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4
나 혼자 프리서버 034화
034
“첫 공성전에서 경비병은 약하다. 게다가 지원병을 불러올 길드 자체가 없으니 이곳 영지는 무주공산이라는 말이나 다름없지.”
나는 눈을 빛냈다.
내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점이었다.
미리엄 월드라고 해서 처음부터 고렙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유저들은 강해지고 공성전의 난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서버 특화 영지에는 적대적인 세력은커녕 경쟁자 자체가 없었다. 손쉽게 점령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경비병보다는 우리가 약하지 않겠소?”
“정면 돌파는 좀 어렵지.”
“그렇다면……?”
“편법을 써야지.”
“아아!”
그제야 길드원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여기가 게임이라면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성문을 부수고 들어가 경비병과 전투를 벌이며 최종적으로는 영주성을 차지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어떨까.
온갖 편법은 물론이고 치졸한 방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영주를 사로잡거나 죽이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영지의 소유권이 나에게 이전이 될 것이다.
오세근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역시 형님이요. 잔머리 하나는 기가 막힌다니깐.”
“큰형님!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아! 다음 목표는 영지 길드가 되는 거다!”
“언제라도 쳐들어갑시다!”
“영지전은 일주일에 한 번이니 때를 기다려야지. 그때까지는 미친 듯이 업을 하는 거다!”
“맡겨만 주쇼!”
“그럼 돌아가자.”
“엥? 벌써 돌아간다고요?”
길드원들은 떠나기 싫어하는 얼굴이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헌터가 되고 한 달 정도는 사냥에 미쳐 사는 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여긴 좀 위험하니까 차라리 초보 존에서 사냥을 하도록 하자. 그리고 쉬어야 몸을 회복하지, 이것들아.”
“성님! 우리 몸은 튼튼해졌지라. 걱정 붙들어 매쇼!”
“일단 초보 존으로 간다.”
사냥을 하는 것도 좋지만 쉬는 것도 중요했다.
서버 특화 마을은 여관비나 식비가 비쌌다. 그러니 휴식을 취하더라도 초보자 마을로 가서 취하는 것이 낫다.
“갑시다. 렌트 연장도 해야 하니까.”
오세근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길드원들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어쩔 수 없이 트럭 뒤에 올라탔다.
초보자 마을에 도착했다.
한적한 서버 특화 마을과는 다르게 초보자 마을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직 해가 떨어진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헌터들은 오늘 하루 사냥을 마무리했고 파티사냥을 했던 자들은 분배작업을 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초보자 마을은 텅 비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이 가장 많을 시간이었다.
웅성웅성.
우리가 돌아오자 많은 헌터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실력 자체는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지만, 이 바닥에서 나는 꽤나 유명 인사였고 길드까지 만들었기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헌터들도 관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모두가 우리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니었다. 미래성을 생각하여 접근하는 국가기관이나 대형 길드와는 달리 내가 SSS급 이상의 잠재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자들도 꽤나 많았다.
모든 것이 쇼이고 몸값을 올리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병신 길드 떴네.”
“하하하하! 허접 새끼가 하이에나들을 데리고 길드를 만들었다지? 듣기로는 옛 깡패 조직원들이라고 하던데 말이야.”
“큭큭큭.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다시 깡패질을 하려고? 아주 웃기는 놈이네.”
“저 씨벌놈들이!”
“참아라.”
전라도 망치가 호전적인 기질을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말렸다.
별다른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뒤에서 욕을 하는 거야 누구든지 할 수 있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오늘 아침에 호기롭게 길드를 창단하였지만 허접한 집단인 것은 사실이었다.
헌터들은 국가 권력층으로 성장하였고 귀족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사람이 다소 오만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일일이 다 대응을 하다가는 길드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아직 길드전을 벌일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성님, 저 씨벌 것들이 성님을 욕하지 않소.”
“참으라니까, 틀린 말도 아니니까.”
“푸하하하! 병신들이 아주 쇼를 하네. 너희들이 참지 않으면 어쩔 건데? 앙?!”
배꼽을 잡으며 웃는 놈은 라이온 길드의 십부장이었다.
라이온 길드는 창설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하급 길드였는데, 주로 초보 존을 오갔다. 길드원은 20명가량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니까 수도 없이 창설되었다가 사라지는 길드 중 한 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 길드가 상대하기에는 좀 버겁다.
라이온 길드의 길드장은 B급 헌터다. 십부장은 C급 헌터들이었고 일반 길드원은 D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렇게 총원이 20명이었고, 지금 이 자리에 15명이 있다.
‘그래도 진다.’
A급 수배자를 잡은 건 운이 좋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 겨우 각성하여 레벨 15를 넘기지 못한 길드원들을 데리고 그들과 대결한다면 필패한다. 길드전에서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무죄 처리가 되기에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우리는 조용히 빠져나가려 했다.
“야, 이 병신 새끼들아! 그냥 가냐?”
“하하하! 병신들이 병신 짓을 하는데 누가 말리겠냐. 에라이, 상병신들아.”
퍼억!
라이온 길드의 십부장이 돌멩이를 주워 전라도 망치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는 헌터였고 놀랍도록 정확했다.
망치의 머리가 터지며 피를 쏟았다.
“저 씨벌놈이!”
“야! 참으라니…….”
팟!
호전적인 기질의 전라도 망치가 뛰쳐나갔다.
나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행동하는 라이온 길드의 길드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혹시……?”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나?’
피가 차갑게 식었다.
흔히들 헌터계를 무협에 비유하고는 한다. 귀계가 난무하며 수 싸움이 치열하다. 대형 길드는 물론이고 하급 길드의 세계에서도 나름대로 위계질서가 있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디를 가나 비슷했다.
“하아.”
전라도 망치가 라이온 길드의 우태식 십부장과 엉겨 붙었다.
지금 상황은 다소 작위적인 면이 있었지만 그걸 대놓고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길드전으로 번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웅성웅성.
초보자 마을에서는 소문이 금방 번져 나간다.
사람이 많은 만큼 소문이 번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게다가 필드와는 다르게 마을에는 기지국까지 설치되어 있어 전화통화가 가능했다.
요즘 시대에 소문이 퍼져 나가는 것은 말도 안 되게 빨랐다.
“싸움이 났다는데?”
“싸움이 났다고?”
“길드전이 터지려나 봐.”
“허얼! 어느 길드와 어느 길드?”
“지존 길드와 라이온 길드라고 하더라고.”
“개들의 싸움인가?”
흔히 하급 길드와의 싸움을 ‘개들의 싸움’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밀려 패하는 길드는 계속해서 승리한 길드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사냥터도 줄어든다. 온갖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물론이었다.
여기에 명성은 덤이었다.
헌터들 사이에서는 개들의 싸움이었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꽤나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그걸 취재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이번 싸움의 원흉인 백연하와 오두식도 와 있었다.
“길드장님 작품이죠?”
“흐흐흐. 그렇지.”
“얼마를 주었나요?”
“100만 젠을 준다고 하니까 기꺼이 하겠다고 하더라고.”
“나경철을 죽이는 대가로 말이로군요?”
“그래.”
‘아킬레스건 끊고 마나 홀만 파괴하는 선에서 그친다고 약속했었지. 굳이 그를 죽여야 하나?’
백연하는 살짝 인상을 썼다.
얼마 전까지 백연하는 나경철을 그저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가지고 놀다가 버리는 그런 장난감 말이다.
하지만 길드장이 나경철 살해를 사주하였다고 하니 약간 신경이 쓰였다.
‘내가 왜 나경철을 신경 쓰고 있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존으로 군림하면서 정신적으로 어느 한 군데 맛이 갔음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고위급 헌터들은 약간의 가학적인 성향과 정신병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 그 병이 중증인가 아닌가 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다고 할까.
폭군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백연하였다.
그런 자신이 남자에게 신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이로써 우리는 걱정거리 하나를 치우게 되는 셈이지.”
“재밌겠네요.”
“헉! 지존 백연하다!”
“레이트 길드 길드장도 왔어!”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들은 싸움터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럼 구경을 해 보실까?”
오두식은 잔인하게 웃었다.
말이 길드전이지 모조리 죽여 버리라는 주문을 하였으니 곧 있으면 피가 튀고 비명이 난무할 것이다.
이건 공짜로 구경하는 콜로세움 경기나 다를 바가 없었다.
곧 이곳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할 것이다.
퍽퍽! 퍽퍽!
“끄아아악!”
망치와 우태식이 엉겨 붙어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현저하게 망치가 밀리고 있다.
망치는 쓰러지지 않고 겨우겨우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이것만 해도 사실 놀라운 일이었다.
우태식은 십부장이었고 C급 헌터였다. 분명히 전라도 망치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일반인이었다. 왕년에 칼을 좀 썼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적인 관점에서였다.
그런 망치가 우태식을 상대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저기에서 피가 튀고 멍이 들고는 있었다.
‘버프발이다. 버프발로 버티고 있는 거야. 종일 사냥한 덕에, 허름하지만 방어구라도 맞춰 입은 것이 큰 요인이었다.’
나는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였다.
싸움이라면 업계에 몸을 담기 전에도 지겹도록 했었고 집에서 게임으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길드전이나 PK를 해 왔었다. 그 때문인지 상황을 판단하는 안목이 늘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망치는 곧 무너질 것이다.
게다가 라이온 길드원들은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망치가 무너지고 나면 필사적으로 저들은 덤벼들 것이다.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분명히 우리를 좋지 않게 본 세력이 사주를 하여 라이온 길드를 움직인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선수를 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어이, 초보들 등치는 후레자식들아!”
“……!”
나는 라이온 길드장 박창수를 노려보았다.
이렇게 된 이상 물러날 수 없다. 길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끝장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누구 사주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덤벼라. 길드전 선포다! 쓰벌놈들, 내장을 꺼내서 개밥으로 던져 주마!”
***
동시에 나는 풀 버프를 터뜨렸다.
젠 버프를 또 사용한다면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는 한다. 몇 분 되지도 않는 버프를 3만 젠이나 주고 사용했으니 이렇게 남발을 하면 돈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풀 버프를 사용하지 않으면 길드전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런 풀 버프를 나만 사용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머지 길드원들에게는 길드 버프를 걸어 주었다.
파아아앙!
“저 새끼들이 버프를 건다!”
파아아앙!
여기저기서 버프 거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