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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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그리고 동행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 시작 할 때, 모두 잠에서 깨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동작은 부지런해 보였다.
난 모닥불을 피웠던 자리를 정리하고 말에 올라탔다.
목을 쓰다듬어 주니 녀석이 좋아하는 게 전해졌다.
네 명이 말에 올라타 출발했다.
이동 중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복장을 유심히 살폈다. 어제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아침이 되니 궁금해졌다.
기사의 반지가 특이했고, 마법사의 로브. 그리고 성직자의 목걸이와 아처의 팔찌도 특이했다. 그것들에는 이질적인 느낌이 있었고, 조금 더 집중해서 살피자 일정한 마나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 마나의 흐름을 살펴보니 나쁘지 않은 마법 무구라는 걸 알 게 됐다. 하지만 정확히 무슨 용도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이번에는 어떨지 기대가 되는데요?”
“저도예요. 이번에도 무사히 목표를 이뤘으면 합니다. 모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난 그들의 말을 들으며 어젯밤에 나눴던 이야기를 상기했다.
그들은 던전을 찾고 있었고, 그곳은 실험을 좋아했던 한 고대 마법사의 던전이라고 했다. 모험가 보다는 던전 사냥꾼이 어울렸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모험가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주변은 황량하다.
인간의 발길이 끊기고 음험한 기운에 많이 노출이 되어서 그런지 대지는 죽어가고 있었고, 동식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자주 부는 바람은 거칠었다.
흐음…….
바람을 따라서 비린내가 전해졌다. 그리고 적들의 위치와 규모도 알 수 있었다.
많진 않은데, 약한 놈들이 아니다.
한참 뒤에 4클래스 마법사 나라타가 적들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는 정찰 마법을 풀고 우리에게 그 사실을 말해줬다.
“적들이 앞에 있으니, 모두 긴장하고 전투태세를 갖추게나.”
나라타는 다시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이어진 그의 영창과 마나의 움직임은 마법사의 눈이라는 마법이라는 걸 알려줬다.
어떤 생명체를 통하여 사물을 보여주는 것인데, 매개체인 생명체가 없어도 가능하지만, 그만큼 주문은 길어지고 마나 소모 또한 많으며 사물이 또렷하게 전달되지 않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빛을 발휘하는 마법임에는 틀림없다.
나라타가 4클래스 마법사이며, 그가 하려는 마법 또한 4클래스 수준의 마법이고, 매개체로 필요한 생명체가 없으니 주문은 꽤나 길었다.
난 주문을 외우느라 바쁘고, 마나의 움직임에 신경 쓰느라 집중하고 있는 그에게서 시선을 때고, 정면을 향해 눈에 집중했다.
순간 전방에 있는 사물이 쑤욱 당겨오듯 했다. 그리고 적들의 모습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은 어슴푸레 보여서 흐릿하지만, 포착된 적들의 모습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했다.
데스 나이트, 네크로멘서, 스펙터, 구울, 좀비, 스켈레톤…….
100마리가 조금 안 될 정도의 규모다.
이건 뭐 종합세트로군.
집중을 풀었다.
갑자기 적들이 멀어진다.
흐렸던 주변 사물이 밝아지며, 시력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네크로멘서가 넷인 걸 보니 데스 나이트 까지 조정하는 것 같군.
“위자드 아이!”
마법 준비가 끝났는지, 시동어를 외치는 나라타의 모습은 비장하기 까지 했다.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땀방울이 흐른다.
질끈 감은 두 눈과 굳게 다문 입술이 서서히 떨릴 때 즈음 그의 눈이 번쩍 떠졌다.
“휴우……. 적들이 만만치 않네.”
나라타가 고개를 저으며 로브로 땀을 닦았다.
이거 전투 전에 저렇게 무리하고 괜찮을라나?
난 저들의 안위에 괜한 걱정이 들었다.
음, 헌데 적들의 움직임이 기민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활을 꺼내어 시위를 퉁퉁 튕기던 세리노가 물었다.
그녀의 머릿결은 아주 부드러워 작은 바람에도 스르르 흩날릴 정도다.
“밤이 되면 더욱 강하고……. 그러니 일단 여기서 준비하고 처단하세나.”
거리가 꽤 있는데 돌아서 가면 안 되나?
왜 굳이 싸우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들을 잡는다고 뭘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야 상관없지만 이들의 상태가 의심스러웠다.
난 의아했다. 그래서 나라타를 쳐다보며 물었다.
“굳이 싸울 필요가 있습니까?”
“맞아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세리노가 내 말에 동의했다.
그러자 나라타가 곤란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게 네크로맨서가 나의 마법을 알아냈지 뭔가?”
그래서 적들의 움직임이 기민하게 느껴졌던 것이로군.
“그럼 이번 적들은 강하다는 뜻이군요.”
작게 말하는 성직자 바셀의 음성에 기사 칼이 침을 삼키는 것이 보였다.
“후우, 죽진 않겠죠.”
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뭘 믿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바로는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적들은, 이들 같은 무리로 이루어진 집단이 최소 50개는 넘어야 승산이 보일 정도로 강한 집단이다.
그러니 저들에게서 보이는 자신감은 알 수 없었다. 오히려 내게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 밖에 없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 무구가 그만큼 뛰어다나는 것이겠지.
“자네는 괜찮겠나?”
“네.”
난 간단하게 대답했고, 그들은 나를 놀랍다는 듯 쳐다봤다.
아마 속으로는 자신들과 같이 마법 무구를 가지고 있나, 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
***
깜깜하다.
어디에 갇혀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무언가를 씌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볼 수 가 없었다. 그저 검다.
존은 그저 놀랐지만, 흑마법사는 아니었다.
마법으로 시야를 완전하게 차단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망막으로 빛이 절대 들어오지 않게 만든 것이다.
리치가 이 마법을 펼칠 때, 흑마법사는 무슨 마법인지 몰랐었다. 그도 처음 접해보는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장님이 되어버린 카크의 부하 4명은 처음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워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비록 보이진 않았지만, 먹을 수 있는 무언가도 하루에 한 번은 주었으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네 명의 몸에는 어떠한 결박도 없었다. 단지 리치가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게 마법으로 조치를 취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있는 곳은 작은 방이었고, 문도 잠겨 있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있는, 리치들에 의해 임시로 만들어진 작은 건물을 중심으로 반경 육 미터 밖으로는 마물들이 득실득실 거릴 뿐이었다.
만약 이 마물들이 지금 전쟁에 나타난다면 리치들이 훨씬 유리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이 숲에 있는 마물들은 숲을 떠나는 즉시 죽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고심해봤지만, 결국 알아낸 것이 없어 숲을 지키도록 내버려둔 형편이었다.
어떻게 보면 난공불락의 요소가 되어버린 셈이다.
“…….”
한참 조용하다가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음침한 인간이 들어왔다. 리치에게 투항한 네크로멘서였다.
“흐흐, 아직도 잘 있구나.”
“누구십니까~아? 아! 이 목소리! 하하, 또 오셨군요? 그런데 밥이라면 방금 전에 먹었는데요.”
존이 말했다.
“건방진 녀석!”
네크로멘서가 손에서 날카로운 뼈를 생성하더니 존의 목을 향해 날렸다.
피슛!
파삭!
의도적으로 성대를 스치고 케이프의 바로 옆 벽에 부딪힌 뼈가 박살났다.
“으아악! 저 살아있죠? 네? 아우으~ 으악! 아파라!”
존이 화끈한 목을 만지작거리다가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다시 비명을 질러댔다.
“닥쳐!”
네크로멘서가 신경질을 내면서 존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발에 힘을 실어서 존의 얼굴을 걷어 차버렸다.
빡 하는 소리가 나면서 존이 벌러덩 넘어졌다. 그래도 입은 계속 해서 움직였다.
퍽퍽퍽!
“아악! 그쪽은 아까 맞은대라구요~”
나머지 세 명은 존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존의 안위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귀로 들리는 타격 음을 들을 뿐이었다.
퍼퍼퍼퍽!
‘어제 보다 세졌군.’
‘존님은 맞는 게 지겹지도 않나? 매일 매를 버는구나…….’
‘이젠 즐겁지도 않다.’
그러는 사이 네크로멘서의 발길질은 계속 이어졌다.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잔뜩 뒤집어썼던 후드는 이미 뒤로 젖혀진 상태였고, 그의 머리카락은 지저분하게 흐트러졌다.
아무리 마나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존은 기본적으로 육체를 사용하며 지냈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체력이 약한 네크로멘서의 발길질에 그리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한참을 때리던 그는 헉헉 거리며 거칠게 숨을 쉬다가 손에 마나를 뭉치게 하더니 존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빠각!
“욱!”
존의 고개가 앞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네크로멘서가 인상을 쓰며 존을 때린 손을 탈탈 털었다. 마나로 손을 보호했음에도 얼얼했다. 손이 이렇게 얼얼하면 보통 대가리가 다쳐야 정상이었다. 분명 이곳에 오기 전에 바위에 실험 했을 때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큰 흔적을 남겼었다.
‘이 자식은 도대체…….’
어떻게 인간의 대가리가 바위보다 단단할 수 있단 말인가?
네크로멘서는 이제는 좀 나아진 손을 주물럭거리면서 존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내일 보자. 크크크.”
“네네, 내일 또 봐요~”
존이 문을 향해 손까지 흔들었다.
그 모습에 네크로멘서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차마 죽일 수는 없어서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
그에 의해서 후끈 달아올랐던 방 안의 공기가 어색해졌다.
존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면서 말했다.
덕분에 어색함이 가셨다.
“후, 배고파서 움직이기도 힘드네요. 그나저나 얼마나 지났을까요? 열흘? 한 달?”
“네놈이 쥐어 터진 건 지금이 일곱 번째다.”
존의 질문에 대답한 건 벽에 기대어 비스듬히 앉아 있는 벨하였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봐서는 제 정면 같은데. 맞죠? 하하하, 이거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참 좋네요~”
“뭐가 좋단 말이냐?”
싸늘한 벨하의 물음에 존이 빙그레 웃었다.
이 순간, 아무도 볼 수 없었지만 존이 웃고 있을 거라고 모두 생각했다.
“뭐, 깜깜하니까 그냥 계속 자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요~ 아함~ 마침 졸리네요. 전 한 숨 잘게요.”
“…….”
그렇게 존은 잠들었고, 벨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케이프는 입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는데, 그 옆에는 흑마법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