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6
나 혼자 프리서버 036화
036
“법에 위배되지는 않았다……?”
이창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전에는 정부에서 개입할 수 없다. 그런 개 같은 법이 통과된 것은 2년 전이었고 사람이 죽어 나가도 무죄로 처리됐다.
이건 모두 레이터 길드를 비롯한 대형 길드가 국회의원들을 압박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3년 동안을 업계에서 구른 나경철은 그런 법의 허점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의 일은 누구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대단하네.”
이소희는 감탄했다.
건달 출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말투나 행동에서 그런 성향이 묻어나올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잔인하게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죠.”
“새로운 적들이 생기지는 않으려나?”
“오늘 있었던 일을 보면 상당히 작위적이었는데, 딱 봐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고 볼 수 있죠.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잖아요. 누구도 지탄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앞으로 지존 길드는 성장할 수 없을 겁니다.”
“내일 인터넷 게시판에 난리가 나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어서 기사 작성하도록 하자.”
그들은 방송국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오늘 길드전에 대한 이야기는 특종임이 틀림없었다.
그것도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후드득, 후드득.
솨아아아아!
영등포에 도착했을 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술을 마실 참이었는데 이렇게 비까지 쏟아지니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대충 옷을 갈아입고 포장마차에 모였다.
오세근이 일어나 외쳤다.
“오늘의 위대한 승리를 축하하며!”
“건배!”
챙! 챙!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길드원들은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전라도 망치는 과장되게 행동했다.
“성님! 마치 전성기 시절의 우리를 보는 줄 알았구만이라.”
“그러냐?”
“휙휙 날아다니던 그 시절이 연상됐지라. 안 그런감?”
“그럼, 그럼.”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는 마치 조직이 부활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필드는 거대한 나와바리였고, 길드전은 마치 조직항쟁을 연상케 하였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길드전이 엄연한 합법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성님, 우리가 처벌받지는 않겠재?”
“그럴 리가 있나.”
나와 오세근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직 이 업계에 대해 잘 모르는 놈들은 충분히 처벌받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헌터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늘 길드전에서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었다.
사람이 죽었다면 간단하게나마 조사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겨우(?) 손가락 하나 자른 정도로 기소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법이 개정된 지 2년이 넘었다.
“완전히 합법이니 걱정 마라.”
“와아! 그게 합법이라니.”
“세상 많이 좋아졌고만?”
“하하하하! 앞으로 우리를 천시하는 놈들은 없겠지.”
사실, 속이 다 시원했다.
게다가 누가 보아도 오늘의 사건은 라이온 길드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 의혹들이 내일 인터넷 게시판을 뒤흔들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오세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제가 한마디 하겠소.”
“해라.”
“다들 들어라! 오늘 조직은 새롭게 부활했다. 최고의 조직을 만들어 보자!”
“조직을 위하여!”
“위하여!”
챙! 챙!
술잔이 허공에서 부딪친다.
술을 입으로 털어 넣으면서도 약간 걱정이 되었다.
이놈들이 어디 가서 거하게 사고나 치지 않을까 해서였다. 필드에서야 법이 무용지물이었지만 바깥에서 사고를 쳤다가는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 일은 없게 만들어야겠지.’
나는 애써 걱정을 지웠다.
지금 걱정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었다.
현 사회는 헌터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헌터들이 사라지면 몬스터와의 균형이 무너지고 일반인도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정부나 군에서는 헌터들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도 대형 길드가 국가 권력의 중추로 자리 잡고 있었고 앞으로 그런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었다.
세계의 멸망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누구보다 헌터에 민감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강소라 중령이었다. 그녀는 사무실에서 오늘 있었던 사건을 담은 테이프를 계속해서 돌려 보고 있었다.
“아킬레스건을 끊어 버리다니.”
그건 그렇다 해도, 손가락을 잘라 보복을 하였으니 이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
길드전에는 법이 개입할 수 없다는 법안이 통과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도덕적인 관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부관 오대수 대위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지금 나경철 헌터에게 그들은 운명을 걸고 있었다. 나경철이 한 달 안에 S급을 달성한다면 그들도 진급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나경철이 크게 사고를 친다면 모든 것이 뒤집혀 버린다.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야.”
“손가락을 잘라 버렸습니다. 다시 붙일 수도 없게 뭉개 버렸지 말입니다.”
“법이 개입할 수는 없는 문제니까.”
“설마 사회적으로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겠지요?”
“그럴 일 없다.”
강소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경철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상부에서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똑똑.
“들어와.”
“유소찬 대령님이 찾으십니다.”
“그 일 때문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역시나 상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일에 대해 논의할 것이 틀림없었다.
강소라는 각오를 다졌다. 만약 오늘 일을 물고 늘어진다면 필사적으로 나경철을 보호할 것이다.
강소라는 직속 상관인 유소찬 대령에게 경례를 붙였다.
“충성!”
“쉬어.”
강소라는 가볍게 몸을 풀었지만, 자리에 앉지는 않았다. 그녀는 군인이었고 군인답게 행동을 하는 건 당연했다.
“오늘 일 말이네만. 자네도 보았나?”
“몇 번이나 돌려서 보았습니다. 비록 나경철 씨의 행동이 심하기는 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앞으로의 대응을 위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누가 봐도 사주가 확실한데. 그 정도의 반응도 하지 않으면 어쩌겠나.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렇다면……?”
강소라는 자신이 완전히 문제를 잘못 짚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소찬 대령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상부의 추측이네만, 혹시 나경철이 일반인을 각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
***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강소라는 오늘 오전에 지존 길드가 결성되었고 길드원은 모두 일반인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들에게는 헌터 등급 측정이나 잠재력 측정을 받은 이력이 없었다. 헌터로 각성하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검사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아침만 해도 그들이 일반인이라는 사실이 확실했었다. 그런데 오늘 전투하는 모습을 보니 헌터로 각성한 것이 확실해 보였다.
마법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확실하네.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루 만에 그 많은 헌터가 등장한단 말인가!”
유소찬의 얼굴이 붉어졌다.
만약 그의 예상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헌터계는 거대한 폭풍에 휩싸일 것이다. 그 폭풍의 핵이 나경철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헌터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
이 하나만으로 막강한 전력이 될 것이 확실했다.
“그것이 잠재력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네. 말도 안 되는 축복이 나경철에게 내려진 것이지.”
“으음!”
강소라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투성이였다. 만약 지존 길드원들이 전원 헌터로 시작하였다면 애초에 사체처리반으로 배속한다는 발표를 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오늘 그들은 사체 부산물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다.
갑자기 헌터로 각성했다고밖에 말이 되지 않는다.
“대령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이 되자마자 자네가 가 주어야겠네.”
“조사를 할까요?”
“반드시 알아내게! 만약 그가 일반인을 각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한국 정부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움직일 수도 있음이야. 지금이야 의심 정도의 수준이지만 사실로 판명되면 어찌 되겠나?”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그래, 그 말일세.”
강소라는 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경철이라는 한 사람으로 인하여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아침 일찍 가겠습니다.”
“일이 심각하네. 사실 여부에 따라서 자네와 내가 곧바로 특진할 수도 있음이야.”
척!
강소라는 군화 뒤축을 붙이며 경례를 했다.
특진을 할 수 있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여장군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녀에게 있어서는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일 수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제는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새벽까지 퍼마시다가 대부분의 길드원들은 숙소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한 잔 더 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필름이 끊겨 버렸기에 어찌 된 일인지 기억이 없다.
“일어나!!”
“으으으!”
골이 다 울렸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으니 어제 오세근의 집으로 기어들어 온 것 같았다. 여기서 한 잔 더 한 것 같은 기억은 있다.
눈을 떠 보니 이자영이 허리에 손을 얹고 서 있었다.
언제나 보아 왔던 광경이었기에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최소한 어제 술을 퍼마시고 사고를 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제수씨, 여긴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당연히 내 집이지.”
“흐흐흐. 제대로 들어왔다는 뜻이네.”
“이 화상아, 언제 철들래? 그래 가지고 결혼이나 하겠어?”
이자영의 잔소리에 곁에서 뻗어 있던 오세근도 눈을 떴다. 전라도 망치도 덩달아 눈을 떴다.
“아이고, 형수님, 어제는 신세 많았지라.”
“이 화상들, 깡패 짓 그만두어서 팔자 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 아주 조직을 결성했더만?”
이자영은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았다.
어제 일이 생방송 되었을 것이고 조직항쟁 못지않은 난전이 펼쳐졌었다. 오세근도 꽤 다쳤고 온몸이 피로 잔뜩 절어 있는 광경이 방송되었다.
더욱이 옷을 갈아입었다고는 하지만 피비린내를 풀풀 풍기면서 쳐들어 왔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죄송하여라, 형수님.”
“제수씨, 미안해.”
“어휴, 내 팔자야. 와서 밥이나 먹어요.”
한차례 퍼붓더니 이제야 화가 조금 풀린 것 같았다. 반말을 하다가 존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화가 조금 누그러졌다는 뜻이다.
북엇국을 퍼먹는다.
속이 한결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주버님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
이자영이 물었다.
“결혼……?”
결혼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생활을 하는데 어떤 여자가 반길까 싶었다.
“그냥 이렇게 늙어 죽을 팔잔가 봐.”
“그걸 말이라고 해요? 어서 결혼해야 할 것 아니에요? 아침에 국 끓여 줄 사람도 없어서야 쓰겠어요?”
“험험, 때가 되면 하겠지.”
“여보, 그만해.”
“당신은 시끄러워요!”
“…….”
당연히 오세근은 깨갱 했다.
어제 한 짓이 있었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