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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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떨이, 떨이! 아~ 싸다. 저기 지나가는 아름다운 아가씨. 떨이, 떨이!”
“엄마, 저거 사줘~”
“비켜요! 짐수레 지나갑니다! 비키세요!”
용병길드를 빠져나와 도시 외곽으로 접어들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제일 먼저 들렸다. 수레를 끌고 가는 사내는 뭐가 바쁜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 앞을 스쳐 지나가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는 수레를 끌고 간 사내의 뒷모습을 잠시 흘겨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시 중앙의 조용함과는 다르게 외곽지역은 상당히 활기차 보였다. 아니, 시끄럽다.
내 귀를 자극하는 잡음이 그렇게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걸으며 살펴보는 좌우에는 건물들이 꽉 들어차 있는데, 그 중 음식점도 꽤 눈에 띄었다. 음식을 맛보고 싶었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생각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현경 다음의 경지는 어떻게 올라가지? 막막하다. 지금의 내 경지에서 다음의 경지로 넘어가는 방법을 몰라서 막막하다.
나는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피워나는 막막함을 느끼며 도로를 걸었다.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내 막막함을 어느 정도 씻겨 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도로에 가득한건 온통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변두리 지방의 도시라서 그런지 다른 종족은 눈에 띄지도 않았다.
나는 걷다가 왼손을 살짝 움직여 보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마계에 있었을 때 보다 몸이 훨씬 가볍고 상쾌하다.
마계의 그 탁한 공기와는 다르게 인간계는 너무나 상쾌해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셔 상쾌함을 느끼며,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도로에 내 바로 앞 정면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움직이려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 정면에서 다가오던 사내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피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왼쪽으로 움직였다.
음? 사내는 이번에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피했다. 흡사 거울을 보는 듯 했다.
나는 사내의 얼굴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굉장히 짧은 머리에 턱밑까지 내려온 구레나룻이 퍽이나 인상적인 모습이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내는 꽤나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날 살펴보고 있었다. 아마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겠지?
사내는 30대 정도로 보이는데, 날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다. 곧 사내에게서 신경을 끈 나는 우측으로 돌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지금 방금 일어났던 일은 정말 묘한 일이었다. 어떻게 같은 방향으로 피할 수 있었을까?
“비켜요! 비켜!”
또 다시 하나의 수레가 사람들의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놀란 표정과 깜짝 놀라는 목소리를 내며 옆으로 물러서기에 급급했다.
“꺅!”
“조심해! 이 사람아!”
몇몇의 사람이 삿대질 까지 하며 언성을 높였지만, 수레를 끌고 달리는 사내는 내 시야에도 잘 보이지 않는 인파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나는 그 뒤로 외곽지역을 돌아다니다 해가 많이 기울어진 것을 보고, 도시 중앙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잠은 어디서 자지? 산속에 있는 내 집에서 잠을 잘까? 아무래도 그래야겠다. 좌표는 이미 외워둔 상태지 마법을 사용하면 금방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으로 가기 전에 먼저 용병길드에 들려 새로 들어온 의뢰가 있나 살펴봐야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돈이 꼭 필요하니 어쩔 수 없다.
음? 웬 사람이 저렇게 몰려있지?
처음 도시 멜에 왔을 때는 도시의 중앙은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 한산했었다.
간간히 지나가는 마차나 연인들과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을 뿐인데, 해가 많이 기울어진 지금 상당한 사람들이 정면에 몰려 있었다.
나는 사람이 많이 모인 것에 대해 약간의 의문이 생겼지만, 신경을 끄고 옆을 스쳐지나갔다.
“이게 사실이야?!”
왼편에서 누군가의 격양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 모인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내가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걷고 있을 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격양된 목소리였다.
“당연하지! 여길 봐! 시장이 모집하는 거잖아.”
시장이 모집을 한다고? 뭘 모집한다는 거지?
“이것 봐! 50골드야!”
50골드?
50골드면 시장이 모집한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돈은 그냥 주지 않으니 무슨 일을 시키려고 모집을 하는 것이겠지? 그 일을 하면 50골드를 준다는 것이고.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걸어갔다. 상당수의 사람들로 꽤나 복잡했지만, 내 시야에 뭔가가 보였다.
사람들 사이로 자세히 보니 무슨 표지판이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그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이 보였다.
표지판에 뭔가 적혀 있나? 나는 사람들을 헤쳐 가며, 표지판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그런데 내 바로 앞에 어떤 사람의 머리가 버티고 있어 표지판을 볼 수 없었다.
나는 손으로 머리를 옆으로 치우며 표지판을 훑어보았다.
“아씨? 어떤 새끼야?”
내 손에 의해 머리가 치워진 사내가 거칠게 머리를 흔들더니, 고개를 뒤로 돌려 크게 외쳤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사방은 시끄러웠지만, 지금 외친 사내의 목소리가 훨씬 컸다. 그래서 인지 사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 사내를 쳐다봤다.
지금 내 시선은 표지판을 향하고 있어 사내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나보다 키가 큰 거는 알 수 있었다.
내 손에 의해 머리가 옆으로 치워졌던 앞의 놈이 자꾸 고개를 움직이자 표지판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나는 손으로 사내를 툭툭 쳤다. 그러자 소리를 치던 사내의 음성이 대번 바뀌었다.
“뭐야?”
꽤나 신경질 적인 음성이었는데, 나에게는 별다른 감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난 표지판을 주시하며, 녀석에게 살기를 쏘며 말했다.
“입 닥치고,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