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13)
878화 One Team (8)
.2018.06.24. 경기 결과
Group G. 튀니지 3 : 1 사우디아라비아
Group H. 브라질 2 : 1 스위스
Group H. 덴마크 3 : 2 일본
***
2018년 6월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190000. 안토넨코 레인, 2.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Lotte Hotel St Petersburg. Pereulok Antonenko, 2, St Petersburg, Russia. 190000).
월드컵 본선 조별 예선 마지막 일정의 막이 오른 가운데, 롯데호텔을 러시아에서 만났다는 신기함도 이제는 익숙함으로 바뀔 시간이 지났다.
우린 오늘 오전 호텔에서 간단히 미팅을 진행했고, 이후 미리 선정해 둔 훈련장으로 이동해 컨디션을 조절했다.
오후에는 모처럼 시내로 나가 가족/연인을 위한 쇼핑을 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명소(名所)를 돌아다니며 관광을 하는 등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 뒤에는 오후 5시가 되기 전 전부 호텔로 돌아왔는데, 이유는 줄지어 기다리는 Group A와 Group B의 마지막 경기들을 시청하기 위함이었다.
제일 먼저 시작되었던 건, 관심도가 가장 뒤처지는 이집트와 파나마의 경기다.
“역시, 월드컵은 혼자서는 안 돼.”
“완전히 혼자는 아니긴 한데…….”
“수준이 좀 떨어지지?”
“응.”
와삭-
와삭-
러시아 상인에게 추천받은 간식은 무척 맛있었다.
현지에 있는 한국분들로부터 러시아의 과자는 이미 받아서 많이 먹어 봤지만, 지금 우리가 차와 함께 먹고 있는 것은 얇은 반죽을 구워 낸 것에 슈가파우더를 뿌린 전통적인 것들이었다.
누네띠네와 살짝 비슷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보기와는 다르게 짭짤해서 계속 입에 들어갔다.
와삭-
“그래도 파나마랑 비길 줄은 몰랐어.”
“나도.”
월드컵 전만 해도, 이집트는 Group A에서 러시아를 위협할 수 있는 후보란 평을 들었다. 스페인이 가장 앞서는 가운데, 이 두 팀이 2위 다툼을 벌일 거라고 말이다.
이러한 평가의 이유는 당연히 리버풀의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 때문이었다.
또 모하메드 엘네니라든가 아메드 엘모하마디(Ahmed Elmohamady) 등. PL이나 그 바로 아래 챔피언십에서 뛰는 선수들이 몇 명 포진되어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자, 이집트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팀의 모습을 보여 줬다.
PL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살라의 컨디션이 온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팀 전체의 전력이 너무 크게 떨어졌다.
개최국인 러시아와 강호 스페인에게 패한 거야 그렇다 쳐도, 파나마와 비긴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다.
결국 그렇게, 모하메드 살라의 커리어 첫 월드컵은 1무 2패라는 씁쓸한 결과와 함께 끝을 맺게 되었다.
“야, 채널 돌려 봐.”
“응.”
딸깍-
하프타임을 틈타 잠깐 이집트와 파나마의 경기를 틀긴 했지만, 현재 우리의 관심은 러시아와 스페인의 Group A 1위 싸움에 집중되어 있다.
개막전과 이어진 이집트전에서 8골을 쏟아부으며 화력을 뽐낸 러시아는 강력한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었고, 경기 시작부터 스페인에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쳤다.
전반 17분 아르템 주바의 선제득점으로 앞서나갔고, 전반 26분 디에고 코스타에게 동점골을 허락하기 전까진 점유율에서 스페인에 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는 무척 놀라웠다.
아무리 홈 그라운드고 기세도 좋다고는 하지만, 스페인도 2승을 거둔 데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더구나 점유율은 스페인의 상징과도 같다.
“솔직히 난 스페인이 잘하는지 모르겠어.”
“뭐? 진짜?”
“응. 당연히 좋은 선수들이 있는 거야 알겠어. 그런데 내 말은, 쟤네들이 진짜로 우승 후보로 평가될 만큼 강하냐는 거야. 러시아가 잘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아까 이집트랑 파나마 보니까 과대포장이란 생각도 드네.”
와삭-
러시아의 과자에는 과대포장이 없다.
다만, 축구는 잘 모르겠다.
파나마는 이번 월드컵에 참여한 팀들 중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전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최약체로서 모든 팀이 함께 속하길 바라는 소위 동네북과 같은 국가로 여겨졌다.
물론 이러한 평가 또한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첫 두 경기 0골 11실점이란 결과가 그것을 뒷받침해 주었다.
한데 그런 팀을 상대로 이집트가 비겼고, 그러한 두 팀과 같은 조에 편성된 러시아와 스페인의 실력은 뻥튀기되었다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난 점유율 축구는 끝났다고 봐.”
“뭐? 야. 그럼 우리도 끝이잖아.”
“에이. 우린 조금 다르지.”
“어떻게?”
“일단 기본적으론 최고 수준의 팀은 아니잖아? 페루나 모로코를 상대로는 대등하거나 좀 더 낫긴 했지만, 당장만 해도 봐. 포르투갈을 상대로 우리가 똑같이 할 수 있을까?”
“…….”
우리가 하려는 축구는 똑같겠지만, 포르투갈을 상대로 무모하게 점유율에 집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감독님도 변화를 예고했다.
점유율이 아닌, 속도 싸움을.
“봐. 스페인은 일단 좋기는 해. 그런데 너무 뻔하잖아. 뭘 하겠는지가 너무 쉽게 보여.”
“그래? 진짜?”
“응. 형은 아니야?”
“……글쎄.”
앞선 두 경기에서, 스페인은 계속해서 미드필드 지역에 변화를 주었다.
10번(AM)의 이스코와 오른쪽의 다비드, 그리고 두 명의 4번(DM) 중 하나인 부스케츠는 고정이었지만, 남은 두 자리를 이니에스타/코케/티아고/바스케스/아센시오가 맡았다.
그에 따라 스페인이 하려는 축구의 색(色)이 바뀌었는데, 오늘은 코케와 이니에스타가 왼쪽을 맡았다.
“봐. 코케는 이니에스타가 마음껏 공격할 수 있도록 왼쪽 전체를 커버해 주고 있어. 쟤는 진짜 헌신적인 애거든. 그래서 쟤가 있을 땐 오버랩도 편하게 할 수 있어.”
두 명의 볼란치(Volante)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구분해 오늘 스페인의 중앙 미드필드 구성은 한 명의 볼란치와 한 명의 박스-투-박스로 구성되어 있다.
부스케츠가 후방빌드업에 많이 관여하며 볼을 소유하고 1차적으로 배급하는 역할을 맡으면, 이니에스타가 그것을 이어받아 공격진영으로의 분배를 담당한다.
그리고 그런 이니에스타가 공격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코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오늘 이스코는 거의 섀도우야. 그리고 다비드를 자유롭게 뛰게끔 했잖아. 코케가 이니에스타를 보조해 볼을 소유하는 일을 쉽게 해 주면, 저 둘이 움직이고 방향 전환 패스가 나오는 거야. 스페인도 좌우 전환이 주요한 트렌드니까.”
실제로 내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이니에스타가 반대 방향으로 길게 패스를 보내왔다.
패스를 받아 든 것은 오버랩을 올라간 다니 카르바할이었고, 주목해야 할 것은 이때 스페인 선수들의 포지셔닝이었다.
다비드 실바는 측면을 비워 두고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 자리를 틀었고, 오히려 이스코가 카림 벤제마보다 더욱 높은 위치로 올라가 있었다.
저런 포지셔닝의 이유는 하나다.
볼 간수 능력.
이스코의 전진하는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지금과 같은 조합에서는 그보단 벤제마를 위해 공간을 만들어 주고 최전방에서 대신 미끼(Dummy) 역할을 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
만약 중원의 구성이 코케/이니에스타가 아니라 코케/티아고나 티아고/바스케스가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티아고는 부스케츠처럼 후방에 내려앉은 플레이를 선호하기에, 이스코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패스를 받아 주고 높은 위치로 볼을 옮기는 역할을 소화해 주어야 한다.
그럼 이때 오프-더-볼로 공간을 만들고 미끼가 되는 건 다비드의 역할이 되고, 벤제마가 측면으로 넓게 벌리는 식으로 뛰면 바스케스가 박스로 쇄도해 공격 숫자를 늘린다.
얼핏 느끼기에 다양한 전술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예측이 쉽게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종류만 많지 실속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였다.
너무 큰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스페인과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생각하고 있다.
“야, 다온아.”
“?”
“너 나중에 꼭 감독 해라.”
“에이. 뭔 소리야, 형.”
“아니, 진짜. 솔직히 나는 너처럼 그렇게 자세하게 알지도 못하겠고,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 진짜 그렇구나 생각했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보고 바로 안 거잖아.”
“그야, 스페인에서 뛰었으니까.”
“스페인에서 뛰었으면 누구나 다 아는 거냐?”
“뭐, 그야…….”
느닷없는 칭찬에 머쓱해져 재성이 형의 입에 과자를 밀어 넣어 본다.
‘감독이라니…….’
최근 부쩍 주변으로부터, 추후 감독이 되는 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듣는 빈도가 늘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스스로 좋은 감독감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시티에서 어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는 무척 즐거웠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다른 것도 아닌 한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일이기에, 감독이 되는 것에는 그만한 능력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
아마도 나의 축구 인생은 이제 10년 조금 넘게 남았을 것이다. 30대 초반까지는 빅리그 수준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거고, 관리만 잘된다면 30대 중반까지도 가능할 거다.
35살이 넘어서는 확실히 버티기 힘들 거고, 난 이때쯤 SL 벤피카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워 둔 상태다.
그리고 아마도 길면 2년.
어쩌면 1년일 수도 있다.
마지막 계약이 끝났을 때, 나는 아영이와 가족을 위해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 다짐을 했다.
그때쯤이면 축구라는 녀석과 질리도록 함께했을 거란 생각에, 아무런 미련 없이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왔던 게 사실이다.
‘나도 알고는 있어.’
나는 내가 많은 것들을 외면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고작 앞으로 10년 더 축구를 한다고 하여 질리지 않을 거라는 사실과 그라운드를 떠날 때 미련이 한가득 있을 거라는 걸 말이다.
만약 축구가 그렇게 쉽게 질리는 녀석이었다면, 세상의 모든 축구 감독은 비(非)선수 출신으로 채워졌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평생 축구 선수로 살아왔던 이들이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에 지도자가 되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기를 꿈꾼다. 그리고 그걸 무척 자연스럽게 여긴다.
어쩌면 난, 먼 미래에 가족들의 앞에서 사과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지금 당장 생각하기엔 너무 먼 훗날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은 복잡한 생각을 내려 두고 평소의 나로 돌아갈까 한다.
“오-! 왔어!”
“응?”
후방에서부터 볼을 점유해 나간 스페인.
그들이 전방에서 기회를 만들고 있다.
***
.2018.06.25. 경기 결과
Group A. 러시아 2 : 2 스페인
Group A. 이집트 1 : 1 파나마
Group B. 우루과이 2 : 0 나이지리아
.
.
※ Group A 최종 결과
1. 스페인 : 2승 1무 0패 11득점 2실점 승점 7
2. 러시아 : 2승 1무 0패 10득점 3실점 승점 7
3. 이집트 : 0승 1무 2패 2득점 7실점 승점 1
4. 파나마 : 0승 1무 2패 1득점 12실점 승점 1
***
【2시간 뒤】
월드컵이 개막되기 전, 전 세계의 스포츠베팅 업체들은 입을 모아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독일을 점찍었다.
명단에 뽑히지 않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도 8강까지는 진출할 전력이란 평을 들었을 만큼, 독일이란 나라 자체가 지닌 스쿼드의 두께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정말 놀라운 일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를 정도다.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독일이.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8강에는 오를 거라고 믿었던 독일이.
삑-! 삐?익!! 삐—익!!
“우와아아. 뭐야, 이거.”
“진짜야? 진짜 떨어졌어?”
아이슬란드에 1:2로 패배하며,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고야 말았다. 믿을 수 없다는 말은, 지금 이런 순간을 두고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휘슬이 불린 순간 피치에 주저앉은 익숙한 얼굴들이 오열을 시작하고,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간 요하임 뢰프가 좌절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조별 예선 첫 번째 경기에서 나이지리아를 6:0으로 대파할 때만 해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야, 이렇게 되면 누가 진출이냐?”
1승 2패가 된 독일이 조 3위로 탈락하고, 나이지리아와 독일을 극적으로 제압한 아이슬란드가 B조 2위로 본선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하게 되었다.
“우와~ 진짜…….”
“야! 봤어?”
“형.”
“완전히 미쳤어.”
현재 대표팀에는 독일과 인연이 깊은 이들이 많다. 그렇기에 더욱 지금의 결과가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내 방은 어느새 독일에서 뛰는 선수들로 채워졌고, 각자 휴대전화로 소셜네트워크나 미디어의 반응을 살피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Ohne Worte.”
“그러니까 말이야.”
“아니, 빌트가 그랬다고.”
“응?”
지난 대회 미네이랑의 비극이 벌어진 직후, 독일의 미디어 ‘Bild’는 [Ohne Worte!]를 그들의 일간지 타이틀로 박아 넣었다.
Ohne는 ‘없다’ Worte는 ‘단어’를 뜻하는 독일어로, 한국식으로 의역하면 말이 필요 없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만큼 독일의 경기력이 완벽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 ‘Bild’가 쓴 Ohne Worte는 할 말이 없다는 뜻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눈앞의 현실이 너무나도 실망스러워, 말을 하기조차 싫다는 거다.
“뢰프를 탓하네.”
“뭐, 그렇지. 당연한 수순이야.”
“이제 와서?”
“결과론이 제일 속 편하잖아?”
축구에서 감독은 모든 영광과 모든 책임을 한꺼번에 짊어지는 위치에 선 존재다. 결과에 따라 영웅이 될 수도 혹은 역적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요하임 뢰프는 쭉 영웅으로서 존재해 왔지만, 지금은 역적이 되어 온갖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월드컵 본선 명단에 선발하지 않았던 선수들을 거론하며 책임을 묻는 것부터 선발 명단과 전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결과에 끼워 맞춰 가며 탓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장담하는데,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할 거다.
독일인들의 자국 대표팀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인지라,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테니 말이다.
과거 독일을 이끌었던 수많은 전설이 보여 줄 날 선 비판도, 이번 세대가 견뎌야 할 것들이다.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보다 터키에 더 충성심을 드러난 메수트 외질과 일카이 귄도안을 향한 비난이 거셀 거라 생각이 드는데, 아마 둘 모두 은퇴를 택할 것 같다.
애초에도 대표팀 은퇴 의사를 내비쳤었고, 뢰프의 설득으로 마지못해 참여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 독일을 고까워하던 서방 세계도, 조롱이란 방법으로 비난에 동참할 거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독일 대표팀 그 자체는 어떠한 식으로든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 같았다. 예전부터 줄곧 존재해 온 파벌 문제가 이번을 계기로 곪아 터질 게 분명하니 말이다.
카탈루냐와 정통 스페인 세력이 충돌을 일으켜 온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독일 역시 바이에른 뮌헨과 비(非) 바이에른 뮌헨 소속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또 독일인과 이민자 출신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던 시절 A매치 주간이 끝나고 오면, 대표팀에서의 경험과 생활이 불쾌했노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을 종종 목격하곤 했었다.
이렇게 본다면 독일이란 강철 전차는, 속에서부터 녹이 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후우~”
충격적이었던 하루가 끝나고, 자정이 넘어가며 날짜는 26일로 바뀌었다. 한국에 있는 아내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한 나는, 객실 테라스로 나와 고요한 시내를 내려다봤다.
우리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은 칼리닌그라드가 독일에는 치욕의 장소가 됐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축구란 녀석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변덕쟁이다.
그리고 나는 그 변덕쟁이가 내일. 아니, 오늘 밤 9시 어떠한 모습을 보여 줄는지가 궁금했다. 우린 21시간 뒤, 포르투갈과 D조 마지막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조별 예선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나와 팀 모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
프랑스가 C조 1위로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일정상 세르비아가 조 2위로 올라설 확률이 높은 만큼, 어떻게든 승리를 거둬 유리한 일정을 잡고자 한다.
무승부만 거둬도 조 1위가 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확실한 승리를 바라는 중이다.
‘봐주지 않을 거야. 너도 알지?’
인근 포 시즌스 호텔에서 묵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내일 경기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충격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난 자정 무렵, 불어오는 바람은 그에 어울리지 않게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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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B 최종 결과
1. 우루과이 : 3승 0무 0패 6득점 1실점 승점 9
2. 아이슬란드 : 2승 0무 1패 5득점 5실점 승점 6
3. 독일 : 1승 0무 2패 7득점 3실점 승점 3
4. 나이지리아 : 0승 0무 3패 1득점 10실점 승점 0
***
작가의 말 ? 병원 일정으로 인하여 내일은 휴재하고 휴재일인 일요일 두 편이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