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King RAW novel - Chapter 135
134 명분 조작(2)
무진은 융중산에 올랐다.
일방적이긴 해도 운명공동체인 개방과 모의하여 당문에 서신을 보내 놓은 상태였다.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시일은 딱 맞았다.
“벌써 왔네.”
의도치 않은 사고로 죽은 독각묵룡의 무덤으로 찾아오라고 했으니 부리나케 달려왔을 터.
폭포수 주변으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한시라도 빨리 독각묵룡을 회수해 독과 암기를 제작하고 싶어 하는 당문의 변태적인 성향을 잠시 착각했다.
독과 암기가 당문의 밝은 미래를 완성한다나.
무진이 도착했을 때 당사독과 당연우를 비롯한 당문의 무인이 있었다. 독각묵룡의 크기를 고려하면 인원이 더 필요하지만, 수가 많아지면 정보가 샐 우려가 있었다.
독각묵룡의 회수는 될수록 비밀에 부쳐야 했다. 그래야 후일 비밀 병기로 쓸 수 있었다.
당사독과 당연우가 나란히 서 있자.
“조손이 보기 좋습니다.”
“시끄럽고, 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냐?”
“저 폭포수 뒤에 있습니다.”
“잘도 숨겨 놨군. 한데,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기에 호북이 이토록 시끄러운 게냐?”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당사독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지우지 않았다. 그러면서 철호, 나릉, 육칠을 돌아봤다. 일전에 봤을 때와 다르게, 그들은 또 성장해 있었다.
일신우일신이라더니.
‘그사이에 영약을 처먹었나?’
철호야 숙성된 외양과는 달리 어려서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나릉과 육칠의 성장도 놀라웠다. 이런 속도라면 무진의 옆에 가문의 무인을 붙여 놓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안 키웁니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안 해도 뻔하죠.”
“눈치는 귀신같구나.”
“제가 얘들 키우느라 얼마나 힘든 줄 아십니까. 하루에도 몇 번이나 고민과 번민을 합니다. 사부로서의 책임감이 이렇게나 무겁습니다.”
“알았으니까 그만해라, 이 녀석아!”
나릉, 철호, 육칠은 순간 미치는 줄 알았다. 뻔뻔함은 몇 번이나 증명했다 쳐도, 어떻게 저런 말을 입에 기름칠도 안 하고 할 수가 있지? 듣고서도 믿기지 않아 헛소리가 들렸나, 서로를 돌아봐야 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주군께선 그런 분이 아닙니다!’
‘사부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자를 위해 번민할 사람이 아니다. 알아서 잘 큰다며 방치하는 유형이었다. 그러고 나서 성장 못 하면 폭력이 난무했다. 성장과 책임은 전부 본인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자기는 책임은 안 지고, 사부이자 주인으로서 권한만 챙겼다.
그런데도 그들은 반발하지 못했다.
왜냐고?
강해지고 있었고, 고자질했다간 뒷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진의 뼛속 깊이 자리한 태생적인 쪼잔함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다시 만난 당연우는 무진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렸다. 철호, 나릉, 육칠과는 눈빛부터 다르다.
“주군을 뵙습니다.”
“그새 또 강해졌네. 별일은 없고?”
“미천한 잡것이 설치긴 하지만, 썩 나쁘진 않습니다.”
“특별히 살펴봐야 할 일은?”
“생각보다 신중하더군요. 좀 더 밀어붙이겠습니다.”
“그래야지.”
무진과 당연우의 밀담에 당사독은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혔다. 당연우의 발언도 문제지만, 작당 모의를 대놓고 하고 있었다.
하물며 그 대상이 가모와 동생이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도발과 협잡을 서슴지 않았다.
“이놈아, 아무리 그래도 네 가족이다.”
“가족이라도, 죄를 지었으면 죽어야지요.”
사막 한가운데 있을 것 같은 손자의 덤덤함에 당사독은 가슴이 아파 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럼에도 가족이었다. 성장하면서 느꼈을 크고 작은 설움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귀찮은 물건을 치우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럼 이 녀석이 죄를 지으면 어쩔 것이냐?”
“주군은 가족이 아니라, 제 목숨입니다.”
당사독은 골이 지끈거렸다. 손자의 마음을 돌려야 하거늘, 지나치게 완고했다. 차라리 성을 냈으면 파고들 여지라도 있지, 바늘구멍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일관성 있는 완고함이야 무인의 표본이지. 훌륭한 손자분을 두었습니다.”
“과분할 따름입니다, 주군.”
이 새끼를!
당사독은 만천화우를 펼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장비 낭비라서 참았다. 새로 무기를 제작하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 무진에게 사용해 봤자 병기만 닳는다.
저 말도 안 되는 몸뚱이는 사기의 최종 진화였다. 어떻게 저딴 몸이 될 수 있는지 해부해 보고 싶은 극렬한 충동을 느꼈다.
그렇다 치고, 맞장구치지 말란 말이다!
꽉 막힌 무진에게 물들어 버린 손자를 보고 있자니 당사독은 말라 죽는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포기하기가 어렵다. 손자의 성취는 실로 놀라웠다. 하루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발전 속도를 비교할 자가 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손자임에도 천재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 손자를 돌려놓아라, 이 망할 놈아!’
숨 막히는 손자의 태도, 그 모든 책임이 무진에게 있었다. 그럼에도 당사독은 속으로 삭였다. 말을 해 봤자 본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었다. 손자로서 당연우를 돌봤다면 애초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진은 당연우를 연거푸 칭찬했다.
“가족이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공과 사를 구별하는 그 냉철함! 절대 바꾸지 마.”
“네 가족이면 그럴 수 있느냐!”
“제 가족은 무조건 뺍니다.”
“네놈 가족만 소중하고 다른 가족은 소중하지 않더냐!”
“다른 가족은 무조건 죄를 짓지 않으면 됩니다.”
무진과 타협하려 했던 당사독은 벽과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 자기 가족만 감싸고돌았다. 그런데도 뭐가 이리 당당해! 영웅이나 협객이라면 하지 않을 위선을 당연하게 떨고 있었다. 협객이 아니라 속물이라는 걸 스스로 당당히 밝히는 태도였다.
“너 같은 놈을 누가 따르겠냐!”
“안 따라도 됩니다. 저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매우 존중합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태연히 지껄였다. 그러나 실제로 말이 되었다. 무진은 강요하지 않았다.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그렇지.
‘내가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수모를!’
따르지 말라는데도 무진을 따르는 족속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것도 무림에서 영향력이 있는 집단이. 개방과 남궁세가만 해도 과하거늘, 자신까지 이놈하고 같이하고 있었다.
“그래도 인복은 있는지, 아미파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너였냐?”
“연막을 조금 쳤죠.”
“또다시 헛발질이구나.”
“아마 부들대고 있을 겁니다. 알다시피 성질내면 지는 판이거든요.”
헐!
사천의 동향이 이상하다 했더니 역시나 무진이 연관되었던 것이다. 숨겨진 내막이란 내막에 전부 관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미파도 이놈 손에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이 얄미운 놈!’
자신의 속내를 읽고 아미파를 판 것이다. 당문과 저울질할 수 있으니 알아서 잘 처신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먼 훗날의 일이니 알 게 뭐야.’
아미파에 심어 놓은 씨앗이 자라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나 이 정도만 말해도 독왕이라면 알아들었을 것이다. 당문이라도 아미파의 내부 사정을 자세히 살필 수는 없을 테니, 얼마든지 독약을 팔아도 되었다.
‘이제는 하다 하다 사기까지!’
‘독왕도 별수 없네.’
‘사부는 인간이 아니에요!’
작정하고 사기 치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무진의 거짓말은 급이 달랐다. 어떤 미친놈이 독왕에게 사기를 칠 수 있을까.
자긴 죽지 않으니, 거짓말도 술술 잘 나오는 것이다.
끙끙!
무진과 독왕이 시답지 않은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동굴 앞에 선 무인들은 답답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는 의문만이 남았다.
“어서 옮기지 않고 뭘 꾸물거리는 게야!”
“그것이…….”
멍청히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이 못마땅하여 당사독이 호통을 쳤지만 무인들에겐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폭포수 뒤에 동굴이 있다더니, 입구는커녕 숨 막히게 하는 벽만 덩그러니 있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건 아니겠지!”
“잘 보세요, 요기가 동굴 입구예요. 독기가 빠져나가 애먼 사람이 해를 입을 수 있기에 막아 놓은 겁니다. 제가 이렇게나 섬세합니다.”
입구는커녕 바람구멍도 없이 탄탄히 막아 놨다. 이쯤 되면 원래 없던 동굴이라고 해도 믿어 버릴 정도겠다.
‘삼매진화로 녹였구나!’
별 해괴한 짓을 다 벌여 놓았다.
여하튼 무진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위인임을 모르지 않았다. 영혼 깊이 자리한 물욕과 속물근성이라면 충분하다.
“어려우면 제가 뚫어 드릴까요?”
“됐다.”
당사독이 답하기도 전에 무진은 폭포수를 나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설 줄 알았었는지, 뻘쭘함은 독왕의 몫이 되었다. 애초에 거들 마음도 없었던 것이다. 생색내려고 던진 접대용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았다.
‘정이 안 가는구나!’
하는 짓마다 맘에 안 든다. 입맛이 썼다. 어쩌겠나? 본인이 하겠다고 했으니, 탓해 봤자 구차해질 따름이다.
푸스스스!
내력으로 벽을 가루로 만들어 뚫어 냈다.
일 장을 가루로 부수고.
이 장을 가루로 부수고.
삼 장을 가루로 부수고…… 이 망할!
막대한 내력을 쏟아부은 당사독은 물장구치며 놀고 있는 무진을 보자 뒷덜미를 잡을 뻔했다. 그 와중에 물 튄다고 기막을 둘러치고 있었다. 공력이 남아돌아 낭비하는 무진의 만행에 당사독은 울화가 치밀었다.
첨벙, 첨벙!
철호는 야무지게 고기를 굽고 있었다. 고기가 타지 않도록 집중 또 집중했다. 몰아일체의 무아지경을 고기 굽는 광경에서 보고 있었다.
보질 말자, 듣질 말자!
부글부글!
오 장을 뚫어 내고서야 입구를 낼 수 있었다. 사람 숨 막히게 하는 재주는 타고났다. 다만, 저놈이 자신을 놀리려고 한 짓이 아니어서 더더욱 속이 부대꼈다.
입구에서 비릿한 내음이 번지고 있었다. 풍기는 미세한 기운에 서려 있는 독기가 가공할 정도였다.
“중독되지 않도록 조심해라.”
“예, 전대 가주님!”
해독제를 복용하고 피독주를 착용했기에 중독되지는 않겠지만, 만독불침이 아닌 이상 독각묵룡의 독기를 간과해선 안 된다.
두둥!
내부로 길게 이어진 통로를 따라 들어갔을 때 거대한 뱀이 축 늘어져 있었다.
“……크다!”
무인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전설상의 독물로 분류된 독각묵룡이기는 해도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상식적인 선을 넘어서는 크기로, 어쩌면 용이 되어 승천할 독물이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죽인 거야?”
“죽어 있었겠지.”
“살아 있었다면 끔찍했겠는걸!”
무인들이 보지 못하는 걸 당사독은 보았다. 부패가 거의 되지 않은 상태. 처리를 따로 했다면 모를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부를 확인하자 확신이 들어섰다.
‘괴물 같은 놈!’
일격으로 내부를 완전히 부수어 버렸다.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내단이 있었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독공을 한 단계 이상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였거늘.
이미 복용을 했다 하니 아쉬움을 뒤로했다.
“부위별로 자를 테니 조심해서 다루어라.”
“예.”
독각묵룡은 버릴 부위가 없었다. 독인에게는 하나같이 진기한 가치를 지녔다. 그러니 다루는데도 조심스러웠다. 조금이라도 생채기가 난다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아, 오래 걸리겠구나.’
하루 안에 끝나지 않을 일이라 상주하고 있어야 했다. 물건을 가지고 이동할 때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독물은 작은 방심으로도 큰 피해를 양산할 수 있었다.
분량을 정해서 작업을 마친 당사독은 무인들에게 처리하라고 말한 후 동굴에서 나왔다.
“마셔, 마셔! 술은 어른한테 배우는 거야. 전에도 마셨는데 빼긴 왜 빼! 받아, 받아!”
“잘 마시겠습니다!”
“옳지, 잘 먹는다. 사내는 누가 뭐래도 주당이어야 해. 그래야 여자도 만나고 그러지. 기루에 가서 기녀보다 오래 못 마시면 돈 낭비다.”
“사부는 기루에 가 봤어요?”
“아니.”
자알~~하는 짓이다! 애한테 아주 좋은 걸 가르친다.
술판을 벌이고 있는 무진의 패악에 당사독의 미간에 힘줄이 반듯하게 생겨났다. 탓할 바는 아니더라도, 노인에게 일을 시키면 젊은 놈이 방탕하게 놀면 안 되지 않나.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더냐!”
“제가 청양 제일의 망나니입니다, 하하하하하하!”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지!
과거를 자랑하며 호쾌하게 웃는 무진의 뻔뻔함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우화등선할 선인도 못 버티고 패악을 저지르고 말 행위였다.
하물며 꼬장꼬장한 당사독이라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무림은 무력이 곧 정의였다.
“서 있지 말고 앉으세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너 때문에 내 수명이 반으로 줄었어!”
당사독은 지금 죽어도 호상이다. 아흔 넘게 살았으면 이젠 넘겨줄 때도 됐잖아. 황제도 그 나이까지 살면 손자가 반역을 일으킬 명문이 되었다.
“그 반이 백 년이 될지, 이백 년이 될지 누가 알아요.”
“말이나 못 하면!”
꼬박꼬박 대답은 잘했다. 진정,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경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이런 황당한 놈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반드시 큰 뜻이 있기를 바랐다. 아니면 지금까지의 삶에 회의감이 크게 들 것이다.
또르르르!
무진은 당사독의 잔에 술을 잔뜩 따라 주었다.
당사독은 미련 두지 않고 그것을 마셨다.
후르륵!
입안으로 매끄럽게 밀려들어 간 술의 진한 풍미가 속을 다독였다. 그 짙은 향과 맛은 당사독도 몇 번 겪어 보지 못한 극상의 맛이었다.
“환혼주!”
“과연 주당이시네요.”
죽은 자의 혼마저 되돌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환혼주는 사천의 명물로서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극소량 생산으로 황금보다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그 귀한 술을 이놈은 퍼마시고 있었다. 당문의 돈이 이런 식으로 날아가고 있다니, 조상께서 아시면 대성통곡할 일이었다.
“돈이 썩어 나는가 보구나.”
“돈이 썩어 나도 아무 데나 쓰진 않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일은 미뤄 두자고요. 이렇게 만났으니 일 하나 같이 하셔야지요.”
잘 마시다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껄끄러움에 당사독은 무진을 노려보았다. 태평한 것 같아도 목적 없이 움직이진 않는 녀석이었다.
“이것 때문에 보자고 한 거였냐?”
“연우한테 확인할 것도 있고요. 그것 빼곤 솔직히 어르신에게 볼일이 있겠습니까.”
“사람 면전에서 할 소린 아니지 않느냐!”
“짐승 면전에서 할 순 없지 않습니까.”
“농담이겠지?”
“예.”
현재로선 당문의 기관진식과 병기 제조술이 필요했다. 개방과 입을 맞춰 소문을 낼 시기를 정할 때까지 준비가 끝나면 좋겠다. 그 시기가 되면 양동작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작전의 뼈대는 완성되었고, 준비물도 넘겼다. 적당히 노른자와 알맹이를 빼먹는 것까지는 봐주었다.
짜잔.
무진이 품에서 책자를 하나 꺼냈다.
범상치 않은 문장과 글자가 당사독의 눈에 띄었다. 글에서 고수의 품격이 느껴졌다.
“보실래요?”
“이게 대체 뭐냐?”
“하늘의 무를 익혔다는 놈이 쓴 병기술입니다.”
“어떤 미친놈이 그런 허황된 소리를!”
책자를 받아 대충 읽어 가던 당사독의 동공에 지진이 일었다. 잘게 흔들리는 모습만 봐도 대충 감이 올 것이다.
“풀면 사람 좀 모이겠지요. 하하하하.”
“……이 미친놈이!”
이걸 풀겠다고!
당사독은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