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3)
> 음악천재를 위하여 – 233화 >
‘두 사람 아는 사이인가?’
짐 필머 감독이 의아하게 눈을 뜨고는 강현과 코튼을 번갈아 바라봤다.
처조카 미샤의 약혼자가 함께 가든파티에 온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해 들었었다. 미샤에게 듣기로 IT 분야에서 이름난 수재이자 젊은 사업가라고 했다.
“현 대표님?”
“대표님?”
헌데 코튼이 강현을 바라보면서 ‘대표님’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때 코튼이 미샤의 눈치를 받고는 곧장 짐 필머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미샤의 약혼자인 코튼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감독님.”
“나도 우리 미샤에게서 코튼 씨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헌데 현과는 아는 사이인가 보죠?”
그 순간 강현은 눈짓으로 코튼에게 신호를 주었다. 괜스레 짐 필머 감독에게 자신이 VH컴퍼니사의 대표라는 것까지 알릴 필요는 없었기에.
하지만 사회생활이 그토록 능수능란하지 않은 코튼은 강현의 눈짓을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잘 알고 있습니다. 현 대표님은 제가 여태껏 만나봤던 천재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나신 분이시죠. 설마하니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 뵙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사실 지난번 투자계약을 맺은 뒤로 또다시 현 대표님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서 죽는 줄만 알았습니다. 휴대용 나노칩 분야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계시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오 마이 갓.
코튼의 얼굴은 이미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신 것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그만큼 나노칩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 짐 필머 감독은 아직까지도 코튼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코튼, 그때 말했던 투자사의 천재 대표님이 바로 바이올리니스트 현이었단 말이야?”
“바이올리니스트 현? 미샤, 무슨 소리야. 이분은 VH컴퍼니사의 대표님이시라고.”
“아니야. 내가 매번 입이 닳도록 말했던 바이올리니스트가 바로 이 분이라고. 지금 할리우드를 뜨겁게 달군 음악가!”
강현은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것만 같았다. 코튼과 미샤는 마치 덤앤더머처럼 만담을 펼치고 있었다.
대화의 주된 내용은 강현이었다. 클래식에 문외한인 코튼은 강현을 나노칩 분야의 천재라고 알고 있었고 미샤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현의 명성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면전 앞에서 이토록 극찬을 받는 것이 이토록 낯 뜨거운 일일 줄이야. 짐 필머 감독은 그 와중에 마치 외계인을 마주한 듯 강현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대표님, 나노칩 분야의 확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현은 벌써 삼십 분째 코튼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코튼은 물 만난 물고기마냥 얼굴에 활기가 가득했다.
강현은 지난 삶에서 습득했던 지식들을 단편적으로 말해주는 것뿐이었지만 코튼은 마치 강현을 희대의 천재처럼 대했다.
덩달아 짐 필머 감독 또한 틈틈이 강현에게 질문을 해오는 것이었으니.
“현, 자네가 한국의 SAT에서 만점을 받은 천재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대단할 줄은 몰랐네. 설마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도 인정받은 수재를 놀라게 할 줄이야!”
“삼촌, 코튼이 얼마나 현 씨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사는지 몰라요. 평소에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양반인데 투자사 대표님을 만나고 온 뒤부터는 아예 눈빛이 바뀌었다니까요. 난 처음에 투자사 대표님이 엄청난 미모의 여성인 줄 알고 가슴이 덜컹거렸을 정도라고요.”
“현, 그러지 말고 두 사람의 첫 만남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말해보게. 너무 궁금해서 그러니까 말이야.”
짐 필머 감독의 재촉에 가든파티의 이목이 졸지에 집중되었다. 강현이 어쩔 줄 몰라 하자 코튼이 먼저 운을 띄웠다.
코튼은 MIT에서도 알아주는 수재였는데 여태껏 자신의 이론을 반박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을 정도였다. 그를 가르쳤던 지도교수 또한 코튼을 제자가 아니라 한 명의 파트너로 생각할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자신의 설비형 나노칩 이론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이가 바로 강현이었다.
꿀꺽.
강현은 코튼의 말재주가 이렇게 좋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가든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잊은 채 코튼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지 않은가. 특히 짐 필머 감독의 눈은 형형하기까지 했으니.
과장을 더하자면 강현과 코튼의 이야기를 소재로 두고 하나의 각본을 집필하려는 기세였다.
“현, 자네 여자 친구 있나?”
짐 필머 감독은 문득 강현을 향해 물었다. 강현은 무슨 물음인가 싶어 의아하게 바라봤다.
“만약 없다면 우리 조카들 중에서는 어떤가, 자네의 팬이 아주 많아. 조금 있으면 베버리에서 또 다른 조카들이 올 텐데 그들 또한 자네의 열렬한 팬이라네. 내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집안 사람들이 외모가 아주 훤칠하지. 조카 중에는 모델 일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네!”
그래서일까. 가든파티에 참석한 여성들이 하나같이 강현을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짐 필머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지. 헌데 어디선가 유하의 눈빛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은 과연 기분 탓일까.
* * *
“김 실장, 실력이 많이 죽었구먼그래.”
김상국 실장이 있는 힘껏 내지른 스윙에 골프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벙커에 빠졌다. 왕회장은 그 모습을 보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분명 몇 개월 전만 해도 이토록 스윙을 못 하지는 않았건만 이대로 가다가는 트리플 보기가 분명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죄송할 것까지야 있는가, 오늘 김 실장 덕분에 아주 맛있는 점심을 대접받게 생겼으니 나로서는 이득이지. 그나저나 해외에 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은 아예 골프를 치지 못할 정도로 바빴던 모양이지?”
“예, 아무래도 현지에서 미팅을 자주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김상국 실장은 지난 반 년간 강현의 지시를 받아 해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가까운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와 유럽,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세계탐방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왕회장은 골프채를 캐디에게서 건네받으며 물었다.
“김 실장, 자네가 보기에 VH컴퍼니의 저력은 어떠한가?”
“예?”
“나도 VH컴퍼니에 지분이 있는 주주라네. 투자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쯤은 알아야지 않겠나?”
VH컴퍼니사의 실질적인 행동대장은 다름 아닌 김상국 실장이었다.
김상국 실장이 한국에서 VH컴퍼니 본사의 규모를 늘리려는 행동에 왕회장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지난 몇 년간 VH컴퍼니가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한 것이었으니.
김상국 실장은 짐짓 뜸을 들이다 운을 띄웠다.
“아직까지 실질적인 성과로는 오스트리아의 제약회사 투자 건과 몇몇의 기술적 투자지원이 전부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투자 대비 성과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대표님께서 워낙 벌이시는 일들이 많아서 말이죠.”
“현이 말인가?”
“예, 투자성과가 나는 즉시 그 자금을 또 다른 투자로 융통하고 있습니다.”
김상국 실장은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강현이 VH컴퍼니를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인재들에게 투자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왕회장쯤 된다면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정보를 훤히 꿰뚫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왕회장이 묘한 시선으로 김상국 실장을 바라봤다.
“김 실장, 내가 과거 자네를 전략기획실의 수장자리에 앉혔을 때만 해도 자네는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알고 그 누구 앞에서도 냉철했지. 내 의견에도 반대의견을 유일하게 피력했던 것이 자네였지 않나?”
“그때는 제가 회장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정도로 경험을 갖추지 못했었습니다.”
“아니야, 그때도 분명 자네는 뛰어난 자원이었어. 결과적으로도 그러했고 말이야. 그렇기에 내가 망설임 없이 자네를 전략기획실의 수장 자리에 앉힌 것이지. 사실 처음에는 자네가 VH컴퍼니에서도 이토록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잠시 머물다가 다시 전략기획실로 돌아올 줄 알았으니 말이야.”
아무렴, VH컴퍼니와 제일그룹 전략기획실은 그 명성과 규모부터가 달랐으니. 하지만 김상국 실장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VH컴퍼니에 제 미래를 걸었습니다.”
“그 정도란 말인가?”
“예, 반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더욱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VH컴퍼니가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된다면 분명 세계는 놀랄 겁니다. 그 중심에는 현 대표님이 있을 테고요.”
김상국 실장의 결연한 표정에 왕회장이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손녀사위 하나는 제대로 고른 것 같기에.
* * *
할리우드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한 명의 음악가가 수많은 명감독들을 매료시켰다는 이야기였으니.
이야기의 근원지는 짐 필머 감독에게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맡은 차기작의 삽입곡이 벌써부터 시장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항간에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되는 최고의 OST가 이미 결정되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이니 오죽할까.
“만날 수 있겠어?”
“맡겨만 주십시오, 국장님.”
美 ABA 방송국의 PD 토미는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곧장 센트럴 파크로 향했다. 할리우드를 뒤흔들고 있는 블루칩이 자주 나타난다는 출몰지였기에.
“토미, 이렇게 돌아다닌다고 정말 만날 수 있을까요?”
그 흔한 전화번호나 메일주소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소속사로 연락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다.
취재 거절, 섭외 거절. 말이 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ABA 방송국의 출연 제의를 마다하는 사람이 없었거늘.
하지만 상대는 그만큼 대단했다. 할리우드의 명장들을 홀린 것도 모자라 세계 각국의 거장들에게 러브콜을 받는 존재였으니.
“미구엘, 배고프니까 샌드위치나 좀 사 와봐.”
후배 미구엘은 입술을 샐쭉 내밀고는 걸음을 옮겼다.
미국의 ABA 방송국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국에서도 그에게 취재 요청을 했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야말로 백악관의 주인보다도 만나기 힘든 인물이었으니. 그때였다.
“오빠, 칠칠맞게!”
센트럴 파크의 벤치에 앉아 한창 깨를 쏟는 커플이 있었다. 여자는 아시아계 소녀였는데 피부가 웬만한 백인보다도 새하얗고 눈매는 마치 고양이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반면 소년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샌드위치를 먹는 중이었다. 소녀가 소년의 입술에 묻은 빵부스러기를 손수 털어주었다.
둘이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센트럴 파크의 찬란한 햇살만큼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허나 그 모습에 토미는 옆구리가 무척이나 시려오는 것을 느꼈으니.
“토미, 샌드위치 재료가 다 떨어졌다는데요?”
“뭐어? 그러면 다른 거라도 사와야 할 거 아니야.”
“아니, 뭘 사오라고 말도 안 했잖아요. 그렇게 깐깐하게 굴 거면 같이 갔으면 됐잖아요.”
토미는 미구엘의 대꾸에 이마를 짚었다. 후배라고 하나 있는 녀석이 도통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 더군다나 눈치는 제로에 가까웠으니.
“인마, 우리 둘이 함께 움직이다가 현이 여기를 지나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토미, 현을 만날 수 없다니까요? 센트럴 파크에 자주 출몰한다는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감독들이 전부 지어낸 이야기라니까요. 얼마나 그 사람들이 영리한데 그런 소문을 허투루 풀겠어요.”
그때였다.
“토미?”
동명이인의 낯익은 이름에 벤치에 앉아있던 커플 중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ABA 방송국 피디 토미와 강현의 시선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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