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60)
〈 260화 〉 260 애기는 지켜줘야 해요
* * *
1.
마크2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특색 없는 잿빛 철검.
묵언검객의 외향을 지닌 그녀가 몰살검을 닮은 검을 뽑아드니, 영락없이 반요곡에서 뛰쳐나온 묵언검객 같았다.
해응응의 검은 달랐다.
두께도 길이도 심지어는 검을 드는 방식도.
그러나 분위기가 같았다.
마크 2는 인정했다.
본체에게는 확실히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스스스.
마크 2가 반요곡 플레이 데이터를 통해 13종 무술을 학습했다던 발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반걸음 간격으로 좁힌 짧은 보폭과 세 걸음 간격으로 넓힌 크게 내딛는 보폭.
진퇴의 거리감을 자유자재로 삼는 양가보법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쇄쇅!
걸음을 내딛으면 검이 따른다.
바람 가는 길에 구름 가듯이 자연스러운 횡보야말로 양가보법과 양가검법의 진가.
일류의 경지에 오른 뒤에야 처음으로 사용했던 무공을 자연스럽게 모방한다.
쿵!
맞받아친 검에서 울려야 할 검음보다 크게 진동하는 땅을 밟는 소리.
기를 끌어올리지 못한 사람은 그 기세에 짓눌려 뒷걸음질 치다가 걸음과 동시에 내지른 찌르기에 당하고 마는 초식.
사파고수 탈혼검수의 성명절기, 탈혼보가 연계초식으로 나온다.
‘각기 다른 무공의 초식을 이어붙일 정도로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군요.’
아무렇게나 이어붙인 초식이라면 그 현묘함을 잃고 위력이 급감하거나 치명적인 빈틈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크2의 연계에는 그런 실수가 없었다.
걸음은 과감하되 검은 간결했다.
검과 검의 싸움에 걸음과 걸음의 싸움을, 나아가 기세와 기세의 싸움을 접목시켰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수세에 몰린 처지에서, 그것도 우성씨의 충고로 기막을 펼치던 대쉬맨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네요.’
대쉬맨도 쉬운 남자는 아니다.
지난 무술대회에서 그 스스로가 이를 입증했다.
그런 대쉬맨도 마크 2에 비하면 하수다.
슈슈슉! 슈슉!
한 수의 차이라고 가늠하는 사이.
호흡 없이 휘두르는 무호흡 검격이 다섯 번을 넘겼다.
이제는 두 수의 차이였다.
‘B급 상위 각성자보다 두 수 높은 싸움이군요.’
B급 최상위권을 넘어 A급 하위권에도 견줄 수 있는 위용.
각성자의 기준으로는 신성곽과 비등하거나 근소한 우위를 점하는, 반요곡을 기준으로는 요괴선인이나 전승을 되찾은 적기사에 비견되는 전투력이다.
카앙!
칭찬할 구석은 많았다.
마크 2가 묵언검객의 강함을 목표로 탄생한 존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마력을 다룰 줄 모르나요?]“부정. 이번 일격은 다를 겁니다.”
강한 공격으로 검을 멀리 쳐낸 해응응.
그녀가 수첩을 들며 여유를 보이자 마크 2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해응응은 기다려주었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의 어떤 무술을 펼치든 상관없다.
마크 2의 무술이 자신의 무술을 재현하는 것뿐이라면, 아무리 응용을 하더라도 그녀의 예측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두 눈에서 안광을 뿜어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불시에 닥친 눈부심에 해응응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 손으로 눈에 그늘을 드리우는 사이, 마크 2의 신형이 가속했다.
‘내공운용?’
잠깐이지만 그렇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달랐다.
마크 2의 내공운용법은 오직 가속뿐.
그마저도 가동범위에 한계가 있다.
마치 정해진 레일을 벗어날 수 없는 열차처럼.
‘반쪽짜리 무공이군요.’
끌어낼 수 있는 역량은 전부 끌어냈다.
여기까지가 마크2의 한계.
챙강!
예상보다 묵직한 파괴력이나 가속, 플래시 기능 등의 변수는 있었지만 그들 사이의 현격한 실력차이를 따라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내공을 따라잡기 위해 특정회로를 신체 내부에 새겨놓았군요. 정해진 길로 마력을 운용하면 가속효과를 얻기 위해서.]“긍정. 닥터는 감각링크로 분석된 마나연공법의 효과를 현실에서 발휘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했습니다.”
[몸의 소재를 무겁게 만들었죠? 증강효과를 대체하기 위해서.]쾌를 얻기 위해 마력의 길을 새겼고, 중을 얻기 위해 신체소재를 무겁게 만들었으며, 환을 얻기 위해 플래시 기능을 첨부했다.
굳이 이름붙이자면 닥터 요한2세류 메카호문쿨루스검술이라 불러야하겠지.
“의문. 마크2의 무술은 통용되었습니까?”
[그 정도 무공으로는 제게 생채기도 만들 수 없어요.]“…….”
[그래도 하나는 나쁘지 않았어요.]“호기심. 어떤 무술입니까?”
[제게서 학습하지 않은 당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한 무공. 메카호문쿨루스검술 섬광식.]“불신. 닥터는 존경해야 마땅한 사람이지만 눈에서 빛이 나면 멋있다는 이유로 만든 기능이 고평가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만든 기능이었나.
조금 맥이 빠졌다.
[멋은 모르겠지만 그건 제 신체가 아닌 당신의 신체에 맞춘 무공이었어요.] [무공이란 자신의 신체로 펼쳐내는 초인전투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이를 뛰어넘을 필요가 있죠.] [금속신체나 마나회로는 부족했지만 플래시만큼은 확실하게 한계를 뛰어넘었어요.]마크2는 납득할 수 없는지 불퉁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묵언검객의 강함. 본체의 강함에 구애받지 마세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신체는 다르고, 각기 다른 신체마다 각기 다른 무술운용법이 있어요.]팔이 긴 사람은 긴 간격을 이용할 수 있다.
발이 빠른 사람은 보법대결에 능하다.
[당신은… 눈이 번쩍이는 체질일 뿐. 거기에 맞는 전투법이 있는 것이죠.]무림비망록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괴상한 체질이지만.
상대를 인지하는 ‘눈’을 공격하여 두 눈으로 공격을 인식하는 행위 자체를 방해한다.
이는 무림인에게 있어서는 생각보다 대단히 강력한 제약이었다.
[저와 같아지려는 모든 시도는 저를 조금도 궁지로 몰지 못했어요.] [오직 그 장난기 섞인 기능만이 제 허를 찔렀죠.]해응응은 두 번째 가르침을 내렸다.
불굴의 마음가짐.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신조를.
[무공이라는 이름의 망망대해에서 누군가의 비급, 누군가의 무술은 이정표가 되더라도 결승선이 될 수는 없음을.] [묵언검객의 검술과 닥터 요한2세의 기술이 당신의 이정표이자 무기가 되더라도, 그것이 당신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이를 기억하는 한, 언젠가 마크2는 지금 이상으로 훨씬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마크2가 해응응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감사. 마크2는 본체의 가르침에 존경을 표시합니다.”
2.
가르침은 끝났다.
전장의 상황도 어느덧 정리되었다.
“민우성 이 양반이 시키는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거야.”
“동감입니다.”
가시인간과 대쉬맨.
둘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해응응의 개입으로 대쉬맨의 숨통이 트였다면, 가시인간은 주아영의 개입에 숨통이 트였다.
전세는 단숨에 역전.
각성자들은 단숨에 제압했다.
다크써클남은 결사항전을 벌이는 대신, 두 손을 들어 교전의사가 없음을 표시했다.
“정말 손 많이 가는 아저씨들이라니깐요.”
“…이번에는 정말 큰 신세를 졌습니다.”
민우성이 감사인사를 하며 다가오자 주아영이 같은 걸음만큼 물러섰다.
“아영씨?”
“이 간격 유지해요. 우성 아저씨의 묘한 기술범위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으니까.”
“!!”
해응응의 밑에서 나날이 가르침을 받은 수제자.
주아영은 어느새 기감에도 눈을 떴다.
그녀의 예민한 기감이 경계하는 대상은 민우성뿐만이 아니었다.
“해응응. 부하들을 이용해서 우리를 습격한 저의가 무엇이냐. 역시 자신의 힘을 파헤치기 위해 만들어진 마크2를 죽이기 위해서인가?”
다크써클남의 입장에서는 민우성과 가시인간의 습격은 지나치게 타이밍이 나빴다.
하필이면 마크2를 이송하던 도중에 해남파 고수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그녀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을 끌리다니.
처음부터 노리고 계획된 습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공포. 마크2는 미어캣이 됐습니까?”
“어? 언니가 둘……?”
다크써클남의 얼굴에 희미한 동요가 일었다.
“데려온 부하들도 내막을 몰랐다니. 그런가. 반요곡의 몰살검객. 그 잔인한 손속은 현실에서도 다르지 않았군. 전부 살인멸구 할 작정이었나.”
대쉬맨과 가시인간이 충격에 빠진 얼굴로 민우성을 돌아보았다.
“길드장님이?”
“아니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적의 헛소리에 넘어가지 마십시오.”
주아영은 그런 민우성의 무덤덤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니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역시 진지하게 언니를 노리고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불쾌함.
민우성은 자꾸만 그녀의 감정을 자극했다.
그래도 그는 나중에 상대해도 된다.
장내 모든 인물들의 최대관심사는 어느새 나타난 묵언검객의 닮은꼴, 마크2였다.
[당신들이 뭘 하는 조직인지는 관심 없어요. 마크2를 만든 닥터 요한2세와 어떤 사이인지도 묻지 않겠어요.]그들의 표적은 빌런조직 흑의종군이 만천하에 공표하는 십대길드의 범죄시설들.
정파뿐만 아니라 사파와 흑도, 마교, 새외를 모두 겪어본 그녀에게 조금 손속이 과격한 비밀조직이라는 것이 그들을 죽일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크2는 돌려보낼 수 없어요.]“우리는 기관의 수많은 하부조직 중 하나일 뿐이다. 마크2를 데려가는 건 기관의 적이 되겠다는 뜻.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다크써클남은 해응응의 실력을 목도하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민우성이 경고했다.
“길드장님. 저 자가 말하는 기관은 협회의 막후에 존재하는 비밀세력입니다.”
적으로 돌리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하다.
가뜩이나 십대길드를 적으로 둔 그녀가 이 이상으로 적을 늘려서 득이 될 리가 없다.
[우성씨는 아직도 저를 모르시는군요.] [제가 그걸 두려워 할 것 같나요?]민우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싸우기를 주저하는 다크써클남은 해응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직 마크2뿐이었다.
[마크2. 당신의 육아환경은 좋지 않아요.]“부정. 마크2는 애기가 아닙니다. 애기궁수 취급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만들어진지 며칠이 지났죠?]“계산. 아홉 달이 조금 안됐습니다.”
[그럼 당신은 생후 9개월이에요. 생후 9개월 된 사람을 우리는 애기라고 불러요.]묵언검객의 얼굴을 하고 애기라고 불리는 사칭범이라니.
그 괴악한 조합에 모두가 혼란을 느꼈다.
[애기는 지켜줘야 해요.]해응응은 마크2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혈강시로 전락했던 그녀에게 사문의 어르신이 내밀었던 손길처럼, 그녀 또한 과거의 자신을 닮은 마크2에게 손을 내밀었다.
[따라오세요.] [제가 당신의 보호자가 되어주겠어요.]마크2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학습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럴 때의 묵언검객을 부르는 말이 있었다.
“마망검객?”
“…….”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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