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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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어둠은 같지 않다.
Part. 절망과 어둠은 같지 않다.
나는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게 한 채로, 앞으로 쓰러져 기절한 놈을 허공섭물로 들어올렸다. 단순한 내 내공의 힘에 의해 허공에 들어 올려진 놈은, 축 늘어졌다. 나는 천천히 놈의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늘어진 놈의 몸뚱이가 내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집 안은 의외로 아담했다. 작은 게 아니라, 이곳저곳에 꼼꼼히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담했으며, 깔끔해 보였다. 딴딴한 느낌과는 달랐다.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에는 반 정도 녹은 초가 있었다. 그 초의 받침대는 테이블과 같은 재질이었다. 나무의 나이테가 꽤나 많은 걸로 봐선 제법 오래된 나무를 잘라다 만든 모양이었다. 테이블은 그리 크지가 않았다. 거의 1인용 크기였다. 하지만 의자는 두 개였다. 의자 크기도 같았다. 접대용인가?
나는 테이블에서 눈을 때고, 의자를 허공섭물로 내 앞으로 끌어왔다. 나는 의자에 앉아 아직도 허공에 떠 있는 컬투를 내 앞으로 내려놓았다.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너무 충격이 심했나? 잘하면 정신적인 충격까지 가미되어 있을 수도 있었군. 마스터 경지에 오른 자신이 작은 꼬마에게 당했다는 사실에 납득이 될 때 까지 기절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럼 곤란하지.
나는 내 멋대로 추론해버리곤, 내공을 허공에 발출해서 인체의 몸에서 자극을 가장 잘 받는 부분을 건드렸다. 의자에 앉아 있는 내가 손을 한번 움직일 때 마다, 컬투의 몸이 꿈틀거린다. 허공을 격한 내공의 운용에 의한 결과다. 3군데 정도 타격했을 때, 드디어 컬투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으아······.”
응? 신음 소리가 약간 이상하다. 아, 으아? 별난 놈 다 보겠군. 그런데 신음만 흘리고 일어나질 않는군.
“아, 으아······. 으으······.”
이제는 건들지도 않았는데, 혼자 끙끙 거린다. 복부의 통증 때문에 그런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이 꽤나 지났다. 마스터 경지의 놈이라면 이미 통증은 사라졌을 시간이다. 그런데 혼자 끙끙 거리다니? 이놈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인가?
나는 다시 한 번 내공을 방출해 허공을 격해서 놈의 백회혈을 건드렸다.
“오오······.”
놈은 이번에도 이상한 신음을 내면서, 몸을 한 차례 떨었다. 온몸이 찌르르 할게다.
“일어나지 않으면, 더 강하게 찔러주지.”
내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놈은 눈을 스르르 떴다. 정말 신기한 놈이야. 아니면 내 목소리에 공포를 느꼈는지도 모르지.
“왜 그래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있으면 어서 해보는 게 좋을 게야. 시간이 그리 많지 않거든.”
나는 의자에 앉아 컬투를 내려 보며 지금 나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내 스스로도 느끼는 거지만, 왠지 말이 많아진 것 같다.
“도대체 네놈은 누구냐? 누구 길래 천하의 주먹이라 불리는 나를 주먹으로 눕히다니······.”
컬투는 말끝을 흐리며, 몸을 움직여 마룻바닥에 주저앉았다.
놈은 의외로 현실을 바로 직시했다. 나는 약간이나마 현실을 외면하며, 지랄할 줄 알았다. 그럼 더 패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놈은 현실적인 놈이었다.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놈이다. 마스터 경지에 올랐다면, 쉽게 이런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놈에게 단 두 방에 기절했으니 말이다.
“상대의 정체에 대해 스스로 추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그건 그렇고 네가 유명한 전투용 장갑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보이질 않는군.”
놈은 내 말이 끝나자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잠시 후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라도 있는 겐가?
“······GPG를 말하는 거군.”
“GPG?”
“자이언트 파워 건틀릿이다. 거인의 힘을 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단해. 정말 대단한 아이템이군. 거인의 힘이라니? 그런데 왜 그걸 끼고 있지 않지? 설마 잃어버렸나?
“대단하군. 그건 지금 어디 있지?”
“그걸 가지고 싶나?”
“가져야 하지.”
놈은 의외로 담담해졌다. 표정도 아무렇지도 않게 보였다. 이거 너무나 현실적인 놈이군. 그래서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니면 포기를 해서 그럴 수도 있고.
“어차피 나에겐 쓸모도 없으니······. 후우, 이거 정말 믿기 힘들군. 어떻게 날······?”
이제야 감정을 드러낸 것인가?
컬투는 중얼거리곤, 자신의 대머리를 손바닥으로 습관처럼 쓸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하체를 툭툭 털며 벽에 붙어있는 선반 앞으로 갔다. 그의 손이 선반에 있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왼손이 상자의 뚜껑을 쥐고, 오른손은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상자 안에 GPG가 있는 모양이군.
“여기 이게 GPG지. 하하······.”
허탈한 웃음을 흘리는 컬투의 손에는 장갑 한 쌍이 들려 있었다. 검은색의 가죽 장갑에선 묘한 힘이 느껴졌다. 컬투는 나에게 다가와 그 장갑을 주었다. 나는 앉은 자세 그대로 장갑을 받았다.
너무나 쉽군. 이게 GPG란 말이지? 나는 확인을 해볼 요량으로 오른손에 GPG를 껴보았다.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나는 두리번거렸다. 시험해볼 대상이 필요했다. 컬투를 상대로 하기에는 저놈이 너무 불쌍하다. 나에게 장갑까지 준 놈인데, 그럴 수야 없지. 흠, 저게 좋겠군.
내 눈에 1인용 테이블 하나가 들어왔다. 의자에서 몸을 벗어나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테이블을 잡고 들어보았다.
“오.”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말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강하고, 내공이 많고, 근력이 강하다고 해도 이 정도 테이블을 드는데, 어느 정도 힘을 써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GPG를 끼고 테이블을 드니, 정말 아무런 힘도 들지 않았다. 그저 팔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만 있을 뿐이다. 테이블을 사방으로 움직여도 힘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하체에도 힘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GPG가 힘을 분산해주는 것 같았다. 정말 대단한 물건이군.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말 대단한 물건이군.”
“하지만 결점도 있다. GPG로 무겁거나, 큰 물체를 들 때는 그만한 하체의 힘이 있어야 하지. GPG가 무게를 분산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거든.”
놈은 너무나 친절하게 나에게 GPG에 대해 알려주었다. 케이프가 조금만 더 훈련하면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겠군.
그런데 정말 이상한 놈일세.
나는 장갑을 벗어 상의 속에 넣는 척 하며,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녀석에게 물었다.
“나에게 너무 친절한 것 아닌가?”
내 말에 컬투는 잠시 눈을 감더니, 뜸을 들였다. 나는 녀석의 말을 기다리며, 테이블을 원래의 자리에 내려놓았다.
곧 컬투가 말했다.
“······무리도 아니지. 너는 강하니까. 그리고 나를 이겼으니까.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하군. 내가 세월을 헛산 것 같을 정도니까. 다시 수련해야겠어. 오히려 내가 고맙군. 내 마음속의 불꽃을 다시 피워줬으니까. 하하······.”
허탈한 웃음.
잘하면 대륙에서 이름 날릴 자가 생기겠군. 컬투 이자가 어떻게 수련을 하느냐에 따라 달랐지만.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장갑은 자네가 사용할 것 같진 않을 것 같은데? 이미 무기에 의존하는 경지를 넘어선 것 같으니······.”
나는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장갑의 주인은 장갑을 사용하기에 충분한 놈이지.”
챠크람은 어떤 놈이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군.
나는 집을 나서고, 미개척지 평원으로 향했다. 그전에 우선 꽃게를 맛 봐야지. 이거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