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각성(2)
새로 개발한 이신의 서열전 스타일은 나폴레옹·오자서와 함께 한 합동 훈련에서도 빛을 발했다.
나폴레옹의 사도 2인과 질 드 레가 한 편이 되어서 3대 3 모의전 상대가 되었는데, 여기서도 이신은 특유의 컨트롤로 전장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세밀한 컨트롤로 교전이 펼쳐질 때마다 이득을 챙기니, 자연스럽게 주도권이 이신 측에게 넘어왔다.
뿐만 아니라 이신은 멀티태스킹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빌드 오더를 계속 꾸려나가는 와중에도, 병력을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끊임없이 치고 빠지며 상대를 도발하고 단 한 명이라도 적을 죽이고 빠지는 이득을 계속 챙겼다.
그러니 상대측은 전투 현장에 신경이 쓰여서 아무 것도 못하든가, 운영에 신경 쓰느라 전투 지휘를 못해 큰 피해를 입든가 둘 중 하나였다.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건가?”
모의전이 압승으로 끝나고, 나폴레옹이 물었다.
“그냥 새로운 지휘법을 고안했을 뿐입니다.”
“내 생전 그런 전투를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시시각각으로 진형이 쉬지 않고 변하다니, 확실히 서열전이기에 펼칠 수 있는 용병(用兵)이지. 내가 오늘 개안(開眼)을 했네.”
오자서도 이신에게 극찬을 해주었다.
“이러면 더욱 확실하게 각자의 역할을 확립할 수 있을 것 같군.”
나폴레옹은 팀의 리더로서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내린 방침은 역할 분담이었다.
오자서는 헬하운드를 활발하게 쓰며 팀을 위해 앞장서는 희생의 역할.
이신은 병영 병력과 치유 능력을 바탕으로 오자서와 함께 초중반의 전투를 맡는 방파제 역할.
그리고 두 사람이 방어막이 되어주는 동안 나폴레옹은 안전하게 성장하여서 투석기와 기사, 마법사 등 후반지향적인 고급 병과를 구성한다.
‘괜찮군.’
역시 나폴레옹은 팀플레이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 잡혀 있었다.
2명이 1명을 밀어준다.
그리고 그 1명은 후반에 이를수록 힘이 받는 휴먼이 적절했다.
그 역할을 나폴레옹이 맡은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 나폴레옹은 투석기를 다루는 일에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투석기가 잘 갖춰진 휴먼은 지상전의 왕자가 된다.
하물며 마계 서열 1위의 악마군주 아가레스의 계약자 나폴레옹이니 그 솜씨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살아생전에도 툴롱 포위전에서 툴롱 항구를 진압할 최적의 포병 배치를 찾아내 이름을 떨치고 24세에 준장 계급을 달았다.
둘째, 이신의 무시무시한 병영 병력의 전투 능력.
이신 특유의 컨트롤과 치유 능력의 결합은 무시무시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일반적으로 궁병·창병·방패병 등 병영 병력은 수비용이었다.
열기구에 태워 기습 용도로 쓰거나 그리핀에 태워 비행 편대로 활용하기 전까지는 수비에 활용하는 것이 최선인 병과다.
그런데 이신의 손에 의해 그 병영 병력이 공격적으로 전장을 누비고 적진을 돌파하는 전력으로 탈바꿈하였다.
나폴레옹은 그런 이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서 그런 역할을 맡긴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대는 병영 병력을 활용하다가, 여유가 된다면 그리핀을 소환하여 활용하는 쪽으로 가는 게 낫겠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중요한 건 시작 위치입니다.”
“알고 있다.”
나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내가 위태로운 위치에서 시작하게 되면, 내 역할과 그대 역할이 서로 바뀌어야겠지. 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그대가 기동성 위주로 병과를 구성했으면 좋겠군.”
이신의 전투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의견이었다.
이는 극도로 공격적인 이신의 스타일과도 맞아떨어지므로, 이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준비가 차근차근 이루어졌고, 시일이 흐르자 마침내 축제가 시작되었다.
72악마군주의 축제의 서열전 대진은 랜덤으로 이루어진다.
무려 240만 마력이라는 막대한 대가를 노리고 16팀이 참가한 축제!
이 16팀 중 절반을 낙오시킬 첫 대전(大戰)은 사흘 전에 상대가 누구인지 통보되기로 결정되었다.
축제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 첫 상대가 마침내 통보되었다는 뜻이었다.
이신 측의 상대는 다음과 같았다.
서열 10위 악마군주 나베리우스.
서열 24위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
서열 32위 악마군주 아스모데우스.
‘다들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한 높은 서열이군.’
그래도 한 명쯤은 붙어봤던 계약자가 있기를 원했다.
셋 다 처음 겪어보는 계약자들이니 그만큼 변수가 많아진다는 뜻이었다.
상대측에 대해 통보를 받게 된 후, 세 사람은 한 자리에 모여 대책 회의를 가졌다.
“적어도 한 명은 내가 아는 사람이군.”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오자서였다.
“악마군주들은 주로 전란의 시기에 눈에 불을 켜고 계약자를 물색했네. 내가 살던 시대도 계약자로 삼을 만한 영웅을 뽑기 좋은 시기였지.”
그 말에 이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시대, 오호십국시대.
일본의 전국시대.
유럽의 백년전쟁과 나폴레옹 전쟁 시대 등등…….
이신이 지금껏 본 계약자들이나 사도들은 주로 그런 시기에 활약한 인물들이었다.
오자서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살아 있던 시대에서 수많은 악마군주들이 탐을 내던 인물이 하나 있었지.”
“손무(孫武)입니까?”
이신이 물었다.
오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악마군주들이 그토록 탐낸 인물은 바로 장경(長卿, 손무의 자)일세.”
오자서의 말에 따르면, 손자병법의 저자이기도 한 손무는 당시의 전쟁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었다.
춘추시대의 전쟁은 전차(戰車) 위주였는데, 이는 평지가 많은 중원의 지리적 특성 탓이었다.
하지만 손무는 습지가 많은 오나라의 특성에 맞춰, 보병 위주로 군대를 육성했다.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했던 보병을 주력으로 활용함에 따라, 산악과 숲을 가로지르고 은폐성도 높였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양동·분진합격·기습·매복이 가능해졌고, 장거리 원정과 빠른 기동전이 가능해져 전쟁의 패러다임을 한 차례 바꾼 것이다.
이는 전차에서 보병으로 전투체계가 변화하는 시대상황을 가속화시켰다고 평가된다.
무엇보다 손자병법의 저자였다.
용병술을 넘어 전쟁의 본질을 논하는 이 명저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장경은 나와 함께 당시 최강국이었던 초나라를 격파하는 데 큰 공훈을 했지만, 그는 나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인물이었네.”
“어떻게 달랐습니까?”
“입신양명의 야망을 품은 효웅(梟雄)이 아닌, 학자 같은 인물이었지. 다른 것보다 전쟁에 대해 연구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았네. 속세에 얽매이지 않은 일종의 선인(仙人) 같은 자였다고 할까.”
“그래서 악마군주들의 제안에도 넘어가지 않은 것이로군.”
나폴레옹이 대화에 끼어들어 한마디 했다.
오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향락을 일삼는 왕에게 실망해 모두 버리고 은거한 장경인데, 원하는 게 있었을 리가 없지요.”
아무튼 그 시대의 가장 큰 대어였던 손무를 놓치자 일부 악마군주는 그 차선으로 다른 인물을 계약자로 받아들였다.
오자서야 그전에 복수를 위해 이미 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와 계약을 한 상태.
그러자 악마군주 아스모데우스는 차선의 차선으로 한 인물을 계약자로 낙점했다.
그게 바로,
“범려일세.”
“악마군주 아스모데우스의 계약자가 범려입니까?”
“그렇네.”
오자서는 다소 불쾌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범려는 월나라의 책략가로 적대관계인 오나라의 오자서와는 서로 앙숙일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무엇보다도 범려는 오나라에 크게 패한 월왕 구천을 끝까지 섬기면서, 그 유명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복수를 성공하도록 크게 일조했다.
월왕 구천으로 하여금 오왕 부차에게 아부하여 방심시키도록 설득했고, 오왕 부차에게는 미녀 서시를 바쳐 향락에 빠지게 했다.
결국 타락한 오왕 부차는 버팀목이었던 오자서와도 크게 불화를 일으켰고, 끝내 절치부심 복수의 칼날을 갈고 닦았던 월나라에게 패해 항복하고 말았다.
모략뿐만이 아니라 상재에도 능통한 인물로, 모함을 받아 죽은 오자서로서는 좋아할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략 전술의 능력보다는 모략에 특화된 인물이군. 악마군주 아스모데우스 또한 인간의 악의와 불화를 조장하는 관장하는 존재이니, 대충 어떤 성향을 가진 계약자인지는 확실해.”
나폴레옹이 내린 결론에 오자서와 이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신은 범려가 아마도 허를 찌르는 심리전을 즐기는 인물이리라 생각했다.
‘상재에도 능했다고 하면 마력 관리도 잘하겠군.’
현실의 스페이스 크래프트가 자원 싸움이듯, 서열전 또한 전장 곳곳에 매장된 한정된 마력을 갖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생존경쟁이었다.
사실 전투보다도 더 중요한 게 바로 상대보다 더 많은 마력을 확보하는 것.
거기에 능하다면 범려는 주의해야 할 경계 대상이었다.
‘거기다가 서열 32위라면 다른 부분에서도 기본 이상은 한다는 뜻이다.’
서열전은 심리적인 요소가 더욱 컸다.
계약자 자신의 악마로서의 능력이나 사도들의 능력 등도 상대의 심리의 허를 찌르는 무기가 되기 때문.
“아무튼 범려가 다루는 종족은 마물입니다.”
“재미있군. 동양이든 서양이든 병과 구성이 단순했던 고대 시절의 무장들은 주로 마물을 택하거든.”
나폴레옹이 계속 말했다.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의 계약자는 전단이라는 자로, 이 친구 역시 종족은 마물일세. 자세한 것은 들어본 적이 없네.”
“전단? 나는 잘 모르는 인물이군. 자네는 아나?”
오자서가 이신에게 물었다.
이신은 가만히 궁리하며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다행히 평소에 읽어두었던 역사인명사전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마침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일화가 떠오른 것이다.
“혹시 화우지계(火牛之計) 고사의 주인공인 그 전단이 아닌가 싶군요.”
“화우지계? 그런 고사가 있던가?”
누구보다도 고사성어를 많이 만든 주인공인 오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단은 그보다 더 후대의 사람이니 오자서가 모르는 게 당연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단은 전국시대 말 제나라의 무장으로 연나라의 침공에 대항하여서 소의 뿔에 칼을 달고 꼬리에 불을 붙여서 달리게 해 적을 물리친 장수였다.
특이한 이야기라 다행히 기억해낼 수 있었던 이신이었다.
“소의 꼬리에 불을 붙여서 적을 격파했다니 상식적으로 듣기 이상한 소리군.”
오자서가 평했다.
그 답은 나폴레옹이 해결해주었다.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의 능력이 불과 연관이 있지.”
“역시나 악마군주의 힘을 빌렸군.”
그제야 납득하는 오자서.
이신은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여겼다. 당시에 적국인 연나라에는 중국사 최고의 명장으로 빠지지 않는 악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족은 마물 둘에 엘프 하나. 그리고 셋 다 고대 중국 출신. 악마군주 나베리우스가 그런 식으로 지명을 했군.”
나폴레옹의 말에 이신이 물었다.
“나베리우스의 계약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모를 리가 있나.”
나폴레옹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한때 3위까지 치고 올라와서 당시 2위였던 나와 대판 붙었다. 승패를 반복해서 결판을 짓기까지 상당히 긴 시일이 걸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