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218
이건 옛날얘기가 아니야
“아!”
드록파의 슛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언제나 힘이 넘치는 아저씨라니까.”
간담이 서늘해지는 슛이었다.
기세가 오른 첼시는 공세로 전환할 법도 한데 공격이 끝나자 다시 라인을 바짝 내렸다.
“우우우우우!”
뉴캐슬 응원단의 야유도 소용없었다.
첼시의 성은 그 정도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뉴캐슬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역습당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계속 공세를 펼쳐야 합니다.]우리는 열심히 좌우를 흔들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다.
첼시의 풀백이 워낙 강력하기도 했고 오늘따라 아우베즈와 필립의 몸이 무거웠다.
“하긴 시즌 내내 각자 두 명 몫을 해왔으니까.”
우리 시스템에서 가장 체력소모가 심한 포지션이 풀백이다.
게다가 둘을 로테이션할 후보 선수도 없었다.
[김건! 센터서클에서 볼을 받아 중앙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스루패스! 아! 버디! 볼 빼앗깁니다!]사이드가 막힌다면 중앙을 공략하기로 했다.
허나 중앙도 쉽지 않았다.
제이미 버디의 라인 브레이킹 능력이 첼시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버디는 마케렐라에게 걸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
버디가 날카로운 단도라면 마케렐라는 코뿔소였다.
짧은 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첼시! 전년도 챔피언을 상대로 완벽한 수비를 보여줍니다!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아요!]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그럴수록 급해지는 건 뉴캐슬이었다.
나의 마음도 점점 조급해졌다.
“건! 라인이 벌어졌어! 간격! 간격 유지해!”
전반전 45분이 종료되고 추가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클롬이 다급하게 외쳤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이 어느새 벌어져 있었다.
[골은 빨리 넣어야 하는데 역습은 무서운]우리의 심리상태가 만들어낸 진영이었다.
첼시에는 그 공간을 정말 좋아하는 스나이퍼가 있었다.
[프랭크 랜퍼드!! 페널티 박스 앞에서 중거리슈우우우우웃- !! 골! 골입니다!!] [첼시! 리그 우승에 성큼 다가섭니다!] [뉴캐슬 0 대 1 첼시]또 랜퍼드에게 당했다.
그는 먼 거리에서 과감하게 슛을 성공시켰다.
그가 푸른 깃발이 휘날리는 응원단으로 달려가 호쾌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결코 랜퍼드에게 그 공간을 허용해서는 안 됐다.
삑! 삑! 삐이이익- !
전반전이 종료되었다.
라커룸으로 돌아가는데 뉴캐슬 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첼시의 단단한 수비력에 질려 버렸고 뉴캐슬의 역전 우승 가능성을 의심했다.
우리처럼.
“다들 고개 들어. 너희들은 아직 챔피언이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왕관을 넘겨줄 때까지는 우리가 왕이야. 절대 고개 떨구지 마. 너희들은 그럴 자격이 있어.”
클롬은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를 다그치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해 왔는지 아니까.
나는 그와 밖으로 나가 대책을 논의했다.
시어러도 동행했다.
“선배. 바로 나오실 수 있죠?”
“당연하지. 난 언제나 스탠 바이라구.”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나는 클롬에게 후반전 전술 변화를 제안했다.
우리가 짜놓은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 좋아. 그렇게라도 해보자. 힘들겠지만 부탁한다. 너희 둘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어.”
클롬이 시어러와 나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런 사람이 진짜 리더다.
극한 상황에서도 부하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타당하면 바로 적용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떠맡는 사람.
“맡겨두세요. 45분 후. 우린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을 겁니다.”
이 남자를 위해서라도 이기고 싶었다.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나는 시어러와 나란히 통로를 걸어서 피치로 돌아갔다.
“기분이 어때요?”
“뭘 어때? 평소와 똑같지. 내가 지금까지 볼 차면서 어떤 일들을 겪어왔는지 알아? 이딴 건 위기도 아니야. 97년도에는 내가 후반전 9분을 남기고 3골을 연달아 집어넣어 해트트릭으로 경기를 뒤집어서…”
“아이구! 됐어요! 아재요! 이런 때에 꼭 옛날얘기를 해야겠어요?”
“이건 옛날얘기가 아니야. 전설이지.”
시어러가 씩 웃었다.
그 모습이 마치 평생 지옥의 전쟁터에서 싸우며 살아남은 사자왕 같았다.
그의 태도가 뉴캐슬의 어린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뉴캐슬은 후반전 45분 동안 반드시 첼시보다 많은 골을 넣어야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뉴캐슬 응원단도 조용합니다. 전반전의 기세가 꺾였어요.]정말 그랬다.
뉴캐슬 팬들은 우리의 승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하지.
뉴캐슬의 역사는 패배와 아쉬움의 역사였으니까.
지난 시즌 극적으로 챔피언이 되었지만 아직 승리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언제든 예전 그 자리로 떨어질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습관적인 패배의식.
그러나 한 남자의 등장이 그 공기를 깨트렸다.
“우와아아아아아!!”
“시어러! 시어러! 시어러!”
시어러가 후반전에 교체투입 되자 뉴캐슬 응원단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것이 슈퍼스타의 힘이다.
[뉴캐슬. 시어러가 들어오고 버디가 나갑니다. 아. 그리고 센터백 안토니오가 들어오네요. 그렇다면 스리백으로 전환하나요? 아… 이건… 뭐죠.]필립 롬이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해 센터백 안토니오와 발터 사이에 섰다.
그 앞에는 마스체라도가 있었다.
스리백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변형 시스템에 첼시 벤치가 술렁거렸다.
도대체 우리가 뭘 노리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승부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건! 필립이 뛰던 왼쪽에서 움직입니다. 간만에 레프트백 복귀인가요? 아! 아닌가요!?]나는 일단 필립이 비운 왼쪽 후방에 섰다.
그러다 우리가 볼을 탈취하면 오른쪽 대각선으로 뛰어 올라갔다.
우리는 첼시처럼 역습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잡았다.
[아우베즈 다시 오버래핑! 첼시의 포위망에 걸려듭니다! 하지만! 아! 옆으로 패스! 김건 볼 잡습니다!]나는 대각선을 가로질러 아우베즈의 오버래핑을 지원했다.
중앙에 생긴 틈으로 모드라치와 밀러가 파고들었다.
나는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공격 방향을 틀었다.
[돌파! 첼시의 최종 수비라인을 돌파했습니다! 밀러! 슈우우우웃! 아! 어이없이 빗나갑니다!]“괜찮아. 좋은 시도였어. 고개 들어.”
나는 홈런볼을 차고 자책하는 밀러를 위로했다.
첼시 선수들이 처음으로 당황했다.
그들의 완벽한 수비 시스템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둑의 묘수와 비슷했다.
사이드에서 외통수에 걸렸을 때 내가 적절한 위치에서 볼을 받아주며 숨통을 틔웠다.
내가 비운 왼쪽은 안토니오가 메꾸었다.
[후반전이 되면서 뉴캐슬의 경기력이 점점 살아납니다.]필립은 사이드에서 많이 뛰는 대신 중앙에 버티고 있다가 역습이 들어오면 앞으로 튀어 나가 볼을 빼앗았다.
[필립! 랜퍼드에게서 볼을 빼앗습니다! 그대로 전진 패스!]필립이 나오는 걸 보고 나는 랜퍼드가 비운 공간으로 올라갔다.
그가 반드시 빼앗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필립의 패스가 내 오른발에 정확하게 도착했다.
오른쪽에서 아우베즈가 바람처럼 오버래핑했다.
첼시 수비진이 오른쪽으로 쏠리는 순간.
나는 방향을 90도로 틀며 왼쪽 사이드로 볼을 날렸다.
그곳에 시어러가 있었다.
뻐어어어어어엉- !!
시어러는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짐 테리를 앞에 두고 슛을 때렸다.
체흐 골키퍼가 다이빙했지만 볼은 골대 구석 상단에 정확히 꽂혔다.
[고오오오오올~!! 시어러!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뉴캐슬을 구원합니다!] [뉴캐슬 1 대 1 첼시]이 골은 1골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시어러는 자신의 오른발로 뉴캐슬 도시 전체를 뒤집어놓았다.
팬들은 종교집회 같은 열광적인 분위기에 휩싸였고 뉴캐슬 선수들은 모든 힘을 짜내며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무리노 감독. 심각한 표정으로 피치를 바라봅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첼시의 우승이 확정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그걸 확신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공기가 심상치 않습니다.]이 분위기를 타야 했다.
머뭇거리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첼시가 주춤할 때.
무리노가 망설이고 있을 때.
그의 두터운 갑옷 속으로 날카로운 칼을 찔러넣어 숨통을 끊어놓아야 했다.
‘!’
초감각이 열렸다.
시야가 확장되며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초록 잔디가 총천연색으로 반짝였다.
나를 보는 첼시 선수들의 살기 어린 눈빛도 보였다.
다들 알고 있었다.
뉴캐슬의 반격이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삐이이이익- !!
[김건! 태클에 걸려 쓰러집니다! 뉴캐슬 선수들 주심에게 항의합니다!]나를 향한 거친 반칙이 계속되었다.
특히 직접 프리킥의 위험이 없는 지역에서는 더 노골적이었다.
내가 부상당해도 좋고 화가 나서 리듬을 잃어도 좋다는 식이었다.
게다가 시간도 끌 수 있었다.
주심이 카드를 아끼는 바람에 경기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
마케렐라의 백태클에도 주심이 카드를 주지 않자 우리 선수들이 폭발했다.
“그만둬! 시간 아까워. 저 녀석들이 저러는 건 우리에게 겁먹었기 때문이야! 곧 패배자가 되어 버스 타고 런던으로 돌아갈 녀석들이니까! 흥분하지 마!”
나는 첼시 선수들이 다 듣게 큰 소리로 떠들었다.
당연히 나의 발언에 첼시 선수들이 열을 받았다.
점점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한 첼시 선수들이 나에게 거칠게 달라붙었다.
‘!’
하지만 나는 아직 초감각이 열려있었다.
사람이 흥분하면 눈에서 먼저 의도가 드러나고 동작이 커지게 된다.
그런 자들을 제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김건! 스쿱 턴! 하며 돌아섭니다! 아! 팬텀 드리블로 둘을 제칩니다! 계속 드리블! 첼시 수비진이 허물어집니다! 오른쪽에서 골키퍼까지 제치며 슈우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김건이 대포알 슛으로 첼시의 성을 무너트립니다!] [뉴캐슬 2 대 1 첼시]나는 툰 아미가 흔드는 거대한 블랙&화이트 깃발 아래로 달려가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우리가 또 하나의 성을 점령했다는 선언이었다.
“김건! 김건! 김건! 김건!”
[뉴캐슬의 첫 번째 골이 전술에 의한 골이었다면 이번 골은 오로지 김건 개인의 능력만으로 만들어낸 골입니다. 수비의 팀 첼시로서는 굴욕입니다! 완패에요!]삑! 삑! 삐이이익- !!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우리는 첼시를 쓰러트리고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나는 초반에 뛰지 못했음에도 리그 MVP에 선정되었다.
북잉글랜드의 조용한 도시 뉴캐슬 지역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나의 예언대로 첼시는 경기장을 빠져나가 도망치듯 런던으로 돌아갔다.
인터뷰 좋아하는 무리노 감독도 이번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예의상 하는 상대 팀에 대한 축하 메시지도 없었다.
“지금 제 머릿속에는 FA컵 결승전 생각밖에 없습니다.”
리그 우승 확정 후 인터뷰에서 나는 이렇게 운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