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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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의 불복종은 신의 이름으로
이번에는 양손에 내공을 모았다. 손가락에 집중적으로 모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양 손가락을 세워서 철문에 박았다. 잘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두어 번 박으니 손가락 10개가 모두 들어갔다. 그 상태로 힘을 주었다.
그그긍 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나는 내공을 더 주입해 양 손을 잡아 당겼다. 그그긍 하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세, 세상에······.”
그 와중에 놀라고 있는 손녀의 음성이 들렸다.
꽈지직-
건물과 연결되어 있는 철문의 이음새 부분이 뜯겨졌다. 소리 한번 좋군. 나는 그대로 힘을 더 주었다. 내가 생각해도 다소 과격하다.
그런데 고작 사람 한명이 들어갈 정도의 철문이 이리도 단단할 줄은 몰랐다. 차라리 영지 하나를 초토화 시키는 게 더 쉬울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힘을 주어 다시 잡아 당겼다.
순간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문짝이 뜯겨졌다. 나는 문짝에 박힌 손을 옆으로 하고, 건물 안을 바라보았다. 정면에는 한 사람이 보였다. 60대 정도의 외모로 보이는 늙은이다.
정말 밥을 먹고 있군.
저 인간이 140세가 넘었다고 했지? 나 보다 더 늙은 사람은 현자 자이드린트 이후 두 번째군.
나는 문짝을 건물에 세워놓고, 박힌 손을 빼내었다. 손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태평하게 잘도 먹고 있군.”
그는 밥만 먹을 뿐이었다. 하긴 철문을 뜯어내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 나는 고개를 돌려 생명을 사랑하는 족장의 손녀를 보았다.
그런데 손녀의 얼굴이 묘하게 변한다.
“아······!”
손녀의 놀란 말과 동시에 나는 강한 살기와 공기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살기가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살기는 나에게 집중된 것이 아닌 모양이다. 주변 사람들이 몸을 떤다.
나는 피하지 않고, 내공을 주입한 손을 휘둘렀다.
카앙-
금속성이 크게 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태평하게 밥을 먹고 있던 노인이 바로 앞에 있었다. 나보다 약간 작은 키. 하지만 왜소한 체구다. 백발의 머리와 수염. 그리고······
나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노인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폭발적인 살기가 나의 몸을 따갑게 했다. 정말이지, 이런 기분 너무나 오랜만이다. 흥분이 된다.
노인의 손과 발이 어지럽게 나를 조여 온다. 대단한 실력이다. 마스터 이상의 경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 같았다. 이 정도면 화경의 경지라고 해도 무방했다. 놀랍군. 지하인 중에서 화경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래도 이런 환경이라면 화경의 경지에 들어서 이상하지 않다.
나는 계속 노인의 공격을 막기만 했다. 노인의 발과 나의 손이 맞부딪치면,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와 노인의 대결 때문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나는 연신 양손만 사용했다.
쾅-
나는 갑작스런 파괴력에 뒤로 물러서야 했다. 노인의 맨손에서 검강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역시 투명색의 검강이다. 노인이 손을 휘두르며 나에게 다가온다.
쾌속한 속도로 휘둘러지는 검강은 주변을 파괴했다. 그리고 그 풍압은 거대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공격이 매우 단순하다. 정직한 공격이랄까? 하지만 공격의 속도와 파괴력이 강하다보니, 정직하다고 해도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 부족원들이 이 노인을 꺾지 못했군.
콰콰콰쾅-
노인의 검강은 2미터 정도 뿜어져 있다. 내가 피하거나 막을 때 마다 주변의 건물과 땅은 파괴되거나, 움푹 파이기 일쑤였다.
나는 오른손에 내공을 응집했다. 그리고 노인의 공격을 기다렸다. 노인은 여전히 넘치는 힘으로 나를 공격했다. 얼굴에는 변화조차 없었다. 상당한 마나를 몸에 쌓은 모양이다. 그런데 눈에 핏발이 보인다. 공격의 속도나 파괴력에는 변함이 없었다. 줄어들거나, 늘지도 않았다. 무리한 마나를 운용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그런데 눈에 핏발이 보인다.
뭔가 이상하군······.
슈앙-
날카로운 기운이 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을 심상으로 노인의 손에서 나오는 검강을 수도로 잘라버렸다.
사앙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노인의 검강이 잘렸다는 걸 알려주었다. 순간 노인의 손에 있던 검강은 사라졌다. 나는 보법으로 노인의 뒤에서 나타났다.
노인은 갑자기 사라진 나를 찾지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확실히 정상이 아니군. 나는 수도로 노인의 뒷목을 가격했다. 우선 기절 시키고 챠크람을 찾아볼 생각이다.
퍼억-
“이런.”
나는 몸을 뒤로 훌쩍 날렸다. 방금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노인의 손이 지나갔다. 노인의 손에는 다시 검강이 피어올랐다. 더불어 노인의 눈에는 핏줄이 더 생겼다.
무슨 단단한 철을 때리는 것 같았다.
저 노인은 몸이 금강불괴라도 되는가? 믿기 어렵게 내 손이 다 얼얼했다.
나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노인의 검강이 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왼손으로 노인의 검강을 막고, 오른손으로 노인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몸을 회전해 멱살을 잡은 손을 끌어 당겼다.
노인의 등이 땅에 매쳐졌다. 땅이 파였다. 그런데 노인은 신음 하나 내지 않았다.
금강불괴다. 게다가 어떠한 내상의 기미도 보이지 않은 게, 몸속도 금강불괴 같았다. 나와 같은 경지의 금강불괴다.
정말 대단한 노인네군.
나는 그대로 노인의 수혈을 짚어 그를 잠재웠다.
노인이 잠들자, 주변은 고요했다. 침묵의 공기가 이곳을 점령한 것 같다. 나는 허공섭물로 노인을 공중으로 띄우고, 방패처럼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정말 단순했다. 침대도 없었다. 구석에 이불과 음식이 담겨 있는 식판이 전부였다. 음식은 부족원들이 주는 모양이다. 챠크람은 어디 있지? 생명을 사랑하는 족장이나, 그 손녀가 분명 이곳에 챠크람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에는 구석에 있는 이불이 전부였다. 그 외에 어떤 물건도 없었다.
내공을 조절해 잠이든 노인을 내 앞으로 띄었다.
이 노인을 깨워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군. 그럼 족장 손녀의 도움이 필요한데.
“통역 좀 부탁한다.”
손녀는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노인을 보며, 넋 나간 음성으로 내뱉었다.
“아······, 네···?”
완전 넋이 나갔군.
“통역을 해달라고.”
좀 더 큰 목소리로 말하니, 이번엔 알아들은 모양이다.
“알겠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 손녀는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내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깨우시려고요?”
손녀가 두려운 듯 말했다.
역시 힘 앞에서는 나약해지는구먼.
“그래야 말을 하던가 하지. 무서우면 저 끝에 가 있어라. 내가 막으면 되니까.”
“네···.”
나는 손녀가 뒤로 물러선 것을 보고, 노인에게 시선을 주었다. 고요한 모습이다. 방금 전까지 생난리를 치던 노인이라고 상상이 안 될 정도다.
노인을 바닥에 내려놓고, 혈을 짚었다. 노인의 몸이 작게 떨린다. 움직이지 못하게 마혈을 짚었다. 밖에서 부족원 몇몇이 이곳을 보고 있다. 손녀는 조용히 나를 주시하고 있다.
주변의 상황이 한꺼번에 파악이 되고, 이해가 되었다.
노인이 눈을 떴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걸 알았는지, 얼굴에 잔뜩 힘을 준다.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
“만나서 반갑다고 전해줘.”
“네? 아, 네···. mns bgdy.”
손녀가 말을 하자, 노인은 눈을 더욱 크게 떴다. 그 모습이 애처롭기 까지 했다. 내가 너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나를 죽이려고 했던 인물. 봐주는 건 있을 수 없다.
“사, 살려줘!”
“뭐야?”
노인이 갑자기 대륙 공용어를 사용해서 놀랐다. 공용어를 할 수 있었다니, 조금은 대화하기가 편하겠군.
“살려달라니? 내가 알아듣게 차근차근 설명해봐라.”
“사, 사, 살려줘! 제발···!”
하지만 노인은 설명할 여력이 없는 모양이다. 노인의 눈에는 이상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아까 보였던 핏발은 보이지 않는다.
“살려줘···! 크헉! 큭. 모, 모조리 죽여야겠다!”
이건 또 뭔가? 노인의 눈에 핏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는 잠자코 노인의 변화와 유심히 보았다. 손녀는 무서운지 살금살금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조리! 모, 모조리 죽여서! 죽여······. 크헉! 사, 살려줘. 제발!”
이번에는 핏기가 사라졌다.
이런 행동이 반복이 되었다. 눈에서 핏기가 보이면, 죽이라는 말을 했고, 핏기가 사라지면 살려달라는 말을 했다.
“n, mhsd!”
“or d juo!”
건물 밖에서도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아무래도 이 안에서 벌어지는 노인의 변화에 의한 것 같았다.
“뭐라는 거지?”
문 옆에서 나를 보고 있는 손녀에게 물어보았다. 손녀는 나의 불음에 깜짝 놀라더니, 몇 번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후우······. 족장님이 괴물로 변하셨대요. 그리고 족장님을 가두고 있던 철문이 부서져서 이제 우리는 다 죽을 거래요.”
이제 조금 알겠군.
내가 부쉈던 철문이 족장이 지금처럼, 저들이 말하는 괴물로 변할 때를 대비한 것이겠지.
그리고 족장에게 덤벼서 승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족장이 전투만 하면 괴물로 변하기 때문이겠지. 그럼 여럿 죽어나가겠고. 무엇보다 족장의 무력이 화경의 경지 정도니, 이곳에 있는 지하인들 중에서 이곳 족장을 누를 만한 이가 없었겠지.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라. 그리고 족장은 내가 데려 간다고 전해.”
내 말에 손녀는 지하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간 사방이 시끄러워졌다. 노인의 음성도 파묻힐 정도였다.
다들 내 말에 반발이 너무나 심하군.
“저기······.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하는데요?”
전투를 사랑하는 놈들이라, 머리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나? 그것도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나는 다시 말했다.
“그럼 이 노인한테 죽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