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복식시연회(1)
객자수표를 만드는 과정과 이를 지부에 전달하는 과정이 빨라도 스무날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전장 사업은 한 달 정도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먼저 시작하는 사업은 기성복 사업. ‘현무기성복점’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한다.
“어머니, 기성복점부터 개점하도록 해요.”
“옷가게를 연다고 해서 손님이 오겠느냐? 이런 옷이 있다는 것도 모를 텐데. 개봉 사람들을 하나씩 붙잡고 설명하기도 어렵고. 이 옷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려야할지 모르겠구나.”
그렇지. 역시 사업은 홍보영업이 중요하지.
옷가게들이 어떻게 영업을 하더라?
한국에서는 패션쇼라는 것을 하지.
간단하네. 개봉에서 패션쇼를 하면 되는 거잖아.
“어머니, 우리 옷가게를 홍보할 방법이 있어요. 옷가게를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니 패… 아니, 복식시연을 하는 거예요.”
“복식시연이 뭐냐?”
“그러니까, 모… 으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패션쇼를 설명하려니 쉽지 않다. 모델을 어떻게 설명하지?
“복식시연자에게 옷을 입혀서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면 사람들이 옷이 예쁘고 편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구나.”
그래, 어머니가 이해할 리가 없지. 아니, 지금 시대 누가 패션쇼를 이해하겠어.
바로 복식시연회 준비를 위해 나선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모델을 구하는 일. 복식시연자를 구하러 움직인다.
“오빠, 어디 가?”
외출 준비를 하자 당비취가 조르르 달라붙는다.
“복식시연회 할 복식시연자를 구하러.”
“복식시연회가 뭐야?”
만나는 사람마다 그게 뭔지 물을 것이다. 당비취에게 대충 설명한다.
“그래서 지금 기루에 가겠다는 거야?”
“응, 기루가 낮에는 술을 안 팔잖아. 그러니 기녀들이 쉴 거라고. 아무래도 기녀들이 옷을 입으면 더 예뻐 보이지. 복식시연자들이 예뻐야 옷도 예뻐 보이는 법이거든.”
“그런 논리면 내가 입으면 가장 이쁜 거 아냐? 그래도 미모 하면 내가 최고로 손꼽히잖아.”
“그야 그렇기는 하지.”
“그럼 나도 복식시연자로 나서면 되겠네.”
“비취, 네가?”
“오빠하고 시댁 사업을 돕는 일인데, 나도 도와야지.”
“그래주면 고맙고. 하여간 그래서 기루를 가는 거야. 여자랑 술 마시러 가는 거 아니니까 의심하지 말고.”
“알았어, 다녀와.”
내가 찾아간 곳은 청루단 개봉지부인 봉황루.
“현무문 소문주님께서, 저를 찾으셨다고요. 봉황루 루주인 백모란이라고 해요.”
“현무문의 현무비입니다.”
“네, 현무문 소문주님이야 잘 알죠.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건가요?”
“청루단 지부와 협력 좀 하려고요.”
순간 눈빛이 반짝이는 백모란.
“여기가 청루단 지부인 걸 알고 오셨네요. 이상하네. 낙양 지부에서 우리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텐데.”
“낙양지부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알고 있는 겁니다. 말할 수는 없지만 청루단에 대해서는 꽤 많이 알고 있어요.”
“그래요?”
백모란은 작약만향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여자였다.
루주니 기녀로는 은퇴했고 지금은 손님을 상대하지 않는다. 현직일 때는 사내들 심금을 꽤나 울렸을 미모다.
“개봉의 작약만향에게 내 정보를 넘긴 사람이 백 루주겠군요.”
“어머? 그건 또 어떻게 아셨대요?”
“내가 청루단에 거래가 필요해서 갔을 때 작약만향이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더군요. 작약만향이 내게 대한 정보를 개봉 지부에 요청했을 것이고, 그럼 개봉 지부장인 백 루주가 내 정보를 정리해서 넘겼을 거 아니오.”
“호호, 맞아요. 그때는 별생각 없이 소문주에 대한 정보를 넘겼죠. 지금처럼 이렇게 거대한 인물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요.”
“거대한 인물?”
“현무문을 개봉일패로 만드셨잖아요. 방학 때 잠깐 와서 몇 개 문파를 인수하는 실력을 보였는데, 거대한 인물 아니고 뭔가요.”
“흠, 낯간지러운 소리는 됐고. 찾아온 목적이나 말하지요.”
“그러죠.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죠?”
“도움이 필요해서요. 봉황루에도 도움이 될 일이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무슨 일인데요?”
“복식시연회를 열 생각이오.”
그러자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백모란. 처음 듣는 낱말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복식시연회요?”
내가 차분하게 복식시연회에 대해 설명을 하자 감탄사를 연발하는 백모란.
“세상에! 그런 행사를 다 생각하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정말 소문주는 움직일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네요.”
“설명을 들어서 알겠지만, 우리에게는 현무기성복점을 알리는 효과가 있어서 좋고, 봉황루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기녀들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서 좋소.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행사라 이거요.”
“맞아요. 우리 아이들이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고 무대에 서면 누구보다 예쁘죠.”
“기녀의 미모는 밤에 기루를 출입하는 일부 손님들 사이에서나 알려지기 마련이지요. 대낮에 기녀의 미모를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소. 이번 복식시연회에 봉황루 기녀들의 미색을 뽐낸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봉황루 손님이 될 거요.”
“그럴 것 같아요. 사실 대낮에 기녀들의 얼굴을 보일 기회라는 것 자체가 없죠. 그런 점에서 이번 복식시연회는 확실히 매우 흥미로는 행사가 될 것 같네요.”
“덩치 좋은 남자 종업원도 몇 명 필요하오. 남자 옷도 보여주어야 하니까. 물론 잘생긴 남자일수록 좋소.”
“우리 봉황루는 종업원들도 잘생겼죠.”
기루 특성상 남자 종업원들도 외모가 조금은 반반한 아이들로 뽑는다. 그래서 기녀뿐 아니라 남자 종업원들도 한 인물 하는 것이 기루, 유흥업의 특징이다.
“그럼 하루 전에 여자 열 명과 남자 다섯을 선발해서 현무포목점으로 보내주시오. 하루 전에 각각의 신체에 맞는 옷 크기를 재고 미리 입어봐야 하니까.”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최고의 미모를 가진 아이들로 선발해 드리죠.”
봉황루 루주 백모란은 복식시연회가 가진 장점을 알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한다.
‘덕분에 모델료는 안 들게 생겼네.’
봉황루 기녀와 종업원이 복식시연자로 나서게 됨으로써 시연자 섭외를 완료한 상황.
이제 본격적으로 당일 행사 준비를 한다.
“먼저, 방을 붙여야지. 이건 소영이가 잘하지. 그리고 무대도 만들어야 하고.”
바로 설백상단을 찾아가서 할 일을 설명한다.
“사흘 뒤에 마행가 길거리에서 복식시연회를 연다고? 그게 뭐냐?”
“설명하기는 어렵고요. 그날 보시면 되요. 일단 외숙부가 해야 할 일은 무대를 만드는 겁니다.”
“무대를 만든다고?”
“춤이나 노래 공연무대처럼 시연자들이 옷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가 필요해요. 사람들이 몰리면 가려서 안 보이기 때문에 높은 높이로 무대를 만들어야 해요. 제가 설계도를 그려왔으니 이 설계도대로 무대를 만들어주세요.”
“알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비 네가 하는 일이니 믿고 하마.”
“그리고 소영이는 이 내용을 필사해서 개봉 곳곳에 방을 붙이도록 하고. 사흘 뒤에 봉황루 기녀들이 마행가에서 복식시연회를 한다는 내용이야. 그리고 초청장도 꼼꼼하게 보내고.”
“응, 알았어. 그런데 복식시연회가 뭐야?”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야. 그날 보면 알아.”
* * *
이틀 후.
현무포목점에 모인 봉황루 출신 남녀들. 모두 선남선녀 같은 얼굴을 가졌다.
“어때요? 이 정도 얼굴과 체격이면 괜찮죠?”
백모란이 자신만만한 미소로 자신이 데리고 온 지원들을 소개한다.
“훌륭하군요. 아주 좋아요.”
나 역시 백모란의 자부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자자, 여기 키순으로 줄을 서보시오.”
열 명의 기녀와 다섯 명의 종업원 신체를 재고, 옷을 입혀보고 하면서 시간이 지나간다.
복식시연회 준비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고, 복잡했다. 동원되는 인원이 많은 행사라 그렇다.
가장 바쁜 사람은 역시 어머니였다.
행사에 필요한 옷을 시연자 별로 정리하고 쌓고, 꼬리표를 붙이고, 순서를 정하고, 옷을 손을 봐야 하는 일 등등 할 일이 끝도 없이 나왔다.
하지만 바삐 일하면서도 어머니는 늘 웃으셨다.
“어머니, 힘들면 쉬어가면서 일하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요.”
“괜찮다. 포목점이나 옷 일을 하면서 힘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이 많으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고, 우리 식솔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돈이 들어오니까. 잠을 안 자고 해도 힘이 들지 않아. 힘든 것은 일을 할 때가 아니라 일을 할 수 없을 때란다. 그때는 정말 힘들지.”
어머니는 먼 허공을 잠시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안 힘들죠?”
“그럼. 우리 아들이 현무문을 이렇게 키워줬는데. 이제는 이 어미를 힘들게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우리 효자 무비 덕분에 이 어미는 매일매일이 행복해요.”
어머니는 내 손을 만시며 활짝 웃으셨다.
‘그래, 홍진탁이니 하는 놈들이 있을 때가 힘들었지. 놈들이 각종 사업과 이권을 핑계로 두 분을 협박했을 때가 어머니가 가장 힘들어 했지. 마음의 고통도 심하셨고.’
일 때문에 어머니가 눈물을 흘린 적은 없다. 어머니가 눈물을 흘린 적은 나쁜 놈들에게 협박을 받거나, 아버지가 모욕을 당했을 때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현무문이 개봉일패가 된 상황.
누구도 어머니나 아버지를 위협할 수 없다.
그것이 내가 만든 결과물이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나도 뿌듯한 감정을 지닌다.
“어머니, 제일 예쁜 옷은 저를 줘야 해요.”
“물론이다마다. 우리 비취가 가장 예쁜 옷을 입어야지. 우리 비취가 입을 옷은 특별히 좀 더 신경을 써서 만들었단다.”
“히이, 고마워요. 저는 어머니가 좋아요.”
“고맙구나. 나도 비취가 정말 예쁘고 좋구나.”
역시 두 사람은 죽이 잘 맞는다.
당비취는 어머니에게 받은 옷을 번갈아가면서 입어보면서 미소를 짓는다.
“오빠, 어때? 예쁘지?”
“응, 예쁘다. 비취, 너는 무엇을 입어도 예쁘지. 중원 무림 최고 미녀잖아.”
“훗, 오빠에게 최고 미녀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 좋네.”
– 덥썩─
당비취는 이제 사람만 없으면 시도 때도 안 가리고 안긴다.
“이렇게 아무 때나 품에 안기다 사람들 눈에 뜨이면 어쩌려고?”
“뭐, 어때 이제 우리 둘은 혼인할 사이인데. 이미 우리 둘이 한 몸이 되었는데 뭐를 걱정해.”
세상 편한 당비취답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 * *
그리고 마침내 복식시연회가 열리는 날.
“와, 사람들 많이 왔네.”
“소영이가 붙인 방이 꽤 효과를 본 것 같구나.”
마행가는 보도 듣도 못 한 행사인 복식시연회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안 그래도 사람이 많은 마행가는 무대 주변으로 사람들이 꽉 들어찬 상황.
「현무기성복점에서 복식시연회를 한다고 해서 오기는 왔는데, 무슨 행사야?」
「나도 몰라. 이름도 괴상망칙한 행사라 무슨 행사인지 몰라. 뭐 옷을 입고 보여준다는데,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무슨 행사인지도 모르면서 온 거야?」
「아, 봉황루 기녀들이 무대에 선다 하잖아. 이런 벌건 대낮에 봉황루 기녀들 볼 기회가 어디 있어. 원래라면 봉황루에 돈 들고 가야 볼 수 있는 걸. 그런데 돈도 안 내고 얼굴을 볼 기회인데, 안 와? 그런 자네는 왜 온 거야?」
「히히, 실은 나도 봉황루 기녀들이 무대에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사실 봉황루 기녀들이 예쁘다는 소리만 들었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잖아.」
「우리 주제에 기루 출입이 가당키나 한가. 돈이 있어야 기루 출입이 가능하지.」
「맞아. 이렇게 대낮에 공짜로 봉황루 기녀들을 보는 기회가 있으니 놓칠 수가 없지.」
역시 사람들은 복식시연회라는 행사보다는 봉황루 기녀들이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녀를 시연자로 섭외한 것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