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
나 혼자 프리서버 001화
001
제1장. 각성하다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는 검게 물든 대지.
나와 동료들은 헌터들이 쓸고 지나간 현장에서 몬스터 부산물을 처리하고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놈들은 렉터스라는 야수형 몬스터였는데, 가죽이 아주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헌터들은 몬스터가 뱉어낸 젠(일종의 금화)과 아이템을 쓸어 갔고, 나머지 몬스터 사체는 우리 부산물 처리반이 처리한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가죽을 벗겨 낸 후에 뼈를 해체하는 작업은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었지만, 5년 동안이나 이 짓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는 덤덤해졌다.
우리는 깔끔하게 가죽을 분리하고 있었다.
이것도 나름대로 기술직인지라 깔끔하게 분리하기 위해서는 숙련도가 필요했다.
몬스터 부산물은 필요 이상으로 끈적거렸고 거죽도 일반 가죽과는 달랐다. 특수 제작된 단검을 사용하지 않으면 가죽이 잘리지도 않았다. 하다못해 현대 화기도 통하지 않는 일이었다.
강화된 단검으로 가죽을 벗기다가 손에 상처가 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간혹 죽지 않고 살아나 공격하는 놈들도 있었으니 극도의 주의가 필요했다.
그래도 5년이나 이 일을 한 덕분에 지금은 능숙하게 가죽을 벗길 수 있게 되었다. 헌터가 타격하여 터져 버린 곳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나머지 부분은 상처 없이 벗겨 내야 상품성이 있었다.
“어이, 하이에나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까지 이것도 처리 못 했어? 다들 잘리고 싶어?”
저 멀리서 작업반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F급 헌터에 잠재력 제로, 특수 기술도 없는 작업반장이었지만 우리와 같은 부산물 처리를 하는 놈들에게는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헌터로 각성을 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천민과 왕으로 비교가 될 정도였으니까.
우리들의 별칭은 하이에나.
썩은 고기를 주워 먹고 사는 하이에나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고 이제는 꽤나 익숙해져 있다.
그래도 들을 때마다 욱, 하는 분노가 치미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 업계가 원래 그런가 보다 하며 참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내 성격에 지금까지 참고 있는 것만 해도 기적과 같은 일이다.
놈이 내 머리통을 지휘봉으로 툭툭 치고 지나갔다.
“특히 너 인마.”
“크윽. 너무한 것 아닙니까?”
“왜? 꼬우냐? 꼬우면 네가 작업반장을 하든지, 천민 새끼야.”
“…….”
작업반장이 지나가자 나는 분통을 터뜨렸다.
“저 새끼가!”
“형님, 참으시오. 한두 번이 아니잖소?”
“참는 것도 한두 번이지! 힘이 없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데?”
“저번 일 잊었수?”
오세근은 지난날의 기억을 내게 상기시켜 주려 하고 있었다.
나는 자주 욱하는 기질이 있었고 성질도 꽤나 더러운 편이다. 절대 착한 인간은 아니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기 전에는 건달 짓을 하며 꽤나 잘 나간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삶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5년 전에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 때문이었다. 정체불명의 웨이브는 지금도 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고,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기반으로 몇 가지 가설이 존재했다.
그중에서 가장 유력한 가설은 어떤 이유로 인하여 다른 행성과 지구를 잇는 통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어떤 학자들은 환경 파괴가 워낙에 심화되고 있어 지구가 스스로를 지킬 매개체로 몬스터를 만들어 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오염을 견디다 못한 지구가 인류의 숫자를 줄이기 위하여 짐승들을 진화시켰다는 설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창조설이었다. 이건 헌터들 세계에 깔려 있는 일종의 ‘시스템’이란 존재 때문이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창조설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어쨌든 원인은 지금도 조사 중이다.
현대 화기가 통하지 않는 몬스터의 존재 때문에 초기 웨이브 당시 인류의 30%가 죽어 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을 처리할 수 있는 특수한 힘을 가진 헌터들이 각성하였는데, 그들은 사회의 새로운 귀족층으로 자리를 잡았다.
헌터 사업은 돈과 직결되었다.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코어는 에너지 산업으로 발전하였고 몬스터 부산물로는 여러 가지 무구들을 제작했다.
업계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으며 헌터를 중심으로 길드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헌터들을 규합하여 이권을 만들어나갔다. 어둠의 세계를 잠식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건달들은 최하급 길드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잘 나가던 건달이 한순간에 꺾이는 것은 시간 문제였던 것이다.
악과 깡밖에 남아 있지 않은 내가 건달 노릇을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이런저런 일들을 전전하다가 찾은 것이 바로 헌터계 하이에나라고 불리는 몬스터 부산물 처리였다.
이 바닥에서야 성질이 더럽든 아니든 일만 잘하면 되기에 헌터들은 상관하지 않았지만, 작업반장과 뒤처리 전담반 경비를 하는 헌터 놈들이 문제였다.
갑은커녕 을, 병 정도도 안 되는 놈들이 갑질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혔다. 그래서 충돌이 끊이지를 않았다.
한 번은 고창수 저 새끼에게 죽도록 맞은 적이 있었다. 욱하는 성질에 덤볐다가 정말 세상 하직할 뻔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왕년에는 전국구 건달로, 이름만 들어도 적들이 벌벌 떨었던 독사였다. 만날 때마다 고창수와 피 튀기는 신경전을 벌였었다.
고창수는 우리 을의 세계에서는 갑이었고 항상 갑질을 했다. 하지만 내가 반항을 하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사사건건 시비였다.
돌아서던 고창수가 내 말을 들은 모양이다.
“어쭈? 나보고 새끼라고 했냐? 흐흐흐. 지난번에 맞아 부러진 뼈가 다 아물었다 이거냐?”
“크윽.”
나는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움켜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회사 체질이 아니다. 상사의 욕을 받아 줄 정도로 넉넉한 성격도 아니고.
박살 내는 것에 익숙한 내가 ‘을질’을 당하려니 배알이 꼬였다. 게다가 신경질적으로 내 머리를 지휘봉으로 툭툭 치자 그나마 한 점 남아 있던 이성까지 날아가 버렸다.
“또 한따까리 할까? 덤벼! 이 새끼야. 오늘은 안 되겠다. 그냥 못 넘어간다.”
“흐흐흐. 그래?”
퍼어억!
“커억!”
고창수는 기습적으로 이동하여 내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정말 이건 반칙이다. 도저히 내 눈에는 고창수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내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역시나 각성한 헌터는 F급이라고 해도 주먹이 달랐다.
나는 어려서부터 밥 먹듯이 싸움질을 했고 전국구로 이름을 날렸을 만큼이나 주먹과 칼을 잘 다뤘다.
하지만 그렇게 잘 나갔다고 해도 헌터에게는 한낱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허리를 펴기도 전에 머리통으로 고창수의 니킥이 날아왔다.
빠각!
“끄아아악!”
나는 바닥을 뒹굴었다.
눈앞이 팽팽 돌았다.
“이번에 네놈이 길드장에게 나를 찔렀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손봐 줄 생각이었는데, 그딴 식으로 나와?”
퍽! 퍽! 퍽!
고창수는 나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
작업반장이 뒷돈을 빼돌린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고창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는 길드장에게 그 사실을 찔렀고 놈은 한동안 고생을 했다.
나는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외쳤다.
“큭큭큭. 이번에 잘려야 했는데, 아깝게 됐네.”
“이 독종 새끼!”
퍼억!
그리고는 다시 머리로 발이 날아왔다.
내가 아무리 독종이라도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지잉!
갈비뼈가 부러진 것같이 아프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기절해 있었던 걸까. 눈을 떠 보니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여긴 오세근의 집이었다.
“쿨럭!”
“형님, 그냥 누워있으십쇼.”
“그럴 수야 있나. 나, 천하의 독사잖냐.”
내 말에 오세근은 쓰게 웃었다.
오세근은 나와 함께 전국을 누비던 건달이었다. 하지만 헌터들에게 밀려 지금은 함께 몬스터 부산물이나 처리하는 신세였다.
내가 누나의 희귀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짓을 하고 있다면, 놈은 일찍 사고를 쳐서 딸이 둘이나 되는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암흑의 업계로 뛰어들었다.
어쨌든 왕년에 함께 잘 나갔던 우리는 서로의 신세 한탄에 공감을 하며 친하게 지냈다.
“아주버님, 몸은 좀 어때요?”
오세근의 부인인 이자영이었다.
오세근과는 친형제나 다름없었고, 애초에 이자영을 소개시켜 준 것이 나였다.
누나 친구인 이자영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오세근과는 네 살 차이였는데, 서로 첫눈에 반하여 사귀기 시작하더니 두 달이 지난 후에 덜컥 임신하는 바람에 곧바로 혼인신고를 해 버렸다.
내가 보기에는 오세근이나 이자영의 인생은 그 순간부터 꼬인 것이었지만, 그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뭐, 본인들이 좋다면 그게 꼬인 인생이라 할 수 없기는 하다.
“아, 제수씨, 괜찮아.”
“으이그, 그러니까 성질 좀 죽여요. 아직도 잘 나가는 건달인 줄 알아요?”
“아우우! 아파!”
이자영은 내 찢긴 머리통에 약을 발라 주었다.
그녀는 나를 친동생이나 다름없이 대해 주었다. 하기야 어릴 때부터 누나와는 친한 친구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제수씨, 소주 있어?”
“그 지경이 되고도 술을 먹겠다고요? 은수 알면 어쩌려고?”
“누나가 뭐, 내가 이런 인간인 거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소주나 줘.”
“하여간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자영은 툴툴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세근아, 술이나 빨자.”
“형님도 참 대단하쇼. 그러고서도 술이 넘어가?”
“그럼 어떡하냐!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그러면서도 오세근은 마다하지 않았다.
하기야 놈도 이런 핑곗거리라도 만들어야 술을 마시지, 평소에는 마누라 눈치 때문에 술도 제대로 못 마셨다.
말로는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신다고 하지만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곧바로 술판이 벌어졌다.
내가 오랫동안 기절을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애들은 전부 자고 있었다.
오늘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인지 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을 세 병 정도 비워 갈 즈음, 오세근이 진지하게 말했다.
“형님, 형님도 곧 삼십 대 중반인데 이제는 성질을 좀 죽이쇼. 그러다가 제 명에 못 산다니까? 아직도 우리가 잘 나가는 시절인 줄 알아? 이제 우리 시대는 끝났어. 그만 인정할 건 하자.”
“누가 인정 안 한다고 했냐? 나는 그 새끼가 싫은 거야. 갑에서 을이 된 우리네 인생이 싫은 게 아니라니까? 세상이 바뀐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고창수 그 새끼는 인성이 쓰레기잖아?”
“그래도 어쩌겠어? 힘 가진 놈이 갑이라는 건 형님도 잘 알지 않소?”
오세근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비웠다.
내 입맛도 썼다.
나 역시도 이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에 승복할 수 있는 선이라는 것이 있다.
고창수는 그 선을 자꾸 건들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어도 인간을 가축 이하로 취급하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 바닥에 있는 이상, 고창수와는 부딪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레이터 길드 휘하의 몬스터 부산물 전담반만큼이나 급여를 빵빵하게 챙겨 주는 곳도 없고 말이다.
누나 치료비를 대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공생해야 한다면 고창수는 내가 넘어야 할 산이었다.
오세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이고, 형님은 그 성질 아직도 안 죽었네. 하기야 그래서 내가 형님을 좋아하긴 하지.”
“징그러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