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96)
〈 496화 〉 496 피가 다른 여동생
* * *
1.
치에선생님의 능력 에는 강력한 제약이 있다.
사용시간이 길수록 능력발동 이후의 우울증이 커지는 것.
내면의 평화가 끝나는 순간, 반동으로 엄습하는 우울증이 극심한 자살충동을 야기하는 중증의 우울증으로 이어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 능력을 지니고도 오늘날까지 치에선생님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그녀가 자신의 능력으로 도피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부 맨 정신으로 견뎌왔겠죠.’
그 정도의 정신력이어야 했다.
그런 정신력이 아니라면 아무리 내면의 평화 능력을 발동해도 분근착골과 섭혼술의 동시발동에 저항할 수는 없었다.
분근착골은 육체에 고통을 주는 능력.
마음의 평정을 일으킨다고 육체적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섭혼술은 마음을 헤집는 능력.
마음의 평정을 일으킨다고 자신의 생각이 간파되는 것을 막기란 어렵다.
‘치에선생님. 당신은 훌륭한 선생님이었어요.’
그런 그녀를 억압하고 이용하려 했던 대가를 해응응은 소실된 한쪽 눈으로 치러야만 했다.
“꺅! 오라버니, 눈이!”
“어째서 치에선생님은 저렇게까지…….”
히로시를 걱정하는 이오.
치에선생님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린.
두 사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누구를 우선시하는지도 상반되었다.
히로시는 자신을 부축하려는 이오의 손을 밀어냈다.
피가 철철 흐르는 한쪽 눈두덩이를 손으로 짚으며 펜을 쥐었다.
[마지막 순간, 저는 감지했어요.] [치에선생님이 세뇌술사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오. 린.] [의심하고 싶진 않았지만 당신들밖에 없어요.] [당신들 중에 세뇌술사가 있어요.]이신아와 마리는 방관자와 도피자.
히로시와 마찬가지로 세뇌술사의 오빠의 죽음에 관여된 인물이다.
그렇다면 이오와 린은 어떤가.
“그, 그래. 두 사람도 회장이 말했던 능력을 속일 수 있는 사람이잖아!”
이오의 .
린의 .
두 사람의 제약은 같았다.
먼저 고른 능력지정대상이 있다면 그것과 관련된 행동을 끝마치기 전에 중복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오는 무언가를 제작한다면 그것과 관련된 계량만이 가능하다.
린은 감지한 대상을 육안으로 포착하기 전에는 다른 대상을 감지할 수 없다.
“마리도 같은 생각이야. 게다가 방금, 린은 치에선생님을 걱정했잖아. 꼭 선생님의 희생에 감동받은 세뇌술사처럼.”
“다들 치에선생님의 진심을 봤잖아. 설령 우리를 생각한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저렇게까지 학생을 위하는 선생님을 보고 아무것도 느낀 게 없어?”
“저는 알 것 같네요.”
아샤가 린의 편을 들었다.
“히로시군은 마지막에 분명 선생님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내려고 시도했어요.”
“그것에 저항하며 선생님이 어떤 마음으로 목숨을 걸고 침묵했는지, 그 마음을 어찌 모를까요.”
“이렇게나 뼈가 뒤틀리고 눈과 입에서 피가 잔뜩 흘렀는데도 전부 참으셨잖아요.”
다른 학생들도 숙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세뇌술사는 아직 살아있고, 잡지 못하면 히로시가 마리랑 모두를 죽인다고 했는데. 잡지 않으면 전부 죽잖아!”
“…동감이야. 우리는 계속 세뇌술사를 찾아야해. 우리에게, 히로시군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히로시가 그걸 원하는 도중에는 말이야.”
의지는 변치 않았다.
그러나 몸에 입은 부상으로 거듭 흘리는 피는.
악화되는 몸 상태는 피할 수 없다.
“히로시군이 부상을 입었어.”
“다른 곳도 아니고 눈이잖아.”
“지금이라면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불순한 시선이 인질로 잡힌 학생들 사이를 오갔다.
“잠깐, 그만둬!”
“저희 오라버니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요!”
린과 이오가 불같이 화를 내었다.
학생들은 도리어 차가운 눈으로 그녀들을 쏘아봤다.
“이깟 로프 따위, 풀려면 언제든지 풀 수 있었어.”
“맞아. 히로시의 강함이 무서웠을 뿐이지.”
“여동생들이라고 했지? 너희도 아픈 꼴 당하기 싫으면 거기서 비켜.”
유학생들이 줄을 끊고 일어서자 린과 이오의 눈도 험악해졌다.
파지직
손목을 묶은 로프를 전깃불로 끊어낸 학생 한 명이 주먹 위로 스파크를 휘어 감았다.
“읏, 쇠파이프가…!”
까앙!
전기가 도는 쇠파이프를 급히 내던진 린.
“내 에 닿으면 금속무기 따위는 금방 무용지물이 된다고. 알았으면 얼른 비켜.”
“저쪽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는 재수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이복오빠라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버릴 수는 없어.”
“그럼 결정이네. 조금 따끔하게 만들어주겠어!”
우악스레 뻗어오는 손을 피해 뒷걸음질 치던 린이 바로 뒤에 선 히로시의 존재를 깨닫고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감전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이상은 물러설 수 없다며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덥썩.
“우왓?!”
한 손으로 린을 뒤로 휙 내던진 해응응이 린을 노리던 전격능력자의 공격을 검집으로 받아쳤다.
파지직!
“검집이라고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오산이야. 멋대로 인질로 삼고 죽인다 어쩐다 협박까지 했던 녀석은 봐주지 않을 거니까!”
강제로 일어나는 스파크가 검집 위를 따라 히로시의 몸을 뒤덮었다.
“꺄악! 오라버니!”
“히로시!!”
이거 위험하지 않아?
전기 제대로 꽂혔는데?
근데 몰살검객도 전기 썼잖아
어? 그러네?
전기능력자가 전기감전 되면 어케 됨?
몸이 견딜 수 있는 한도까지는 전격에너지 저장함
잠깐이지만 시야가 새하얘질 정도로 강한 데미지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 정도 고통 따위.
치에선생님이 견뎌낸 분근착골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정신력으로는 그녀 못지않은 해응응.
그녀는 전기에 휩싸인 채로도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딛으며 전기능력자의 턱을 검집으로 후려쳤다.
퍽!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며 쓰러지는 전기능력자.
그제야 전격에서 해방된 히로시의 몸 위로 치이익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해응응은 떨리는 손으로 글씨를 적었다.
[저는 분명히 요구했어요. 세뇌술사를 찾으라고.] [불복종은 허락할 수 없어요.]이신아가 소리쳤다.
“어차피 둘 중에 하나가 세뇌술사라며? 그럼 둘 다 해치우면 그만이잖아! 히로시, 넌 모르겠지만 네 여동생은 실은…”
[한 명밖에 없다. 그런 것쯤은 이미 알고 있어요.]“뭐어? 그럼… 저 둘 중에 한 명이 네 진짜 여동생이라고 믿는 거야?”
그렇지는 않다.
가능성을 따지자면 둘 모두 가짜라고 생각한다.
“그럼 더 물러서야 하잖아. 어차피 널 속이려고 접근한 가짜라면 세뇌술사와 함께 해치운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고!”
“히로시가 여동생을 아끼는 오빠인 건 알지만 검증을 하겠다고, 의심이 간다고 실컷 사람을 죽였잖아.”
“이제 와서 여동생을 살리고자 그러는 모습, 기분 나쁠 뿐이라고!”
그렇겠지.
이조차도 저들의 입장에서는 내로남불.
동정할 여지 따윈 조금도 없다.
그런 그녀이자 그이지만.
그런 해응응이자 히로시이지만.
“말할게요. 제 입으로 말할 테니까. 제발 오라버니는 이 이상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이오 언니?!”
“린. 언젠가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랬던 건 저희도 마찬가지 아니었나요? 예상과는 다르지만 좀 더 빨리 그 날이 찾아왔을 뿐이에요.”
장녀 이오.
그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나섰다.
“히로시 오라버니는 저희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감싸주었죠. 3년 전의 사건에서는 나서지 못한 오라버니였지만 지금은 달라요.”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자랑할 수 있는 오라버니에요. 그러니까…….”
“더 이상의 비밀은 없어요.”
이오는 이야기했다.
자신이 지닌 비밀을.
“완전계량. 제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건 당연히 거짓말이에요.”
“이오, 역시 네가 세뇌술사였구나! 히로시의 여동생에 대해선 말로만 들었지만 손이 많이 가는 동생이라고 들었지, 너처럼 어른스러운 동생이 아니었어!”
“그렇겠죠. 저는 유키가 바랐던 이상적인 여동생이었으니까요.”
“뭐?”
“유키는 이제 막 중등부에 입학한 아이에요. 3년 전에는 고작 초등부에 들어갔었죠.”
“그게 무슨…….”
“언니를 방해하지 말고 잠자코 들어.”
린의 위협에 이신아가 마지못해 입을 닫았다.
“유키의 오빠는 약했어요. 자신의 비겁함을 참을 수 없었고, 스스로를 탓하는 오빠를 어린 유키는 도울 수가 없었죠.”
“어린 유키는 간절히 바랬어요. 오라버니를 돕고 싶다고. 어린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어른스러운 자신을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히로시가 모르던 여동생.
호적에 존재하지 않았던 여동생의 정체.
“유키의 능력은 . 저는 오라버니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오라버니만을 위해 태어난 존재, 유키가 떠올린 이에요.”
“하아. 언니도 참. 이렇게 덜컥 자백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린. 당신도 얼른 말해요.”
“…뭐, 나도 다르지 않아. 유키는 이오언니를 먼저 만들었지만 무력으로도 오빠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또 다른 을 만들었어.”
린과 이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정체를 밝혔다.
“유키는 문자 그대로 피가 다른 여동생. 붉은색의 피 대신, 푸른색의 마나를 이용해 능력으로 빚어낸 가짜여동생이자 언니들을 만든 거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