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76
나 혼자 프리서버 076화
076
그녀의 정신은 아직도 경험치 던전에 가 있는 것 같았다. 동료들은 지금쯤 열심히 레벨 업을 하고 있을 텐데 여기 불려 나와 있었으니 말이다.
강소라는 내 부관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사령부의 사령관 이성찬 중장이 인사를 한다.
“어서 오게!”
“반갑습니다. 나경철 대령이라고 합니다.”
“자네에 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네. 지금도 빠르게 강해지는 중이라고?”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참으로 묘하군. 앞으로 자네가 내 상관이 될 테니까.”
“능력 중심의 사회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웅성웅성.
장병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장관은 물론이고 다들 굽실거렸는데 이곳의 분위기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노려본다고 해야 할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나는 이런 시선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더욱이 사체처리반으로 몇 년 동안 구르다 보니 얼굴에 철판을 깔게 되었다.
“다들 안색이 창백하십니다.”
“하하하하! 국가적인 영웅을 보게 되어 긴장하는 것이 아니겠나?”
“글쎄요,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나 하는 표정들인데요?”
“그, 그럴 리가.”
“후후. 좋습니다. 눈에 쌍심지를 켠 똥별님들은 제가 다 확인했으니 나중에 두고 보시죠.”
“…….”
장병들은 꽤나 당황하고 있었다.
이런 유의 사람을 다루어 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장관까지 굽실거리는데 겨우 똥별이 무시를 한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잊으셨나 본데, 저는 전직 건달입니다. 그것도 전국구 3대 조직의 부보스였습니다만.”
“험험.”
사람들은 이제 나와 마주하기를 꺼려했다.
이미 이들은 내 과거를 알고 있었다.
그 정도로 잘 나가던 건달이 군인이 되었다. 그것도 전과자가 말이다. 예전 같았으면 아예 입대 자체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이들도 그런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내 더러운 성격에도 적응을 해야 할 것이다.
“들어갑시다. 오늘은 대충 인사나 하려고 들렀습니다. 군인이 되었는데 출근을 한 번은 해야 하니까요.”
“하하하! 자네 말이 맞네. 들어가도록 하지.”
작전 회의실에는 고위급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기 전에는 군대에서도 실내 흡연을 금지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규정이 많이 느슨해진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고위 장성들 앞에서 일개 대령이 담배를 무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겠지만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었다.
“저는 어떤 보직을 주실 겁니까?”
“기동타격 단장을 맡아 주게.”
“그러다 진급을 하면요?”
“그때에는 다시 보직을 주어야겠지.”
“뭐, 그럽시다.”
“단원들을 만나 보겠나?”
“전부 헌터들이겠지요?”
“그렇지. 자네만큼 뛰어난 헌터들은 아니지만, 정신 무장만큼은 확실히 되어 있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신념이 아주 강하다고 할까.”
“다 필요 없습니다. 강하면 장땡입니다.”
“자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
“으음.”
많은 장병들이 침음을 흘렸다.
이건 기 싸움이다.
기 싸움에서 지면 만사가 고달픈 법이니, 나는 원래 이런 놈이다, 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너무 착하게 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반성(?)을 해야 하는 일이다.
“볼일 끝났으면 가겠습니다. 단원들이나 한번 보고 말입니다.”
“그러시게.”
“참고로, 저를 귀찮게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건 전해 들었지.”
“군인이지만 자유 군인 헌터입니다. 그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시죠.”
“그래, 알겠네.”
사령관은 시종일관 저자세로 나왔다.
아무래도 이풍수 장관에게 어떤 소리를 전해 들은 것 같았다.
작전 회의실은 침묵으로 분위기가 무거웠고 그건 내가 나갈 때까지 지속되었다.
나경철이 나간 자리.
사람들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직 건달 출신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성질이 더럽기로 소문이 자자하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예의가 없을 줄은 몰랐다.
이상철 준장이 분개하며 내뱉었다.
“듣던 대로 한 싸가지 하는군요.”
“어쩌겠나? 상부의 지시인데.”
“아무리 상부의 지시라고 해도 이건…….”
“아서게.”
이성찬 중장은 고개를 저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상이 이 지경이 된 이후로는 힘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고지식한 군인들도 시류를 알아야 한다.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어.”
“그러다 화병 생기겠습니다.”
“그럼 치료를 하게. 한의원에서 침 맞고 한약 먹으면서 버텨야지.”
“중장님은 버틸 수 있으시겠습니까?”
“나야 이미 한의원을 예약해 두었다네. 용한 의원이 있더군.”
“거기가 어딥니까? 저도 함께 가시죠.”
“저도 가겠습니다.”
수많은 장교들이 울화를 호소하였다.
나경철과 계속 마주친다면 울화병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
기동타격단은 몬스터 사령부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이었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당수의 몬스터 관련 사건들을 조사하였으며, 때로는 직접 막아내기도 했다. 그런 기관이었으니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사령관으로 있으면서 가끔 보스 몬스터나 처리를 해 주면 된다. 나머지 일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대령님.”
“왜?”
“아까는 말씀이 좀 심하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째서?”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데…….”
“그래서 어쩌라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초반에 기선제압을 좀 한 것뿐이었다.
앞으로 편하게 생활을 하려면 최대한 그들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나 성질 더러운 놈이라고 광고를 좀 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귀찮게 하면? 덩달아서 강 중령도 바빠질 텐데, 괜찮겠어? 괜찮다고 하면 가서 석고대죄라도 하려고?”
“아닙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강소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바빠지면 강소라도 무사할 수가 없다.
동료들이 레벨 업을 할 때, 불려 나가서 임무를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데 그런 제약이 걸려서는 안 된다.
“그럼 내가 잘한 거겠지?”
“조금 관대하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
“발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시고, 엿도 좀 날려 주시고, 아예 판을 엎어 버리는 것도 좋았겠습니다. 특히 이상철 준장은 묵사발을 만들어 버렸어야 합니다.”
“내 생각도 그래.”
“그럼 실행을 하시는 것이?”
강소라는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나 여자가 더 무섭다.
나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
“험험. 오늘은 기왕 나왔으니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기대하겠습니다.”
기동타격단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이미 소식을 받은 헌터들이 와 있었다.
기동타격단은 전국적으로 2만 명이나 된다. 이곳에 모인 자들은 그들을 지휘하는 지휘관급 인사들이었다.
무려 부단장이 준장 계급이었으니 국가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지 알 만했다. 내가 오기 전에는 기동타격 단장이 소장이었다고 한다.
타격단의 부단장 오준식 준장이 경례를 했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단장님!”
“뭔가…… 이건 좀 아닌데.”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말이 되지 않았다. 대령이 단장이고 부단장이 준장이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일까.
“저는 대령입니다만.”
“곧 진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빠른 시일 안에 대장으로 진급하실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단장님.”
이미 국방부에서는 그런 소문을 파다하게 퍼뜨린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대장이라니.
대장 계급이라면 더 이상 올라갈 수도 없지 않은가.
국가급 헌터가 군인인 경우도 있었는데, 그들은 준장에서 소장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아직 국가급 헌터로 공인받지 않은 내가 대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정부에서는 내가 근시일 내에 전 세계 지존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전 세계 지존의 계급이 준장이나 소장 정도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고 여러 나라에서 손을 뻗어 올 것이다.
세계 지존이 넘어오면 국가 전력이 그만큼이나 상승한다. 국격이 높아진다고 해야 할까. 이건 쉽게 다룰 수는 없는 문제였다.
그 때문에 이렇게 대우를 하는 것이었다.
“들어갑시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기동타격단 건물은 다른 곳과는 좀 달랐다.
검과 방패, 지팡이 등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그건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 필요한 장비들이었다.
마법사들을 위한 도서관도 있고 연무장도 있다.
사실 몬스터 사령부의 절반 정도가 기동타격단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었다. 그만큼이나 중요한 보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회의실에 도착하자 한 여성이 다가왔다.
“충성! 처음 뵙겠습니다. 양슬하 대령이라고 합니다.”
대략 이십 대 중반 정도의 롱 웨이브의 머리를 한 여성이었다. 군대에서 머리를 이렇게 길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머리칼이 풍성하였다.
여기에 붉게 물들인 입술에 상당한 미인이라 대체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나 싶을 정도였다. 연예인이나 모델을 해도 될 외모였다.
“누구……?”
“오늘부로 단장님의 부관이 되었습니다.”
“왜 죄다 부관이 여자인지 모르겠네.”
“험험. 단장님이 여성을 선호하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딱히 그렇지는 않은데요?”
내 말에 오준식 준장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기왕이면 여자가 좋겠지만 이런 일에는 남자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위험한 일도 많을 것이고 말이다.
양슬하 대령은 염려 말라는 듯이 말했다.
“이래 보여도 S+급 헌터입니다. 국가급 헌터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곁에서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딱히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준장이 부단장이고 부관이 대령이란다.
도대체 국방부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러다 세계 지존이 되지 못하면 그들이 어떤 표정일지 상상이 되었다.
“그냥 얼굴이나 보자고 들렀습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부관이 연락하십시오. 저는 웬만한 일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들었습니다.”
“보스 몬스터가 떴을 때만 연락하세요. 사실 저에게 보직이란 그리 의미가 있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도 혹여나 제가 다른 국가로 귀화라도 할까 봐 군인으로 만들어 놓은 것뿐이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또 봅시다.”
나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강소라가 웃으며 말했다.
“쿨하신데요?”
“몰랐어? 원래 나는 쿨한 남자야.”
“앞으로 대령님을 괴롭힐 사람은 없겠네요. 보스 몬스터만 상대하면 되니 남는 장사이기도 하고요.”
“그래, 여차하면 내가 군 생활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겠지. 혹시 지금 상황에서 망명이라도 하면 어쩌겠어?”
“아마 다른 나라에서는 쌍수를 들고 반기겠죠.”
“그러니까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참으로 희소식입니다.”
“자자, 그럼 헌터 연구소에나 들렀다가 가자고. 오늘 국가급 헌터로 공인을 받을 테니까.”
대한민국 국방부.
뭐니 뭐니 해도 현재 헌터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바로 나경철이었다.
이풍수 장관을 비롯하여 대통령까지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건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헌터 채널은 물론이고 뉴스에서까지 나경철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 그의 환심을 사는 것이 지상 과제로까지 느껴진다.
이풍수 장관은 뉴스를 보며 나경철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