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85
나 혼자 프리서버 085화
085
다음 날 아침.
오늘은 공성전이 있는 날이고 어제저녁부터 병사들의 사냥을 금지시켰다. 그들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기에 내버려 두면 밤새도록 사냥을 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사냥을 금지시키고 잠을 자라고 명령했다.
병사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푹 쉬었다.
그리고 늦은 아침에 식사를 하게 하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영주님.”
병사들 틈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있는데 롬멜이 다가왔다.
“잘 잤나?”
“사냥을 하고 싶은 것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그리 죽을 둥 살 둥 사냥을 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경험치 던전을 발견하였거든. 중급 던전이고 수천 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다.”
“……!”
롬멜은 물론이고 주변 병사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도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중급의 경험치 던전까지 발견되었다면?
그것도 모자라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라면 그들 역시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것이 뻔했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참다못한 한 병사가 일어나 외쳤다.
그의 이름이 라이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영주님께서 중급 경험치 던전을 발견하셨다! 우리가 모두 수련할 수 있다고 한다!”
“와아아아!”
순식간에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동시에 알람 음이 떴다.
띠링!
[영지군의 충성도가 100 증가합니다.]‘오호!’
충성도를 100이나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단번에 충성도가 그만큼이나 올라갔다.
영지를 다스리는 데에는 말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였다.
나도 그렇고 영민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더욱 빠르게 호감도나 충성도가 올라갈 것이다.
병사들은 대략 C~B 랭크라고 보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버프가 적용된다면 거의 대부분이 A급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오크성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롬멜이 시원스럽게 말했다.
“역시나 영주님은 등불이십니다.”
“뭐 그렇게까지.”
“저희를 이끄시고, 꼭 왕이 되어 주십시오! 아니, 황제가 되어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동의합니다!”
“하하하! 제군들의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다!”
나는 호탕하게 웃어 주었다.
가능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발전을 위해 좋았다.
“그럼 진군을 준비하라!”
“예!”
나 역시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이제 슬슬 공성전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갑옷을 갖춰 입는다.
내 곁에는 백연하가 함께 있었다. 그녀는 마치 내 아내처럼 옷을 입혀 주고 갑옷에 광이 나도록 닦아주었다.
여기에 액세서리까지 챙겨 주니 참으로 미묘한 사이다.
“다 됐어요.”
“귀찮지 않아? 이런 일은 병사를 시켜도 돼.”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어째서?”
“앞으로 평생 하게 될 테니까요.”
“하아, 어떤 근거로?”
“당신은 제 남편이 될 테니까요.”
“…….”
백연하의 눈에서 끝없는 소유욕을 느꼈다.
어떡해서든 나를 갖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그것이 집착의 수준까지 와 있는 것 같았다.
‘더 조심해야겠어.’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뜻밖의 인물이 찾아왔다. 바로 이풍수 장관이었다.
***
“장관님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다.
아예 판도라 영지로 숨어야 정신을 차릴까.
이풍수 역시 그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가능하면 귀하에게 일을 시키지 않으려 하였습니다만, 이번에는 사안이 심각해서 말입니다.”
“어떤 사안이요?”
“미국의 제안 말입니다.”
“미국의 제안이라.”
“윌리엄 존슨을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다 전해 들었습니다.”
나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몸이 달았나 보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모르는 척 말했다.
“정보가 빠르시군요.”
“그러지 않았다면 장관의 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없었겠죠.”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한국에 남아 주십시오.”
“그러기에는 미국의 조건이 너무 매력적인데…….”
나는 슬쩍 운을 띠었다.
내가 군인 헌터가 된 이유는 하나였다. 그건 바로 국가에서 TN 바이러스를 연구하겠다는 확답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TN 바이러스에 상당한 자금이 투자되었고 어느 정도 진전도 있었다. 최소한 병의 증상을 늦추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나은 것이 백신이었다.
백신이 개발되면 굳이 군 생활을 할 이유도 없었다.
“미국의 정보는 거짓입니다.”
“그건 모르는 일이죠. 굉장한 기밀일 텐데, 그걸 정부에서 어떻게 알아냅니까? 그래도 미국은 과거에 초강대국이었습니다. 예전만은 못해도 축적된 기술이 있을 겁니다.”
“그야 귀하를 귀화시키고자 함입니다. 그리되면 한국 땅을 못 밟을 테니까요.”
“글쎄요, 그야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후유, 나 대령님, 부탁드립니다. 한국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애국심보다 가족애가 더 중요한 사람입니다, 저는.”
“압니다. 그래서 투자 규모를 5배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5배라.”
“이미 병의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는 약이 개발되었으니 머지않아 백신이 완성되리라고 봅니다.”
“그건 모르는 일인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 여러 가지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조국을 버리지 마십시오.”
“생각해 보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풍수는 허리까지 굽혔다.
여기서 한 번만 더 거절을 했다가는 바로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나는 노인네를 꿇어앉히는 취미는 없었기에 그를 일으켜 세웠다.
“생각해 본다고 했습니다.”
“부디 그래 주십시오.”
그래도 나는 당장 미국으로 가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군인으로서 업무를 저버린다고 하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생각은 해 본다고 했다.
그 말의 뜻은 언제라도 미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었고 듣기에 따라서는 미국에서 나를 이미 스카우트했다고 인식할 수도 있었다.
‘그리 생각하는 건 내 알 바 아니지.’
어디까지나 속이 타는 것은 이풍수지 내가 아니었다.
군대가 도열을 하고 있었다.
초보 존 앞에는 우리가 출병하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수많은 구경꾼들이 나와 있었다.
초보 헌터들은 죄다 몰려온 것 같았다.
웅성웅성!
주변이 꽤나 소란스러웠다.
헌터들이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린다.
“병사들의 실력이 A랭크 정도라는데?”
“그럴 리가 있나. 그럼 2천 명이 죄다 A랭크라고? 기사들은 S랭크이고?”
“병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영지에 천 명이 더 있다고 하더라고. 징집도 하려고 하는 중이고.”
“허억! 그럼 완전히 국가 전력이잖아?”
“지금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를 뒤엎을 수 있을 정도이지. 백연하까지 있잖아? 공식적인 지존과 비공식적인 지존이 모두 저 길드에 있어.”
“놀라운 일이네.”
감탄을 하는 건 주변에서도 흔히 듣고 있던 이야기였다.
예전 같았으면 자부심을 느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았다.
“오늘, 우리는 오크성을 차지하기로 하였다. 공성전이 있을 것이며 대규모 전투를 치르게 될 것이다. 오크성은 우리들의 것이 된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피해의 최소화다. 상벌을 분명하게 따지겠지만, 하나 분명한 사실은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조심하라!”
“예!”
“전군 출격한다!”
“출격하라!”
뿌우~!
진군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근처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헌터들은 전율하였다. 그야말로 진풍경이라고 할 만한,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이런 광경이 펼쳐진 적이 없었다.
병사들은 진군하였고 내 옆으로 백연하가 바짝 쫓아왔다.
“아까 장관과는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작전이 성공한 것 같아.”
“그렇죠?”
“연구소에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던데? 내게 돌아오는 혜택도 늘려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고 말이야. 굳이 미국으로 갈 생각은 없었는데, 잘됐어.”
“정말 다행이에요. 그럼 칭찬해 주세요.”
“뭐?”
“저도 작전에 일조했으니까요.”
백연하는 머리를 내밀었다.
이걸 만져 주어야 하나 마나 고민이었다.
예전에는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이제는 복종의 콘셉트로 나온다. 도대체 어떤 것이 백연하의 진면목일까?
어쨌거나 그녀의 공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니 나는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슥슥슥.
“헤헤헤.”
“…….”
생전 처음 보는 백연하의 모습이다.
이렇듯 나사가 풀린 것 같은 백연하의 모습이 세상이 알려진다면 언론에서 후끈 달려들겠지.
그 정도로 백연하의 행동은 신선했다.
척척척!
뿌우~!
저 멀리서 2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진군하고 있었다.
영웅길드의 박우태 길드장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전율을 금치 못하였다.
헌터 생활을 하면서 저런 광경은 난생처음 보았다.
“저게 다 헌터들이라고?”
“그렇답니다, 길드장님.”
“그게 말이 되는가?”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상식선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저 정도의 병력이 어디에 있었는지, 더욱이 죄다 NPC라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싶었다.
NPC라면 리젠도 되지 않을까.
“저들이 죽으면 되살아날까?”
“그건 아니지 않을까요? 시스템의 영향을 받았지만 다들 엄연히 살아 있는 생명체니까요.”
“후유.”
너무 부담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냥 백기를 들자니 눈치가 보인다.
공성전도 하지 않고 성을 넘겨준다면 앞으로 헌터 생활은 하기 힘들 것이다. 비겁자라고 낙인이 찍힐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많은 병력을 막아낸다?
불가능했다.
“연합까지 합하여 우리들의 숫자는?”
“200명입니다.”
“그것밖에 안 되나?”
“그것도 최대한 끌어모은 숫자입니다. 더 이상은 무리일 듯싶습니다.”
“200명으로 2천 명을 어떻게 막는다는 거냐…….”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길드의 운영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결코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적당히 하다가 공성탑을 내어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공성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자신들은 풀려나지 않을까 싶었다.
척척!
적들이 당도하였다.
그들이 눈앞에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화덕에 떡을 굽고 있었다. 그 냄새가 코끝을 찌를 지경이었다.
“한가롭게 떡을 먹고 있어?”
“뒤통수를 칠까요?”
“미쳤냐?!”
박우태는 한 길드원의 말에 버럭 화를 냈다.
적들은 2천 명이다.
성벽을 버리고 밖으로 나갔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다. 단순히 패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죽을 수도 있다.
영지전은 시스템이 생긴 이후에 국가에서도 어찌 막을 수 없는 이벤트였다. 영주가 되면 워낙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았다.
정부에서는 사상자가 없도록 하라는 권고만 할 뿐이었다.
촤륵! 촤르르륵!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기자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진을 치고 있었고 각 분야의 관계자들이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싸워 보지도 않고 성을 버리면 비겁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 분명하다.
“어? 나경철 길드장이 나옵니다!”
나경철은 거대한 대검을 뽑았다.
“누구 나와 싸울 자 없느냐! 비겁하게 숨어 있지 말고 한번 붙어 보자!”
“…….”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비공식적인 한국의 지존임과 동시에 미래의 세계 지존에게 감히 일대일 대결을 할 미친 자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