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사업확장(2)
대한민국의 조폐 기술이나 위조지폐 방지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은선에 미세문자, 볼록인쇄, 돌출은화, 홀로그램 등등 십여 개가 넘는 위조지폐 방지기술이 들어간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는 그중 하나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조악한 인쇄기술을 가진 이곳에서 미세문자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고, 홀로그램이나 변색물감 등은 아예 재료도 구할 수 없다.
아니,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인쇄기술조차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인쇄기술은 목판기술이 기본적인 상황.
이걸로는 대량생산도 어렵고, 위조지폐 제작을 막지 못한다.
‘일단 기본은 금속활자야.’
금속으로 원판을 만들어야만 많은 물량을 찍어낼 수 있다. 그것도 매우 단단한 금속 원판을 만들어야 한다.
‘모래판에 나무조각을 찍고, 그 위에 주물을 부어서 만든 활자는 강도가 약하고 정교하지가 않지.’
금속활자라 해도 제작 방식에 따라 강도 및 정밀도가 달라진다.
고려, 조선 등에서 사용한 금속활자는 모래를 이용한 주물방식이라 강도가 약하고 정밀도가 떨어진다.
내가 선택한 방식은 금속을 깎아서 만드는 것.
수만 자의 글자를 만드는 일이라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단 몇 개의 판을 만드는 것이니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숙부! 제가 부탁한 것은 준비해두셨죠?”
“물론이다. 다 준비해 두었다. 네가 말만 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설백상단의 단주인 외삼촌을 찾아가서 개봉을 떠나기 전에 부탁했던 것들을 확인한다.
현무포목점과 현무전장의 확장을 부모님에게 말씀드린 후에 설중학 외숙부에게 부탁한 것들이다.
“자, 먼저 도안이다. 어떠냐 마음에 드느냐? 네가 말한 것에 우리끼리 몇 가지 의논해서 수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의 이름을 뭘로 할 생각이냐?”
“객자수표요. 여행을 다니는 객인들을 위해 손에 가지고 다니는 표라는 뜻이죠. 하지만 이 수표가 돈으로 환전이 가능하다는 점만 다르죠. 일종의 보관증입니다.”
내가 발행하려는 것은 교자지만, 화폐 유통은 나라에서 하는 것이니 교자나 화폐라는 이름으로 발행할 수는 없다.
그래서 돈과 관련된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세우는 명분은 ‘보관증’이다. 돈을 맡긴 사람이 얼마를 맡겼는지 증명하는 보관증이라는 것이 내가 내세우는 명분이다.
“흠, 도안은 아주 잘 나왔네요. 멋져요.”
외숙부가 마련한 도안 몇 가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도안을 선택한다.
산과 강을 배경으로 여행자 그림이 그려진 그림이 있고, 주변에 문양이 장식된 그림.
그리고 숫자를 찍을 도안들도 만들어졌다. 각기 따로 만들어진 도안들.
“이 그림으로 깎아달라고 하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규격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고요.”
“알았다. 당장 시작하도록 하마.”
“소영이는 내가 준비하라는 색먹하고 종이를 준비했고?”
“응, 오빠. 특수한 재료들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전부 준비했어. 그리고 시험도 다 끝냈어. 인쇄도 해보고, 효과도 확인했어. 그런데 이런 걸로 정말 위조방지를 할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위조방지를 만들 수 있지. 수고했다.”
설백상단은 객자수표 발행에 필요한 모든 것의 준비를 마쳤다.
내가 백정학관에서 졸업할 때까지 개봉에 있는 부모님과 설백상단은 부지런히 신사업을 준비했다.
특히 신사업의 핵심인 객자수표를 위해서 설백상단 부녀가 꽤 힘을 썼다.
이틀 뒤에 가져온 객자수표 원판.
도장을 새기는 장인과 대장간 야장이 힘을 합쳐서 만든 원판이다.
객자수표 원판이 만들어졌기에 설백상단과 현무문의 가족만 모인 자리에서 객자수표 제작법을 보여준다.
“자, 시제품 만드는 법을 보여드릴게요. 외숙부와 아버지께서 이 수표를 만들고 관리하셔야 해요. 먼저 수표용지 만드는 법입니다.”
세 장의 얇은 면지에 아교를 섞은 접착제를 발라서 붙인다.
세 장의 얇은 면지가 붙으니 하나의 종이 같다.
“이 수표용지는 세 장의 면지를 이용해서 만든 건데, 가운데 면지에는 붉은색 주사먹으로 현무문 문양과 객자수표라는 글씨가 들어가 있어요. 그냥 보기에는 흰색 종이로 보이지만 이렇게 빛에 대고 보면 감추어진 문양하고 글씨가 보여요.”
내가 시범을 보이면서 은화를 보는 법을 설명하자 다들 수표용지를 빛에 대고 확인하더니 놀람 가득한 눈빛을 한다.
“오오, 정말 그렇구나. 이렇게 바닥에 내려놓고 볼 때는 약간 붉은 기운만 있는 빈 면으로 보이는데, 빛이 있는 방향으로 놓고 보니 선명하게 붉은색 문양과 글씨가 보이는구나. 참으로 신기하구나.”
아버지는 감추어진 은화가 나타나자 신기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
“정말이네. 오빠 말대로야. 내려놓고 보면 평범한 면 같은데, 빛에 비추니 선명하게 문양하고 글씨가 보여. 신기하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은화라는 기법이야. 감추어진 그림이라는 뜻이지. 세 장의 종이가 얇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가운데 종이에 진하게 인쇄된 붉은색 문양에 빛이 통과되면서 보이게 되는 거야. 이것만 가지고도 위조지폐와 아닌 것의 구분이 가능할 거야. 왜냐하면 이 수표용지는 우리만 제작 가능한 거니까.”
“맞아. 이 수표용지는 우리만 제작 가능해. 이 면지도 색먹도 우리만 가지고 있는 특수한 재료들이니까. 하지만 이걸 이렇게 쓸 줄은 몰랐어.”
재료를 준비한 설소영은 손뼉을 치면서 기뻐한다.
“나무로 만든 종이라 아니라 옷감에 사용하는 면으로 만든 면지라 질기고 튼튼해요. 더구나 삼중으로 된 면지를 아교풀로 접착한 거라 튼튼하죠.”
“이런 수표용지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놀랍구나. 상단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것을 경험했지만 이런 수표용지는 처음 보는 것이다.”
설중학 외숙부는 은화가 감추어진 수표용지에 신기함을 느끼는 것 같다.
“자, 이제 여기에 인쇄를 하는 데 원판을 조합해서 압축방식으로 하게 될 겁니다. 하나의 원판에 글씨와 그림이 새겨진 목판 방식과는 다르죠.”
수표원판 틀에 배경그림과 금액 등을 조합해 인쇄용 활판을 만든 다음에 특수 색먹을 바르고 판을 눌러 찍어낸다.
“금속을 깎아서 만든 원판이라 수백만 장이라도 인쇄할 수 있고, 정교하게 인쇄됩니다. 틀판 조합을 통해서 다양한 금액을 찍어낼 수 있고요. 그리고 이 인쇄의 특징 중 하나는 특수 안료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여기 사용한 이 색먹에는 야광재가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 어둠 속에서도 보이죠. 이것 역시 위조지폐 분별용입니다.”
“야광재가 포함된 먹이라고?”
어머니는 야광재가 포함된 먹이라 하니 잘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자, 여기 주머니에 이 수표를 넣고 빛이 없는 어두운 주머니 안에서 한번 보도록 하세요.”
내가 큰 주머니에 객자수표를 넣고 보라고 하자 어머니가 주머니에 얼굴을 넣고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쳐든다.
“이게 뭐냐? 캄캄한 주머니 안에서 글씨가 보이다니.”
“야광재를 섞어서 만든 안료를 써서 그래요. 야광재와 색먹에 아교를 섞어서 만든 특수 색먹이에요. 글씨가 빛이 나는 것도 위조방지기술의 하나죠.”
“놀랍구나. 이런 식으로 만든 객자수표라면 누구도 위조할 수 없겠구나.”
“그렇죠. 애초 재료부터가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요.”
그 외 위조방지기술들을 설명한다.
“세 번째 위조방지기술은 요철선입니다. 가운데 면지는 일부 영역이 세 겹으로 제작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은화 주변을 손으로 만져보면 다른 부분과 달리 볼록 튀어나온 줄이 느껴질 겁니다. 눈으로 보면 잘 모르겠지만 손으로 만지면 느껴지죠.”
“오, 정말이구나. 은화 옆 부분이 볼록 튀어나온 것이 느껴진다.”
“볼록 튀어나온 것 역시 수표용지에서 구현된 것이라 일반 종이로는 구현할 수 없는 위조 방지기술입니다.”
“네 번째 위조방지기술은 금액이 적힌 숫자가 단순한 목판이 아니라 문양의 형태로 만든 것이라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이들 객자수표에는 각기 다른 일련번호가 새겨진다는 겁니다. 이건 도장을 이용해서 찍게 될 겁니다.”
“실로 대단하구나. 이런 형태의 수표라면 누구도 위조가 불가능할 것 같다.”
“오빠, 정말 대단해. 어떻게 이런 위조방지기술을 생각해 낸 건야? 오빠는 천재 같아.”
설소영은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천재라서가 아니라 남과 다른 지식을 갖고 있어서지.’
“다섯 개 지부에는 금액별 견본을 비치할 겁니다. 진짜 견본을 통해서 처음 근무하는 종업원이라 하더라도 손님이 가져온 객자수표가 진본인지 위조인지 확인이 가능하죠. 그리고 손님과 거래된 내역은 꼼꼼하게 일련번호를 기록해서 장부에 기록할 것이라 나중에 거래내역 대조도 가능하고요.”
“대단하구나. 생각도 못 했던 방식의 수표구나.”
“서안에서 백 냥 객자수표를 발행해서 가지고 온 손님이 이곳 개봉에 도착해서 백 냥의 은자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종이 한 장으로 은자 백 냥을 대체할 수 있죠. 특히 산적 등에게 도둑맞았다 하더라도 미리 신고만 하면 거래내역을 통해서 본인 것인지 산적에게 도둑맞은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죠.”
“하하, 이 정도라면 그야말로 혁신 중의 혁신이라 할 수 있구나. 장담할 수 있다. 객자수표를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행 수수료는 일 할입니다.”
“충분히 가능한 수수료다. 표국에 의뢰하는 비용은 더 비싸니까. 무엇보다 편리하지 않느냐.”
외숙부는 객자수표 실물을 보더니 시종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감이 넘치는 눈빛을 짓는다.
처음에는 손님들의 돈을 송금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 하던 외숙부는 객자수표 실물을 확인하더니 의심하던 부분이 쏙 빠지고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연신 칭찬을 늘어놓는다.
“자, 그럼 객자수표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일련번호를 적어서 유통할 준비를 하세요.”
“알았다. 이 일은 내가 처남과 함께 진행하겠다.”
현무전장의 개업과 객자수표의 유통은 아버지와 외숙부가 맡기로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머니의 기성복 사업.
“어머니의 기성복 준비는 다 된 건가요?”
“그래. 일단 준비는 다 해놓았다. 하지만 이 옷을 정말로 사람들이 살지는 모르겠구나.”
“옷을 보여주세요.”
“따라 오거라.”
어머니는 현무포목점의 창고 중 하나로 사람들을 데려가더니 창고 문을 열고 안의 물건을 보여준다.
– 끼이익─
창고 문을 열자 옷을 걸치고 있는 인형들이 가장 먼저 보인다.
“무비 네가 말한 대로 사람 모양의 목각인형을 만든 후에 옷을 입혀보았다. 확실히 사람이 입은 것처럼 보이더구나.”
“오호, 이 옷이 누님이 만든 옷인 거요?”
“그래. 내가 만들었지.”
“역시 누님의 솜씨는 최고요. 이렇게 멋진 옷을 만들다니.”
“잘 만드셨어요. 이 인형하고 옷을 점포에 전시하면 사람들이 옷을 살 거예요.”
“정말 살까?”
“그럼요. 옷을 만드는 시간이 단축되는데요.”
창고에는 몇 달 동안 제작한 옷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어머니는 너무 많은 옷을 만들어서 안 팔리면 어떡하나 걱정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옷을 만들 며칠의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니까.’
이제 모든 준비는 갖추어졌다. 양가 사람들이 몇 달에 걸쳐 준비한 것들이 갖추어졌으니 신사업을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