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4
63화 과거 현재 미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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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을 들이붓듯 헬하운드들이 몰살당했다.
물론 휴먼 측 병사들도 피해를 입었으나 교환비가 매우 안 좋았다.
그것은 귀신같은 이신의 지휘 덕분이었다.
‘그리핀 부대는 헬하운드, 석궁병은 마룡!’
절묘한 역할 분담.
그리핀의 발톱 및 부리를 이용한 근접공격을 활용하기 위한 지휘였다.
그리핀의 자체 공격력은 기사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헬하운드에게는 곧잘 통했다.
지상의 궁병들은 마룡이 접근할 때마다 볼트를 쏴 격추시켰다.
방패병과 창병은 밀려드는 헬하운드들을 막아냈다.
그 와중에 사나다 마사유키의 순간 판단도 제법이라 할 만 했다.
싸움이 불리하자 과감하게 앞마당 마력석 채집장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그리고는 본진으로 진입하는 출입구에 헬하운드들을 집중시켜 방어를 했다.
투석기가 다 박살 났으니, 입구에 뭉쳐 있는 마물 병력을 쉽게 물리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벌면서 병력을 더 모아 보려는 생각 같았다.
‘앞마당부터 파괴하고 지상병력은 대기.’
‘공병은 투석기를 다시 제작.’
‘그리핀 부대는 그대로 본진 돌입. 남은 마룡을 모두 제거하고 클로를 사살.’
이신의 머릿속에서 속사포처럼 명령이 연이어졌다.
그의 병력이 앞마당에 구축되어 있던 사나다 마사유키의 건물들을 쳐부쉈다.
그리핀 부대는 출입구를 막고 있는 헬하운드들을 무시하고 본진 안으로 난입, 마력석을 채집하던 클로들을 사살하기 시작했다.
마룡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날아왔지만 숫자는 고작 4마리에 불과했다.
마룡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귀찮게만 할 뿐, 클로들을 사살하는 그리핀 부대를 어찌하지는 못 했다.
‘마룡의 숫자가 적은데?’
이신은 단번에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전투를 치르는 동안에도 병력은 계속 소환했을 터.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마룡도 헬하운드도 숫자가 적었다.
‘빼돌렸구나.’
그리고 그 빼돌려진 병력이 향하는 곳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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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얼마 안 되는 헬하운드와 마룡 무리가 이신의 앞마당을 덮쳤다.
불리하다는 걸 깨닫자마자 사나다 마사유키는 병력 일부를 빼돌려 이신의 진영을 급습한 것이다.
‘그리핀 부대 회군!’
‘투석기 완성됐으면 공격 개시.’
‘앞마당에서 일하던 노예들은 모두 본진으로 후퇴.’
이신은 앞마당을 지키기 위해 그리핀 부대를 돌아오게 했다.
또한 사나다 마사유키의 진영에서 완성된 투석기가 바위를 쏘아 날리기 시작했다.
출입구에 모여 있던 헬하운드들은 바위를 피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출입구가 열리자 방패병과 장창병이 앞장서서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편 급습해 온 마룡과 헬하운드 무리는 이신의 앞마당의 사령부를 집중 공격했다.
새롭게 소환된 석궁병들이 반격에 나섰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사령부만 집중 공격했다.
퍼어엉!
사령부가 견디지 못하고 폭삭 주저앉았다.
앞마당 마력석 채집장이 그렇게 날아가 버리자, 이신은 마력 채집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사나다 마사유키 또한 밀고 들어온 이신의 병사들에 의해 본진이 유린당하고 있어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
이제 곧 본진까지 완전히 초토화당하면 이신의 승리였다.
돌아온 그리핀 부대가 앞마당에서 날뛰는 마물들을 공격했다.
사나다 마사유키는 헬하운드들을 내버려 두고 마룡들만 후퇴시켰다.
‘아직 포기한 모습이 아니군.’
이신은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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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것 같다 싶었는데 끝이 없었거든.’
‘마치 도망치는 상대와 전쟁을 벌인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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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3시 정찰. 질 드 레는 7시로. 그리핀 부대는 전장 외곽을 시계 방향으로 돌며 정찰.’
이신은 순식간에 전장 사방으로 정찰을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3시 지역으로 정찰 간 콜럼버스가 사나다 마사유키의 마물 건물을 발견했다.
마법진이 막 완성되자 클로들이 냉큼 마력석 채집을 개시하는 모습.
또한 마법진 바로 앞에는 헬하운드의 재단과 마계의 정원 두 개의 건물을 짓고 있었다.
얼마 안 되는 헬하운드와 마룡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끈질긴 근성이군.’
그때 즈음 석궁병들과 장창병·방패병 등 지상병력은 사나다 마사유키의 본진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촤악!
“으악!”
마룡들이 콜럼버스에게 독액을 뿌려 사살했다.
하지만 콜럼버스는 이미 제 역할을 다 했기에 이신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전 병력은 3시로. 그리핀 하나는 전장을 계속 돌면서 또 건물을 몰래 짓지 않게 감시해라.’
그렇게 승부를 마무리 짓도록 함은 물론, 파괴되었던 앞마당의 마력석 채집장도 다시 재건했다.
그리핀 부대가 3시 지역에 도착하니, 독포자꽃 3마리가 엔트로 진화 중인 모습이 포착되었다.
또한 화염진 2개를 건설하는 등 기를 쓰고 방어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이신은 사나다 마사유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엔트 3마리가 완성되면 한동안 방어를 지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리라.
엔트는 나무껍질이 단단해 석궁병·장창병 등의 공격이 먹혀들지 않기 때문에 이신의 공격을 잠시나마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앞마당을 날려 버렸군.’
재미있는 인물이었다.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저렇게 계속 확장 기지를 만들면서 도망 다니는 전략이 존재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상대에게 카운터를 먹여 어느 쪽이 더 유리해지지 않게 승부의 균형이 유지하는 버티기 전략…….
사나다 마사유키는 바로 그러한 생존전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끈질긴 근성과 끝까지 승리를 향하는 판단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다만, 이신이 빠르게 하늘을 나는 그리핀을 들고 나온 이상,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핀은 빠르다.
어디에 몰래 건물을 지어도 빨리 발견할 수 있다.
날아서 언덕을 넘어 바로 공격할 수 있으니 출입구만 막는다고 방어가 되는 게 아니다.
결국 조아생 뮈라에게서 사나다 마사유키에 대하여 들은 것이 승패에 크게 작용하게 되었다.
결국 사나다 마사유키는 패배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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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군주 플라우로스 님의 계약자 사나다 마사유키 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마력 2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12만 9천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서열 69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11만 1천으로 악마군주 플라우로스 님께서 서열 70위가 되셨습니다.]?
“완패였다.”
사나다 마사유키는 분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아까웠습니다.”
이신은 순순히 악수를 했다.
“정말 아까웠나?”
“아니오. 그 전략으로는 백 번을 거듭해도 제가 이깁니다.”
이신은 매우 솔직하게 말했다.
“허, 솔직하군. 처음부터 나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듯한데, 조아생 뮈라 놈에게 나에 대해서 들었지?”
“그렇습니다.”
“후에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자고 거래를 했겠군. 그 야비한 서양 놈!”
사나다 마사유키는 눈치가 귀신같았다.
이신도 굳이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말았다.
“비록 졌지만 덕분에 내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다음에 또 붙거든 지금 같지 않을 것이다.”
“…….”
사나다 마사유키의 최대 패착은 진형(陣形)은 알고 조합은 몰랐던 점.
마룡과 헬하운드에 엔트가 2마리라도 섞여 있었으면 이신이 상당히 애먹었을 지도 몰랐다.
그는 바로 그 실책을 깨달은 듯했다.
다음에 다시 맞붙는다면 더 어려운 상대가 되리라.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을 것 같다고 이신은 생각했다. 그는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때 불타는 눈동자를 가진 표범, 악마군주 플라우로스가 이신에게 다가왔다.
특유의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원을 말해라. 나는 표공 플라우로스. 너에게 과거, 현재, 미래의 비밀을 알려줄 수도 있고, 적을 불태울 수도 있다. 그리고…… 더 말하지 않아도 알 테지. 소원을 골라라.
“과거 현재 미래의 비밀?”
이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 과거, 현재, 미래에 벌어진 비밀에 대해 너는 알 수 있다. 다만 네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비밀을 원할 시에는 생명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 이 소원을 택하겠느냐?
플라우로스가 물었다.
이신은 곰곰이 생각했다.
미래에 관심 없는 인간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걸 미리 알아버리면 재미없을 것 같다고 이신은 생각했다.
현재도 물론 관심이 없다.
하지만…….
‘과거의 비밀?’
이신의 시선이 자연히 자신의 오른쪽 손목으로 향했다.
지금은 그레모리의 치유 덕에 과거보다 훨씬 건강하게 완쾌되었다.
하지만 그때 손목뼈가 분질러진 고통은, 그리고 다시는 게임을 할 수 없는 절망은 아직도 이신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과거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이신도 사람이기에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그때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알고 싶었다.
대체 누가 왜 자신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알고 싶지 않았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세간의 루머대로 황병철이나 신지호가 배후에 있을 수도 있었다.
혹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신의 성공을 질투하던 주변 사람일 수도 있었다.
혹은 아버지나 어머니일 수도…….
‘그럴 리가.’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황병철은 근성과 투지가 있는 남자다운 녀석이다. 그런 야비한 성격이 아니었다.
신지호 역시 약간 속 좁고 삐딱하지만 본성이 나쁘지는 않다.
자신의 부모님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리 게임을 탐탁지 않아 해도, 이미 그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아들에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있겠는가?
알면 상처 받게 될지도 모른다.
굳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필요는 없다.
“카이저, 굳이 알 필요 없는 과거라면 들추지 말고 그저 떨쳐 버리세요.”
그레모리가 다가와 조언했다.
그런데 플라우로스 역시 슬그머니 다가와 은근한 어조로 속삭인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비밀을 모른 체하고는 살 수 없지. 그 비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본인이 판단할 일일 뿐, 비밀을 몰라야 한다는 법은 없지. 그렇지 않나?
“과거 현재 미래의 비밀을 알려주는 능력을 가진 악마군주는 얼마든지 있어요. 나중에라도 알고 싶어진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봐도 되요.”
그레모리의 계속된 조언에 플라우로스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는 어떻게든 귀중한 마력의 1%를 주는 것이 아닌 다른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했다.
이신은 눈을 질끈 감고 생각했다.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눈을 뜨며 말했다.
“원한다.”
-무엇을?
“……과거의 비밀.”
-흐흐흐, 좋다.
득의양양하게 웃은 플라우로스는 문득 입에서 검은 구슬 하나를 이신에게 뱉었다.
깜짝 놀라 그걸 받아 든 이신에게 그가 말했다.
-그걸 쥐고 알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언제 쓰든 네 자유지만, 한 번 사용하면 구슬은 사라진다. 단, 경고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비밀은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그렇게 거창한 비밀은 아니다.”
-아무튼 소원을 들어줬으니 볼일은 끝났군. 그럼 이만.
플라우로스는 사나다 마사유키와 함께 사라졌다.
“마력을 얻는 편이 다음 서열전을 위해서라도 더 좋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그레모리가 물었다.
“예, 압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꼭 알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의 오른손이 검은 구슬을 연신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