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덫이라. 근데 전혀 안 보였는데……. 이게 어떻게 걸리는 거지? 나중에 물어봐야지.’
채앵!
찬성은 전투에 집중한 와중에도 방 안 전체를 시야에 넣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이 덫에 걸린 건지 의아했던 그는 일단 날아오는 화살을 쳐 내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뭐, 뭐야, 화살을 쳐 냈어? 독이 안 들어가?”
“검성의 경지… 아마 물리 데미지 면역일 건데, 하지만 그래도 독 뎀이… 아! 저거 블랙 드레이크 세트!”
[*세트 옵션(흑비룡의 독기 2/8)3세트:중독 저항 상승, 받는 독 데미지 감소, 공격 시 대상 물리 방어력 감소 디버프
6세트:중독 외의 모든 상태 이상 저항 증가, 중독 저항 추가 상승]
이중 중독 저항 상승이 달린 블랙 드레이크 세트.
거기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지금 미니멈실버가 걸어 준 독 저항 상승도 추가로 중첩되어서 거의 면역에 가까운 독 저항을 갖춘 찬성이었다.
“거리! 거리를 벌려! 드락시르! 저건 근접전해서는 안 되는 상대야! 젠장!”
“알았어!”
“이제 곧 덫의 지속 시간이 끝나! 빨리!”
“젠장! 괴물 새끼! 저걸 다 튕겨 내네!”
챙! 채채챙!
수없이 화살을 날렸지만 전부 튕겨 내는 찬성.
거기서 이미 견적이 나온 건지 탑솔의신띠모는 드락시르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어서 둘은 원거리 무기를 던지면서 방 입구까지 쭉 빠졌고, 찬성은 덫이 풀리자마자 다시 움직이는데…….
‘보이진 않지만 앞에 더 깔아 놨겠지?’
아까도 보이지 않는 곳을 걸어서 덫에 걸렸었다.
그 때문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찬성은 창가 쪽 벽을 타고 달려갔다.
“아니, 씨X! 말이 되냐? 어쩔 수 없나! 뿡뿡뿡!”
“음, 다 했어. 역시 원거리 공격이 없는 놈이라서 그런가? 시전 시간 동안 방해가 없을 줄이야. 신성한 부활!”
‘부활… 이라고?’
쏴아아아아!
등 뒤에서 무언가 번쩍이는 것이 쏟아지는 걸 느낀 찬성.
슬쩍 돌아보자 거기엔 아까 자신이 쓰러뜨린 짜발면이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어? 나 어떻게 부활한 거임? 시전까지 그냥 놔둠?”
“뭐긴, 내가 시간 끈 덕분이지! 얼른 잡아!”
‘부활이라니… 어쩔 수 없지!’
찬성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랐다.
하지만 여기서 동요해 봐야 더 좋을 게 없기에 다시 정신을 다잡았다.
우선 앞의 적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고, 그대로 뛰어올라 탑솔의신띠모를 향해 날아가며 검을 휘두르려는데.
“철벽 전개!”
‘어?’
덜컹!
그 순간 찬성의 눈앞에 강철의 벽이 솟아올랐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스킬.
그와 파티를 했던 강철 신의 신관,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사용했던 스킬이었다.
‘기사가 왜 신관의 스킬을 쓰는 거야? 이거… 이상해!’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찬성. 그는 판단을 변경하고 도주를 택한다.
앞에 있는 강철의 벽을 그대로 발로 디딘 다음 뒤로 크게 도약한 것이다.
“왜, 왜 이리로 오는 거야? 젠장! 술:매미 허물벗기!”
‘알아서 피해 가네?’
“잠깐, 저거? 도망을?”
“이 병X아! 그걸 왜 비켜 줘!”
부활해서 후방을 잡은 짜발면은 갑자기 찬성이 다가오자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는 두려움을 느낀 건지 그대로 도주기를 사용해서 길을 비켜 주었고, 덕분에 찬성은 그대로 막힌 창문을 향해 뛰어들 수 있었다.
‘그 창문만 파괴 가능하게 지었으니까, 여차할 경우엔 거기로 도망가.’
콰직!
파괴 가능한 창문을 뚫고 날아가듯 뛰쳐나간 찬성은 그대로 건물 사이로 뛰어들어 모습을 감추었다.
그제야 그가 도망친다는 것을 안 브루탈 길드의 인간들은 뒤늦게 그를 쫓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탑솔의신띠모가 동료들을 막아섰다.
“쫓지 마! 나랑 뿡뿡뿡은 낙하 데미지 감소 스킬이나 활공 스킬이 없어서 여기서 못 뛰어내려. 어설프게 쫓다가 역으로 또 잘린다.”
“그럼 어쩌죠?”
“어쩌긴… 일단 놈이 어디서 멈추는지 보고 쫓는다. 도망쳐 봐야 결국 내성까지 다가가면 싸우게 되어 있어.”
탑솔의신띠모의 말에 파티원들은 동의했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한편 탑솔의신띠모는 파티원들과 같이 건물을 내려가면서 탐식의망치에게 보고를 올렸다.
[길드][탐식의망치:어, 어떻게 되었나?] [길드][탑솔의신띠모:도망쳤습니다. 근데 이 새끼,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길드][탐식의망치:왜?] [길드][탑솔의신띠모:분명 ‘검성’인데 말도 안 되는 짓을 반복합니다. 화살을 검으로 튕겨 내질 않나, ‘바닥 뒤집기’ 당했는데 그사이에 공격하고 균형을 잡는다든가, 벽을 뛴다든가. 어떻게 없는 스킬을 사용하는 건지. 참 내!]잘 대응하여 찬성을 몰아내기는 했지만, 탑솔의신띠모는 전투 내내 경악의 연속이었다.
일반적인 게이머의 궤를 넘어선 찬성의 능력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 때문에 탑솔의신띠모는 같이 나선 이들과 함께 시스템 통로를 이용해서 신고를 넣고 있었다.
***
같은 시각, 건물을 나서서 간신히 도주한 찬성은 일단 채팅창으로 방금 전 있었던 전투에 대해 설명하면서 투덜거렸다.
[찬성:대체 그거 뭐예요? 그 기사 같은 거! 갑자기 신관님이 쓰는 마법을 쓰지 않나! 죽은 걸 살리지 않나!] [근손실보험:아…….] [살덩이는나약하다:…ERROR! ERROR! ERROR!] [전국건강협회:정신 차리십시오! 찬성 님이 이러는 거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그는 뉴비입니다!] [시대의흐름:젤나가 맙소사!]찬성의 반응에 파티원들은 물론 시대의흐름까지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가 서비스된 지는 약 3개월이지만, 그래도 오랜 고전 DND 시절부터 이어진… 중세 판타지 계열 MMORPG 하면 대표적인 클래스를 모르니, 기가 막힌 것이었다.
[미니멈실버:그거 ‘성기사(Paladin)’야. 처음 만나 봤니?] [찬성:네! 대체 그게 뭐죠?] [미니멈실버: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미니멈실버는 차분히 뉴비인 찬성에게 성기사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신관과 기사를 겸하는 개념으로 스킬과 아이템 세팅에 따라 탱커, 힐러, 딜러 역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클래스라는 것을 들은 찬성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찬성:그거 사기 아니에요?] [미니멈실버:…네 입에서 사기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전국건강협회:물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일단 그래서 스탯 성장률 배분이 골고루 배치되어서 총 스탯 합을 까먹기도 하고, 장비 요구 스탯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어서 아이템 착용에 민감하죠.] [살덩이는나약하다:그리고 성기사는 같은 신의 마법이라도 배우는 데 제한도 커서 전문성도 떨어져요!]찬성이 이상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즉시 성기사 클래스의 단점에 대해 설명해 주는 파티원들이었다.
[근손실보험:게다가 찬성 님은 죽은 적이 없… 었나? 부활 마법 쓰거나 받아 본 적도 없으니까 눈치를 못 챈 것도 웃기지 않냐?] [찬성:…웃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이제 알았어요! 다 없애 버릴게요.]‘상대 클래스도 알았고 하니… 가자.’
상대에 대한 정보도 수정했으니 찬성은 마음을 가다듬고, 적들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한편, 이쪽에서 한참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미로처럼 꼬인 내성으로 향하는 중앙 길에서는 대규모 격전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하급 치유! 상급 치유! 중급 치유!”
“하상중, 하상중! 네놈의 공격 패턴은 모두 파악했다!”
“밀어붙여! 돌진해!”
“부활조가 방해받지 않게 보호해!”
“시공의 폭풍으로 보내 주마!”
“와아아아!”
챙강! 펑펑!
마법과 각종 공격, 섬광이 번쩍이는 광경은 언뜻 보면 화려하고 치열한 격전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보이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브루탈 길드 측의 대다수인 원거리 딜러와 마법사들은 열심히 공세를 날리는 중이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근거리 딜러와 탱커의 숫자가 부족한 탓에 충분히 전선을 휘젓지 못하니 화력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야 하는데…….
“제길! NPC들이 왜 이렇게 안 녹아? 원래라면 손쉽게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하는데!”
“측면과 후방에서 견제가 너무 심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애들을 흩어지게 해서 싸우면 더 난리고…….”
“점사로 하나둘씩 처리하는 건? NPC 컨트롤은 어렵잖아!”
“그러고 싶지만 엄폐물이랑 건축물을 아주 기가 막히게 깔아 놔서 도저히 점사가 안 됩니다!”
미니멈실버의 절묘한 배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근접 딜러나 탱커가 들어가서 각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우리 빠지면 누가 너희를 지키라고? 쟤네들 시퍼렇게 눈 뜨고 있는데? 부활 포인트 못 딴 상태에서 난전되면 개X 되는데?”
근접 딜러와 탱커들도 몸을 사렸다.
이런 경우에는 괜히 진입했다가 경험치만 날리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만. 싸우지들 마라. 애초에 숫자가 우린 40, 저쪽은 시공 길드 30명+NPC들 떼거리다. 균형이 맞는 상태인 게 어쩔 수 없는 거야.”
길드원들 간의 분쟁을 막으면서 야만의몽둥이는 상황을 냉정하게 지적했다.
길드 간 클래스 구성의 문제도 문제지만, 결국 머릿수의 문제.
30명+NPC들의 숫자로 완벽하게 40명과 균형을 맞추고 있어서 뭔가 다른 시도를 할 수 없는 게 가장 컸다.
“젠장, 결국 탐식의망치 쪽에서 해결해 줘야 하는 거군. 근데… 거기도 순조롭지 않아 보이던데? 지금은 어떻지?”
“그게… 지금은 용병 유저를 건물에서 몰아내고 다시 전진하고 있다는데…….”
“그래? 그럼 다행이…….”
[길드][짜발면:그 치트 핵 유저 검성 놈 발견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잡는다!] [길드][탑솔의신띠모:저만 믿으십시오. 이번엔 반드시 잡겠습니다.]그러던 중, 다시 전투에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보였다.
야만의몽둥이는 설마 이번에도 놓치겠냐며 눈앞의 상황에 집중했다.
***
찬성이 아까 상대했던 4인방을 또다시 만난 곳은 어느 건물 내부.
근접 클래스인 그로서는 자유롭게 도망칠 수 있는 야외보다는 실내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성가신 놈 같으니! 하나 그렇게 도망쳐 봐야 손바닥 안이지!”
‘이번에 먼저 잡을 것은… 저 성기사!’
탓!
찬성은 우선 처치해야 할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그에 맞서서 드락시르와 짜발면도 돌진했지만, 이내 좌우로 흩어졌다.
둘은 찬성과 정면으로 싸우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야이! 병X 새끼들아! 그냥 길을 터 주냐? 너희가 시간 끌어야지!”
“죽으면 또 경험치 떨어진다고!”
“저거랑 어떻게 맞다이를 깜? 제정신임?”
같은 길드라곤 해도 결국엔 개개인.
찬성의 근접전 실력에 죽은 경험이 있는 둘은 일방적으로 희생하기 싫었다.
그 때문에 둘은 옆으로 돌아 찬성의 뒤를 잡고자 했다.
“이번엔 역시 절 노리는군요. 제가 잠시 붙들고 있을 때! 그 틈에 점사를!”
성기사 뿡뿡뿡은 방패와 메이스를 잡고 달려오는 찬성을 노려봤다.
그는 PVP 전문으로 스킬과 스탯을 구성한 힐러에 가까운 성기사였다.
그 때문에 후방에서 지원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적이 붙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무시무시하지만 나는 해야 할 일을 하면 될 뿐!’
“더블 슬래시!”
“철벽 전개!”
공격 스킬 타이밍에 정확하게 눈앞에 벽을 세워서 막는 뿡뿡뿡.
놈은 검성. ‘물리 방어력 무시’라는 무시무시한 패시브를 가지고 있기에 직접 맞는 건 최대한 피하면서 다른 스킬로 공격에 대응해야 했다.
“강하게 찌르기.”
“흡!”
카가각!
단숨에 ‘철벽 전개’로 만든 벽을 베어 버린 찬성이 이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뿡뿡뿡은 간신히 방패로 공격을 비껴 냈다.
‘단단해? 게다가 어떻게 막은 거지? 마치 미리 공격해 올 것을 안 것처럼?’
‘전사 스킬의 모션은 이미 시작 자세만 보고도 다 알지!’
격투 게이머들은 작은 프레임 속에서 시작 동작만 봐도 상대가 무슨 기술을 쓰는지 안다고 한다.
그와 같이 이 게임의 클래스들이 쓰는 스킬들은 고유한 모션이 있기에 알아본 것이었다.
[시스템-당신의 ‘강하게 찌르기’로 ‘뿡뿡뿡’은 78의 데미지(방패 막기로 데미지 감소)를 받았습니다.]‘상당한 데미지군. 그러나 방패로 막아서 많이 줄였어! 포션 먹으면서… 하급 치유를 동시에 하면 막을 수 있어. 근데……!’
찬성의 공격은 방어력 무시가 패시브로 달려 있다.
하지만 방패로 막아 내는 피해량 감소는 별개였다.
거기에 성기사는 방패에 관한 데미지 감소를 더 올릴 수 있는 패시브 스킬이 있었기에 버틸 만한 데미지로 받아 낸 것이다.
‘근데 참 괴물이군. 시선은 날 보면서도 사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다 피하면서 공세를 유지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 저걸 안 보고 쳐 내?”
“그러니 근접전하라고!”
“가면 죽는다고!”
챙! 채채챙!
뿡뿡뿡이 마크해 주고 있는 사이에도 다른 셋은 놀고 있는 게 아니었다.
각자 술법, 화살 같은 원거리 무기를 날리고 있었지만 찬성은 춤추듯이 피하거나 검으로 쳐 내면서 뿡뿡뿡에 대한 공세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좋아. 벌써 딜 스킬 2개. 이제 남은 검성의 공격 스킬은 기껏해야 1식과 2식. 1식은 범위기라서 대인용 딜로는 부족하고, 마법 딜도 섞여 있어서 대응하기 좋아. 2식만 내가 받아 내면 이제 스킬이 다 빠진 이빨 빠진 호랑…….’
“검기 제어…….”
‘잠깐, 저 모션은 뭐지?’
완벽한 판단이라고 생각한 뿡뿡뿡의 귀에 검기 제어의 사용이 들렸다.
동시에 생전 처음 보는 자세가 그의 눈에 들어오고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