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23
23화. 현월7검(1)
백정학관의 입학 시기는 두 달 뒤다. 각지에서 인재들이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청해성처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낙양까지 오려면 한 두 달은 걸린다. 그 점을 감안하여 입학 시기를 잡은 것이다. 낙양과 가까운 나로서는 그 시간만큼 준비를 더 할 수 있다.
떠나기 전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긴다. 학관 운영은 반 년이라고 했다. 그러니 반 년 동안 사용할 물건을 챙겨야 하는 것이다.
부모님은 준비물을 챙기는 나를 부르더니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주면서 다른 물건도 꺼냈다.
어머니는 보석함을 꺼내더니 안에서 물건을 꺼냈다. 내 배꼽과 배냇머리, 은장도 등이 들어있는 보석함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가장 소중하게 관리하는 보석함이다.
“이건?”
어머니는 보석함의 물건을 한 번도 꺼내서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런 어머니가 처음으로 보석함의 물건을 내게 보여준 것이다.
“이 어미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반지다. 이제 무비가 손에 끼고 다니도록 해라.”
“이 반지가 무슨 반지인데요?”
“설가묵환이라고 우리 설가장의 신물이다.”
“설가장의 신물이요?”
평범한 철반지로 생각했는데, 신물이라니.
“지금은 몰락했지만 한 때 개봉에서 가장 강했던 두 문파는 어미의 친정인 설가장하고, 이곳 현무문이란다.”
“네, 알고 있지요.”
현무문은 한 때 개봉일패라 불릴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제1차혈겁’ 때 현무문 문주를 비롯한 간부들이 죽으면서 독문무공 일부가 유실되었다. 그 여파로 급격하게 쇠락하다가, 무공을 할 수 없는 체질로 태어난 아버지로 인해 완전히 최하위 문파로 밀려났다. 그것이 아버지에게는 한이 되었고, 슬픔이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친정인 설가장 역시 과거에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으나, ‘제1차혈겁’ 때 가문의 고수들이 대부분 사망하면서 무공이 단절되었고, 무가로서 존재감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 이후 설가장은 무림 문파가 아닌 상인 가문으로 바꾸어 생존을 모색했다.
그나마 현무문은 무공서라도 전수되었기에 무가로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설가장은 그것조차 전수되지 않고 모두 유실되었기에 무가로서 명맥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설가묵환은 설가장이 무가로 전성기 때 가주들에게 전승되던 반지란다. 이제는 무가로서 명맥이 끊어지면서 더 이상 가주들에게 전승될 이유가 사라졌고, 아버지께서 내게 선물로 주셨지.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설씨 집안의 물건이 이것밖에 없구나.”
“알겠습니다.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니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설가장도 좀 돌봐주도록 하거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자라서 알게 된 이야기인데, 어머니가 다른 문파의 혼담을 거절하고 아버지를 선택한 이유는 설가장과 현무문이 ‘제1차혈겁’ 때 협을 실행하다가 쇠락한 문파였기 때문이다.
≫ 「설가장과 현무문이 목숨을 바쳐서 개봉을 지켜냈지만, 그들은 뒤에서 이익만 챙겼단다. 그들은 설가장과 현무문에 어떤 감사도 표하지 않았고, 재건을 도와주지 않았지. 오히려 두 가문의 몰락을 기회로 삼았지. 두 가문의 희생으로 얻은 기회를 이용해 개봉의 장악에만 몰두했어.
내가 무공을 못 하는 아버지를 선택한 이유는 아버지의 인품이 훌륭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설가장과 함께 협을 실행한 문파의 후손이기 때문이란다.」
어머니는 개봉의 다룬 문파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기회주의자에 협잡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른 문파 사람들이 아버지를 비하할 때 어머니가 두 손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했던 이유가 이해된다. 실력이 훌륭해서 큰 문파들이 아니라 두 가문의 희생을 이용해서 성장한 주제에, 두 가문을 무시한 것이 분했던 것이다. 부모님은 내게 희망을 걸고 그 모진 세월을 참아내신 것이다.
≫ 「나중에 무비가 큰 힘을 얻었을 때도, 저들을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 저들은 무비 너의 도움을 이용해 너를 짓밟으려 할 것이다. 그러니 항상 저들을 조심하거라.」
어머니는 내게 개봉 문파들을 조심하라고 가르쳤다. 어머니의 당부가 아니라도 나는 원래 누군가를 믿는 사람이 아니지만, 어머니에게 두 가문의 역사를 듣고 나니 개봉 문파들이 싸가지 없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이건, 이제 무비 네가 보관하고 있도록 해라. 무비 네가 결혼한다면 네 아이에게 물려줄 책이다.”
아버지도 물건을 하나 줬다. 한 권의 책이었다.
─ 현월7검!
현무문의 최고 무공이 적힌 무공서다.
아버지는 책을 건네면서 내게 한 마디를 추가했다.
“내가 너에게 가르친 것은 현월7검의 전4식 뿐이다. 그 이유는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읽은 것이 전4식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현월7검이라는 이름대로 7초식이 들어있는 책이다.”
“네? 7초식이 들어있다고요?”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책을 펼쳐보았다.
“아무리 봐도 4초식만 있는데요?”
“그래. 적힌 것은 4초식이지.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제목대로 현월7검이 모두 적혀 있는 책이다.”
“나머지 3초식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그걸 안 알려주시고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내가 10살 때 혈겁이 벌어졌고,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무공서에 있는 비밀을 알려주지 못 한 것이다. 후3식에 관한 비밀은 문주들이 무공서를 넘겨주면서 알려주는 것인데, 아버지는 내게 정식으로 무공서를 넘겨주기 전에 돌아가신 것이다. 그러니 남은 후3식의 비밀을 찾아내는 것은 무비 네가 풀어야 할 숙제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말씀도 명심하겠습니다.”
“무비가 처음으로 개봉을 떠나는 것이고, 첫 강호출도라 이 어미는 걱정이 많단다. 입신양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안위부터 챙기도록 하거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자기 안위 챙기는 거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사람이 저라고요.
“그래, 이 어미는 내 아들을 믿는단다.”
어머니는 설가묵환을 내 손에 끼워주면서 내 손을 꼭 잡았다.
나이가 들었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아름다운 분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은 언제나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어머니! 걱정마세요. 저는 어머니의 아들, 효자 무비라고요.’
나는 속으로 어머니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두 분에게 받은 선물을 가지고 내 방으로 돌아와서 두 개의 물건을 차분하게 살펴본다.
설가묵환은 까만색이었다. 일반적인 철과는 달라 보였다.
‘일반적인 철은 아닌 것 같단 말이야. 일반 철보다 몇 배는 무거워. 그리고 색깔도 까맣고. 일반 철은 이렇게 까맣지가 않지.’
반지는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설’이라는 글자 하나만 새겨져 있는 단순한 모양이었다. ‘설’씨임을 나타내는 성을 새긴 것으로 보인다.
설가묵환을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재질이 특이하다는 점 외는 별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냥 설씨를 나타내는 반지인가 보네.”
더 이상 반지를 볼 필요가 없었다.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현월7검’ 책.
차례대로 확인했지만 전4식만 적혀 있었다. 책이 뜯겨나간 흔적도 없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전4식이 끝이었다. 다만 아버지가 가르쳐준 초식 구결 외에 한 문장이 더 적혀 있었다.
【현월을 보고 달의 전부라 생각하지 말라. 현월 속에 회월과 만월이 있고, 만월 속에 현월과 회월이 있느니라. 월야가 없는 밤이면 감추어진 회월을 보게 되리라.】
전4식 초식 끝에 적혀있는 마지막 문장은 무공 초식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그냥 쓸 데 없이 써있는 문장은 아닐 텐데. 현월7검의 묘리인가?”
물 위로 솟은 빙산의 일부를 보고 빙산의 전부라 생각하지 말라는 교훈과 비슷한 문장. 이 문장을 왜 적어둔 걸까?
“아버지 말대로 후3식이 이 책에 있다면 어떻게 적어두었을까?”
제일 먼저 생각한 방법이 눈에 안 보이는 표기법이다.
“각필이나 특수 약물을 이용한 표기가 있을 수 있지.”
각필은 먹으로 쓴 글이 아니라 점자처럼 종이에 압력을 이용해 새긴 글씨를 말한다. 각필을 사용하는 곳은 주로 사찰이다. 불경에 먹으로 주석을 달면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에 각필을 이용해 본문 옆에 주석을 다는 용도로 사용한다.
‘현월7검’을 이리저리 꼼꼼하게 살펴봤지만 각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특수 약물. 추리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기법이다. 불에 닿거나 특수 약품에 닿으면 글씨가 나타나는 방법. 촛불을 이용해 책에 열을 가했지만 나타나는 변화는 없다.
결국에는 마지막 단서라 생각하는 마지막 문장에 집중한다.
“무공초식과 관련 없는 마지막 이 문장. 이 문장이 가장 뒷부분에 아무 이유 없이 들어갈 리가 없어. 분명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적어둔 문장일 거야.”
문장을 수십 번을 되새기면서 그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뭔가 어렴풋하게 문장의 의미가 이해되려고 한다.
“현월을 보고 달의 전부라 생각하지 말라. 이 말은 현월7검 초식을 보고 현월7검의 전부라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해석된단 말이야. 즉 먹으로 적혀 있는 전4식이 현월7검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로 이해된다 이거지.”
그렇다면 그 다음 문장은 무슨 뜻이지?
“현월 속에 회월과 만월이 있고, 만월 속에 현월과 회월이 있느니라. 초승달인 현월을 시작하는 달로 보면 현월은 전4식을 가리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어. 그렇다면 그믐달인 회월은 후3식을 뜻하는 말일 수 있고. 그러므로 현월 속에 후3식이 있고, 결국에는 현월7식이 모두 들어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지.”
수십 번을 곱씹으면서 해석한 결과 앞의 두 문장의 의미가 그럴 듯하게 해석이 된다.
“하지만, 이 두 문장은 분명 다른 사람들도 해석을 했을 거야. 아버지도 해석을 했을 거고. 그래서 이 책 안에 후3식이 있다고 말씀하신 거고. 문제는 어떻게 감추어진 것이냐 이건데. 문장 속에 문장을 감추는 방법이라.”
그런 방법이 있다. 문장 속에 문장을 감추는 방법. 바로 살수들이 사용하는 그들만의 암호문 표기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삽입법 같은 것 말이야. 이 방법이 문장 속에 문장을 감추는 방법이지.”
삽입법은 암호화 기법 중 하나다. 특정 표의 빈 칸에 정보를 적고 나머지 글은 의미 없는 글씨로 채우는 기법. 따라서 암호를 해독하려면 처음 정보를 적을 때 사용한 표가 있어야 해독이 가능하다.
외형적으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으니 본문 안에 뭔가를 감추었을 수도 있다. 만약 이 책이 삽입법을 이용한 것이라면?
“만약 삽입법이라고 한다면 표가 있어야 하잖아. 표 없이 해독은 불가능한 거고. 가만, 아닌가? 무공서와 삽입법표를 같이 전수한다면 삽입법을 사용할 이유가 없지. 바로 해독이 되니까. 그러니까 표가 없어도 해독이 되게 암호화 했을 거야.”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전대 문주가 책을 넘길 때 같이 비밀을 알려준다고. 따라서 표 같은 도구를 넘겨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책과 함께 표도 받았겠지.
어쨌든 마지막으로 남은 가능성은 책 자체에 암호문이 들어있을 가능성이다.
“가만 삽입법 표? 삽입법 표라는 것이 필요한 글자 외에는 다 빼고 해석하는 기법이잖아. 뺀다고? 마지막 문장이 그 이야기인가?”
삽입법을 떠올리자 나는 마지막 문장의 의미가 새롭게 해석되기 시작했다.
“월야가 없는 밤이면 감추어진 회월을 보게 되리라. 이 문장이 열쇠야. 월야가 없는 밤이 뭐지? 만약 월야가 없는 밤이 삽입법의 표를 대신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표를 대신할 수 있는 문장이 될 거란 말이야.”
드디어 뭔가 단서를 찾은 것 같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