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King RAW novel - Chapter 352
351 서문세가(1)
서문세가.
한때는 감숙제일세가로서 오대세가와 자웅을 겨루었다고 한다. 그러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삼백 년 전 가문 전력의 팔할을 잃었다.
과정이 참 어이없었다.
단체도 아니고 한 괴인과의 전투로 가문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이다. 오비이락이라고 했던가, 잘나가던 가문이 한순간에 힘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시의 일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지만, 무림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따지고 보면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서문세가는 회복하기 힘든 손해를 보았다.
그래서일까, 값진 교훈을 주었다.
-교만하지 말지어다.
-튀지 말지어다.
-나대지 말지어다.
늘 그렇듯 잘나가면 집단이든 사람이든 대동소이하다. 한창 잘나갈 때 서문세가는 오만이 하늘을 찔렀다. 오대세가도 한 수 아래로 보며 천하제일세가로 불리길 주저하지 않았다.
속된 말로 꼴값을 떨었다.
규모나 세력을 세세히 따져보면 오대세가보다 확실하게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긴 힘들었다. 그렇더라도 서문세가가 하루아침에 쫄딱 망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서문세가는 삼백 년의 세월 동안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으며 근래에 들어서야 세가의 힘을 찾았다.
물론, 삼백 년 전 최전성기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긴 했다. 현재로선 오대세가와 자웅을 겨루기는커녕 팔대세가에도 들기 힘들었다. 십대세가로 범위를 넓혀야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감숙성은 공동파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다.
오만했던 서문세가는 자중하고, 또 자중했다. 튀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힘이 사라진 가문이 어떻게 해야 명맥을 유지해 나가는지를 보여주었다. 수백 년의 모진 세월을 견뎌 내며 가문을 건사한 서문세가의 끈기는 인정해야 했다.
서문세가는 인고의 시간을 절치부심하며 세력을 구축하고, 외연 확장에 힘을 써 왔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바로 혈연이었다. 혼인을 통해 좀 더 탄탄한 유대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었다.
감숙과 사천은 가까운 편에 속했다.
서문세가는 예전부터 당문과의 연대를 지속해 왔었다. 사천의 중심은 아미파, 청성파, 사천당문이지만 구파에 속하는 이들과 연을 맺기는 쉽지 않았다.
공동파가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방해를 해 왔었다. 서문세가로선 어떻게 해서든 사천당문과 끈끈한 연대를 유지해야 했다.
‘어떤 놈이!’
서신을 보내 일정을 조율하여 당문을 방문한 서문호는 생각지도 못한 방해물의 등장에 짜증이 치밀었다. 당문과 연을 맺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해 왔었다. 가문에서도 전폭적으로 밀어주었기에 혼약은 기정사실인 줄 알았다.
지나치게 안심했던 탓일까?
다 된 밥상에 재를 뿌리는 놈이 나타났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부단히 연습을 해 왔기에 섣불리 행동하진 않았다. 한때 잘나가다 크게 데었던 전적이 있어서 매사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었다.
‘절대 안 돼!’
다른 때 같으면 양보할 수도 있으나, 그녀는 서문호의 마음을 가져간 유일한 여인이었다. 가문의 후계로서 정략혼은 필연적인 일일 터,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나는 것은 천운이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 그녀에게 접근했는지 알아봐야 했다. 마음이 급하다고 서두르진 않는다. 어떤 일이든 신중해야 하며, 확실하지 않으면 물러서야 했다. 마음만 가지고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천운권의 제자라고?’
서문호도 천운권을 모르진 않았다. 근래에 가장 유명한 무인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천운권을 말할 것이다. 가는 곳마다 소문의 중심을 이루고, 풍파를 대수롭지 않게 일으켰으니.
‘그래도 천운권이야.’
다른 이들이었다면 호승지심을 불태웠을 수도 있으나, 서문호는 만약의 사태를 염두에 두었다. 천운권을 건드렸을 때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사파조차 악명에 학을 뗀다고 들었다. 불운을 몰고 오는 역병 같은 존재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자와 엮여서 좋을 건 없었다. 안전제일을 추구하는 서문세가의 방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민이 길구나.”
“숙부, 어디 갔다 오신 겁니까? 혹, 또 술을?”
“술이라니, 나를 너무 띄엄띄엄 보는구나. 잠깐 나가서 조사를 해 봤다. 설마 그런 지저분한 녀석의 제자가 두려운 게냐?”
“삼백 년 전 선조께서도 그렇게 말하다가 호되게 당했습니다.”
“이 녀석, 그 당시의 일은 금기거늘.”
“죄송합니다만, 항상 마음에 새길 필요는 있습니다.”
“너는 장차 가문을 이끌어 갈 사람이다. 소심하고 나약한 심성으로 어찌하려고. 네가 그럴 줄 알고 이 숙부가 자리를 마련했으니 잔말 말고 따르거라.”
“저는 아직 한다고는.”
“이대로 빼앗겨도 좋단 말이더냐!”
서문호의 숙부, 철벽검(鐵壁劍) 서문극.
감숙성이 자랑하는 검호로, 서문세가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검수였다. 다소 폭급한 성향이기는 하나, 가문을 위한 충정은 진심이었다. 조카에게 해가 될 일이었다면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괜찮겠지.’
이런 말을 제 입으로 한 적은 없으나, 서문호는 검으로써 동년배에겐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물며 천운권의 제자는 자신보다 한참 어렸다. 서문세가의 무공을 팔성 가까이 익힌 그로서도 패배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별일 없을 거야.’
평소 서문호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성향이었다. 숙부가 서두르지 않았다면 천운권의 제자를 보다 심도 있게 관찰하여 약점을 찾아냈을 것이다. 대련이나 비무도 괜찮긴 하나, 최후의 방법으로 써야 했다.
당문의 내원, 직계의 연무장에 들어섰다.
과연 당문이었다.
가문과 사천당문을 비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그러나 넓고 잘 정돈된 연무장도 서문호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오롯이 선 도도한 여인.
독봉, 당천예.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신봉하지 않았거늘, 서문호는 그녀를 본 이후로 생애 처음 가슴앓이를 했었다. 누군가에 대한 연모로 밤잠을 설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것도 가문에서 가장 냉철하다고 자신했던 그로서는.
“당 소저, 오랜만입니다.”
“그러네요. 한데, 자신은 있나요?”
“아…… 물론입니다.”
“무사히 끝내길 바랄게요.”
“하하,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손속에 사정을 두겠습니다.”
“오해가 있군요. 전 서문 공자의 안위가 걱정돼서 한 말이었어요.”
어울리지 않게 자신감을 드러냈던 서문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저 도도한 여인에게 이처럼 깊은 신뢰를 받다니, 천운권의 제자가 부럽기 짝이 없었다.
“이 서 모, 무공으로 누군가에게 뒤처진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감은 보기 좋네요.”
천운권의 제자를 본 적은 없으나, 서문호로선 모처럼 호승지심을 불태웠다. 다른 때와 달리 이번만큼은 그녀 앞에서 무인으로서 우뚝 서고 싶었다.
“그 대단한 천운권의 제자가 누군지 몹시 기대되는군요.”
“저기 오네요.”
서문호는 감정을 다스리고, 투기를 북돋웠다. 시기와 질투는 대련에 방해가 되었다. 최대한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만전을 기해야 했다.
‘질 수 없다.’
상대가 약하다고 하여 방심한다면, 무인으로서 완성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세상은 패자에게 따뜻하지 않았다. 항상 승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나에게 방심은 기대하……?’
연무장으로 거구의 사내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를 본 서문호는 상념이 잠시 끊어졌다. 연무장을 찾았다면 천운권의 제자가 분명했다. 남궁세가에서 개최한 소룡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소룡대회의 참가 자격을 알기에.
‘……약관도 안 된 얼굴이!’
제자가 아니라 사부가 왔다고 해도 믿어 의심치 않을 무쌍무극의 흉포한 노안이다.
더욱이 겉늙은 걸 떠나 저 얼굴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기를 죽이는 경이로운 면상이었다. 외형만으로 평가한다면 절대악인, 그 자체였다.
흉포함이 물씬 풍기는 모습이나, 말투는 정중한 편이었다. 목소리는 의외로 듣기 좋았다.
“당신입니까, 절 부른 사람이?”
“그렇습니…… 그러네. 자네가 천운권의 제자인가?”
“상대의 신분을 묻기 전에 자기소개부터 하는 게 예의가 아닐는지.”
“미안하군. 나는 서문세가의 서문호라고 하네.”
“송호문의 남철호입니다.”
사전 설명 따윈 길지 않았다. 때마침 연무장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사전에 숙부가 벌인 일들이 떠올랐다. 아마 결과를 모두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그런 숙부도 철호의 면상을 보고 순간 움찔했던 걸 봤다.
‘아무리 그래도.’
이게 어떻게 십 대의 얼굴이야?
저런 흉악한 얼굴로 선녀 같은 당 소저를 노리다니 염치가 없었다. 강호 무림이 얼굴로 먹고사는 세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본 면상이란 게 있었다.
“바로 가겠습니다.”
“원하는 바일세.”
갑작스러운 비무에도 남철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사부와 있으면 이런 일은 당황 축에도 끼지 못했다.
팟!
권갑과 각반을 낀 철호는 단공보를 밟았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방심해서 밀리는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사부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사부의 등쌀에 비하면 대련은 훈훈한 놀이였다.
쐐애액!
철호는 이 장의 거리를 단숨에 제어한 후, 권격의 제공권을 잡았다. 선기를 사로잡은 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나아간 힘을 권격에 실었다.
꽈아아아앙!
츠으으으!
찰나에 파열음이 발생하고 강렬한 열기가 뿜어졌다. 파문이 번지며 연무장을 달아오르게 했다. 눈으로 보고 쫓아가기에는 워낙 빨랐다.
‘……뭐야?’
서문호는 청룡신공을 기반으로 하여 완성된 청룡기격세(靑龍氣擊勢)를 풀었다. 반경 이 장 안이라면 자신의 제어권 안에 둘 수 있었다. 성난 멧돼지처럼 돌격 들어올 때를 노려 역공을 가하려고 했거늘.
슈슈슉!
권로가 우직하지만, 타점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 일점무한의 권경이었다.
퍼어엉, 쿠아아앙!
서문호의 검은 점점 분주해졌다.
방향을 예상하여 상대를 틀에 가두는 자신의 검공을 채 써 볼 틈이 생기지 않았다. 달라붙어 버린 권공의 간격에서 간신히 치명타를 입지 않았을 뿐이다.
‘머리…… 옆구리…… 다리?’
서문세가의 비의, 청룡안(靑龍眼)을 개방한 이후로 이토록 당황해 본 적이 있었나? 예측했던 대로 움직여선 안 되었다. 청룡안의 궤적 예측이 투로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방어를 무력화하는 권공이었다.
헙!
청룡안의 예측에 이은 유인이 무용지물이었다. 가문 내에서도 이런 적이 없기에 당혹스러웠다.
‘뭐가 이렇게 능숙해!’
서문호는 대외적으로 비무행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상당한 실전을 겪었다. 본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실전을 통해 청룡안을 완성했다. 그런 그에게도 철호의 권공은 강함 이전에 완전무결해 보였다.
능히 무쌍무극에 이른 권격이었다.
퍼억!
청룡안의 예측이 연이어 빗나갔다.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지만, 권격이 어깨를 쳤다. 가까스로 비틀어서 흘리기는 했는데, 충격이 내부를 파고들어 온다.
우우웅, 투드드드!
가공할 침투경에 혀를 내둘렀다. 내기만 강하다고 해서 침투경을 이처럼 능숙하게 다루진 못했다. 육체를 완벽하게 통제하에 두지 않고서는.
‘……미친!’
저 나이에 이게 가능해?
강호 무림에 괴물들이 득실거린다고 해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었다. 그 안에도 상식이 있고, 연륜과 경험은 중요했다.
때론 그러한 기본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곤 하나, 약관도 되지 않아서 경을 이처럼 완벽하게 다루진 못했다.
큭!
본가의 비전인 선룡수(先龍手)로 반전을 꾀하고, 검로를 제자리로 돌려 내려고 했던 서문호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수를 써도 권공의 투로에 머물렀다. 마치 다음 수를 읽어 내는 청룡안처럼 허튼 수는 통하지 않았다.
독 안에 든 쥐 꼴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청룡안을 얻기까지 서문호는 십 년을 고생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겨우 본질의 일부를 완성한 청룡안이었기에 자부심도 남달랐다. 최소한 동수에서 반수 위까지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고 자부했거늘. 자신감이 송두리째 박살 났다.
냉철한 이성에 균열이 가며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나이를 속이지 않고서야…… 흐억!”
“그래, 나 늙어 보인다, 이 새끼야!”
혼잣말인데!
왜 대꾸하고 지랄이냐고!
서문호는 느꼈다.
잘못 말했다는 것을.
쿠웩!
여태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점하며 검공을 맞아 주던 철호의 공세가 사납게 돌변했다. 마치 역린을 건드린 광룡처럼 서문호의 검격을 무너뜨렸다.
퍼억, 퍼어억, 퍼어어억!
하단, 중단, 상단으로 이어지는 철호의 우직하면서도 섬전 같은 공격이 서문호의 검로를 뒤로 밀어버렸다. 한 박자 밀리는 간격을 파고들자 일방적인 구타가 되었다.
퍼퍼퍼퍽!
삼연격에 머리 한 방 더.
쿠다다당!
저렇게 맞으면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강렬한 연속기였다. 사람을 주먹으로 패 죽이는 이상적인 투로의 교본과도 같다. 많이 맞아 보지 않고서는, 저처럼 잘 패기도 힘들었다.
보다 못한 누군가가 나섰다.
“……이놈, 멈추지 못할까!”
“다 때렸습니다.”
탓탓!
속이 후련하게 팼으니 이쯤에서 그만두겠다는 철호의 의사에 서문극은 눈이 돌아가 버렸다. 순식간에 피떡이 되어 버린 조카를 보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투득!
해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인내의 한계치가 끊어졌다. 청룡십이검식의 청룡검세(靑龍劍勢)를 뿌렸다.
푸아아앙!
철벽검의 맹렬한 기세와 검력에도 철호는 당황하지 않고 받아냈다. 오히려 검을 뻗었던 서문극은 검신을 통해 전달되는 반진력에 헛바람을 내지를 뻔했다.
‘……뭔 놈의 힘이!’
가공할 신력에 내력이 더해져 파괴적인 경을 이루었다. 조카가 속절없이 밀리다 일방적으로 깨진 연유를 깨달았다. 이놈은 약하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의 강함, 그건 노련하고 완숙한 고수의 풍모였다.
“잘못 보았구나. 인정한다, 너는 강하다!”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서문극도 감숙을 대표하는 검공의 고수였다. 철호에게 간단히 승기를 내어 줄 마음이 없었다.
“받아 보거라.”
서문극은 청룡신화검식의 청룡개벽을 발출했다. 용의 승천으로 하늘이 열리고, 땅이 갈라지는 경천의 검형이었다.
철호는 물러서지 않고 대응했다.
꽈아아아앙!
무쌍일점포와 청룡개벽이 충돌하며 거센 파문을 일으켰다. 가문의 일부가 흔들리며 사나운 기격이 연무장을 괴롭혔다. 휩쓸린 기의 편린에 당문의 무인들도 놀란 기색이었다.
드러난 광경은 예상을 벗어났다.
털썩!
서문극은 무릎을 꿇었다. 곧바로 일어서야 하나, 기혈이 들끓으며 내부가 진탕되었다. 몸 상태가 따라 주지 않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헉!”
철호는 서문극이 일어서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냅다 달려들어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퍼억, 꽈당!
단박에 끝내 버린 철호가 연무장을 돌아봤다.
스윽!
움찔!
대결의 잔향이 남아 있는지 도전하고 싶으면 나오라는 철호의 눈빛이었다. 하나, 감히 ‘도전!’이라고 외칠 간이 큰 무인은 많지 않았다. 비슷한 또래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힘들고, 단주와 대주들도 고개를 돌리긴 매한가지였다.
“우리 천호, 많이 힘들겠다.”
“누가 힘들데?”
“호오, 도전하겠다고? 용기가 가상하구나.”
“아, 속이 안 좋아서.”
당천호는 철호를 소룡대회 이후로 호적수로 여겼다. 매번 패배했지만, 다음에는 넘어서겠다고 다짐했다.
빌어먹게도 오늘 분명히 느꼈다. 당분간은 건들지 말자고.
‘나이하고 얼굴은 절대 언급하지 말자!’
평소도 무서운데, 방금은 사람 얼굴이 아니었다. 저 눈빛, 진짜 사람 잡아먹을 상이다. 당문의 무인들도 어지간해서는 독기로 지지 않는데, 저 얼굴을 마주하기란 일반적인 강단으론 어림도 없다.
“전보다 잘생겨진 거 같아.”
“…….”
내 누나지만, 솔직히 미친년이다.
독봉은 무슨, 광봉이지.
짝짝짝!
돌처럼 경직되었던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등장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흉포한 호랑이 같았던 철호도 평소대로 돌아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사부 앞에서는 맹수도 얌전한 고양이임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발랄해!
그 나이대에서는 당연한데, 그 대상이 철호라서 많이 어색했다. 제자의 애교에 무진이 흐뭇해하자 다들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쟤들, 누굽니까?”
“서문세가일세.”
“잡것들이 주제를 모르는군요.”
“어련하시겠나.”
당명후는 골이 지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