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200
제200화
‘단순히 진녹의 변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까.’
크리스는 이번 제자가 되는 기회를 통해 극독 마가의 마인들에게 자신의 위대함을 톡톡히 새겨놓을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 내 힘으로는 무리지만, 괜찮아. 독이야말로 내 재능이 가장 빛을 볼 수 있는 분야이니.’
그의 천재성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특히 더욱 압도적인 천재성을 발휘할 분야가 있는데, 그게 바로 독술이었다.
뜻밖의 이야기.
하지만 진실이었다.
다른 분야에도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크리스이지만, 독술에 한해서는 지금까지와 비교가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재능을 보일 것이다.
“기대하고 있어 주십시오.”
“…그래.”
염려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후암 공작은 짐작도 못 하고 있으리라.
임시 제자로 머무는 2개월간, 크리스가 어떤 미친 성장을 보일지.
독정까지 흡수한 후에는 어떤 존재가 되어 있을지.
그리고 극독 마가에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이후 돌아가려는데, 뜻밖의 인물이 크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사였다.
그녀는 오라버니의 배신으로 인한 마음고생 때문인지 이전에 비해 상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
“…할 말이 있어서.”
마리사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고마워.”
“뭘?”
“이번 일. 모두 다.”
크리스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끔찍한 꼴을 당했을 거다.
게다가 오라버니의 진면목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고.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나중에 다 부려 먹으려고 도와준 거니까.”
“…말을 해도 꼭 그렇게 얄밉게 하지.”
“진심인데? 어쨌든 다음에 만나면 등골까지 뽑아먹을 정도로 부려먹어줄 테니, 기운 내.”
“…….”
기운 내.
그 말에 마리사의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역시 오라버니에게 배신당한 충격을 떨치지 못한 거다.
“아, 아니. 이건……. 미, 미안.”
마리사는 당황해 눈가를 급히 손으로 훔쳤는데.
“이럴 때는 억지로 안 참아도 돼. 참으면 마음에 병든다?”
“…….”
마리사는 눈물에 젖은 눈동자로 멍하니 크리스를 보았고,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넌 앞으로 날 위해 일해야 할 호구잖아. 그러니 지금 옆에 있어주는 것 정도는 해줄게. 울고 싶으면 편하게 울어.”
왜일까?
평소처럼 신경을 긁는 재수 없는 음성인데, 이상한 위안이 드는 것은.
“…안 울어.”
“그래? 그러면 그냥 갈까?”
“…아니, 가지 마. 그냥 입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옆에 있어줘.”
마리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희미하게 어깨를 떨면서.
크리스는 가만히 그런 그녀의 옆에 있어주었다.
별다른 말 없이. 하지만 묵묵히.
참으로 이상하게도.
그 무뚝뚝한 배려는 마리사의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 * *
이후 크리스는 암흑 마가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극독 마가에는 한 달 뒤쯤 다시 돌아오게 될 거다.
‘한 달간 바쁘겠군.’
암흑 마가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암흑 마가 마인들의 전력을 증강해야 해.’
약속대로 이번 일을 해결했으니, ‘대선생’의 자격을 얻게 되었다.
크리스는 대선생의 권한을 이용해 암흑 마가 마인들에게 본격적인 가르침을 내릴 계획이었다.
‘물론, 반발이 심하겠지만.’
크리스가 가르치려는 건 일반 중하급 마인들이 아니었다.
암흑 마가의 핵심을 이루는 6성의 고위 마인들이 대상이었다.
아무리 크리스가 대공자라고 해도, 자존심 강한 그들이 순순히 가르침을 받아들이려고 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해야 해.’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제 슬슬 반란의 기미를 보일 랑함 후작을 견제할 수를 내야 했다.
‘유리안 공녀도 문제지.’
크리스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직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유리안 공녀는 위험했다.
‘이번 한 달 동안, 유리안 공녀와 결착을 내야 해.’
거기까지 생각한 크리스는 파악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산 넘어 산.
일이 끝이 없었다.
“으아아. 내가 바라는 건, 그냥 부귀영화일 뿐인데!! 내가 도대체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거냐고!”
최근 피곤이 누적되어서일까?
크리스는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그냥 다 때려치울까? 어디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부귀영화나 누릴 수 있으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였다.
생각지도 않은 음성이 들려왔다.
나긋한,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음성.
[재밌는 소원을 가지고 있구나. 그 소원, 내가 들어줄 수 있는데, 어떠냐?]“!!”
크리스는 등줄기에 촤악 소름이 돋았다.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 나타난 거다.
고개를 돌리자, 한 인물이 그를 향해 나른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쇠사슬에 싸인 아름다운 여인.
‘청류의 마왕!’
크리스는 급히 무릎을 꿇었다.
“마왕 전하를 뵙습니다. 미처 예를 취하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
‘왜 왔지?’
그를 해하려고 온 것은 아닐 거다.
아무리 마왕이라도 마도 명문가의 대공자인 그를 명분 없이 해칠 수 없었다.
과연, 청류의 마왕의 음성에는 딱히 적대감은 엿보이지 않았다.
[후후, 예는 되었다. 불쑥 찾아온 나의 잘못이니. 내가 찾아와서 많이 놀랐나?]크리스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많이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흐음?]“혹시나 전하께서 발걸음 해주시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거든요.”
[어째서지?]“그야 저처럼 훌륭한 인재를 봤으니, 마왕 전하께서 관심을 가지시는 것도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 황당 뻔뻔한 말에 청류의 마왕은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과거 영광된 요정왕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녀에게 저딴 이야기를 하는 이는 처음이었다.
“잘못한 게 없으니 두렵지 않습니다. 위대한 마왕 전하의 천칭은 공정하기 그지없으실 테니, 죄 없는 이를 그릇되게 해칠 리가 없으니까요.”
[…….]순간, 청류의 마왕은 눈썹을 꿈틀했다.
방금 크리스의 말이 얼마 전, 협정에서 고라스 후작을 불공정하게 편들려고 했던 그녀를 비꼬는 듯이 들렸던 거다.
사실, 비꼬는 말이 맞았다.
‘좋은 의도로 오지는 않았을 것 아니야.’
친절한 낯이라고 속으면 안 된다.
청류의 마왕은 그의 적이었다.
과연, 청류의 마왕이 본론을 꺼냈다.
[사실 네게 따로 이를 말이 있어서 찾아왔노라.]“말씀하십시오.”
[내게 충성을 바칠 생각은 없느냐?]“!!”
크리스는 흠칫하였다.
“…말씀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저와 암흑 마가는 이미 마왕 전하께 충성을 바치고 있습니다.”
[못 알아듣는 척할 필요 없다. 네 개인적인 충성을 바라는 거다.]청류의 마왕은 곰방대를 꺼내 물었다.
창세 강림을 펼친 것인지 어느덧 주변은 일전에 봤던 황량한 세계수의 배경으로 변하여 있었다.
[네 상황은 알고 있다. 믿기지 않은 활약을 하고는 있지만, 네 방패막이 되어주는 노르디언이 사망하면 결국 랑함 후작에게 죽임당할 운명이지.]“…….”
[내게 충성을 바치면, 랑함 후작에게서 널 지켜줌은 물론, 네가 암흑 마가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주마. 그뿐 아니라, 네가 바라던 대로 최고의 부귀영화 또한 누릴 수 있게 약속하겠다.]크리스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나. 이런 목적으로 온 거군.’
크리스는 세계수에 기대어 있는 청류의 마왕 아리아의 모습을 살폈다.
하이 엘프답게 지극히 아름다운 외양.
하지만 그녀의 진면목을 알고 있는 크리스에게는 그저 추악하게만 보였다.
“명확히 말씀해 주십시오.”
[흐음?]“전하께서 제게 바라는 건, 단순한 충성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확히 제게 무얼 바라는 겁니까?”
청류의 마왕은 우뚝 입을 다물었다.
아까와는 다른 서늘한 시선이 크리스를 향했다.
크리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찰나, 숨겨둔 그녀의 본질이 드러나자, 마치 영혼이 짓눌리는 듯한 압력이 크리스를 짓눌렀던 거다.
이윽고.
[성흑이다.]청류의 마왕이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야기했다.
[암흑 마가의 원천인 성흑을 내게 바치거라.]* * *
크리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역시.’
이전 삶에서 들었던 대로다.
‘청류의 마왕은 삼원정을 바라고 있어.’
삼원정(三元井).
남방 마도국 세 명문가의 원천이 되는 힘을 뜻한다.
각각 성흑(聖黑), 독정(毒井), 망염(亡炎)이었다.
청류의 마왕이 남방 마도국에 파란을 일으키는 이유.
“어째서 성흑을 바라는 겁니까?”
[진정한 마(魔)가 되기 위해서다. 정확히는 필멸자의 한계를 벗기 위해서다.]청류의 마왕은 곰방대의 연기를 뿜었다.
[세상에는 특별한 힘의 원천들이 여럿 있지만, 우리 남방 마도국의 삼원정은 특히나 특별하지.]“…….”
알고 있다.
크리스 또한 성흑을 10할 흡수해 반마의 격으로 영혼의 급이 올라갔으니까.
‘독정과 망염 또한 비슷하게 영혼의 격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겠지.’
크리스가 이번에 독정을 노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영혼의 격의 강화는 당장은 큰 영향을 줄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위의 경지로 올라갈수록 어떤 영혼의 격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힘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똑같은 9성이어도 반마(半魔)나 반성(半星)의 격에 이르렀느냐, 아니냐에 따라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나니까.’
훗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을 계획이지만.
만약 최악의 상황이 되어서 이전 삶처럼 삼계(三界)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다면, 영혼의 격을 올려놓는 건 필수였다.
“필멸자의 한계를 벗는 데 성흑이 반드시 필요한 겁니까?”
크리스는 넌지시 떠보듯 물었다.
다행히 청류의 마왕은 순순히 답해주었다.
[물론이다. 흑(黑)은 본(本)이며, 독(毒)은 련(練)이고, 망(亡)은 무(無)이니, 필멸자를 초월하는 데 삼원정 중에서도 성흑이 가장 핵심의 역할을 한다.]크리스는 그녀의 말을 머릿속에 새겼다.
“성흑을 취하겠다는 건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전하께서 성흑식을 치르겠다는 것입니까? 외람된 말씀이지만, 전하께서는 이미 마기의 그릇을 완벽히 완성하여 성흑을 얻지 못할 겁니다.”
성흑식으로 성흑을 얻으려면 그릇이 채워지기 전이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있다. 성흑의 원천 자체를 취하면 된다.]“!!”
크리스의 얼굴이 굳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소리였다.
암흑 마가의 뿌리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야기.
‘역시 이런 목적으로 암흑 마가에 온갖 풍파를 일으키는 거군.’
자신의 요구를 절대 암흑 마가에서 받아들일 리가 없으니, 암흑 마가를 무너뜨리려는 것이었다.
‘더 이야기할 것도 없지만.’
크리스는 청류의 마왕을 더 떠보기로 하였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니까.
“대답 전에 하나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왜 진정한 마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이전 삶 때도, 청류의 마왕이 왜 삼원정을 바랐는지까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힘을 향한 갈망?
청류의 마왕은 딱히 그런 유의 인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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