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90)
〈 290화 〉 290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
* * *
1.
애플녀의 희생 덕분에 저지선을 지키던 스트리머들과 교전을 벌이지 않고도 구름용 토벌대 본대에 성공적으로 접근했다.
고마운 줄 알면 다음부터는 한눈팔지 말라구♡ 허접♡ 주의력 결핍♡
…말투는 여전히 킹받지만.
이제는 그 말투도 예전처럼 밉지만은 않았다.
‘구름용에게 저라는 제자도 그런 존재겠죠.’
구름용은 자신이라는 제자를 두고 어떤 생각을 해왔을까.
제자야… 구름을 가지고 놀고 나면 색깔별로 다시 항아리에 넣어두어라…….
제자야… 한 번에 너무 많은 구름을 가지고 놀면 항아리에 구름재고가 남지 않는단다…….
제자야… 검법을 연습한다고 궁전 한 편에 구멍을 뚫는 일은 자제해주면 좋겠구나…….
음…….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을 것 같다.
아무튼 그런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자신을 돌봐준 구름용에게 어찌 감사한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있을까.
한편으로, 기대감도 올라갔다.
월드보스 토벌전에 참여할 정도면 어지간한 스펙의 기체나 어설픈 스트리머는 엄두도 못낼 위험천만한 짓이다.
대충 꼽사리껴서 보상이라도 건지고 싶은 사람이야 수두룩하겠지만, 제대로 된 보상은 일정기여도 이상을 기록한 사람만 얻을 수 있다.
엄길동이 알려준 정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가 어수룩한 인간이기는 해도 정보만큼은 해박하다.
신뢰도는 제법 높은 편이라는 뜻.
이주야인가 일주야 전에 하북 어딘가에서 의뢰주가 찾던 대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네만, 금원보 하나만 보거든 기억이 잘 날 것 같기도 안날 것 같기도 하구려.
적어도 이딴 요상한 말투로 사람을 살살 약올리던 개방 거지들보다는 훨씬 낫다.
세상에 하오문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을 두고도 하오문보다 더한 조직이 있을 줄은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알았다.
그때의 거지는 어떻게 되었던가.
“허접부대의 잔당들인가? 대장을 잃은 원한으로 자포자기했군. 와서는 안 될 곳까지 흘러들어온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투쾅!
“헉! 이 녀석들, 솜씨가 예사롭지 않, 허억! 함정인가? 무시무시한 솜씨로구, 흐허억! 자, 잠깐! 무승부로 하, 크아아악!”
저렇게 꼴사납게 발악하다가 개처럼 얻어맞고 뻗었던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일일이 떠올리기에는 사소한 기억이었다.
‘기대한 만큼의 실력은 되네요.’
선수를 쳐서 기습을 가하고도 일격에 나가떨어지지 않고 수합을 버텨냈다.
위기의 순간에 의지하게 되는 기본기가 그만큼 튼튼하고, 여차할 때 필요한 구명절초를 여러 수를 지닌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직 한참은 부족하지만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적이 약할수록 실망하는 그녀지만 이번만큼은 차라리 안도감이 들었다.
구름용의 구출난이도가 낮아졌으니까.
시청자의 손까지 빌려서 기체를 교환하고 벌인 깜짝작전이다.
여기까지 와놓고 실패할 수는 없다.
구름용에게는 여러모로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사과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앞으로는 구름을 어지럽혀놓고 엄길동씨한테 청소를 미루지 않을게요.’
‘레고모양 구름을 만들어서 디딤대로 삼아 유사허공답보를 펼치는데 필요한 디딤딜로 만들고 까먹었다가 암기처럼 밟히게 하지도 않을게요.’
‘말 잘 듣고 착한 제자로 살게요.’
그러니 이런 곳에서 죽지는 말아주세요.
덤벼드는 적 기체들을 베어넘기며 구름용을 향해 나아가던 해응응.
그녀의 앞에서 기체들이 급히 사방으로 흩어지며 구름용에게 향하는 길이 열렸다.
“안 됩니다, 묵언검객님!”
“함정이에요!”
“이런 싯팔, 이러다 우리도 휘말리겠어. 얼른 묵언검객님을!”
위엄 넘치게 두르던 기운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온통 핏빛으로 물든 앙상한 구름들.
반짝이던 광채마저도 빛이 바래서는 용의 얼굴 형상의 구름 아래로 희미한 빛만이 반짝였다.
[아지사하브. 어쩌다 그렇게 다친 거예요.]밤거리의 가로등보다도 흐릿하고, 창고에 달린 낡은 8와트 전구보다도 힘없이 깜빡거리는 구름용의 위태로운 빛.
그 흐릿한 빛에 생기가 돌아오며 기체 너머로 쏘아올린 홀로그램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제자가 달아날 시간은 벌어야하지 않겠느냐… 네게는 아직 가르칠 것이 많으니, 이런 곳에서 죽어서는 아니 된다…….”
구름용이 기체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어오자 해치를 열고 직접 조종석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해응응.
그녀의 머리를 핏기가 감도는 구름손이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정처 없이 떠도는 바람에도 마음의 안식처는 있기 마련이니… 근본을 잊지 말거라…….]마치 작별인사처럼 들리는 구름용의 목소리.
손에 쥔 형광펜이 아닌 입을 열고, 무어라 소리를 내려 애쓰는 해응응.
그녀의 시도가 채 끝나기도 전에 급히 달려온 애플부대의 부대원들이 외부에서부터 조종석을 닫아 그녀를 기체 속에 넣었다.
[열어요. 아지사하브가 저기에]“벌써 늦었다고요!”
“이런 시발, 이해찬 개새끼.”
속도를 높이며 해응응의 기체를 억지로 끌고 내려가는 부대원들과 달리, 구름용을 바라보며 끌려가던 해응응만이 목격할 수 있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중궁전.
항공모함을 뛰어넘는 거대병기.
아머드태종의 주포가 쏘아 올리는 막대한 포화가 하늘을 뒤덮으며 몰려드는 광경을.
‘만천여람……?’
그것은 일찍이 그녀가 몇 번이고 구사했었던 천애검법의 결전오의였다.
검이 아닌 에너지로 재현해낸 결전오의가 그녀의 사람을, 그녀의 스승님을, 구름용 아지사하브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으아악!! 이쪽으로도 샌다!!”
“속도 더 높여!!”
“엔진 터져도 좋으니까 최대출력으로 밀어줘!!”
해응응의 양팔을 붙잡은 두 기체와 그들의 속도를 높이고자 등 뒤에서 엔진이 터지도록 힘껏 밀어주는 부대원들.
가속력을 더해주느라 힘이 딸린 부대원들이 하나 둘 빛의 폭발범위에 휩쓸려 사라진다.
[SIGNAL LOST] [SIGNAL LOST] [SIGNAL LOST]특대형 아머드를 통해 재현된 묵언검객의 최강의 일격.
이해찬을 따르는 무리들은 모두가 그 위력에 환호했지만, 정작 공격을 펼친 아머드태종과 이를 지시한 이해찬은 깜짝 놀랐다.
“확산범위가 왜 이러느냐!”
“구름용이 자신을 이루는 구름 대신 모든 에너지를 제 몸 안에 품고 있습니다.”
“칫, 죽어도 제자는 지키겠다 이건가!”
이왕에 허를 찔린 겸, 다 죽어가는 구름용과 함께 해치우려던 마지막 결심이 무색하게도 구름용은 끝내 제자가 달아날 시간을 벌었다.
구구구구궁━━━
하늘이 무너진다.
어두운 먹장구름이 빛에 휩싸여 갈라지고, 새어나온 빛이 기체의 보호필름 너머로 투과되며 모든 플레이어의 시야를 덮쳤다.
감각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강렬한 대폭발의 너머, 간신히 시야가 돌아왔을 무렵.
[월드보스 구름용 아지사하브가 토벌되었습니다.] [최후의 일격 아머드태종] [최종기술 재현 만천여람???]검투사키우기 월드보스 레이드가 성공했다.
‘스승님이…… 죽었… 다고…’
‘지금 그걸… 저한테 믿으라는 건가요?’
울려 퍼지는 환호성.
그 너머로 이해찬의 외침이 널리 퍼진다.
“구름용은 죽었다! 하지만 아직 묵언검객이 남았다! 묵언검객을 사살하는 자에게는 5세대 아머드를 지급하기로 한 사실을 잊지 마라!”
“와아아!”
“저기다! 허접부대의 잔당들이 묵언검객을 데리고 도망친다!”
화경급의 고수인데.
그렇게나 강한 스승님이었는데.
“묵언검객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요!”
“크윽. 어쩔 수 없어. 여긴 내가 시간을 벌겠다. 먼저 묵언검객님을 데리고 도망쳐!”
믿기지 않는 현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오랜 트라우마가 다시금 되살아났다.
무력했던 무림비망록 시절의 악몽이 소름이 되어 전신을 덮쳤다.
“헉, 이런 곳까지 적군이!”
허접부대의 마지막 잔당들은 치를 떨었다.
이해찬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토벌군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적진을 벗어나 기체의 연료가 아슬아슬해질 정도로 먼 거리를 비행했는데도 추적을 모두 뿌리치지 못했다니.
먼저 죽은 동료들을 볼 낯이 없었다.
그들을 믿고 뒤를 맡긴 애플녀에게는 더욱 면목이 없을 노릇이었다.
“잠깐! 우리는 묵언검객을 도우러 왔다.”
“그런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냐! 넌 묵언검객님께 덤비고 패배했던 엄길동의오른팔이잖아!”
“정말이다. 포상금이나 5세대 최신형 아머드 따윈 관심 없어. 우릴 믿어다오. 원한다면 엄길동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
“엄길동 이름을 세상에서 제일 막 써먹는 악질 엄길단의 말을 믿겠냐?!”
“그럼 묵언검객의 이름에 걸고 맹세하겠다! 만일 내 말이 거짓이라면… 영원토록 우주공간의 징벌동에 갇혀도 좋다!!”
그 악명 높은 거다이맥스 묵언검객 조각상의 징벌동에 갇히겠다니!
엄길동의오른팔의 비장한 선언에 허접부대의 잔당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엄청난 각오를 다 하다니, 절대로 거짓말일 리가 없겠군. 의심해서 미안했다.”
“아니다. 나라도 묵언검객을 마지막까지 보필하는 입장이라면 그 정도는 의심했을 거다.”
해응응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한 번 그녀의 자비로 목숨을 건졌던 엄길동의오른팔은 자신이 진 빚을 갚고자 곁을 지켰다.
존나 너무하네 진짜
약 한 명, 원치 않은 상처를 입은 스트리머가 있었지만 그 사실은 상심한 묵언검객의 표정 앞에서 깔끔하게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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