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8
나 혼자 프리서버 038화
038
유소찬 대령의 얼굴이 구겨졌다.
“길드원만 각성시킬 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증거는?”
“증거는…… 예?”
“그건 나경철이 그리 말했을 뿐인 거고, 정확하게 그가 길드원만 각성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있냐는 뜻이었다.”
“그리 말씀을 하시니 할 말이 없습니다.”
“상부에서 중요한 명령이 떨어졌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무엇이라도 수행하겠습니다.”
“지존 길드에 들어가서 사실 여부를 판단하라는 명령이다.”
“뭐라고요?!”
강소라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나경철이 군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경멸을 한다고 보일 정도였다.
줘도 안 먹느니 뭐니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미인계 따위는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도록 해. 그리고 나경철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와 인연을 이어 가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자네도 그 사실에는 동의하겠지?”
“그야 그렇습니다만.”
“기회라고 생각을 하도록. 자네가 무사히 지존 길드로 침투한다면, 혹시 아나? 상부에서 어여삐 여겨서 승진을 시켜 줄지.”
척!
승진이라는 소리에 그녀는 군화 뒤축을 맞부딪쳤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곧바로 가 보라고. 가서 길드에 침투하고, 나경철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 오도록!”
“예!”
웅성웅성.
“나경철이다.”
“그 조폭 출신 길드장 말이지?”
“그렇다니까. 어제 라이온 길드를 박살 내 버리고 그들 손가락을 모조리 잘라서 뭉개 버렸다더라고.”
“무섭네.”
“일반인까지 각성시킬 수 있는 괴물이라고 하니까,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상상할 수도 없어.”
그렇지 않아도 나는 헌터계에서 유명했다.
SSS급 이상의 잠재력 판정을 받는 순간부터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제 길드를 결성하고, 일반인을 각성시키고, 라이온 길드를 박살 낸 순간부터는 더욱 유명 인사가 되었다.
여기에다 백연하와 나경철이 어떤 관련이 있다고 소문이 났다. 그 소문은 와전되어 백연하의 연인이라는 말이 나돌기까지 하였다.
온갖 소문과 추문이 끊이질 않다 보니 나 역시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처신을 잘못하면 골로 가겠구나.’
지금 분명하게 해명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알리는 편이 나을까? 아니다. 이곳은 너무 시끄러워서 내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이소희 기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녀 역시 나를 보자마자 반겼다.
“나경철 헌터님! 아니지, 이제는 길드장님이라고 해야 하나요? 신수가 훤해지셨네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누가 봐도 나를 인터뷰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조용한 곳으로 그녀를 데려가야겠다.
“이 기자, 잠깐 여관에 좀 갑시다.”
“뭐라고요?!”
***
“뭘 그렇게 놀라? 여관에 가자니까.”
“대낮에 무슨 여관을 가자고 그래요?! 게다가 우리가 친하면 얼마나 친하다고?!”
“…….”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 말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여관에 가자는 것이었는데 다른 행동(?)을 하자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았다.
웅성웅성.
주변에서 헌터들이 소란을 일으켰다.
“조폭 두목답네. 대낮에 여기자를 납치하려 하고 말이야.”
“깡패 두목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 아니야?”
“허허허.”
어처구니없는 오해에 기가 막혔다.
무엇보다 그런 오해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사람들 때문에 더 기가 막힌다.
“뭔 개소리야? 싫으면 꺼져. 간만에 인터뷰를 해 주려고 했더니만. 별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다 듣네.”
“헉! 그런 거였어요?!”
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소희는 기자라고 하기에는 보기 드문 미인이었고 그 덕분에 유명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돌았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여관으로 여자를 끌고 가서 그 짓을 할 정도로 후안무치는 아니었다.
이소희와는 결별이다.
“다시는 찾아오지 마라. 확 눈깔을 파 버릴라니까.”
“잠시만요!”
“꺼지라니까 왜 그래?”
“제가 잘못했어요! 나경철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아요. 게다가 그런 요구를 한다고 해도 제가 거절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계약에 의하면…….”
“와아! 깡패가 여기자를 협박한다!”
“게다가 이미 협박해서 몸까지 요구하는 계약을 썼다니!”
나는 머리를 짚었다.
어쩌다가 이미지가 이렇게 된 걸까.
아무래도 어제 길드 창단을 조직 결성식 비슷하게 했고 저녁에는 라이온 길드를 잔인하게 박살 내 버렸기에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았다.
헌터들은 나를 악마의 수괴 내지는 마왕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터뷰! 인터뷰 때문이라는 것 알아요! 커피를 마시기로 했으니 커피숍으로 가도록 해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에이, 그런 거였어?”
“재밌을 뻔했는데.”
헌터들은 이야기가 재밌게 전개돼 가는 걸 계속 지켜보고 있다가 이소희가 커피 약속이라고 말을 바꾸자 흥미를 잃고 흩어졌다.
물론 나라는 사람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헌터들도 많았다.
“커피는 마셔 주실 거죠?”
그녀는 간절한 표정으로 매달렸다.
그야말로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있는 상황이라 여기서 매몰차게 거절해 버린다면 더 나쁜 놈이라고 소문이 날지도 몰랐다.
오해는 어느 정도 풀어졌으니 대충 못 이기는 척 그녀를 받아주어도 되는 것 아닐까.
“후유, 앞으로 또 그딴 식으로 이야기하면…… 알지?”
“그럼요! 헤헤헤.”
그녀는 비굴한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한눈에 내가 할 이야기가 특종이라는 사실을 알아본 것이다.
“그럼 가자고, 험험.”
그녀는 나를 졸졸 따라왔다.
그리고 그 뒤를 오세근과 카메라맨 이창기도 뒤따랐다. 그러니 이곳에선 오해를 할 사람은 없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여관.
하루 숙박비가 5천 젠에 달할 만큼 비쌌지만, 여기도 ‘대실’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였다.
대실 요금은 2천 젠 정도였고, 인터뷰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비싼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이소희가 지불했다.
여관에 들어가자 소파가 보였다.
4인용 소파라서 편하게 앉아서 인터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커피를 타서 내밀었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화 푸세요.”
“기분 더럽게 나쁜 건 알지?”
“그럼요. 저라도 기분 나빴을 거예요. 사람을 졸지에 강간범……으로 만들려 했으니까요.”
“내 이미지가 그렇게 더럽냐?”
“그건 아니죠.”
이소희는 그렇게 말했지만, 오세근의 입장은 다른 것 같았다.
“형님이 한창이던 시절에야 그러고도 남았지. 왠지 옆에라도 가면 임신을 할 것 같은 이미지잖아?”
“뒈지고 싶냐?”
“낄낄낄. 농담이우. 뭘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래? 우리 형님처럼 순수한 남자도 없을 거요. 아주 천연기념물이라니까?”
“그건 그것대로 기분이 나쁜데?”
농담이 오가자 조금은 분위기가 풀렸다.
“어제 내가 일반인을 각성시켰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지?”
“정말이었네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인터넷에 난리가 났어요. 일반인을 각성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니……. 정말인가요?”
“그건 아니고, 길드원만 각성시킬 수 있어. 길드를 탈퇴하면 사라지고 말이야.”
“그런 거였어요?”
이소희도 다소 실망한 것 같았다.
카메라 필름이 돌아가고 있었고, 지금 내뱉은 이야기는 편집하여 내보낼 것이다. 나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물론 내가 프리서버 시스템의 적용을 받았다는 사실은 쏙 뺐다.
“특전이라고 해야 할까? 모든 헌터들에게는 특전이 붙잖아? 아무래도 내게 그런 특전이 붙은 것 같아.”
“안타깝네요. 정말 안타까워요!”
이소희는 몇 번이나 아깝다는 말을 했다.
일반인을 각성시킬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게 길드원에 한해서라는 소리에 무척이나 안타까웠나 보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었다.”
“물론이죠.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길드원들 각성도 시켰겠다, 최강의 길드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지.”
“한 가지 더. 어제 라이온 길드와 접전이 벌어졌는데요, 분명 누군가의 사주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한 일 아니야? 사주를 받지 않았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는 없지. 15명 길드원이 전부 정신병을 앓지 않고서야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누군지 밝혀내신다면 어쩌실 건가요?”
“어쩌기는? 박살을 내 버려야지.”
나는 최대한 말을 순화시켰다.
전부 모가지를 따 버린다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게다가 배후에 누가 있더라도 당장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소희는 오늘의 인터뷰가 특종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다만 앞으로 나경철이 자신을 보려 하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었다.
어찌어찌 인연을 이어 나가고 있었는데, 오늘 나경철이 자신에게 치근덕거리는 거냐며 크게 오해해 버렸다.
지존 백연하와도 그렇고, 그런 추문이 나돌고 있는 나경철이었다. SSS급 잠재력을 가져 작지만 길드를 꾸려서 길드장이 되기도 하였고 정부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그렇게 잘나가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기자를 강제로 범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대실수였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나경철의 마음을 돌려 보고자 했다.
“길드장님!”
“왜?”
헤어져 멀어져 가던 나경철이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때 그 각서요.”
“됐다. 이제는 필요 없어.”
“아직도 유효해요!”
“씨발, 또 생사람을 잡으려고? 됐다. 너 같은 건 줘도 안 먹으니까 그렇게 알고 다음부터는 접근하지 마라.”
“또 그러시네. 다음에 만나면 데이트해요!”
“데이트 같은 소리 하네!”
“제가 이렇게 빌어도 안 되나요?!”
이소희는 정말 간절한 표정으로 나경철을 바라보았다.
데이트에는 사죄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경철은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관심 없다.”
“…….”
갑자기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히 나경철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순간에 관심을 거두어 버린 것이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그녀에게 안겨 주었다.
“나…… 차인 건가?”
“그렇게 보이네요.”
카메라맨이 혀까지 차며 말했다.
그랬다.
이소희는 나경철에게 완전히 차여 버렸고 관심에서 멀어져 버렸다.
그녀는 갑자기 싱숭생숭한 기분에 휩싸였다.
우리는 서버 특화 마을로 갈 준비를 했다.
오늘도 나름대로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길드원들은 사냥을 하느라 바쁠 것이고 나는 성기사단에 입단하기 위하여 시험을 치러야 한다.
상점에 들러 포션을 구매했다. 길드원들도 어제 번 돈으로 허접하지만, 장비를 업그레이드하였다.
오세근이 나를 슬쩍 바라본다.
“형님, 아까 그 여기자 말이우. 좀 아깝지 않수?”
“아깝다니, 뭐가?”
“그렇게 비는데 그냥 못 이기는 척 데이트 정도야 해 줄 수 있는 것 아니오?”
“관심 없다. 데이트는 무슨. 사람을 강간마 취급을 하는 년하고 너는 데이트를 하고 싶냐?”
“실수였다고 하지 않소. 형님 얼굴이 좀…… 그렇잖아?”
“뭐야, 인마? 내 얼굴 정도면 준수하지, 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