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8
207화 흉조(1)
종합우승을 차지한 장양은 알고도 못 막는 쐐기충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특히나 중국에서 장양에 대해 매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은 얼마 전의 월드 SC 올스타전 때문에 실망감을 느끼던 차였다.
중국을 대표한 선수 왕펑카이가 이신을 도발하며 야심찬 도전장을 던졌다가 역 올킬의 제물이 되었기 때문.
이신의 괴물에게 당해 버린 왕펑카이를 보며 중국 팬들이 느낀 실망과 수치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왕펑카이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신을 도발한 거지?
-올스타전이 뭐라고 혼자 이신을 도발한 것도 웃긴데, 아무것도 못해보고 완패하니 더 웃기는군.
-아! 중국의 수치다.
-우리나라는 왜 세계적인 프로게이머가 나오지 않는 거지?
-우리나라 프로게이머 놈들은 조금 살 만해졌다 싶으면 금방 게으르고 방종해져.
-솔직히 난 이신을 응원했지. 🙂
-그래도 괴물은 너무하잖아?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 온 왕펑카이 때문에 부글부글 끓었던 중국 팬들에게 장양은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이신의 네 번째 제자!
주디와 존 남매도, 얼마 전에 올킬을 해낸 차이도, 이신이 키운 제자들은 하나같이 실력자가 된다는 것이 정설.
준프로 자격증을 따고 정식으로 올도어SCC와 프로 계약을 한 장양은 중국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장양을 영입하겠다고 나서는 중국 팀들까지 생기는 뜬금없는 현상이 나타났다.
“노사님께서도 감사를 표하십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리쟈가 말했다.
“장양을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중국 팀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그중 북경에 연고지를 둔 팀도 다수 있는데, 장첸 노사님이나 장양의 부모님은 거기에 찬동하지 않습니까?”
“예, 노사님께서도 두 분 부모님께서도 장양을 이신 씨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면서 리쟈가 계속 말했다.
“그것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셨다면 그들이 장양에게 관심을 갖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신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장양을 중국에 다시 데려가고픈 마음이 없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괴물과 신족 라인업이 부족한 올도어SCC에게 장양은 중요한 전력이었다.
얼마 후, 리쟈의 참관하에 장양은 올도어SCC와 정식으로 프로 계약을 맺었다.
이 사실이 발표되면서 중국 팀들의 영입 제안도 자연스럽게 수그러졌다.
그들은 장양이 연습생 계약만 되어 있을 뿐, 아직 프로 계약이 안 된 점을 틈타서 장양을 가로채려 했을 뿐이었다.
이신이 기껏 가르쳐서 키워놓은 장양을 가로채려 했던 행위였다.
물론 프로의 세계이니 그걸 두고 나쁘다고 표현할 필요는 없는 일이라고 이신은 생각했다.
‘중요한 건 선수로 하여금 이 팀에서 뛰고 싶게 만드는 것이지.’
개인적으로 계약에 있어서 의리나 도리 같은 말이 언급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이신이었다.
그 같은 것을 강요하는 예전 소속팀과 법적 다툼을 벌인 이력이 있는 그였다.
아무튼 장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장 한국의 모든 선수들에게 닥친 가장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2021년 전반기 개인리그.
이제 참가 신청 접수가 시작된 것이었다.
올도어SCC 소속 선수 중에서는 지난번의 우승자인 이신과 8강에 진출한 유진영, 그리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주디가 이미 32강 본선이 확정된 상태.
그러나 작년에 없었던 차이, 존, 사나다 료 등은 예선부터 뚫어야 했다.
예선이라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알아주는 실력자도 예선전에서 복병을 만나 삐끗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곧 프로리그 2라운드가 시작되는 것도 문제였다.
잘나가는 팀의 주전 멤버들은 프로리그 경기도 준비해야 하는 이중고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었다.
팀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프로리그.
그렇다 보니 프로리그에 집중했다가, 예선에서 뜬금없는 무명 선수에게 지는 경우도 심심찮았다.
팀에서 주전에 들지 못하는 무명 선수는 그만큼 필사적으로 예선을 뚫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개인리그 예선이 끝날 때까지는 되도록 엔트리를 너랑 주디, 진영이 위주로 짤 거야.”
최환열이 내린 결정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상관없어.”
“상대가 쌍성전자나 화성전자, JKT 같은 강팀이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은 이 기회에 2군 애들도 좀 더 시험해 보려고.”
“2군?”
올도어SCC의 2군.
그들 대부분은 올도어에 인수되기 전의 아마추어 팀의 주역들이었다.
지금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벽을 실감하며 2군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한 번씩 출전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
그리고리는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농사 대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코 의도했던 유랑은 아니었다.
그리고리는 어릴 적부터 방종한 삶을 살아 보는 시선이 좋지 않았는데, 심지어 말을 훔치려다가 발각되는 바람에 완전히 마을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이러다 얼어 죽겠군.”
정처 없이 길을 걷다가 지쳐 잠시 바위에 걸터앉은 그리고리.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자 더 추위가 밀려와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적막한 숲길.
이 추운 날 한밤에 굳이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며칠 신세 졌던 농가에서 또 사고를 쳤기 때문이었다.
성질 거친 남편과 평생을 살아온 농부의 아내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외로움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니 그녀의 마음은 햇살에 쬐인 살얼음처럼 녹아버렸다.
하지만 그러한 치유의 행위가 농부는 영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불륜을 발각당한 그리고리는 농부가 몽둥이를 들고 덤비는 통에 급히 도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몽둥이가 자신 대신 그 아내에게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지금 자신이 얼어 죽게 될 것이 더 문제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까아악!”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나뭇가지 위에 앉았다.
무심코 까마귀를 올려다보았던 그리고리는, 까마귀가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것이 묘하게 불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놈이 내 살코기를 노리는구나!”
돌멩이 하나를 집어 던졌지만, 까마귀는 피하지도 않았다.
마치 빗나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리고리는 더더욱 그 까마귀에 대해서 불길함을 느꼈다.
‘저리도 겁이 없다니? 정말 내가 곧 시체가 되길 기다리는 건가?’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는 까마귀와 눈이 마주치자 스멀스멀 공포가 밀려왔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네가 그리고리구나.
“헉?!”
그리고리는 깜짝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청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묘한 음성은 도무지 사람의 것이라 할 수가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그 주변에 있는 살아 있는 동물이라고는 자신과 까마귀밖에 없었다.
“누, 누구십니까?”
-내가 누구일 것 같나?
“서, 설마 신이십니까?”
-이봐, 네가 신의 목소리를 들을 만한 성품의 인간은 아니잖아?
그리고리는 얼굴을 붉혔다.
그건 그랬다.
만일 자신에게 신의 음성을 들린다면, 아마 신은 격노한 어조였을 것이다.
-그리고 신이었다면 까마귀보다 비둘기가 더 그럴듯했겠지.
“그럼 누구십니까?”
상식적으로 알 수 없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도, 그리고리는 금방 침착성을 되찾고 물었다.
-나는 세상에 불화와 흉조를 전하는 악마군주 안드라스다.
“악마?!”
-뭘 그렇게 놀라나?
“악마가 내게 무슨 볼일이란 말입니까? 썩 물러나시오!”
그러면서 그리고리는 겁에 질려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까마귀는 키득거리며 비웃었다.
-네 신께서 그러시는데, 넌 꼼짝없이 지옥행이라는군.
“허, 헛소리!”
-진심으로 뉘우치고 바른 생활을 한다면 구원받을지 모르겠는데, 넌 그런 위인이 못 되잖아? 지옥 가기 무서운 거랑 진심으로 뉘우치는 거랑은 다르거든.
“꺼져 버려!”
그리고리는 돌멩이를 계속 집어던졌다.
기이하게도 어떤 것도 까마귀를 맞추지 못했다.
까마귀의 비웃음 가득한 눈초리에 응시당하며 그리고리는 제풀에 지쳐 기진맥진했다.
“왜 날 찾아왔지?”
-네가 내 계약자로 딱 적합한 인간으로 보이거든.
“계, 계약?!”
그러자 괴담과 민간전승에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리는 몸서리를 쳤다.
“꺼져라, 악마야!”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런데 결국 우린 다시 보게 될 거야.
“다시 볼 일 없어!”
-오, 천만에. 우리가 다시 재회했을 때 넌 지옥에 있을 거야. 난 지옥에서 허우적거리는 네게 다시 계약을 제안할 테고, 그럼 훨씬 간단하고 내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성사될 테지.
“지옥 따윈 안 가!”
-애석하게도 네 타고난 성품은 어딜 봐도 지옥행 티켓을 미리 끊어놓은 인간이야.
까마귀는 홰를 치며 날아올랐다.
-그럼 조만간 또 보지. 네겐 긴 세월이겠지만 내게는 아주 짧은 기다림이야.
떠나려는 까마귀.
그리고리는 가슴 섬뜩한 불길함과 함께, 왠지 저대로 저 악마를 떠나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까마귀는 창공을 빙글 선회하다가 다시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
-왜 그러시나?
“왜 내게 그런 제안을 하는 거지?”
-네게 큰 재능이 있거든.
“재능?”
그리고리는 황당해졌다.
자신이 잘하는 거라고는 계집질과 사기밖에 없었다.
-물론 인간으로서의 너는 정말 답이 없는 쓰레기지. 하지만 내가 보는 건 인간으로서의 재능이 아니야.
“그럼?”
-악마로서의 재능.
“……!”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가 널 악마로 만들어주마. 이 세상에 불화와 흉조를 터뜨려라. 그러면 너는 악마로서 강해질 것이다.
“그럼 내게 무슨 이득이 되지?”
-원하는 모든 향락을 누릴 수 있지. 네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욱 많이!
침을 꿀꺽 삼키는 그리고리에게 악마군주 안드라스가 계속 말했다.
-악마들의 향락은 네가 상상할 수조차 없지. 너의 모든 욕망은 끝없이 충족될 것이다.
“…대가는 없는 것입니까?”
그리고리의 말투가 공손해졌다.
악마군주 안드라스가 방의된 까마귀는 깍깍거리며 웃었다.
-나의 계약자가 되어 내 명령에 따르는 것이지.
“…….”
-말했다시피 난 좀 더 기다렸다가 다시 계약을 제안해도 상관없어. 그럼에도 지금 네게 기회를 주는 것이야. 하찮은 떠돌이에 불과하지만 나에게 힘을 받으면 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하겠습니다.”
조금의 망설임 끝에 그리고리가 대답했다.
지금 당장 살갗을 에는 추위가 자신의 하찮은 처지를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비참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신은 자신을 구원해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악마가 되는 것도 나쁠 것 없지 않은가!
-나와 계약을 하겠느냐?
“예, 계약합니다.”
-흐흐, 좋다.
파아앗!
별안간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그리고리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계약은 성사되었다. 그리고 네게는 이제 나의 힘이 깃들었다. 세상에 불화와 흉조를 퍼뜨려라. 그럴수록 넌 점점 강대해진다.
그렇게 악마군주 안드라스에게 계약자가 생겼다.
현재 악마군주 안드라스의 서열은 59위.
곧 60위의 그레모리로부터 도전을 받게 되는 위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