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9
나 혼자 프리서버 019화
019
경비병은 강하다.
특히나 서버 특화 마을의 경비병은 모든 몬스터를 막아낼 수 있었다. 운영자가 마을에서 이벤트를 벌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마을에 몬스터를 왕창 풀어 놓거나 보스 몬스터도 소환했는데, 유저들이 잡다가 미처 잡지 못하면 경비병이 처리했다.
그러니까 대충 철 투구에 창이나 들고 돌아다니는 나 따위는 한 방에 죽을 수 있다는 뜻이다.
죽고 난 후 부활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몸을 사리는 차원에서라도 물러나야 했다.
“쩝.”
나는 입맛을 다셨다.
한 시간에 하나씩 깃털을 모아서야 도대체 언제 아이템을 맞춘단 말인가. 더욱이 사냥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깃털을 주는 것도 아니었으니 앞으로 엄청난 노가다가 예상되었다.
우리는 몇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저런 초호화 아이템 앞에 있어 봤자 눈만 버린다.
“가지고 싶다.”
나는 탐욕을 그대로 드러냈다.
물론 그게 단순히 강해져야겠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 아이템들이 있으면 언젠가는 보스 몬스터를 혼자 사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참으쇼. 딱 봐도 엄청나 보이는데, 괜히 훔치다가 손모가지 날아가지 말고.”
“세근아, 방법이 없겠냐?”
“방법이요? 열심히 노가다를 뛰어서 깃털을 모으는 거지. 그것 이외에는 방법이 있을 도리가 있나. 물론 하루에 한정되어 열리는 서버 특화 던전을 이용한다면 조금 더 빨리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서버 특화 던전!”
가까운 곳에 서버 특화 던전으로 이동시켜 주는 상인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허접한 장비로 들이댔다가는 들어가자마자 사망이다.
프리서버는 처음 시작을 하자마자 지원 상자를 주었는데 최소한 그 안에는 서버 특화 던전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장비들이 들어 있었다.
물론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그것이 좀 아쉽다고 할까.
“지금 장비로는 안 되겠지만.”
오세근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놈 역시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처량한지 알고 있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하는 헌터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서버 특화 마을에서 나는 허접한 초보 모험가일 뿐이었다.
문득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혹시 후원 시스템은 없는 걸까?”
“그거야 운영자가 실제로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 후원할 대상이 없는데 어떻게 후원 시스템이 있겠어? 형님도 참.”
“그런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후원이라는 개념은 운영자에게 현금을 찔러 주고 운영자 지원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여기에는 장비도 포함되어 있었다.
돈만 많으면 초호화 장비로 무장할 수도 있었다.
물론 여기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오세근의 말대로 운영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법이 있을 거다. 네가 그 방법을 찾아 줘.”
“찾아는 보겠는데 별 기대는 하지 마쇼. 형님에게만 프리서버가 적용된 것만 해도 기적인데, 운영자가 실제로 있을라고.”
“모르지. 어떤 미친 신이라는 작자가 운영을 하고 있는지도.”
“쯧쯧, 소설 너무 많이 봤소.”
결국은 미련을 버려야 할 것 같았다.
서버 특화 아이템은 미뤄 둔다 치고, 그럼 젠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기 상인을 찾았다.
이곳에는 일반 무기들을 팔았는데, 일반 무기라고 해도 현실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기본이 미스릴이다.
미스릴 장검
공격력: 18
+7힘
추가 타격: 3
미스릴로 재련한 장검.
실력 좋은 대장장이가 일주일 동안 재련하여 제작했다.
[가격: 150만 젠]“헐! 검 한 자루가 뭐 이렇게 비싸?”
“이게 비싸다고요? 원가도 되지 않아! 절대 깎아 줄 수는 없으니 그렇게 알라고!”
역시나 전형적인 NPC의 말투였다.
장사도 잘 안될 텐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좀 깎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들은 전혀 인간적이지 않은 말을 내뱉었다.
오세근이 말했다.
“서버 배율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서버 배율?”
“150만 정도는 한 며칠 고생하면 모으지 않수? 그러니까 눈 딱 감고 노가다 뛰면 되지.”
“크윽.”
“이 정도도 감지덕지해야지. 지금 이런 검을 시중에서 구하려면 150만 젠이 넘어가는 건 알고 있지?”
“그야 그렇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대체적으로 가격이 비슷비슷했다. 다만 무기는 좀 비쌌고 방어구와 액세서리는 조금 쌌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액세서리밖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았다.
이것만 해도 사실 감지덕지한 일이었지만,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역시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일까.
상인이 파는 액세서리 중에서도 가장 싼 것들을 구하는 것도 빠듯했다. 그것도 풀 템이 아니었다. 간신히 벨트와 목걸이, 반지를 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독재자 서버에서 강화를 할 때 재물로나 사용하는 그런 장비를 맞출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나는 상인에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젠을 내밀었다.
환전을 한 젠 이외에 모든 젠이 빠져나갔다.
[독재자 벨트: 무게 20% 감소] [독재자 목걸이: 힘+2] [독재자 반지: 물리 방어 +5] [독재자 반지: 물리 방어 +5]모두 착용을 하자 힘이 좀 강화된 느낌이었고 방어력도 단단해졌다.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 느낌이 좋았다.
오늘은 아무래도 1차 전직을 완료하고 현실에서 서버 특화 마을로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거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그나마 반지가 두 개라 물리 방어가 +10이나 올라갔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이제 1차 전직을 해 볼까.”
“벌써 그 레벨이 됐네. 1차 전직은 뭐로 하시게?”
1차 전직에 대해 생각하자 어느새 아이템을 보며 들었던 자괴감이 사라졌다.
당연히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히든 직업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명 밸런스 파괴라고 불리는 직업이었다.
***
“너, 독재자 서버의 문제점이 뭐였는지 아냐? 초창기에 잠깐 해 봤으니 알 것 아니야?”
“그야 하이 엘프 아니오? 검이면 검, 마법이면 마법, 정령술이면 정령술, 궁술이면 궁술, 말도 되지 않는 밸런스를 가진 캐릭터였지. 내가 가디언을 선택했다가 하이 엘프에게 쳐 발리고 접었지.”
“여기가 무슨 서버다?”
“형님 혹시?!”
“당연하지. 독재자 서버 시스템이라면 당연히 하이 엘프로 갈 수밖에 없는 거다.”
나는 실실거리며 웃었다.
머릿속이 말끔해지는 느낌이었다.
프리서버 시스템이 적용되었다는 상태 창을 보는 순간 들었던 생각이다. 다재다능하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
여러 가지 능력을 사용한다면 보통은 능력치가 다운그레이드되기 마련이지만, 독재자 서버의 운영자는 요정을 사랑했고 요정을 위한 운영을 했다.
그래서 탄생한 클래스가 바로 하이 엘프였다.
독재자 서버에 가면 1위부터 30위까지 랭커들이 하나같이 모두 하이 엘프였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이 엘프가 아닌 한 PK가 넘쳐나는 독재자 서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클래스이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정말로 독재자 서버만큼의 사기적인 능력을 보여 준다면 랭크가 낮아도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독식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크 엘프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하이 엘프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다. 뽀대야 나겠지만, 현실은 멋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결정했다.”
“캬아! 탁월한 선택이시오. 물론 여기서 무슨 클래스를 하겠냐고 묻는다면 하이 엘프 말고는 답이 없겠지만 말이오.”
“좋아, 그럼 일단 전직 퀘스트부터 받는다. 1차 전직 퀘스트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
“갑시다, 그럼.”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 광장에 필요한 NPC는 죄다 몰아넣는 프리서버의 특성상, 이곳에도 1차 전직에 관련된 NPC가 한곳에 모여 있었다.
요정은 요정, 인간은 인간, 마법사는 마법사 그룹을 이루었다. 우리는 요정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당연히 오세근은 헌터가 아니니 구경만 하는 선에 그쳤다.
생뚱맞게 마을 광장 한복판에 요정이 모여 있는 모습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프리서버에서는 당연한 광경이었다.
고귀한 분위기를 풍겨 내고 있는 그 요정은 후광까지 발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것은 물론이고 성스러움까지 느껴지는 이 여자가 바로 하이 엘프 1차 전직 NPC인 발레나였다.
발레나는 나를 보며 반색했다.
“고귀한 영혼을 가진 이여, 환영합니다!”
“레벨 30을 달성하여 1차 퀘스트를 받으러 왔습니다.”
“하이 엘프가 되기로 결심하신 건가요?”
“네, 저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습니다.”
“탁월하신 선택이네요. 하이 엘프로 각성하기 위해서는 제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셔야 해요. 하시겠어요?”
“물론입니다.”
띠링!
[1차 전직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이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오염된 정령들을 처리하고, 타락한 정령의 기운을 모아 오세요!] [타락한 정령의 기운: 0/50]“감사합니다. 요즘 이 세상에 악의 기운이 자라나고 있어서 걱정이에요. 뭔가 큰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고귀한 영혼을 가진 이여, 당신의 용기에 경탄을 보냅니다. 대지의 여신이 그대와 함께하시기를.”
퀘스트 창이 활성화되었다.
이걸로 하이 엘프로 각성할 준비는 마쳤다.
1차 전직 퀘스트를 받았으니 이제 슬슬 신전에 들러 특수한 성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아야 할 것 같았다.
이 마을에는 일명 신전 퀘스트라는 것이 있다.
신전 퀘스트는 현실에서는 없는 것으로 서버 전용이었는데, 주로 유저 편의를 위하여 이용되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저 성수를 제조하기 위해서만 퀘스트를 했지만, 후반에 가면 엄청난 아이템들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다만 받는 아이템에 비하여 난이도가 까다로워 프리서버에서는 버려진 신전이라 불리기도 했다.
게임상에서는 그랬지만, 누나의 병을 치료해야 하는 나로서는 신전이 일종의 돌파구라고 생각되었다.
구질구질하게 사체나 해체하는 나날을 보낸 것도 따지고 보면 누나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특별하게 생각이 될 수밖에.
신전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자격시험을 봐야 한다. 그것은 아마도 오우거를 잡는 일이었을 것이다.
‘몇 마리였더라?’
그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워낙에 오래전에 퀘스트를 수행했었는지라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기는 하다.
현실에서도 똑같은 퀘스트를 주지 않을까 싶다.
신전으로 들어간다.
자격시험은 성기사단장 아벨에게 받을 수 있다. 성수를 제작하겠다고 말하면 퀘스트를 내어 준다. 시험이라고 말이다.
웅성웅성.
이곳으로 들어오자 성기사들이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모험가들이 찾아온 것도 드문 일이었지만 신전으로 곧바로 들어온 것은 더욱 드문 일이기 때문이었다.
바벨은 나이가 지긋한 노 기사였다.
“자네들은 모험가인가?”
“그렇습니다, 성기사님. 볼일이 있어 왔습니다.”
“허허허! 여신께 감화되는 건 좋은 일이지. 기도하다 가시게.”
“그게 아니라, 한 가지 용무가 있어 바벨 님을 찾아왔습니다.”
“나를 찾아온 것이라고? 무슨 일인가? 이 늙은이에게 용무라는 것이.”
“신전에서 성수를 제작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신전에서 성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