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173
긴장하지 마세요~ 영감님~ 잠깐 따끔할 뿐이에요
“더럽게 힘드네.”
만신창이.
지금 나의 몸 상태가 딱 그랬다.
시어러가 부상으로 아웃 되고 내가 그 자리를 지키면서 EPL 원톱 자리가 얼마나 힘든 곳인지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주로 왼쪽이나 처진 위치에서 자유롭게 움직였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와 빡세게 몸싸움할 일이 없었다.
시어러가 없어지자 팀을 위해 최전방에서 등딱을 해줄 공격수가 나밖에 없었다.
“김건. 오늘 정말 괜찮을까?”
경기 전에 클롬 감독이 나를 따로 불렀다.
우리는 퍼기슨 감독을 엿 먹이기 위해 오늘 특별한 작전을 준비했다.
“이제 와서 돌릴 수도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퍼기슨 감독이 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껌 씹는 모습을 상상해봐요. 얼마나 통쾌해요?”
“나 그분을 존경한단 말이야. 그리고 좀 무서워.”
“덩치는 산만한 사람이 뭐가 무서워요. 쯧쯧.”
나는 발터에게 가서 녀석의 멘탈을 챙겼다.
이제 21살이 된 녀석은 역시나 바짝 쫄아 있었다.
“얌마! 어깨 펴고! 당당하게 움직여.”
“건… 선배. 나 진짜 너무 떨려요. 올드 트레포드에서 내가 감히…”
“니가 뭐 어때서? 21살에 EPL 1군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몇이나 될 것 같아? 너와 프랑크는 이미 일류 선수야. 앞으로 독일 대표팀에서도 기둥이 될 선수라구. 그러니까 꼴사납게 굴지 마.”
“충고 고마워요. 선배.”
“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그냥 감독님이 시킨 거 딱 하나만 해내면 돼.”
“알겠어요.”
“가자! 퍼기슨 영감 엿 먹이러!”
나는 선수들을 선동하며 피치로 나섰다.
통로에서 입장을 기다리는데 주장 완장을 찬 로이 퀸이 나를 티껍게 꼴아보았다.
내 팔에 달린 주장 완장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아일랜드 아재요~ 나한테 뭐 불만 있어요?”
“너희 팀 고참 선수들은 벨도 없는 모양이지? 너처럼 어린애한테 주장을 맡기다니. 쯧쯧.”
“뭔 개소리야!? 김건은 우리가 인정하는 진짜 리더야.”
같은 아일랜드인 기번 골키퍼가 나섰다.
“이 새끼가 뭘 잘못 먹었나? 선배한테 어디서 눈 똑바로 뜨고.”
“선배? EPL에 그런 게 어딨어? 오늘 우리한테 개망신 당할 걱정이나 하셔.”
“이 새끼가 돌았나. 진짜.”
기번과 로이 퀸은 같은 아일랜드 국가대표팀 출신이었다.
나이가 한참 어린 기번은 아일랜드 억양을 쓰며 선배 로이 퀸과 으르렁거렸다.
“기번 선배. 그냥 놔둬요. 어차피 90분 후에는 피치에서 울고 있을 테니까.”
“그런가? 하하하.”
기번과 뉴캐슬 선배들이 밝게 웃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맨유의 붉은 유니폼만 봐도 괜히 기가 죽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정신적으로 더 이상 맨유에게 밀리지 않았다.
“퍼기슨 영감이 곧 놀라 자빠질 겁니다. 후후.”
오늘 우리는 전술의 신에게 빅엿을 먹일 작정이다.
[맨유와 뉴캐슬의 시즌 21R 경기가 시작됩니다. 뉴캐슬은 오랜만에 센터백 브램발이 출전했네요. 이번 시즌 독일 마인츠에서 이적한 발터와 프랑크 때문에 거의 출전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어. 잠깐만요. 발터와 프랑크가 그대로 출전하는데요.] [어떻게 된 거죠? 설마. 클롬 감독. 오늘 맨유를 상대로 스리백을 쓰나요?] [아! 아닙니다! 저걸 보세요. 발터 슈미트 선수가 최전방에 서 있습니다.] [그렇군요. 클롬 감독. 센터백 발터를 원톱으로 두는 초강수를 뒀습니다.]우리는 발터를 원톱 스트라이커로 세웠다.
일주일 동안 계속 페널티 박스 앞에 등딱으로 서서 날아오는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는 것만 집중훈련 했다.
“크크크. 어떻습니까? 영감님?”
슬쩍 퍼기슨 감독을 살폈다.
그는 애써 무표정했지만 껌을 쫙쫙 씹으며 코치에서 뭔가 가져오라고 시켰다.
보나 마나 전술표를 확인하고 빨리 계획을 수정하려는 거다.
삐이이익- !!
네빈 형제와 리우 퍼디난 그리고 로이 퀸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이놈들. 역시 나를 노리고 있었구나.”
클롬 감독과 나는 맨유와 경기 전에 이걸 예상했다.
원톱을 맡으며 나는 수많은 공중볼 경합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부상 위험에 노출되었다.
상대 센터백과 90분 내내 살을 부비고 뼈를 부딪쳐야 했다.
상대 수비수가 나쁜 마음을 먹고 점프 경합 중에 팔꿈치를 휘두르거나 일부러 덮치며 쓰러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퍼기슨 감독이 그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경기가 격렬해지면 선수들이 알아서 나에게 [복수]를 할 위험이 컸다.
나는 맨유 선수들이 가장 미워하는 선수니까.
[맨유 수비진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포메이션을 급히 수정하는 모양이네요.]퍼기슨 감독은 역시나 나의 원톱을 봉쇄할 맞춤 전술을 준비했다.
허나 내가 2선에서 어슬렁거리자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맨유 수비진은 나를 마크해야 할지 발터를 마크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우리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솔다노! 오른쪽 사이드에서 얼리크로스를 날립니다! 공격수 발터! 퍼디난과 공중볼 경합!! 머리에 맞춥니다!]“김건을 막아!”
나는 발터가 떨군 볼을 받아 그의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며 중거리 슛을 때렸다.
파아아아아앙- !!
[골포스트 상단을 맞고 튕겨 나옵니다! 김건! 초강력 슈팅!]나의 슛을 맞은 골대가 휘청거렸다.
맨유 팬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처음부터 말렸다는 불길한 예감이 올드 트레포드에 퍼져나갔다.
우리는 그동안의 공격 패턴을 버리고 좌우에서 계속 크로스만 올렸다.
발터가 헤딩으로 떨군 세컨 볼을 나와 벨리미가 받아서 마무리하는 패턴이었다.
[맨유 센터백 둘이 발터 하나를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단합니다!]발터를 올린 이유 중 하나는 키다.
퍼디난과 실버스트리는 EPL에서도 탑 클래스 수비수지만 발터는 이들보다 키가 더 컸다.
덩치도 더 커서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발터가 발기술은 딸렸지만 오직 머리로 떨구는 것만 전념하면 충분히 해볼만 했다.
“젠장 할! 독일 떡대 놈이!”
삐이이익- !!
실버스트리는 성질이 나서 몸으로 밀치다가 카드를 받았다.
[맨유 실버스트리! 최악의 실수를 저지릅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위치에서 반칙을 저질렀습니다.] [그렇습니다. 골대 앞 25미터 약간 오른쪽 지점이거든요. 이 위치는 김건 선수의 핫 존입니다.]나는 천천히 프리킥을 준비했다.
맨유 선수들은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아직 0대0이었지만 심적으로 쫓기는 건 맨유였다.
이상한 일이다.
연승기록에 부담을 가져야 하는 건 뉴캐슬이었는데 우리 중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게 변두리 팀의 장점이지.”
뉴캐슬 고참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아님 말고.’ 정신이 장착되어 있었다.
클롬 감독은 그 근성을 적절하게 잘 건드리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이제 더 이상 맨유를 너무 의식해서 시즌을 망치는 일은 없다.
“후우우우~”
심호흡을 한번 하고 슬쩍 고개를 돌려 퍼기슨 감독을 살폈다.
그가 껌 씹는 속도가 2배 증가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영감님~ 잠깐 따끔할 뿐이에요.”
천천히 다가가 볼의 상단 1/3지점을 때렸다.
엄지와 검지만을 이용해 콕 찍어 차는 게 포인트다.
피이이이이잉- !!
곱게 앞으로 회전이 걸린 볼이 수비벽을 살짝 넘어가 뚝 떨어졌다.
그다음 드라이브가 걸리며 앞으로 빠르게 튀었다.
미국인 하워드 골키퍼가 다이빙 했지만 예상 못 한 속도에 타이밍을 놓쳤다.
처어어얼- 썩- !!
[맨유 0 대 1 뉴캐슬]나는 뉴캐슬 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가 오버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퍼기슨 영감을 골려 먹으려는 의도였다.
[퍼기슨 감독. 선수 교체합니다. 신예 라이트윙 크리스티앙 호날드가 투입되네요.]퍼기슨이 평소보다 빠르게 승부를 걸어왔다.
호날드는 투입되자마자 미친 듯이 드리블을 치며 오른쪽 사이드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 새끼야! 빨리 크로스 올리라구! 그 젖 같은 발장난 좀 그만하구!”
호날드가 흥이 나면 날수록 판니의 짜증도 폭발했다.
“쯧. 쯧. 팀 잘 돌아간다~ 둘 중 하나는 빨리 버려야겠네. 영감님은 과연 누굴 버릴까?”
판니의 짜증과 호날드의 이기적인 드리블은 맨유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원래 역사에서도 이번 시즌에 성적이 나빴던 건 판니와 호날드를 공존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야 고맙지.”
우리는 맨유 선수들의 불화를 틈타 더더욱 단순한 전술에 몰두했다.
발터가 떨궈준 볼을 벨리미와 나눠 먹으며 맨유 수비진을 괴롭혔다.
3번의 결정적인 찬스가 있었는데 하워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 새끼…”
로이 퀸이 씩씩대며 돌진했다.
나는 일부러 볼을 끌며 기다리다가 팬텀 드리블을 쳤다.
파앗- !! 파악!!
로이 퀸이 빠져나가는 나의 유니폼을 잡아당겼다.
나는 힘껏 팔을 휘둘러 뿌리쳤다.
그리고 페널티 박스로 돌진했다.
퍼디난이 놀란 얼굴로 덤벼들었다.
그러나.
[발터! 퍼디난의 진로를 막아버립니다! 퍼디난 팔로 밀칩니다! 아! 주심!]삐이이이익- !!
퍼디난은 신경질적으로 발터를 밀쳐 넘어트렸다.
주심은 그에게도 옐로카드를 주었다.
[김건. 이번에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냅니다.]맨유는 센터백 둘이 나란히 카드를 받았다.
나는 페널티 박스 정면 25미터 지점에서 프리킥을 준비했다.
“훗.”
이번에도 퍼기슨 영감을 살폈다.
그는 껌을 4배속으로 씹고 있었다.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잘 보세요. 영감님. 당신이 쫓아낸 베컨 형한테 배운 프리킥입니다.”
나는 볼과 직각으로 섰다.
일부러 팔을 뻗으며 베컨과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폼으로 섰다.
[서 있는 모습이 꼭 데이비드 베컨 같네요.] [하하하. 저거 분명히 100프로 의도한 걸 겁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걸까요?]“우우우우우~!!”
맨유 팬들이 야유를 쏟아냈다.
덕분에 더 집중력이 생겼다.
‘!’
순간 시야가 확장되며 눈앞이 또렷해졌다.
야유소리도 사라졌다.
처음이었다.
인플레이 상황이 아닌 정지된 상황에서 초감각의 세계가 열린 건.
잔디 위에 살포시 놓인 축구공을 보았다.
축구공의 무늬와 상표가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후우우우~~”
심호흡하고 다가가 오른발을 크게 휘둘렀다.
베컨이 차는 방식과 정반대로.
축구공의 왼쪽을 밑둥부터 시계방향으로 차올리며 마지막에 새끼발가락으로 쭉 밀어주는 감각.
회전이 제대로 먹히면 볼은 야구의 스크루 볼처럼 역회전을 먹고 바깥쪽으로 흘러간다.
“고오오오오오올~!!”
볼을 차자마자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이 정도로 회전이 잘 먹으면 야신 할아버지가 와도 못 막는다.
[맨유 0 대 2 뉴캐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