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84
나 혼자 프리서버 084화
084
“저희 미국에는 최신식 의료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나날이 발전을 하고 있는 중이지요. TN 바이러스는 저희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백신을 임상 실험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지요.”
“……!”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오만이었다.
백신이 개발되었다? 그 말이 사실일까?
“백신이 정말로 개발된 것입니까?”
“임상시험을 하는 중입니다.”
“완성된 것이 아니고요?”
“동물 실험에서는 확실히 TN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실험 중에 있습니다.”
“허어.”
역시나 윌리엄이었다.
돈이나 명예 따위를 제안하였다면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돈은 차고도 넘쳤고, 명예는 있어 봤자 불편할 뿐이다.
그런데 그는 내 역린을 찔렀다.
“미국으로 오십시오. 상상도 못 할 부와 명예는 덤입니다.”
“그런…….”
“며칠 동안 서울에 머물 예정입니다. 그러니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명함을 내밀었다.
나는 얼떨결에 그 명함을 받아 들었다.
윌리엄은 휘적휘적 걸어서 사라졌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대단하네요.”
백연하가 내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설마 나를 스카우트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던 걸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TN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었던 걸까.
고민스러운 일이었다.
백연하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언니의 몸에서 바이러스가 줄어들고 있었어요. 지금은 바이러스를 억누르고 있는 중이죠. 그런데 굳이 미국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흠…….”
“꼭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만약 이 이야기가 정부로 흘러 들어갔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그래, 그래야겠군.”
미국에서 TN 바이러스 백신이 완전히 개발되었다고 해도 고민을 해 볼 문제였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아직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까는 조금 흥분을 했었는데, 조금만 더 생각을 해 보면 미국에서는 어떡해서든 나를 망명시키고 볼 것이다.
그 후에는 내가 한국 땅을 밟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수작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과연 윌리엄은 대단한 사람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무기로 나를 이만큼 흔들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의 접근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한국 정부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할 테니까.
“제가 살짝 정보를 흘릴까요?”
“강소라 중령에게 흘리면 알아서 할 것 같은데?”
“그러죠, 그럼.”
강소라는 지금 레벨 업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지만, 기본적으로는 군인이었다. 게다가 애국심도 꽤나 강한 편이었다.
그런 강소라라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확실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저녁 무렵.
병사들이 사냥을 마치고 속속 복귀하였다.
우리는 초보 존 앞에서 막사를 쳤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병사들이 알아서 막사를 쳐 주었는데 내부가 웬만한 여관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지휘부 막사로 길드원들이 모여들었다.
오세근이 특유의 앓는 소리를 낸다.
“아이고, 되다. 강해지는 것은 좋은데, 피곤하네.”
“쯧쯧, 형님은 배가 아주 부르셨소. 남들은 이렇게 하고 싶어도 못 한다니까?”
“알아 인마, 그냥 해 본 소리야.”
순식간에 주변이 시끄러워진다.
오세근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 아까 윌리엄 존슨이 뭐라고 했소?”
“……!”
강소라가 눈을 부릅떴다.
그녀 역시 헌터 업계에 몸담은 사람이다. 윌리엄 존슨의 이름은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었고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뭐겠냐? 스카우터가 온 까닭이.”
“형님을 데려가겠다고? 미국으로?”
“그렇지,”
“하하하! 놈이 헛수고를 했네. 형님이 아무리 성질 더러워도 어느 정도 애국심은 있는 사람인데.”
“TN 바이러스 백신이 임상시험 단계까지 갔다더라.”
“헉! 정말이오?!”
“물론 일단 보류를 해 두었지. 임상시험을 해서 백신이 나오면 내가 가지 않아도 그건 시중에 풀리게 되어 있으니까.”
“어쩐지 엄청난 기밀 같은데?”
“조금 흔들린 것이 사실이다.”
누나가 앞으로 나섰다.
“나는 절대 미국으로 가지 않아.”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누나 병이 완전히 치료된다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데 말이야.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렇게는 생각하는데…….”
나는 살짝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소라가 정부에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정부의 반응을 볼 수 있을 테니까.
“형님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
“증명만 된다면 나도 고민하겠지.”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그렇지 않겠냐?”
“그래도 한국에서 이룬 것을 모두 두고 미국으로 떠난다는 것은 좀 그렇지 않소?”
“나도 그래서 고민이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는 척했다.
어차피 미국 놈들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려는 것이었다. 고도의 심리 전술이라고 해야 할까. 망명을 하고 나면 한국으로는 돌아오지 못한다.
펄럭.
강소라가 슬그머니 막사를 빠져나간다.
아무래도 작전이 성공한 것 같았다.
제47장. 공성전
늦은 밤.
이풍수 장관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국가 안보를 책임져야 할 범위가 늘어났고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고위 헌터들을 대거 채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무려 VIP가 내린 명령이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풍수 역시 고위 헌터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얼마 전, 대한민국에 재앙에 가까운 보스 몬스터가 출현하였다.
만약 나경철이 즉각 나서 주지 않았다면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타란툴라 킹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앙이었다. 한 번에 수백 개, 많게는 수천 개씩 알을 낳았고 바로 부화시켜서 사람들을 공격하였다.
빠른 시간에 처치하지 못하였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날 뻔했다.
그의 온 정신은 여러 가지 안보 문제와 함께 나경철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나경철을 한국에 단단히 묶어 둘지 고민이 깊었던 것이다.
지이잉!
이제 잠을 좀 자 볼까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사무용 전화가 아니라 그의 직통 라인이었다.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급한 일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요즘은 정말로 한시도 안심할 수가 없는 시국이다. 그가 퇴근을 하고 난 후라도 만약 큰일이 발생한다면 바로 나가 보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누군가?”
-강소라 중령입니다!
“자네가 어쩐 일인가?”
강 중령도 그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다.
강 중령은 나경철의 부관이었으니 당연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바로 보고를 하게 되어 있었다.
굳이 일과 시간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강 중령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국에서 접근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빠르군.”
-윌리엄 존슨이 직접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접촉했습니다.
“윌리엄 존슨이라!”
한때 미국은 강대국의 지위를 빼앗길 뻔했다.
그건 이제는 국가에 있어서 부강함의 기준이 군사력과 경제력이 아니라 헌터 보유에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은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은 타개책을 찾았다.
그건 바로 기축통화가 아직까지 통용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막대한 자본력으로 세계 각국의 헌터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그 작전은 주효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헌터들이 미국으로 유출되었고 그들은 강대국의 지위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제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에 슬슬 밀리는 판국이었다.
그나마 지금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윌리엄 존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분명 윌리엄 존슨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였을 것이다. 그 때문에 이풍수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였다.
“어떤 조건인가?”
-미국 측에서 TN 바이러스의 백신이 마지막 임상시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허어!”
이풍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경철이 군인 헌터가 된 이유가 바로 TN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그는 돈이나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유일한 원동력이 바로 가족이었기에 그 틈을 적절하게 파고들었다. 그 때문에 나경철을 군인 헌터로 만들 수 있었다.
만약 미국이 백신을 개발하였다면?
그건 문제가 좀 심각해진다.
“허황된 정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저도 생각합니다만, 나 대령님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국가적인 사안이다.
자신의 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풍수는 곧바로 외출 준비를 했다.
“자네는 나 대령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게. 혹시라도 미국과 접촉을 하면 바로 알리도록 하고!”
-그리하겠습니다.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바로 기사를 대기시켰다.
“청와대로 간다.”
“알겠습니다, 장관님.”
요즘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숙식을 하였다.
사저로 가지도 않고 아예 청와대에 숙식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두고 퇴근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정세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이한진은 요즘 상당히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나 나경철과 관련되어 있는 일은 항상 긴급으로 처리되어야만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경철은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고 무려 2천에 달하는 헌터 집단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부강함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제 곧 있으면 미국의 러시가 들어올 것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 인도 등 신흥 강국들이 나경철을 노릴 것이 틀림없다.
특히 이번에 2천에 달하는 헌터를 보유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그들이 접하면 반드시 접촉을 해 올 것이다.
이한진이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비서실장이 급하게 찾아왔다.
“각하! 이 장관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이풍수 장관 말인가?”
“그렇습니다!”
“도대체 이 시간에 왜?”
“미국에서 나경철 대령님에게 접근했다고 합니다.”
“기어이 그리되었나.”
잠이 확 달아났다.
이제 한국은 나경철을 지키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도 대단하였지만, 실질적으로 군대 규모의 헌터를 육성하였으니 그 가치가 더해진 것이다.
국정원에서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나경철이 가지고 있는 병사들은 대략 C에서 B급 정도로 추측된다고 한다.
그들이 2천이었다.
여기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다고 하면 절대로 나경철은 빼앗겨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말이다.
“바로 가지.”
이한진은 응접실로 나왔다.
응접실 소파에 이풍수가 불안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오셨습니까.”
그들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인사치레를 할 사이도 아니고, 그러기에는 사안이 너무 급박하기도 하였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미국에서 어떻게 접근하였기에?”
이한진은 이풍수 장관으로부터 미국의 술수에 대해 전해 들었다.
“TN 바이러스의 백신이라고?!”
“그렇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 술책이 분명하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일단 미국으로 귀화시키고 나면 나 대령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으니 그리 생각한 모양입니다.”
“참으로 술수가 교활하구나.”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나 대령의 반응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럴 만도 하다.”
미국의 간교한 계략에 나경철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방법이 없겠나?”
“방법이라면 한 가지뿐입니다.”
“어떤?”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