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49)
1269화 Overwhelming (9)
2022년 11월 30일. 도하, 카타르. 알 와브 거리 23833. 어스파이어 존 트레이닝 시설 5(Aspire Zone Training Facility 5. Al Waab Street 23833, Doha, Qatar).
현재까지 1승 1패를 기록 중인 벨기에 대표팀은 모로코전 직후, 머무는 숙소와 훈련 시설을 모두 변경하는 강수를 뒀다.
본선에 참가한 32개 팀 중 유일하게 아부 삼라에 기반을 잡았던 이들이 기대했던 것은 전력 유출의 최소화였지만, 여러 사정이 반 강제적으로 변화를 꾀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불화(不和)였다.
“내가 그따위로 뛰지 말랬잖아!!”
“또 뭐가 문젠데?!”
훈련장 한쪽에서 또 한 번 충돌이 벌어졌다.
벨기에의 선수들은 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뒀지만, 이내 그것을 거두곤 본인의 일에 집중했다.
방관(傍觀).
화합이 중요한 집단에서 불화가 발생했을 때, 구성원이 가장 보이지 말아야 할 행동양식이 벨기에 대표팀엔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 중인 케빈 더브라위너와 드리스 메르텐스를 떼어 놓은 건, 벨기에의 코치들이다.
“넌 대체 얼마나 대단한데?!”
“진정해, 드리스!”
“넌 대체 얼마나 대단하냐고!!”
“최소한 너보다는 나아!! 난 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내가 패스를 하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해!!”
“빌어먹을 위선자 새끼!!”
“오- 그래! 그럼 넌 이기적인 돼지 새끼야!!”
지난 며칠, 벨기에는 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불화설을 억누르기 위해 가짜 인터뷰들을 진행했다.
기자들의 앞에 선 벨기에의 선수들은 미리 짜인 각본대로의 질답에 응했고, 여전한 의심의 시선은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급한 불은 꺼트린 상태였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벨기에의 현실은 엉망진창이다.
‘나도 끝났군.’
최근 부쩍 무기력함에 휩싸인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벨기에에서의 시간이 끝나감을 느끼고 있다.
녹슬어 버린 다리에 좌절한 이들.
빈약한 황금 세대의 다음.
그걸 증명했던 경기력.
무엇보다, 케빈 더브라위너의 동기부여 고갈.
생각해보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와 케빈 더브라위너는 계속 불협화음을 냈다.
벌써 7년째 벨기에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본인의 유산을 남기길 바랐고, 케빈 더브라위너는 현실을 바라봤다.
꿈과 현실의 대립.
감독과 주장의 엇박자는 분명 좋지 못한 신호였지만, 뒤늦게야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자신이 지난날의 실패에 발목이 붙잡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로베르토.”
“…….”
“지금이 적기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무슨 뜻인지 잘 알겠소.”
“당신에게 직접 말할 기회를 주고 싶소.”
“…….”
훈련이 거의 끝나갈 무렵,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에게 다가온 벨기에 협회의 고위 관계자가 해임 사실을 알리고 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이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황금 세대가 함께했던 내내 벨기에 축구 협회의 행정력은 선수들의 기량을 전혀 뒷받침해 주지 못했다.
유로와 월드컵에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가 요구한 것은 거의 수용되지 않았고, 한때 유망주의 허브로 불린 주필러리그의 몰락에도 뒷짐 진 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 벨기에 협회가 신경 쓰는 건 오직 그들의 주머니뿐이며, 대표팀을 그들의 방패막이로 세우기만 했다.
삐-이.
취-익.
갈등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선수단을 태운 버스의 문이 닫히고, 호텔로 가는 내내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채 멍하니 창밖만을 바라봤다.
과연 벨기에가 16강으로 갈 수 있을까?
‘아니, 그게 최선인가?’
만약 대한민국이 방심하고 벨기에에 운이 조금 따른다면, 조2위로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모든 게 반전될 수 있다.
현재는 서로를 불신하고 있어도, 연령별 대표팀을 포함해 거의 15년가량을 동고동락한 이들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반대로 벨기에 대표팀이 토너먼트에서 더욱 큰 망신을 당할 가능성은 큰 상태다.
차라리 그렇다면 이대로 그룹 스테이지에서 탈락해 황금 세대의 끝을 알리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
“…….”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버스 안.
설사 토너먼트에서 망신을 당하더라도 일단 진출하는 게 무조건 옳다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정신적으로 피로한 상태다.
그리고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
‘얼른 휴가나 떠나고 싶네.’
‘지긋지긋해.’
‘멍청이들.’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대한민국전까지 남은 시간은 단 하루. 그 안에 반전이 일어나기엔, 지속적인 불화에 찌든 벨기에는 너무나 무기력해 보인다.
***
.2022.11.30. 경기 결과(W.C C조)
폴란드 0 : 3 아르헨티나
[베가-마칼리스테르-알바레스 연속 골……. 아르헨티나, 폴란드 3:0 제압하고 조1위 16강 진출 ? OSEM(한국)].
.
.2022.11.30. 경기 결과(W.C C조)
사우디아라비아 1 : 2 멕시코
[2:1 승에도 웃지 못한 멕시코. 골 득실에 밀려 폴란드에 16강 진출 양보. 토너먼트 단골의 탈락. – 스포츠뉴스24(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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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경기 결과(W.C D조)
호주 1 : 0 덴마크
[카타르 월드컵 최초 아시아 팀 16강 진출 확정! ……호주, 무기력한 덴마크 1:0 누르고 토너먼트 진출 성공 ? KBS(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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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경기 결과(W.C D조)
튀니지 1 : 0 프랑스
[로테이션 프랑스, 튀니지에 패배…… 이변을 일으킨 튀니지는 아름다운 퇴장 ? 풋볼베스트일레븐(한국)]***
(가비 로건) – BBC 프레젠터
“E조의 분석 시간이 끝났군요. 이젠 F조 차례입니다. 한국을 제외하면 16강 진출 팀이 결정되지 않은 조이기도 합니다. 다만 상황은 모로코가 좀 더 유리하게 보입니다. 벨기에는 한국을 만나지만, 모로코는 캐나다와 상대합니다. 다만 오늘 프랑스처럼 한국 역시 내일 로테이션을 쓸 수도 있습니다. 어떤가요?”
(저메인 제나스) – BBC 펀디츠
“네. 물론 가능한 일입니다. 월드컵은 매우 어려운 무대입니다. 정신적으로는 물론이고 체력적으로도 힘듭니다. 3, 4일 간격으로 압박감이 큰 경기를 계속해서 치릅니다. 특히 토너먼트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단순한 실력 이상의 그 무언가가 요구됩니다. 그리고 체력 역시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전 한국이 내일 로테이션을 쓸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마이카 리차즈) – BBC 펀디츠
“제 생각에 관건은 다온과 민재의 출전 여부라고 봅니다. 저 역시 한국이 로테이션을 가져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다온과 민재가 출전한다면 벨기에가 승리를 가져갈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대회는 결국 수비니까요.”
(가비 로건)
“실은, 저희가 준비한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8득점 0실점의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 줬습니다. 이것이 놀랍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당연한 결과라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부는 한국의 조편성이 좋았다고도 말합니다. 모로코와 캐나다를 만났으니까요.”
(마이카 리차즈)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깁니다. 월드컵에 진출한 32개 팀은 전부 승리할 자격을 갖춘 팀들입니다. 물론 실망할 때도 있긴 하지만, 한국의 경기력을 단순히 조 편성 때문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꺾었고, 일본이 독일을 꺾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튀니지가 프랑스를 꺾었죠. 이변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실력입니다.”
***
.2022.12.01. 경기 결과(E조)
일본 2 : 1 스페인
[스페인 2-1 격파!! 사무라이 재팬, 강력함을 과시한 90분!! – 사커 다이제스트(일본)].
.
.2022.12.01.경기 결과(E조)
코스타리카 2 : 4 독일
[독일 감사합니다! 당케 하베르츠! – 마르카(스페인)]***
2022년 12월 1일. 알 라이얀, 카타르.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Ahmed bin Ali Stadium. Al-Rayyan, Qatar).
.경기 시작 2시간 전
대한민국 0 : 0 벨기에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3-4-3
GK ? 조현우 / GK ? 티보 쿠르투아
RB ? 김다온 / RCB ? 레안더르 덴동커르
RCB ? 김민재 / CB ?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LCB ? 권경원 / LCB ? 얀 베르통언
LB ? 정운 / RWB ? 토마 뫼니에
RCM ? 손준호 / RCM ? 악셀 비첼
LCM ? 백승호 / LCM ? 케빈 더브라위너
RAM ? 이재성 / LWB ? 티모시 카스타뉴
CAM ? 이강인 / RW ? 레안드로 트로사르
LAM ? 손흥민 / LW ? 야니크 카라스코
ST ? 조규성 / ST ? 드리스 메르텐스
.
.
엄청나게 많은 일이 벌어졌던 오후였다.
죽음의 조로 불린 E조에서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던 독일/스페인을 일본이 모두 꺾어 버리는 파란을 일으켰고, 독일은 4:2로 승리하긴 했지만 여러모로 예능 축구를 펼치며 탈락했다.
브라질에서 들어 올린 쥘 리메 이후, 두 대회 연속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며 이탈리아의 길을 따르고 만 것이다.
그렇게 E조의 결과가 먼저 발표되었고, 우리가 상대해야 할 팀은 스페인이 되었다.
실망했느냐고?
글쎄.
내가 볼 때는 최소한 그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난 일본의 선전이 반가웠다.
조별 예선 통과를 확정지은 상태라 자칫 느슨해질 여지가 있었는데, 일본이 스페인을 꺾으며 조1위를 결정짓자 마자 동료들의 눈빛이 바뀐 것을 보았다.
일본이 주인공이 되도록 할 순 없다.
그런 마음으로 우린 경기장에 왔다.
삐-이.
취-익.
버스의 문이 열리고,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가 진행될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의 땅을 밟는다.
찰칵, 찰칵-
찰칵-
주변에 잔뜩 늘어선 카메라맨들이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고, 적당한 긴장감 속에 안으로 들어선 우리를 FIFA가 지정한 공식 카메라가 뒤쫓고 있다.
“자, 다들- 오늘도 파이팅하자!”
드레싱 룸에 들어선 최태욱 코치님이 커다란 목소리로 우리를 격려하고, 곧장 웜업 준비에 들어선 우린 각자의 루틴대로 몸을 풀며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오늘은 체력적인 이유에서 약간의 로테이션이 있었는데, 중원을 전부 교체한 것은 전술적인 선택이다.
벤투 감독님은 월드컵 내내 폼이 좋았던 준호/승호 조합이 기동력적인 측면에서 벨기에를 꾸준히 괴롭힐 수 있다고 봤다.
“긴장되냐?”
“아뇨. 별로.”
유럽에서 뛰다가 K리그로 돌아오는 경우는 보통 좋지 않은 이유에서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승호는 오히려 복귀한 후에 기량이 상승했다.
본인의 말론 지로나 FC와 SV 다름슈타트 98에선 선수로서의 기량을 발전시킬 기회가 부족했다고 했다.
강등권이었던 두 클럽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 승호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했고, K리그로 돌아오고 나서야 본인의 나쁜 습관 등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스페인과 독일이 한국보다 경쟁력이 더 높은 리그를 갖고 있지만, 실력의 성장은 리그 수준과는 별개다.
두 걸음 전진을 위한 한 걸음 후퇴라고, 지성이 형이 승호를 한국으로 불러왔던 게 본인에겐 더 좋게 작용해 버렸다.
오늘, 난 그 성과를 기대했다.
“경원쓰~”
“다온쓰~”
승호와 몇 마디를 나누고 이동한 곳은 경원이 형이 몸을 풀고 있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영권이 형에겐 휴식이 필요했는데, 마찬가지로 최근 훈련에서 보인 컨디션이 워낙에 좋았던 경원이 형이 출장 기회를 얻었다.
대표팀에서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그렇지, 경원이 형은 민재와의 호흡과 기량면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고 있다.
특히 오늘 선발로 나선 정운 형과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는데, 벤투 감독님이 캐나나 전에서 나쁘지 않았던 진수 형을 벤치에 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고집이 조금 세긴 해도, 벤투 감독님도 이럴 때 보면 은근히 섬세한 구석이 있다.
‘다음은…….’
딱히 더 둘러볼 곳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나는 폼 롤러를 굴리고자 재성이 형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이 형이 대표팀에 꼭 필요한 이유는 축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 푸근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기 때문일 거다.
대표팀에 딸을 둔 사람들이 딸을 결혼시킬 거면 재성이 형과 같은 사람이라 시킬 거라 말할 정도로, 인간적으로 완성된 사람이었다.
나 또한, 주장이 된 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김 주장, 부지런해.”
“당연히 해야지.”
“그 당연한 걸 안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겠냐. 뭐 도와줄 건 없고?”
“오늘 해트트릭?”
“미쳤냐. 내가 그걸 하게. 해도 흥민이나 규성이가 하지. 아니면 강인이라든가.”
“나는 왜 빼는데?”
재성이 형과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고 있으면, 어디선가 늘 강인이와 규성이가 스리슬쩍 나타나 대화에 참여했다.
민재/인범/희찬이 중심이 된 96라인 역시 한곳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흥민이 형은 언제나처럼 의조 형과 붙어 있다. 현재 이게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요 그룹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일이나 벨기에처럼 파벌이라 부를 만큼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장을 맡은 이래, ‘뒷 계정’이라든가 ‘누가 없는 단톡방’ 같은 게 생기는 것을 신경 써 왔다. 지금처럼 더 편한 사람끼리 뭉칠 순 있어도, 배척은 없다는 게 나의 철학이다.
즐겁고 신성한 축구에서, 따돌림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그것은 나의 상처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다온아.”
“벌써?”
“어, 가 봐.”
“…….”
웃고 떠들며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느새 심판진을 만나고 올 시간이 됐다.
오늘 만나게 될 주심은 매우 익숙한 얼굴이었는데, 벨기에 쪽에서 올 사람도 아마 같을 것이다. EPL의 팬들이라면 모두 알 고 있을 앤서니 테일러니까 말이다.
“봐서 좋네.”
“나도.”
심판진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서기 전, 나는 복도에서 만난 케빈과 악수를 교환했다.
워낙 흉흉한 소문이 도는 벨기에라서 그런지, 맨체스터에서 본 케빈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척한 느낌이 들었다. 표정도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인다.
사실 지난번 뜬금없는 메시지를 받은 이후, 딱히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았다.
괜히 그것이 내 친구를 더 압박할 수도 있고 또 쓸데없이 어색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드컵이 진행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통해, 나는 케빈이 짊어지고 있을 짐을 이해했다. 승부욕으로 따지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친구니, 현 상황이 힘들었을 거다.
축구 이야기를 쏙 뺀 통상적인 친구끼리의 짧은 안부 인사가 끝난 후, 난 케빈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를 본 앤서니 테일러와 부심 그룹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친근함을 과시했다.
“두 사람 모두 잘 아는 사람이라서 좋군. 내가 어떠한 한쪽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잖아?”
“하하.”
“그래도 저한테 잘해 주셔야죠.”
“뭐? 왜?”
“왜긴? 앤서니는 나랑 더 오래 알았거든?”
“그래 봐야 1년 아냐? 그리고 아닐걸?”
“뭐?”
“챔피언스리그. 내가 너보다 선배야.”
“…….”
우리의 대화를 들은 앤서니 테일러가 나와의 인연이 더 오래되었다는 것에 힘을 실어 준다.
살짝 샐쭉해진 케빈이 입을 삐죽였고,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린 앤서니 테일러와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케빈을 위로하며 오늘 경기를 앞둔 주의 사항을 전달받았다.
“뭐, 자네들도 익히 아는 이야기일세.”
“…….”
“…….”
특별할 게 없는 전달 사항.
그렇다는 말은 곧.
‘진검승부네. 언제나처럼.’
오직 실력만이 우리를 견디게 하고 그 끝에 승리를 가져가 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럼 나중에 보지.”
“네.”
“그러죠.”
딸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