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2)
111화
·경기 결과
대한민국 3 : 1 스위스
[골] 김보경 : 전반 30분(김다온)구자철 : 후반 8분(남태희)
곽태휘 : 후반 33분(기성용)
김다온 ? 78분 출전(후반 23분, 윤석영과 교체)
[미첼 모르가넬라, 고환 파열로 잔여 경기 출전 불가능. 스위스 올림픽팀에서 낙마. – OSEM]***
※ 2012 런던 올림픽 B조 진행 상황
대한민국 3 : 1 스위스
멕시코 2 : 0 가봉
1. 대한민국 : 승점 6점, 2승 0무 0패, 5득점 1실점
2. 멕시코 : 승점 3점, 1승 0무 1패, 2득점 2실점
3. 스위스 : 승점 1점, 0승 1무 1패, 2득점 4실점
4. 가봉 : 승점 1점, 0승 1무 1패, 1득점 3실점
***
2012년 7월 30일. 런던, 영국. 포틀랜드 플레이스, 매릴본. BBC 브로드캐스팅 하우스(BBC Broadcasting House. Portland Place, Marylebone. London W1A 1AA, England).
축구 종주국임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그런 문화가 깊숙이 배어든 영국답게, 이 나라는 최근 축구의 홍수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그중 영국에서 가장 높은 공신력을 자랑하는 BBC 역시, 하루하루 다르게 쏟아져 내리는 기삿감들을 쳐내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보의 홍수 속 통제 권한을 지닌 한 남자.
“뭐? 지금 이걸 기사라고 써온 건가? 당장 다시 가져와!!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뉴스는 THE SUN이나 하는 일이니까!! 냉큼 꺼져버려!!”
쾅-!!
입구 앞에서 한 불쌍한 기자의 원고를 곧장 반려해버린 올리버 캐롯(Olvier Carrot)은,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야말로 진정한 공신력이 가려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까다롭게 원고를 고르고 있다.
오직 단 한 명.
“올리?”
“응? 오-! 자네로군. 원고를 다 완성했나?”
“네. 독자로부터 꽤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군. 어서 업로드하게.”
굳이 원고를 살피지 않아도 될 단 한 명의 직원이 존재했다.
그녀의 이름은 줄스 서머(Jules Summer).
한여름의 태양만큼이나 눈부신 금발을 지닌 BBC가 자랑하는 유능한 기자다.
“헤이! 올리! 왜 줄스만 항상 예외인 거예요?”
“이런, 빌어먹을!! 네 할 일이나 제대로 해, 조쉬!! 매번 그렇게 책상에 앉아 처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말이야!!”
줄스를 향한 프리패스에 조쉬라는 이름의 직원이 어필을 해보지만, 올리버는 그것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사람들이 읽을 만한 기사를 내야 말이지. 브라질이 올림픽에서 우승한다고?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대체 누가 읽는다는 말이야? 차라리 잉글랜드가 우승한다고 해!’
이런 이야기를 주위에 단 한 번도 하지는 않았지만, 올리버 캐롯은 이번 자국의 2012 런던 올림픽팀 경기력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물론 그도, 처음엔 큰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첫 번째 경기에서 세네갈과 1 : 1 무승부를 거둔 것에 이어, 하루 전 UAE와의 시합에서도 3 : 1 승리를 거뒀으나 경기력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어제 승리는 사실상 주심이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영국인의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고 말한다면, 후반 28분 스콧 싱클레어(Scott Sinclair)의 골은 분명한 오프사이드였다.
만약 그 골이 없었더라면 또다시 무승부를 기록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기에, 올리버 캐롯은 빠르게 대표팀에 대한 기대를 놓아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편이 오히려, 더 공정한 기사를 내놓는 것에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이봐, 누구!! 흥미 있는 기삿거리는 없나?”
기자들의 작업속도가 지지부진해지자, 결국엔 언제나처럼 올리버 캐롯이 사무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릴 목소리로 소리쳤다.
“누구든!! 지금은 개미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라고!!”
“네이마르의 다음 행선지에 대한 기사는 어때요?!”
“뭐?! 집어치워!! 대체 언제까지 그 진부한 소재를 우려먹을 건가? 네이마르의 진짜 행선지가 정해지기 전까진, 그의 이름의 한 글자도 꺼내지 말도록! 그런 기사는 데일리 녀석들한테 맡겨!”
“어, 그럼 일본은 어때요?”
“흥미롭군! 그래서 그다음은?”
“이제 조사를 시작해야죠!”
“와하하하하하-!!”
꽤 재미있는 농담에 미소를 지어 보였던 올리버 캐롯. 그는 손뼉을 치며, 다시 한번 사람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서둘러!! 줄스의 기사를 빼면, 아직 BBC 메인에 오를 자리가 하나 더 남아있으니까!!”
흥미로운 기사라면 얼마든지 메인을 내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번에도 줄스 서머라는 유능한 여성 기자가 BBC의 메인 타이틀을 점령할 것이다.
지금의 이 목소리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BBC의 메인에 기사가 오른다는 건, 기자로서 화려한 경력 한 줄을 추가하는 것과도 같다.
물론 올리버에겐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지만, 상사로서 경쟁이 부족해 늘 아쉬운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도 없나? 친구나 지나가는 술주정뱅이한테 들은 이야기라도 좋으니까, 일단 아무거나 내뱉어 보라고!!”
딸깍-
올리버 캐롯의 초시계가 움직이기고, BBC의 기자들은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이번에도 BBC의 메인은 줄스가 차지하게 될 것이며, 자신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평범한 기사 내용을 기고하게 될 거라는 예감을 했다.
한데, 바로 이때.
“저어, Mr. 캐롯?”
“누군가? 누가 지금 내 이름을 불렀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올리버 캐롯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그는 곧, 한쪽 구석에서 손을 내든 한 소심한 모습의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응? 자넨 누구지?”
“어······.”
“한 번만 더, 어······ 라고 하면서 얼을 타면, 당장 내쫓을 테니까 그리 알게! 다시 묻지! 자넨 누군가?”
“전, 켈록 켈록 켈록 켈록!”
“큭큭큭큭큭.”
올리버 캐롯의 기세에 눌린 앳된 얼굴의 사내는, 그것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기침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것이 재미있었던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BBC의 총괄 디렉터는 오히려 따뜻한 물 한잔을 따라 직접 건네기까지 했다.
이건 그가 왜 BBC의 높은 자리에 올랐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로부터 흔히 성격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올리버 캐롯은 누구보다 사람을 다루는 데 능숙한 남자였다.
“크흠. 흠.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중에 듣지.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뭐지?”
“그게, 저. 바로 말하겠습니다!”
“부디!”
아직 본인의 이름조차 말하지 않은 남성이,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자 곧바로 폭발적인 폭소가 뒤따른다.
주변의 동료가, 조소를 보낸 것이다.
“뭐?! 아버지?! 와하하하!! 이봐, 호프! 그것보다는 차라리, 네 엄마 젖을 빨던 때의 이야기를······.”
쾅-!!!! , 퍼엉-!!
“!!!”
지지직, 지직-
사무실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 커다란 굉음.
조금 전까지 올리버 캐롯의 손에 쥐어져 있던 청동으로 된 머그컵 하나가, 호프라 불린 남성을 놀리던 이의 옆을 스쳐지나 애플 제(製) 모니터에 그대로 처박혀버렸다.
BBC 사무실엔 고요함이 내려앉는다.
“훨씬 낫군! 여기 누구 또 호프의 엄마 젖을 빨던 때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좋아, 멋지군. 그래서? 자네 이름이 호프인가?”
“폴. 폴 호프입니다. 저, 선생님.”
“한 번만 더 선생님이라고 하면, 진짜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지. 그래서 폴. 뭔가?”
“네, 넵! 그게, 저 실은. 아버지의 친구 분이 맨유에서 일하시고 계시는데, 요즘 부쩍 한 사람의 이름이 많이 들린다고······.”
“좋아, 아주 좋아. 근거는 있군. 그래서? 그게 누구지?”
“어, 킴?”
“어떤 킴?”
“남한의 풀백. SL 벤피카의 킴이요.”
“······.”
왼손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을 까닥이기 시작하는 올리버 캐롯.
그러자 어딘가에서 나타난 붉은 머리의 여성이 음료가 가득 담긴 청동 잔 하나를 그의 손에다 쥐여 준다.
“호로로로로로록-”
“······꿀꺽.”
폴 호프(Paul Hope)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고, 할 수만 있다면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벌써 속으로 몇 번이나 손을 들어 올린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잠시 뒤.
“지금 맨유의 담당은 누구지?!”
“에제키엘······ 이요?”
“그렇군. 에제키엘!!!”
“네, 넵!!!”
“맨체스터 이브닝의 연줄과 연락해!!”
“넵!!”
“그리고 다들!! 조금이라도 이 폴 호프를 배우도록.”
호프의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선 올리버 캐롯이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고, 그와 동시에 멈춰져 있었던 BBC의 내부는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폴 호프의 앞으로 다가온 줄스 서머.
그녀는 직접 내린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네주었다.
“잘했잖아, 신입? 계속 그렇게만 해.”
“에? 아, 네. 가, 감사합니다.”
BBC가 김다온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것은 영국 내부에서, 분명한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올리버 캐롯이 한낱 인턴의 아버지가 말한 것에 반응했다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몇 분 동안에 일어났던 장면들은 결국, 올리버 캐롯이 들었던 정보를 말해주는 사람이 등장하기를 바라여 생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행운의 주인공은 이번엔, 입사 2주밖에 되지 않은 한 인턴이 되었다.
“뭐해? 어서 따라와.”
“네? 어디를요?”
“어디긴! 회의실이지! 기사에 네 이름을 싣고 싶지 않은 거야?”
“!!”
지난 2주 동안, 직장의 모든 사람이 전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폴 호프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깨닫는다.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는 오직, 정보에만 반응하여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BBC의 이름을 걸고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이란, 100% 확실한 근거 없이는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폴 호프는 새삼,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사한다.
역시 자식은 늘, 부모의 그늘에 도움을 받는 법인 것이다.
***
2012년 7월 31일. 베케넘, 영국. 117 코퍼스 코프 로드. 크리스털 팰리스 FC 트레이닝 그라운드(Crystal Palace FC Training Ground. 117 Copers Cope Rd. Beckenham, BR3 England).
타인위어에서 카디프로, 그리고 다시 카디프에서 런던 근교로 머무는 장소가 바뀌었다.
현재까지 조 1위가 될 확률이 높은 가운데, 우린 앞으로의 일정을 위해 남은 가봉 전에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할 생각이다.
B조 1위가 되면 남은 대회를 전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르게 되지만, 2위가 되면 다시 맨체스터와 카디프로 이동해야 하기에 무척 귀찮아진다.
물론 그렇게 되면, 올드트래포드에서 뛰어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어떤 한 사람이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B조 2위가 되어서 그런 상황이 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핑곗거리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무조건 B조 1위를 생각하는 게 옳다면서 말이다.
그게 누구냐고?
바로.
“긴 대회라서 다들 피곤할 거기 때문에.”
저 때문에.
누군지 알겠는가?
그래. 바로 지성이 형이다.
“형! 언제 왔어요!!”
“여어- 왔냐?”
“형!!!”
“어이쿠!!”
어린아이처럼 달려간 나는, 지성이 형을 그대로 끌어 안아버렸다.
“우웅~ 왜 인제 와떵.”
“아우, 뭐냐! 저리 가!”
“시져시져잉.”
“으악-! 아, 좀 떨어져!!”
솔직히 나는 지성이 형이 대표팀을 찾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런 게 알렉스 퍼거슨 감독님의 잔류 요구를 뿌리치고, 거상으로 떠오른 Q.P.R로 이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팀에서 주장직을 맡게 되었고 또 늦은 시기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형이었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이곳을 찾아주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우웅~ 역시 형이라니까.”
난 계속해서 형을 끌어안고, 등에다 얼굴을 대고 있었다.
“어?! 뭐야?”
조금 늦게 훈련장으로 들어온 다른 형들이 지성이 형을 발견하고 놀라는 사이,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은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나눴다.
“얘는 왜 이래?”
“아, 몰라~ 얘 좀 어떻게 해봐.”
“우웅 우웅~ 시져시져.”
“우욱-! 토할 것 같아.”
지성이 형과 이렇게 친근하게 굴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작년 겨울 맨체스터에서 보낸 시간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형이 훈련이나 시합할 때를 빼면, 온종일 옆에서 붙어 다녔으니 무리도 아니다.
“야, 김다온.”
“웅?”
“너 전화 못 받았어?”
“응? 전화? 무슨 전화?”
“야! 잠깐 이것 좀 놔 봐.”
어쩐지 진지한 이야기일 것 같아, 이번만큼은 지성이 형을 오래도록 붙잡지 않았다.
“진짜 몰라?”
“어, 모르는데요? 뭘?”
“아- 진짜.”
주머니를 뒤적인 지성이 형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잠시 뒤에 누군가를 내게 바꿔 주었다.
“으잉?”
“야, 일단 받아.”
“······.”
미심쩍은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와중에도, 난 일단 형이 시키는 대로 전화기를 받아 쥐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수화기 건너편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김다온 선수! 죄송해요. 제가 직접 말씀드리려고 에이전트에는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연락이 늦었네요.
“누구······ 세요?”
에이전트?
대체 이건 또 무슨 소리?
-아, 맞다. 크흠. 전 질레트 한국 사업본부팀의 이계훈이라고 합니다. 김다온 선수 에이전시에는 미리 연락했고, 앞으로 김다온 선수와 함께 일을 하게 되어서요.
“······네?”
-아, 아직 같이 일하는 건 아니지만요.
본인을 이계훈이라고 밝힌 분은 내일 나한테 에이전시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자세한 조건은 그때 들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로 거절하지 말고 구체적인 사항을 조율해 보자는 말도 해왔다.
그런데, 이건 좀 문제가.
-저······ 김다온 선수?
한참 동안 내가 말이 없자, 이계훈이라는 분이 내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러왔다.
아, 이거 내가 말해야 할 차례구나.
“어, 저기.”
-네. 뭐든 말씀하세요.
“저 수염 거의 안 나는데요?”
지금 나의 본질적인 의문은 여기에 있었고, 내 말을 들은 이계훈 씨를 비롯하여 옆에 있는 지성이 형까지 폭소를 터뜨렸다.
“응?”
뭐야?
지금 또 내가 뭐 이상한 짓 한 거야?
영문을 몰라 하는 나를 보며, 지성이 형은 이렇게 말했다.
“야, 너 왜 이렇게 웃기냐? 개그맨이냐?”
“아~ 왜!!”
왜 다들 나를 보고 그렇게 말하는 걸까?
이것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는, 올림픽 대표팀에서 가지게 된 단 하나의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