”
“망국의 왕자께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 이건가.”
레온은 혀를 찼다.
“기나긴 역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영 아쉬워서 아덴베르라는 이름 정도는 남겨 주었거늘…. 역시 사람이 너무 아량을 베풀면 안 되는 것 같아. 그렇지 않은가?”
“아… 그,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레온의 질문에 그의 부관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아덴베르를 정복할 때, 망설임 없이 이 왕궁으로 들어와 그대로 왕의 목을 베어 버렸던 레온이었다. 그런데 아량을 베풀었다니.
레온은 피식 웃은 다음 다시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그러고는 부관에게 말했다.
“저놈들이 나에게 뭘 요구하는지 제대로 듣고 싶으니 우두머리를 보내라고 전해.”
***
무리를 대표해서 왔다는 남자는 긴장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걸었다. 그러다 레온이 있는 접견장에 들어와서는 거의 기듯이 납작 엎드렸다. 레온은 그런 남자를 보며 물었다.
“너희들이 나에게 할 말이 아주 많은 것 같던데.”
“소, 송구합니다…. 하, 하지만… 꼬, 꼭 드릴 말씀이….”
레온은 더듬거리며 말하는 남자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말했다.
“대신전의 사제였나?”
“그걸 어떻게…!”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건 됐고. 원하는 것이나 어서 말해.”
레온의 말에 남자는 눈을 질끈 감더니 외쳤다.
“성녀님을 돌려주십시오!”
“돌려 달라고….”
레온의 눈에 옅은 노기가 감돌았다.
“성녀를 내쫓은 자들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나? 대신전이 직접 그녀에게 수배령을 내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와 돌려 달라니?”
“아닙니다! 그건 사악한 대신관의 술수에 넘어간 자들이….”
“어찌 되었거나 성녀를 내몬 자들은 자네들이야. 나는 갈 곳을 잃은 그분을 못 본 척할 수 없어 손을 내밀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었지. 그런데 마치 내가 그녀를 강탈한 것처럼 말하다니 어이가 없군.”
레온이 답하자 엎드려 있던 남자는 고개를 들더니 정말로 용기를 내어 말한다는 듯 두 손을 꼭 쥐고는 소리쳤다.
“그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뭐?”
“지금까지 다, 단 한 번도… 성녀님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사실은 이미 그분이 어딘가에서 돌아가신 것이 아니냐… 커억!”
남자의 몸이 허공을 붕 떠올랐다 바닥을 굴렀다. 레온이 있는 힘껏 그를 걷어찼기 때문이다. 구석으로 굴러 처박힌 남자의 몸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지만 레온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레오나가 있어서 좀 참아 보려고 했더니… 방자한 혀가 끝도 없이 나불대는군.”
옆에 서 있던 부관들과 기사들의 얼굴 역시 올 것이 왔다는 듯한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레온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까지 그가 얼마나 너른 아량을 베풀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지금 저기 커튼 뒤에서 제 치맛자락이 보이는지도 모르고 잘 숨어 있다 생각하는 레오나 황녀만 아니었다면 저자는 이미 여러 조각이 되었을 것이다.
레온은 벽으로 다가가 커튼을 젖혔다. 그곳에는 ‘들켰다!’는 표정으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레오나가 서 있었다. 그는 곧바로 레오나의 귀를 막고 말했다.
“끌어낸 다음 성벽에서 집어 던져.”
그 말에 곁에 있던 기사 두 명이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남자가 질질 끌려 문밖으로 사라지자 레온은 레오나의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내린 다음 말했다.
“레오나, 아빠가 일할 때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하지만…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엄한 레온의 목소리에 레오나는 그의 눈치를 보더니 레온을 향해 두 팔을 쭉 뻗었다. 안아 달라는 뜻이었다. 혼이 나는 게 싫어서 어리광을 부리는 레오나의 귀여운 영악함에 레온은 언제나처럼 질 수밖에 없었다. 번쩍 레오나를 들어 안은 레온은 옆에 있던 근위 대장에게 물었다.
“이번에 함께 온 병력이 얼마나 되지?”
“천오백입니다.”
“전부 무장하고 대기하라고 해.”
레오나는 그런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
며칠 후, 황궁 앞에는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수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성녀를 돌려 달라 외치며 한 손에는 검을 잡고 있었다. 레오나는 “이러시는 거 들키면 저는 죽어요, 황녀님!”이라 외치는 시녀의 말을 무시하고는 성벽의 틈으로 아래를 바라보았다.
‘훈련된 자들이 보여.’
소리치는 사람들 사이사이에 움직임이 다른 자들이 보였다. 그들을 눈으로 좇던 레오나는 몸을 돌려 반대편 성벽 아래를 보았다. 그곳에는 무장한 레온이 기사단의 앞에 서 있었다. 레오나는 밖에 있던 사람들과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헤아려 보았다.
‘일만오천 대 천오백.’
열 배나 되는 상대와 전투를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