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7
206화 출현(2)
이신 군단이 우르르 출현하자 아마추어리그에 긴장감이 돌았다.
널리 알려진 이신의 제자들, 차이·존·주디와 함께 있던 장양이 아마추어리그 B조로 참가한 것.
“혹시 걔도 제자 아냐?”
“생긴 것도 묘하게 이신이랑 비슷하던데.”
“양아들인 줄…….”
“이신이 데려왔으면 존나 잘하겠지?”
“아, 나랑 같은 조인데! 32강에서 만난단 말이야.”
“인마, 넌 64강이나 갈 생각을 해라.”
이는 비단 아마추어리그 참가자만의 걱정이 아니었다.
각자 소속팀의 연습생을 데리고 나타난 팀 코치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자인가?”
“제자겠지. 올도어SCC랑 친선 연습할 때 봤어. 완전 딱 붙어 다니던데.”
“중국에서 데려왔다는 걔일 거야.”
“이신이 묘하게 외국에서 재능 있는 애들을 잘 찾아서 데려온다던데. 골 아프네, 이거. 쟤 종족이 뭐야?”
“헉, 아이디가 YANG이었어?”
“얼마 전에 S등급 됐었지? 나 쟤한테 영입 제의 쪽지 보냈었는데.”
그렇게 장양은 모두의 주목과 경계 속에서 128강 첫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3판 2선승제로 진행되는 예선 첫 경기.
상대는 평범한 인류 플레이어였다.
피차 평범한 빌드 오더로 정석적인 운영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의 앞마당에 얼씬거리며 압박하던 바퀴 8마리의 이상한 움직임으로 시작되었다.
장양이 별안간 참호가 건설되어 있는 인류의 앞마당을 공격.
건설로봇 다수가 앞마당에서 일하다가 뛰쳐나와 방어했지만, 그중 3마리가 본진으로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고작 바퀴 3마리.
그걸로 정찰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추가 생산되는 보병으로 잡으면 그만이다.
…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퍼어엉!
바퀴 3마리가 날렵하게 돌아다니다가 광산에서 광물을 채집하던 건설로봇을 기습적으로 사살했다.
계속해서 공격하려 하자, 일하던 건설로봇들이 다수 싸움에 동원되었다. 그러자 싸우지 않고 휙 물러나 버리는 바퀴들.
한 번 자원 채집을 방해한 바퀴들은 계속 돌아다니며 상대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급기야 항공정거장과 군량고를 짓던 건설로봇들까지 잡혀 버려서 테크 트리 올리는 데 차질까지 생겼다.
생산된 보병들이 총을 들고 쫓아오자 바퀴 3마리가 각각 따로 도망가서 술래잡기를 했다.
그러는 동안 장양은 상대의 빌드 오더를 훤히 들여다보며 맞춤 운영을 하고 있었다.
“잘한다.”
주디가 중얼거렸다.
“근데 상대가 너무 컨트롤이 약하네. 그 상황에서 왜 바퀴들의 본진 난입을 허용하는 거야?”
존의 반론.
“다 너처럼 컨트롤이 되는 게 아니야.”
차이가 그런 존에게 한마디 했다.
가여운 상대는 이제 장양의 쐐기충들에게 탈탈 털리기 시작했다.
어디에 대공포가 지어져 있는지 장양은 바퀴들을 통해 다 본 뒤였다.
“아, 보는 내가 괴로워.”
존은 이신의 괴물과 연습했을 때의 연패가 떠올라 움찔했다.
그때의 이신만큼이나 장양의 쐐기충 컨트롤은 예술이었다.
한 치의 오차나 삐끗거림도 없이, 쐐기충 편대는 쐐기를 쏘고 뒤로 빠지기를 반복했다.
그 순간, 바퀴들까지 우르르 앞마당을 공격했다.
쐐기충과 바퀴들이 합격을 펼치자 한순간에 인류의 디펜스가 분쇄되었다.
상대는 맥없이 GG를 쳤다.
다음 판도 똑같이 쐐기충을 쓴 장양이었지만, 상대는 막지 못했다.
“알아도 못 막네.”
“사실 나도 알고 대비해도 피해를 아예 안 받을 수는 없더라.”
제자들이 한마디씩 하며 장양의 플레이에 감탄했다.
알아도 못 막는 컨트롤을 펼치는 상대가 가끔씩 있다.
자신의 디펜스 능력을 밑바닥까지 드러나게 만드는, 그런 상대 말이다.
64강전 상대는 신족.
장양은 이번에도 빠르게 바퀴 6마리를 뽑아 상대의 캐논포 방어를 무시하고 2마리를 본진에 집어넣었다.
신족은 초반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유닛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활개 치는 바퀴들을 처리하는 데 애먹었다.
장양은 그야말로 불꽃같은 멀티태스킹을 펼쳤다.
태연자약하게 자기 할 것을 다 하면서, 바퀴를 잽싸게 움직여 신도를 공격하다 빠지기를 반복했다.
-으아악!
-으악!
그런 식으로 신도가 3마리나 죽자, 상대가 안쓰러워질 지경이었다.
그야말로 본진에 들어온 바퀴 2마리가 게임을 끝내 버렸다.
열심히 쫓아오는 광신도를 꼬리에 달고 다니며 활개 치는 바퀴가 무려 신도를 6마리나 잡아버린 것이었다.
그러자 상대는 아직 결판도 안 났는데도 GG를 쳐 버렸다. 누가 봐도 멘탈이 나간 게 틀림없었다.
바퀴 2마리로 거둔 승리.
전율스러운 컨트롤과 멀티태스킹이었다.
“진짜 멀티태스킹 기계네.”
“게임 만들 때 상대를 아슬아슬하게 계속 괴롭히라고 인공지능을 짜면 저런 형태가 되겠지?”
차이와 존이 경악을 했다.
장양의 개인 화면을 보고 있노라니, 얼마나 컨트롤과 멀티태스킹이 괴물 같은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
‘이신의 네 번째 제자가 나타났다!’
‘아마추어리그에 이신과 제자들 총출동!’
소식을 접하자 e스포츠 관련 기자들이 용산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신 선수, 또 다른 제자가 아마추어리그에 참가한 게 사실입니까?”
“인터뷰 좀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장양이라는 그 선수 맞죠?”
e스포츠 쪽의 기자들은 아직까지 최소한의 매너가 있었다.
경기에 참가 중인 장양을 직접 붙잡고 묻기보다는 이신을 취재 대상으로 삼은 것.
물론 워낙에 말이 직설적인 이신이라 기자들이 좋아하는 경향도 컸다.
“맞습니다.”
장양을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야 하는 프로게이머이므로, 언론을 통해 소개가 나가면 더 좋을 것이다.
“장양 선수의 이번 성적이 어느 정도일 거라고 기대하십니까?”
“종합 우승입니다.”
“하하, 그야 뭐 주디 선수나 존 선수, 차이 선수도 다 그랬으니까요. 종합 우승은 기본 소양이겠지요?”
당연하지만 존과 차이도 준 프로 자격을 따기 위해 아마추어리그에 출전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렇다 보니 아마추어리그 종합우승은 이신의 제자로서의 기본 소양이 되었다.
이신이 계속 말했다.
“종합 우승은 당연하고, 한 세트도 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 정말입니까? 다른 팀 연습생들도 많이 참가했는데요.”
“장양은 컨트롤과 멀티태스킹 같은 기본 소양만 가지고 본다면 저를 능가합니다.”
“하하하, 이신 선수답지 않게 제자를 너무 띄워주는 것 아닙니까?”
“예, 아닙니다.”
그때,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베테랑 기자 하나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 됐고, 그냥 편하게 가자고. 이신 씨, 뭔가 기삿거리로 쓸 만한 특별히 재미있는 건 없을까? 괜찮게 잘 포장해서 써줄게.”
다른 기자들도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장양은 이신의 제자라는 것 말고는 대중이 관심을 가져야 할 특별한 이유가 알려져 있지 않았다.
“평균 APM이 700에 달하는 괴물이라면 좀 재미있겠습니까?”
“오, 진짜?”
“할아버지 함자가 장첸이었던가? 아무튼 할아버지가 중국에서 꽤 거물이라고 했던데 그건 어떻습니까?”
“어어, 그런 것도 좋지!”
기자들의 손이 점점 빨라졌다.
“자폐증을 앓아왔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극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정말이야? 이거 스토리가 되는데?!”
“좋다!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도 좀 알려줘 봐, 이신 선수.”
“대신 다음에 딱 한 번씩만 제 부탁 들어주시는 겁니다.”
이신이 불쑥 제안을 해왔다.
기자들은 서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어차피 우리 사이에 뭐.”
“평소에도 못되게 굴지는 않잖아? 이신 씨가 우리 밥줄인데.”
직격탄을 서슴없이 날려서 늘 기삿거리를 제공하는 이신.
그 보답 삼아 이신이 호성적을 낼 때마다 칭송을 해주는 기자들.
알고 보면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신은 장첸에게 초청의 대가로 받았던 돈의 액수만 숨긴 채 거의 낱낱이 장양과 인연을 갖게 된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그것은 급속히 기사화되어서 인터넷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
결국 장양은 B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A, B, C, D조의 우승자가 모여서 종합우승을 가리는 정식 경기가 다음 날 열리게 되었다.
아마추어대회의 종합 결승은 토너먼트로 진행되며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으로 생중계되는데, 사실상 몇몇 골수팬과 e스포츠 관계자 외에는 잘 안 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신의 네 번째 제자!
흔히 대중이 생각하는 ‘자폐증 천재’ 타입의 어린 소년.
게다가 범상치 않은 출신과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아름다운 스토리까지.
마침 1라운드도 끝나고서 프로리그가 잠시 휴식기였던 터라, 팬들이 생중계를 관람하러 접속했다.
-안녕하십니까, e스포츠를 사랑하시는 시청자 여러분, 저는 캐스터 김상재.
-해설의 오정훈입니다.
김상재와 오정훈은 둘 다 은퇴한 프로게이머 출신이었다.
김상재는 은퇴 후 파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을 2년 하다가 얼마 전에 전문 방송인으로 진로를 정한 신참 캐스터.
오정훈은 화성전자 소속의 선수였다가 얼마 전에 은퇴하고 해설위원으로 발탁을 받았다.
선수 시절에도 워낙 언변이 좋아 조 지명식 인터뷰에서 활약하곤 했다.
-요즘 화제의 선수가 있죠?
-예, 그 화제의 선수 덕분에 갑자기 많은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처음 해설을 하게 된 입장에서 부담도 되지만 한 번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먼저 선수 소개부터 하죠. 시청자 여러분들은 선수들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네, 일단 A조에서 우승하고 올라온 정태만 선수. MBS의 연습생이죠.
-그렇습니다. 방진호 감독님께서 아주 공들여 키운 선수라는데, 실제로 A조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서 어느 정도 재능을 입증했죠. 하지만 이번 상대는 조금 난적입니다.
-그렇죠! 바로 그 화제의 선수, 신의 4번째 제자 장양 선수입니다.
-장양 선수 기록을 보니까 무패예요. 이신 선수의 다운그레이드판인가요? 아마추어리그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제자까지 무패우승을 노리고 있네요.
-리플레이 영상 몇 개를 살펴보니 쐐기충 컨트롤이 소름 끼치게 정확했습니다.
-맞습니다! 쐐기충 뭉치고 P컨트롤 하는 것도 계속하다 보면 한 번쯤은 삐끗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없어요! 저도 선수 시절에 괴물을 했지만 저런 무서운 컨트롤은 처음 봤습니다. 막말로 제가 저런 컨트롤 할 수 있었으면 우승도 했어요!
-예, 해설 땐 막말 자제해 주세요.
-하하, 죄송합니다. 개인 방송 하다 온 버릇이 있어서…….
그리고 마침내 모두가 궁금했던 장양의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퍼어엉! 퍼엉!
-으악!
-아악!
쐐기충이 건설로봇과 보병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상대측 인류 진영은 보병·의무병 부대가 진출할 타이밍도 놓친 채, 본진과 앞마당을 견제하는 쐐기충을 쫓아다니다가 일방적으로 탈탈 털렸다.
-아…….
-이건 일방적인 학살인데요?! 현역 프로 선수 중에 이 정도로 쐐기충을 컨트롤하는 사람이 있나요?!
-황병철 선수도 이 정도는 아니죠!
이어지는 2세트에서도 장양은 쐐기충을 들고 나왔다.
상대는 대공포로 진영을 온통 도배해 놓고도 모자라, 로켓 프리깃까지 3기 생산했다.
이에 대응한 장양의 선택은, 바로 쐐기충 올인이었다.
쐐기충과 폭탄충으로만 이루어진 비행유닛부대로 맞선 것이다.
물론 대공포로 도배된 상대 진영에 침투하지는 못했다.
다만, 상대가 병력을 이끌고 나오자 일제히 덤벼들었다.
-퍼어엉! 퍼엉!
-으아악!
-으악!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폭탄충들이 자폭하여 로켓 프리깃을 격추시켜 버렸다.
쐐기충들은 보병들을 사과를 돌려 깎듯이 가장자리부터 차근차근 치고 빠지며 살육해 나갔다.
치열한 접전 끝에 인류의 병력은 전멸.
그러나 장양도 피해가 적지 않아, 남은 쐐기충만으로는 대공포로 도배된 인류 진영을 공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와! 바퀴 병력 보세요!
-저건 싸우고 있을 때 이미 바퀴를 생산하고 물량을 모으고 있었어요. 병력만 다 잡아먹고 곧장 지상군 위주로 즉시 전환! 정말 판단이 귀신같습니다. 계산이 딱딱 나오고 있어요!
대량생산된 바퀴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어 인류를 초토화시켰다.
많은 대중 앞에서 처음 선보여진 장양의 데뷔전은 그렇게 성대하게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