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5
나 혼자 프리서버 035화
035
웅성웅성.
졸지에 이곳은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둥글게 원이 형성되었으며 양측 길드원들이 도열하였다.
저쪽의 인원은 15명이었고 우리는 12명이었다. 실력은 물론이고 숫자도 부족하였다. 이기기 위해서는 머리를 잘라야 한다.
이런 단체전에서는 우두머리가 쓰러지면 사기가 저하되기 마련이다. 이는 독재자 서버에서 수많은 길드전을 해 보고 느낀 점이었다.
조직 싸움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잘 싸우다가도 행동대장급이 쓰러지면 사기가 저하되어 그 전쟁에서는 패하기 마련이었다.
이런 소규모 싸움은 내가 전문이었다.
‘곧바로 길드장의 목을 딴다.’
가능하면 사람은 죽이지 않으려 하였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죽여서라도 끝장을 내는 수밖에.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내가 먼저 길드전을 선포했다. 그리하지 않았다면 박창수가 길드전을 선포하였을 것이다.
선빵필승이라는 말이 있다.
그건 기세에서 밀리지 않게 하는 행동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길드전을 선포해 버리면 상대편에서 기세가 약간 밀리는 형국이 된다. 물론 우리 측의 사기를 높이는 행동이기도 하다.
저들은 모두들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들이다.
“미쳤구먼. 길드전을 하겠다고?”
“길드장님! 다 죽여 버리죠?”
“어차피 법적으로도 문제없잖아요?”
세상이 이 지경이 되고 나서 통과된 법안이었다.
길드전이 정식으로 선포되면 그 안에서 죽고 다친다 해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이건 전부 길드가 권력층으로 올라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가 차원에서는 길드와 협력을 맺지 않으면 현 세계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라이온 길드장, 길드전을 받아들이는가?”
“하하하! 아주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길드전을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저벅저벅.
나와 박창수는 앞으로 걸어 나왔다.
“병신들아, 주제를 알아라! 감히 길드전을 하겠다고 하다니.”
“씨발 것아! 어차피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거잖아? 마약을 쳐 빨지 않고서야 이딴 식으로 시비를 걸 수는 없지. 머리가 어떻게 되었거나. 아니면 어디서 불알이라도 처맞고 와서 화풀이하는 거냐?”
“…….”
“하여튼 뒈질 각오나 해라.”
“푸하하하하!”
박창수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는 내가 SSS급 잠재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대표적인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놈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크큭. 알겠으니까, 두고 보자.”
놈은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하나둘 박혀 있었고 날씨도 꽤나 쌀쌀해지는 중이었다.
“그럼 한번 놀아 볼까?”
팟!
내가 먼저 몸을 날렸다.
풀 버프 상태였고 몸은 가벼웠다. 레벨은 41이었는데 지금 실력으로 치면 C급에서 B급으로 넘어가는 정도는 될 것이다.
어쩌면 박창수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놈은 내 실력을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에 실프를 소환하였고 매직 에로우를 한 손에 머금었다.
그대로 날아올라 윌리엄의 목검을 내리긋는다.
“와아아아!”
동시에 길드원들도 뛰어왔다.
“뒈져라!”
여기에 나는 하이 엘프 버프를 두르고 있는 상태였다.
버서커까지 추가되어 비약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검술과 마법, 정령술을 동시에 사용했다.
퍼어어억!
“허억!”
“……!”
그대로 박창수의 턱이 돌아갔다.
동시에 복부에 매직 에로우가 작렬하였다. 나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연속으로 놈의 몸에 찔러 넣었다.
백연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길드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나경철이 사망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경철이 빠르게 발전하였다고 해도 B급 헌터를 넘어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A급 수배자를 잡은 경력이 있었지만 그건 순전히 운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길드전이 시작되자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나경철이 일방적으로 박창수를 후려치고 있었던 것이다.
“빠르다.”
A급 헌터를 넘어서는 듯한 몸놀림이었다.
스킬로 인하여 한순간 저런 몸놀림을 보여 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놀라울 정도의 발전이었다.
“하루 만에 저만큼 발전했다고?”
백연하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더욱 나경철에게 흥미가 생겼다. 인간이라면 저렇게 빨리 성장할 수가 없는데, 역시나 SSS급 잠재력을 가졌다는 뜻일까.
지금의 전투는 오직 나경철이 SSS급 이상의 잠재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장이었다. 그를 위한 전투임이 확실했다.
“와아아아!”
“끄아아악!”
다만 지존 길드의 길드원들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들은 분명히 일반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라이온 길드의 길드원과 맞붙어서 쉽게 밀리지 않고 있었다.
그야말로 발악 정도는 한다고 할까.
무엇보다 지존 길드의 길드원들은 짧은 단검을 너무 잘 휘둘렀다. 이건 스킬이 아니라 실전에서 다져진 실력이었다.
“건달 출신이라는 것이 사실이었구나.”
일반인들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오금이 저렸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그들이 칼을 놀리는 모습이 살벌해 보였다.
퍼억! 퍼억!
“끄아아악!”
협력해서 상대방을 잡고 한 명이 파고들어 복부에 칼을 쑤셔 박는다. 여기에 더하여 아킬레스건을 끊어 버리기까지 했다.
요즘에는 성수나 포션이 발달하여 저 정도는 치료할 수 있다고 하지만 보기에는 상당히 잔인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
그 잔인한 광경에 구경꾼들은 혀를 내둘렀다.
“건달 출신이라고 하더니, 사실이었나 봐.”
“엄청나네.”
백연하는 눈을 반짝였다.
“가지고 싶다.”
“뭐라고?”
오두식이 그녀를 바라본다.
백연하는 황홀한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저 남자를 가지고 싶다고요.”
그녀는 나경철을 괴롭히는 상상에 빠져들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들이 머릿속을 뛰어다닌다. 오늘의 일은 백연하가 나경철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퍽! 퍽! 퍽! 퍽!
“커억! 커어어억!”
나는 박창수의 복부에 15방이나 칼침을 놓았다.
물론 방어구를 갖춰 입고 있었기에 제대로 들어간 데미지는 다섯 방 정도에 그쳤지만, 이것만으로도 박창수는 침몰했다.
뒤를 돌아본다.
길드원들은 전쟁이 한창이었다. 마치 과거에 조직을 쓸어버렸을 때처럼 협력하여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꽤나 잔인한 모습들이라 그 광경에 새파랗게 질린 라이온 길드는 침몰하고 있었다.
“하아!”
숨을 몰아쉰다.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지금 이어지고 있는 광경은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였다.
이미 적들은 무너졌다.
그건 적들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무릎 꿇어라, 씨벌 것들아!”
“으으으.”
“끄으으윽.”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 탓인지 주변에는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우리 길드가 최약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악과 깡다구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아마도 지금의 광경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것이다.
전직 건달 출신들의 길드.
잘못하면 자신들의 가족들까지 저렇게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털썩! 털썩!
결국, 그들은 무릎을 꿇었다.
오세근이 칼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형님, 이 새끼들 다 담가서 인천 앞바다에 버려 버릴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하냐?”
“길드전에서는 죽여버려도 된다면서?”
“그냥 아킬레스건 끊는 정도로 하자. 손가락 하나씩 잘라서 전리품으로 나눠 갖도록 하고.”
“……!”
라이온 길드원들은 눈을 부릅떴다.
길드전을 하다가 사람이 죽는 경우는 있었어도 손가락을 잘라 버리느니 아킬레스를 끊어 버리느니 하지는 않았었다.
게다가 전리품이라니!
아킬레스건은 회복이 된다고 해도 잘려나간 손가락은 다시 자라지 않는다.
“실행해!”
“예, 형님!”
서걱! 서걱!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이런 잔인한 행동은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이었고 잔인무도한 만행에 그렇게까지 물이 들지 않았다.
그에 비하여 우리는 건달 생활을 10년 이상을 해 왔었다. 그동안 온갖 잔악한 사건들은 다 겪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또 다른 린치가 들어올 수도 있었다. 밟아 줄 때 확실하게 밟아 주어야 한다.
나 역시도 직접 움직였다.
길드장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버리고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바닥에 떨어진 새끼손가락을 밟아서 뭉개 버리고는 주변을 바라봤다.
“또 우리와 길드전을 하려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지?”
제19장. 후폭풍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야말로 분위기에 압살당했다고 해야 할까.
여기서 섣불리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들의 실력에 질린 것이 아니라 ‘악독함’에 질려 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까지 적들이 쉽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라이온 길드가 신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헌터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지존 길드는 일반인들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헌터가 되어 돌아왔고 실력은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 잔인함까지 선보여 주었으니 섣불리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라이온 길드원들을 바라본다.
‘너무 심하게 손을 썼나?’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다. 암흑가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끝장을 보는 일이었다. 힘이 없다면 분위기로 눌러 버려야 한다.
그건 건달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싸움을 잘하는 놈들이야 널려 있지만, 건달에 최적화되어 있는 독기와 잔인성을 모두 겸비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건달 세계에서는 독기와 잔인성을 ‘관록’이라고 부르면서 간부로 올라갈 수 있는 자질을 겸비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 분위기에 눌려 상대를 실력이 없는 건달도 경원시하지 않았고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저벅저벅.
나는 군중들을 가로질러 갔다.
사람들이 양옆으로 쫙 갈라진다.
그중에는 백연하의 얼굴도 보인다. 온몸이 몬스터와 사람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나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는데, 백연하는 아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저 여자는 괜히 기분이 나쁘단 말이야.’
마치 먹잇감을 보는 눈이라고 할까.
남자가 여자를 탐스럽게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에서야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술이나 빨러 가자.”
“예, 형님!”
우리는 초보 존을 벗어났다.
지존 길드가 남기고 간 후폭풍은 엄청났다.
그와 대적한 길드원들은 손가락을 하나씩 잃었다. 곧바로 치료에 들어갔지만 잃어버린 손가락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의 일은 생방송으로 중계되었다.
그중에는 이소희 기자도 끼어 있었는데, 바닥에 뿌려져 있는 흥건한 피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건달 출신이라고 하더니.”
“생존 전략으로 보입니다.”
“생존 전략?”
이소희는 이창기 카메라맨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이렇게 잔인하게 행동한 것을 하나의 전략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건달들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죠. 이렇게 함으로써 누구도 그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얼마나 빠르게 실력이 발전하는지도 가늠할 수 없게 되었죠. 그것이 무형의 아우라를 만들어 낸 겁니다.”
“그래? 이것이 전략이라니. 분명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전략이 맞기는 하겠지만, 너무 심하지 않았나 싶어. 정부에서는 가만히 있을까?”
“최소한 법에 위배되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