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241
우린 축구를 하고 있잖아
“일단 만나서 정보를 교환해 보자.”
노이어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든 둘은 한배를 탄 상황이었다.
결국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
“멋진 콤비야. 후후.”
노이어와 콤파니는 결국 합방했다.
둘은 딩요의 영상을 함께 보며 그의 플레이를 철저히 해부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서로 놀라운 발견을 했다.
노이어가 분석적인 능력이 뛰어난 반면 콤파니는 눈이 좋았다.
작은 움직임이나 사소한 버릇을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났다.
둘이 힘을 합치자 딩요에 대한 연구는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하게 되었다.
“다녀올게. 여보.”
“오빠… 다치지 말고. 경기 잘하고 오세요. 함께 가면 참 좋았을 텐데…”
바르셀로나로 떠나는 날.
나는 케이코와 작별했다.
나의 아들과도.
전에 살던 도시로 원정을 떠나는 게 기분이 묘했다.
중세 유럽의 용병기사가 고향 마을을 약탈하러 가는 기분이랄까.
“김건 선수의 상태는 괜찮습니다. 다만 출전을 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상태가 괜찮은데 출전 여부를 지켜본다는 건 무슨 뜻이죠?”
클롬은 출정 전날 인터뷰에서도 연막작전을 썼다.
일부러 애매하게 한 발언 때문에 언론은 온통 나의 출전 여부에만 관심을 보였다.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바르셀로나 대 뉴캐슬]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막상 겪고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바르셀로나.
이 도시에 대한 그리움과 서운함, 애틋함 등 다양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런 내가 거리를 마음대로 걸을 수도 없는 신세라니.
나는 바르셀로나 호텔에 처박혀 있었다.
“이 짓도 진짜 할 짓이 아니네.”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 전부 대령할 테니까.”
“바르셀로나 바깥 공기가 필요해요.”
“그건 안 돼.”
나는 팀 훈련장에도 나가지 않았고 바르셀로나 시내에도 나가지 않았다.
막판까지 상대가 나의 출전 여부를 알 수 없게 만들려는 의도다.
[내일 김건이 출전하지 않는다면 뉴캐슬은 실바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티비를 켜니 스페인 방송에서 내일 경기를 예측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나의 출전 여부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이러다 진짜 병나겠어요. 내려가서 수영이나 할래요.”
“건. 거기도 보는 사람이 많은 거 알잖아. 그냥 방에 있어. 마사지사와 트레이너를 보내줄 테니까.”
“쳇. 알았어요.”
나는 결국 수영장도 포기하고 홈 트레이닝과 마사지로 답답함을 풀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출전 명단 발표. 김건 교체 선수 명단에 올라. 부상설이 사실로 드러나나?]우리의 마지막 베팅이었다.
우리는 교체 선수 1명을 희생하기로 했다.
언론에서는 내가 백프로 못 나오는 몸 상태인데 바르사에게 혼란을 주려고 교체 명단에 넣었다고 했다.
“우리야 고맙지. 뭐.”
라이카르트 바르사 감독은 경기 전날 인터뷰에서 계속되는 질문에 짜증을 냈다.
“나는 바르셀로나 감독이지 뉴캐슬 감독이 아닙니다. 김건이 출전하건 하지 않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캄 노우에서 멋진 경기를 펼칠 것이고 유럽 정상을 향해 나아갈 겁니다. 더 이상 김건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인터뷰에서 장담했듯이 라이카르트 감독은 공격적인 스쿼드로 2차전에 임했다.
[메쉬, 에토, 로나우딩요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는 그대로인데 미들진이 확 바뀌었습니다. 차비 – 데쿠 – 이니에타로 이어지는 미들 라인은 정말 공격적입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겠죠. 1차전에서 원정 골을 2골이나 넣었기 때문에 무승부만 해도 올라가는 상황이거든요. 허나 라이카르트 감독에게는 그런 계산 따위가 없습니다.]***
캄 노우 VIP석에 한 남자가 들어섰다.
큰 키에 깡마른 체격, 버버리 코트를 입은 사내가 등장하자 VIP석에 있던 모든 귀빈이 일어나 경의를 표했다.
“요한! 여기에요.”
“오랜만입니다. 라포타 회장.”
전 바르사 드림팀 감독이자 FC바르셀로나의 영원한 레전드 요한 크로이프가 현 바르사 회장 라포타와 나란히 앉았다.
둘은 구단 반대파들에게 밀려났다가 얼마 전 합심하여 권력을 되찾았다.
라포타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조건 바르사의 우승이 필요했다.
더 많은 우승 트로피.
그것만이 그의 권력을 지켜 주는 유일한 것이다.
“의외로 싱거운 승부가 될 거 같아요.”
“왜죠?”
“김건이 빠졌잖아요. 그가 없는 뉴캐슬 따위가 우리의 상대가 되겠어요? 하하하.”
“… 김건은 반드시 나올 겁니다.”
“엥? 언론에서 전부 못 나온다고 했는데.”
“언론은 바보입니다. 그들은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 정보원이 뉴캐슬 훈련 캠프를 다 염탐했어요. 김건은 훈련장에도 나오지 않았어요. 코치들이 이야기하는 것도 엿들었는데 같이 이동하는 것도 힘든 심각한 상태라고 하더라구요.”
라포타는 유럽 축구계 곳곳에 심어놓은 스파이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이건 유럽 축구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하하. 하하하!!”
크로이프가 심각한 표정으로 추파춥스를 물고 있다가 갑자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금연을 위해 최근 담배 대신 사탕을 물고 다녔다.
“김건. 그 친구가 회장님까지 멋지게 속였군요. 후훗.”
“…”
라포타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명예와 권력이 최우선인 사람이다.
그가 크로이프를 가까이하는 건 그의 명성과 영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비웃자 빈정이 상한 거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회장님. 오늘 밤 우리는 아주 대단한 쇼를 구경하게 될 겁니다.”
***
“너 진짜 다친 거야? 괜찮아?”
“누가 다쳤다고 그래? 나 멀쩡해.”
경기 시작을 앞두고 우리는 또 통로에 나란히 섰다.
딩요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진심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그럼. 오늘 경기 끝나고 시간 있어?”
“뭐? 왜?”
“왜긴~~ 전에 말했던 거 기억 안 나? 바르셀로나에 오면 내가 풀코스로 모시기로 했잖아. 오늘 경기 끝나고 시내에 [플라맹코]라는 클럽이 있거든. 거기 물이 끝내줘~~ 우리 거기서.”
“이봐! 사적인 이야기는 경기 끝나고 하지?”
보다 못한 푸욜이 나섰다.
딩요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푸욜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팀의 규율이 엉망이군.”
내가 있을 때와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딩요가 이끄는 바르사는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했고 나쁘게 말하면 각자도생 콩가루였다.
아직까지는 상관없었다.
축구에서는 이기는 팀이 장땡이니까.
바르사는 딩요를 앞세워 팀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삐이이이익- !!
나는 벤치에 앉아서 전반전을 시작했다.
이렇게 캄 노우에 앉아 있으니 새삼 이곳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우우우우우우~!”
“와아아아아아!!”
이 도시의 영광과 아픔을 함께 했던 경기장답게 신성한 힘이 느껴졌다.
위태로울 정도로 높은 관중석에서 팬들이 함성을 지르자 땅이 쩌렁쩌렁 울렸다.
“어때? 오랜만에 캄 노우에 오니까 몸이 근질근질하지?”
“예. 당장 나가고 싶어요.”
“준비해.”
나는 일어나서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가볍게 걷고 뛰고 무릎과 발목을 돌리며 허리도 풀어주었다.
“와아아아아아!!”
내가 몸을 풀자 뉴캐슬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바르사 관중석은 술렁거렸다.
[김건! 몸을 풀기 시작합니다! 설마 지금까지 아픈 척했던 건가요!? 분명히 경기에 나가기는 힘든 몸 상태라고…]내가 몸을 풀자 뛰고 있던 바르사 선수들도 동요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속일 줄은 몰랐던 거다.
[전반전 10분. 뉴캐슬 선수 교체합니다! 에이스 14번 김건이 투입됩니다! 뇌진탕 증상으로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던 김건이 캄 노우로 돌아왔습니다.]나는 바로 이곳으로 나의 첫 번째 빅이어를 들고 왔었다.
베를린에서 얻은 빅이어를 들고 이 캄 노우에 들어섰을 때.
9만 석을 가득 메운 바르사 팬들이 나에게 함성을 질렀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우우우우우우~!!”
나에게 야유를 쏟아내고 있었다.
내가 피치에 들어서자 차비 – 데쿠 – 이니에타로 이어지는 미들진이 당황했다.
셋은 전부 수비보다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선수였다.
그들과 내가 중원에서 붙는다는 건.
[김건! 들어오자마자 단독 드리블로 중원을 가릅니다!]나는 중원에서 공격을 전개했다.
지난 경기처럼 에드미우송이 없어서 너무 편했다.
나는 어떤 압박감도 없이 편하게 패스를 찔러 주었다.
[김건이 들어오자 뉴캐슬이 주도권을 잡습니다. 바르사의 미들진이 손을 쓰지 못합니다!]홀딩 미드필더를 뺀 라이카르트 감독의 공격형 포메이션은 나에게 약점이 잡혔다.
우리는 바르사의 [존 14]를 마음대로 넘나들며 공격을 전개했다.
“라이카르트 감독이 손을 쓰기 전에 빨리 골을 넣어야 해!”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버디와 모드라치가 좋은 찬스에서 슛을 때려보았지만 계속 빗나갔다.
결국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투욱- 툭-
[김건! 이번에는 직접 전진합니다! 뉴캐슬의 포메이션이 함께 움직입니다! 이것이 퍼펙트 풋볼인가요!?]내가 전진하며 비운 자리를 마스체라도가 올라와 메꾸었다.
실바와 밀러는 좌우로 벌리며 올라갔다.
마치 9개의 바둑돌이 옮겨지듯 모든 선수가 공간을 메우며 전진했다.
“어딜!”
이니에타와 차비가 양쪽에서 나를 막아섰다.
훗날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가 될 선수들이지만 지금의 수비력은 별로였다.
나는 상체 페인팅만으로 이니에타를 제치고 차비는 어깨로 밀쳐버렸다.
“엇!”
파아아아악- !! 삐이이이익- !!
이제 최종 수비라인을 상대하려는데.
거친 태클이 들어와 나의 정강이를 가격했다.
“푸욜! 차징 파울! 옐로카드!”
또 이 녀석이었다.
놈이 뛰쳐나와 거친 슬라이딩 태클로 나를 쓰러트렸다.
푸욜이 정강이를 붙잡고 괴로워하는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뭐 하는 거야!? 저리 가!!”
“이 자식이!”
밀러가 흥분해서 푸욜을 밀쳤다.
푸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맞섰다.
“또 아픈 척이냐!? 이 사기꾼 자식아!”
“사기꾼!? 이 뻔뻔한 놈아! 김건은 너한테 당한 부상을 안고 뛰고 있어!”
밀러와 푸욜이 몸싸움을 벌이자 양 팀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다니 아우베즈는 중간에서 어쩔 줄 몰라 내 눈치를 보았다.
“다들 왜 그래!? 싸우지 마. 우린 지금 축구를 하고 있잖아.”
딩요가 실실 웃으며 선수들을 말렸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우린 축구를 하고 있잖아…”
동네 조기 축구에서 싸움이 나도 저 녀석보다는 긴장감이 있을 거다.
나는 심판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우리 선수들도 진정시켰다.
“맞아. 이건 축구라는 게임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지.”
딩요의 말을 듣고 나의 어떤 감각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