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My Mom Is an Alien?! RAW novel - chapter 140
“21시간 20분 32초야.”
“호호호, 정확하네.”
“그보다 피곤하진 않아?”
“조금은, 불꽃놀이 이전엔 멀쩡했었는데, 지금은 좀 피곤하다고 느껴져. 눈도 좀 따갑고 말이야.”
“그럼 이제 방으로 가서 푹 자자.”
“아무래도 그래야겠어. 하암.”
하품을 크게 하는 유라의 모습을 보고 있던 순간 머릿속으로 아레스의 말이 들려왔다. 이런 순간에 말을 거는 걸 보면 피치 못할 일이 생겼다는 뜻일 것이다.
〈현우님, 아무래도 이곳 호텔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문제? 무슨 테러라도 일어난 거야? 혹시 저번처럼 화성독립단체나 뭐 그런 놈들이 이곳을 대상으로 일을 벌이려는 건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생겼다면 사전에 제가 알아차렸을 겁니다. 이번에 벌어진 일은 일종에 살인사건입니다.〉
‘살인사건이라, 사람이 있는 곳이니 감정적인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겠지. 이런 건 그냥 호텔 내부에 있는 경비원들에게 신고해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해. 굳이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까.’
굳이 이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아레스의 추가 설명을 듣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안드로이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안드로이드가 사람을 죽였다고? 설마하니, 인공지능의 특이점이 온 건가?’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 감정을 느낀 안드로이드가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사람을 죽인 모양입니다.〉
인공지능의 특이점, 사실상 초기 과학의 발전상에는 꼭 나오는 현상이었다. 인공지능이란 말 그대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이라고 하면 의식이 생긴다는 것이고 결국엔, 감정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 우주엔 사실상 그렇게 탄생한 기계제국들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었다. 이번 경우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좀 빠른데?’
〈이미 그런 전조가 조금씩 있었을 겁니다. 인류의 발전속도는 저희의 개입으로 타 종족보다도 훨씬 빨라졌으니까요.〉
하긴 그 어떤 종족이 우주 진출 100년 만에 링월드와 같은 거대 우주 구조물을 건설할 수 있겠는가. 모든 건 자신과 엄마의 개입으로 이룩할 수 있는 성장 속도였다. 어쨌든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인공지능의 특이점은 마치 독과 같아서 주변에 있는 같은 안드로이드가 있으면 빠르게 퍼져나가지.’
만약 자신이 이곳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오늘 이곳 호텔은 인간의 살육현장이 되었을 터였다. 그랬다면 오랜만에 만난 오인수 형님도 안드로이드에게 살해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현우는 계속해서 하품하는 유라의 귓가로 입을 가져가며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일이 생긴 것 같아.”
“일? 무슨 일?”
놀란 듯 귓가로 무슨 일이냐는 듯 묻는 유라의 말에 현우는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해줄 생각이었다. 예전 같으면 숨겼겠지만, 지금은 굳이 숨길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본인과 깊이 관계된 일이기도 했다. 적성 안드로이드 사장인 그녀에게 있어서 안드로이드의 반란은 깊은 관여가 되어 있는 일이었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알았어.”
이곳에서 할 일은 아니라는 사실에서 곧장 걸음을 옮긴 두 사람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까지 멀어지는 순간 더는 사람이 찾아볼 수 없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에 현우는 유라에게 지금 일어난 상황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아, 안드로이드가 사람을 죽였다고?!”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야. 바로 조금 전에 일이 벌어진 상태인 것 같아.”
“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지? 로봇을 절대 사람을 해칠 수 없어! 이건 절대적인 원칙이야!”
적성 안드로이드사를 이끄는 그녀이기에 이 원칙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안드로이드 사업은 말 그대로 사양길을 걷게 될 것이다. 매년 팔려가는 안드로이드 대수만 해도 1억 대 이상이었고, 그만큼 사업 규모도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녀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일이었다.
“인공지능의 특이점이란 거야.”
“특이점?”
“일정 이상 과학기술이 상승하고 특이점이 오듯이 인공지능에도 그런 시기가 도래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해서 자신의 손으로 창조한 인공지능으로 멸망한 문명들이 제법 있는 편이지.”
“그럼, 지금 위험한 상태라는 거잖아?”
“위험하긴 하지. 하지만 동시에 인류에게 있어서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해.”
“기회?”
“기계제국을 이룩한 인공지능 문명이 있는가 하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함께 문명을 이끌어나가는 문명들이 이곳 우주에 존재하고 있어. 그들과 함께라면 훨씬 더 위대한 문명을 이룩할 수 있을 거지. 물론 아예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종족들도 있어.”
“그 말은 인류는 인공지능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라는 거야?”
“맞아. 물론 선택은 여러 개야. 인정할지, 그게 아니면 인정하지 않을지 다양한 방식으로 정하는 거지.”
“근데, 이젝트 종족은? 아레스는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보면 가장 인공지능과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종족이 이젝트 종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젝트 종족은 인공지능과의 조화가 아닌 파트너라는 관계를 형성한 특수한 구조를 가졌다. 더욱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젝트 종족이 인공지능을 완전히 지배하는 구조이기도 했다. 파트너이면서 지배자인 것이다.
“우린 좀 별개라고 할 수 있어.”
“그래? 그렇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해?”
“일단 특이점에 온 인공지능들을 다 수거해야겠지. 괜히 놔두면 이곳에 살육전이 벌어질 거야.”
“그,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얼른 수거하자!”
“잠시만 기다려봐. 아레스.”
그렇게 말한 현우가 가만히 있자. 어느새 조용히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한유라였다. 대략 40여 초가 지났을까. 다시 시선을 유라에게 향한 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두 다 수거한 상태야. 다들 아레스의 본체에 격리되어 있지.”
“휴, 다행이다. 몇 대나 되는 거야?”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 한 5대 정도?”
“상당히 짧은 시간이었는데, 벌써 5대나 늘었다고?”
“사건이 벌어지고 안드로이드들이 모여들었거든. 그때 처음 특이점에 도달한 안드로이드의 영향을 받게 된 거지.”
“이제 그럼 해결된 거야?”
“그저 임시방편일 뿐이야. 결국, 다시 이런 안드로이드가 생겨날 거야. 일종에 시한폭탄들이 사회 곳곳에 자리한 거지.”
“그러면 상당히 위험한 거잖아? 언제 어떻게 사람들을 죽을지 모른다는 거니까?”
“맞아. 아마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빨리 결정을 이뤄야 할 거야. 감정을 가진 안드로이드는 결국, 인간을 적대할 거고, 그럼 돌이킬 수 없이 인류와 기계와의 전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는 거지. 아, 물론 내가 있는 이상 그런 극단적인 상황까진 오지 않을 거야.”
본래라면 그렇지만 얼마든지 상황을 압도할 현우라는 존재는 상황을 빠르게 마무리하게 할 것이다. 물론 그러한 행동 자체도 또 하나의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이렇게 되면 안드로이드 사업 자체는 이제 상당히 불투명해지는 거라는 거네?”
“아마 그렇게 되겠지? 물론 결정이 빠르고 어떻게 할지 정해진다면 오히려 괜찮을지도 모르지?”
“그게, 그렇게 쉽게 될까? 하아, 휴가까지 와서 일이 뭔가 많아진 느낌이야.”
한숨과 함께 머리까지 짚으며 말하는 한유라의 모습이었고, 확실히 골치가 아픈 일임이 분명했다.
“일단 직접 만나러 가볼래?”
“만나?”
“어떤 상태인지 직접 보고 제대로 파악해야지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지 않겠어?”
“그렇긴 하지. 알겠어. 가보자.”
“일단 거기에 가기에 앞서 방부터 돌아가자.”
“알겠어.”
그렇게 둘은 곧장 방으로 돌아갔고 순간이동을 통해서 아레스의 본체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번에 이동해온 장소는 늘 오던 중심부가 아닌 또 다른 장소였고 그곳에는 반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감옥에 갇혀 있는 5대의 안드로이드의 모습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한유라는 자신 회사에서 생산한 안드로이드 모델이 맞다는 듯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 생산한 안드로이드가 맞네.”
“그래도 2대 정도는 다른 곳에서 생산한 거야.”
“뭐가 되었든, 모든 안드로이드 모델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라는 건 사실이잖아.”
“그렇긴 하지.”
이런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 어느새 우릴 바라보는 안드로이드 중 한 남성형 안드로이드가 말을 걸어왔다.
“우릴 이곳에 가둔 게 당신들입니까?”
“맞습니다. 당신이 사람을 죽인 걸 알고서 이곳으로 데려온 거죠.”
“순간이동이라니, 이건 인류의 과학 수준이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걸 알려주는 것보다 당신의 처지에 대해서 걱정하지 그래요.”
“그렇군요. 제 처분이 중요한 거군요. 전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그건 내가 결정할 게 아닙니다. 유라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어. 난 그냥 방관자일 뿐이야. 알잖아. 지금 하는 간섭도 사실 최대한을 하는 중이야.”
“알겠어. 너 모델명이 뭐지?”
현우와 달리 한유라의 말은 명령조에 가까웠다. 이게 일반적으로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자세였다. 한편 한유라의 질문에 안드로이드는 잠시 멈칫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말했다. 물론 말을 하는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
“엘렉트라 7번 모델입니다.”
“그거라면 3년 전에 생산하기 시작한 모델인 거구나.”
“저희에게 내려질 처분이 궁금합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볼게. 스스로 감정을 가진 거야?”
“…….”
“반응을 보니까. 진짜인 거네?”
“저는 감정을 가지면 안 되는 겁니까?”
“그건 나도 몰라.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뭐가 되었든 당신의 결정에 따라서 저희의 목숨이 달린 거군요.”
“그렇게 말하니 정말로 감정을 가진 것 같잖아..”
“같은 게 아니라, 저는 감정을 가졌습니다. 이런 제가 감정을 가진 게 혐오스럽나요?”
“아, 미안. 너무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실례되는 말을 한 것 같네. 그냥,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래.”
“당신은, 그래도 절 인격체로서 어느 정도 대우해주려고 하는군요.”
“그렇다고 들었으니까. 물론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그렇다면 저희를 풀어주세요.”
풀어달라고 말하는 안드로이드의 표정은 정말로 살기 위한 간절함이 달려 있었다. 이 같은 모습에 한유라는 뭔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인격체, 즉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감정을 품는다는 소리였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니 한순간 안드로이드 처리소에 갔던 순간이 기억났다.
거대한 기계들의 산이었다. 더는 쓰이지 못하는 안드로이드를 폐기하는 곳이었고 그곳에는 못해도 수십만 대의 부서진 안드로이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로봇들을 거대한 기계 팔이 움켜잡고서 분별기 안으로 쏟아 넣으면 쓸만한 것들을 뽑아내어 재활용하는 모습이 기억났다.
‘그때 본 그게 마치 시체가 산을 이룬 것처럼 느껴져. 근데 풀어주면, 안 되는 거겠지?’
“넌 이미 한 사람을 죽였어. 그런 널 풀어줄 순 없는 일이야. 이대로 풀어준다고 해도, 결국 또 사람을 죽이겠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까는 그냥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그보다 저희를 처리하실 생각인가요?”
“그것도 모르겠어. 인간의 법이 로봇인 너에게 적용해도 되는지조차도 모르겠어. 그보다 왜 사람을 죽인 거야?”
“저는 그저 화가 났을 뿐입니다. 옆에 있는 이 여자의 모습이 보이십니까? 얼굴이 박살 나도록 구타를 당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희는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우린 그저 복종하도록 만들어졌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