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0
460화 포격(1)
서열전 시작 후 초반, 먼저 공세를 보인 쪽은 원숭환이었다.
꽤 일직 소환된 드워프 총수 1명이 시작부터 이신의 앞마당에 나타나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이신도 비슷한 타이밍에 궁병 사도 로흐샨이 소환되어서 수비를 했지만, 드워프 총수가 계속 사거리 안팎으로 드나들며 신경을 건드렸다.
‘적당히 견제만 해. 서로 공격을 교환하면 이쪽이 대미지를 더 받는다.’
“알고 있습니다.”
로흐샨은 충실히 대답하며 드워프 총수와 신경전을 벌였다.
드워프 총수의 총이 무기 개발이 안 된 궁병의 활보다 대미지가 월등하기 때문에 로흐샨은 매우 신중했다.
그래도 견제 삼아 화살을 쏘는 로흐샨의 활솜씨가 꽤나 정확하여서 드워프 총수도 그 강함을 믿고 함부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같은 시각, 콜럼버스는 정찰을 떠나 전장의 중앙을 지나고 있었다.
이신의 시작 위치는 6시.
콜럼버스는 12시에 있는 게 틀림없는 원숭환의 본진으로 향했다.
위치는 알고 있지만, 원숭환이 무엇을 하는지 체크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었다. 종족 특성상 초반에 조심해야 하는 쪽은 휴먼이니까.
그때였다.
[적이 출현했습니다.]“이크!”
콜럼버스는 중간에 드워프 총수를 발견했다.
보자마자 즉시 방향을 전환, 다행히 드워프 총수는 콜럼버스를 발견 못 한 눈치였다. 콜럼버스의 관찰력과 빠른 대응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콜럼버스는 인근에 숨었고, 드워프 총수는 그대로 이신의 진영이 있는 6시를 향해 지나갔다.
이를 보며 이신은 생각했다.
‘드워프 총수를 2명까지 소환했군. 초반부터 날 더 압박할 생각인가 본데, 그럼 더 소환했겠군.’
드워프 총수가 지나가자 그제야 콜럼버스는 다시 나와 12시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인기척을 느낀 콜럼버스가 급히 뒤를 돌았다.
방금 지나갔던 드워프 총수가 다시 돌아와 콜럼버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탕!
“헉!”
간발의 차이였다.
콜럼버스는 재빨리 몸을 날려 사격을 피했다. 평소 수련의 성과였다.
압박하러 6시로 향했던 드워프 총수가 왜 돌아왔을까?
이신은 금세 파악했다.
‘발견 못 한 게 아니군. 못 본 척 그대로 지나가 퇴로를 차단했어.’
이신도 속았을 정도이니 원숭환의 재치가 제법이었다.
콜럼버스는 재빨리 12시로 달렸다.
달리는 속도가 헬하운드와 맞먹는 콜럼버스. 당연히 느린 드워프 총수는 가뿐하게 따돌렸다.
전장을 오른쪽 길로 우회하여서 원숭환의 본진을 향해 접근하던 찰나였다.
[적이 출현했습니다.]또다시 드워프 총수가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최소 3명까지 드워프 총수를 소환한 것이다.
‘빠져!’
이신의 지시에 콜럼버스는 재빨리 뒤돌아 도망쳤다.
하지만 아까 맞닥뜨렸던 드워프 총수가 퇴로를 가로막았다.
콜럼버스를 구석으로 몰아 사냥하겠다는 의도였다.
‘오른쪽!’
콜럼버스는 이신의 지시대로 달렸다.
3시 구석까지 도망쳐서 절벽에 가로막혔을 때, 다시 지시가 떨어졌다.
‘블링크로 절벽을 건너뛰어.’
“옛!”
파앗!
콜럼버스는 블링크를 쓴 뒤에야 간신히 몰이사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원숭환의 진영을 앞마당조차 구경 못하고 블링크를 써먹어 버린 것이다.
‘용의주도한 면모부터가 지금까지 본 계약자와 다르군.’
이윽고 드워프 총수 3명은 이신의 앞마당에 나타나 압박을 재개했다.
콜럼버스를 몰아넣었던 2명은 처음부터 정찰을 차단하려고 그곳을 지키고 있던 게 아니었다.
6시로 향하는 길에 염탐하러 오는 노예를 만나면 쫓아내려고 각기 두 갈래 길로 따로 움직였던 것.
콜럼버스를 몰아넣고 쫓아낸 뒤에는 다시 가던 길로 6시에 나타나 압박에 합류한 것.
시간 낭비 없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동선!
원숭환의 솜씨가 지금까지 겨뤘던 계약자들과는 차원이 다름을 알려주는 단편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정찰을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3시 우회 루트에 콜럼버스가 식량창고를 지어놓았다.
그러고 나서는 9시 우회 루트로 움직여서 원숭환의 12시 진영으로 접근했다.
3시, 9시 길목의 시야를 모두 장악해둔 것이다.
‘아마 상대가 나라는 점에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차근차근 이신은 원숭환의 의도를 논리적으로 유추해 나갔다.
‘그러면 확실하게 유리한 초반에 무언가를 해볼 생각이 충분히 들었을 것이다.’
‘만약 초반 승부를 위해 비밀리 병력을 모으고 있었다면, 그 병력은 들키지 않고 내 진영 앞까지 접근시키고 싶은 게 당연지사.’
‘아까 놓친 콜럼버스에게 포착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정면 루트로 당당히 지나가지는 않을 터.’
‘즉, 3시나 9시 우회 루트를 지나갈 확률이 높다.’
드워프는 보통의 경우 블라드나 비스마르크처럼 빨리 대포를 소환할 생각부터 하는 게 보통이다.
1, 2명 정도면 몰라도 드워프 총수를 3명까지 소환했다는 것은 심상치가 않았다.
그래서 이신은 일단 병영을 1채 더 지어서 궁병을 더 늘렸다.
그 와중에도 앞마당에서는 드워프 총수 3명의 압박이 거셌지만, 이신은 궁병을 모두 보여주지 않고 절반만 방어에 동원했다.
병영을 늘려 짓고 궁병을 모으는 사실을 굳이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
대장간도 건설했다.
여기까지는 유추한 사항을 기반으로 한 대비였다.
이제 그 유추가 맞는지 콜럼버스가 확인해 줄 차례였다.
9시 우회 루트로 움직인 콜럼버스가 원숭환의 진영에 도달했을 때였다.
딱 3분이 지났다.
콜럼버스가 다시 블링크를 사용할 수 있는 대기시간 말이다.
‘블링크로 침투해.’
“예!”
시간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이신도 초단위로 타이밍을 계산하며 운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숭환의 앞마당 진입로는 드워프 총수 1명이 배치되어서 지키고 있었다.
콜럼버스는 그 드워프 총수와 맞닥뜨리자 과감하게 블링크를 사용했다.
파앗!
블링크로 공간을 건너뛰어 단숨에 지척까지 접근!
당황한 드워프 총수가 급히 총을 쏘려 했지만, 콜럼버스의 순발력이 더 우월했다.
?-!
마비침이 적중!
1초간 마비된 드워프 총수를 지나치면서 다시 1발을 더 쐈다.
그렇게 2발을 사용한 뒤 필사적으로 본진을 향해 달렸다.
앞마당에는 역시나 마력석 채집장이 없었다.
확장 대신 병력을 모으고 있었던 것.
이제 어떤 병력을 모았느냐가 관건이었다.
‘죽어도 되니 본진으로 들어가.’
“옛!”
콜럼버스는 헐레벌떡 본진으로 달렸다.
타앙!
“컥!”
마비에서 풀린 드워프 총수의 사격.
옆구리에 적중됐지만 상급 악마가 되어 맷집이 강해진 콜럼버스는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마침내 본진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확인했습니다, 주군! 이거 병력이 꽤……!”
타앙!
그 말을 남기고 콜럼버스는 살해당했다.
하지만 콜럼버스를 희생시킨 가치는 충분했다.
드워프 도끼병 3명을 확인한 것이다.
‘드워프 총수와 도끼병의 조합이구나. 근데 계산상 병력이 모자란데?’
앞마당에 확장도 하지 않고 병력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면, 이보다 더 있어야 했다.
그럼 아직 확인 못한 나머지 병력은……!
[적이 출현했습니다.]‘확인했다.’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식량창고를 지어놓아서 시야를 확보해놓은 3시 우회 루트로 드워프 총수들이 지나가고 있는 게 확인되었다.
아마 원숭환도 거기에 지어져 있는 식량창고를 보고 침음을 삼켰을 것이다.
다 확인했으니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동시에 병영을 하나 더 짓고 방패병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노예 소환을 잠시 중단해 마력을 조절했다.
궁병, 방패병 확보에 열중하면서, 틈틈이 모이는 마력으로 투석기를 제작하기 위한 테크 트리를 밟았다.
거기다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기 시작!
‘먼저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갔으니 이번 공격을 막기만 하면 마력량에서 유리해진다.’
‘병력 숫자는 모자라도 방어 시설로 커버하면 되고, 투석기가 완성되기만 하면 100% 막았다고 보면 된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시나리오를 만들어나가는 이신의 완벽한 운영이었다.
이제 원숭환에게도 선택지가 돌아갔다.
이신이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고 있는 건 원숭환도 보고 있었다.
상책과 하책이 있다.
뒤쫓아서 앞마당 확장을 하고 뒤를 대비할 것이냐, 아니면 마력을 다 퍼부어 병력을 끌어 모아서 끝장을 볼 것이냐?
‘전자를 택한다면 칭찬해 주지.’
* * *
3시 우회 루트로 몰래 병력을 돌려서 진군시키고 있었던 원숭환.
그 3시 길목에 떡하니 건설된 식량창고를 보고, 원숭환은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들키지 않기 위해 정면보다 3시로 우회시킨 게 허사가 되고 만 것이었다.
‘이런 곳에 건물을 지어서 시야 확보를 해두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센스인가.
아까 죽인 그 사도는 9시로 우회해서 왔었으니, 정면을 제외한 두 우회 루트를 모두 감시한 셈이었다.
철두철미한 판단!
‘과연……!’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레모리의 계약자 이신이 반짝 활약하고 마는 정도의 그릇이 아닌, 진짜 실력자라는 것을.
‘기쁘구나.’
자신이 이겨보려고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나라도, 백성도 걸려 있지 않은 악마군주들의 경쟁의 유희.
공평한 조건에서 겨뤄지는 순수한 계약자들 간의 솜씨 대결.
원숭환은 거기에 즐거움을 느꼈다.
‘초반에 습격하려던 내 의도는 이미 무산됐다.’
확인하기 전부터 이미 이신은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3시 길목에 건물을 지어 시야 확보를 할 생각을 했으리라.
그렇다면 지금 병력 소환에 마력을 다 써서 승부를 보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이신은 의심하고 있었던 만큼, 이미 방어 태세가 되어 있을 테니까.
결국 원숭환의 선택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신보다 확장이 늦은 탓에 마력량에서 불리해졌지만, 그 정도 차이는 장기전으로 가면 무의미해진다.
드워프와 휴먼의 싸움은 긴 싸움이 되기 쉬웠고, 원숭환도 싸움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로 만족할 생각은 없다.’
원숭환은 놀랍게도 1시 지역에 마력석 채집장을 하나 더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마력석 채집장 2곳을 가져가기로 한 것!
이신보다 확장이 늦은 만큼, 2곳을 한 번에 가져가면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 2곳을 이신이 가만 놔두느냐가 문제였지만.
‘어차피 놈은 지금쯤 투석기를 제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신이 먼저 투석기를 손에 넣으면, 전력은 원숭환보다 더 우세해진다.
심지어 원숭환은 2곳 확장에 마력을 투자한 탓에 병력이 추가되지 않은 상황.
이신이 이를 눈치채고 역공을 펼친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원숭환은 이신이 눈치 못 채기를 기도하고 도박을 한 게 아니었다.
‘투석기는 분해와 재조립을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운 병기지.’
투석기를 분해한 뒤 이동할 때 공격하고, 재조립할 때 후퇴하기를 반복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 저항하면 지금 가진 병력만으로도 충분히 이신의 진격을 저지시킬 수 있었다.
시간만 충분히 끌어주면 원숭환도 대포를 배치하여 방비할 수 있게 된다.
원숭환은 확장과 시간 벌기로 전략의 방향을 선회했다.
‘이젠 넌 어쩔 샘이냐?’
이신이 원숭환에게 제시한 선택지.
원숭환은 상책과 하책을 모두 거절하고 기책을 택했다.
이제 선택지는 다시 이신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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