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258
제258화
“하압!”
검이 번뜩이더니, 핏빛 비가 퍼졌고, 암흑 정령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혈종술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다들 내 피를 받고 힘을 내시오!”
이드린느가 뿌린 피가 슈펜 후작 및 오대장들에게 퍼졌다.
“무슨 짓을?!”
버럭 소리를 지르다 우뚝 입을 다물었다.
이드린느의 피가 몸에 스며들자 활기가 차오르기 시작한 거다.
‘피에 생명의 기운을 담았구나. 저런 식으로 실전에 쓸 수 있다니.’
거기에 또 뜻밖의 활약을 하는 이가 있었다.
마리였다.
[오호호, 애들아? 여기 신경 거슬리는 날파리들이 많은데, 입을 찢어놓지 않을래?]원래 마리는 계약상 크리스를 직접 자신의 힘으로는 돕지 못한다.
대신 이번에 데스 큐브에서 굴복시킨 밑의 악령들을 시켜 랑함의 암흑 정령들을 상대하게 한 거다.
‘이전에도 밑의 유령들을 부려 조력을 준 적은 있으니까.’
그것도 보통의 악령들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로드.]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로드.]크리스는 마리의 지시에 따르는 악령들을 보며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부리는 악령들의 수준이 너무 강하지 않나? 7마급 악령도 있잖아.’
6마급 악령인 사검(四劍)의 듀라한, 엘더 데스 나이트, 심지어 최고위 7마급 악령인 데스 로드까지 마리의 지시에 따르고 있었다.
심지어 두려워하면서!
최고위 악령들이 청순 미소녀 밴시의 눈치를 살피는 광경을 보고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크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내 역할이 가장 중요하니.’
뒤에서 입만 놀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가장 핵심 역할은 어디까지나 크리스였다.
파아앗!
크리스는 날아오는 랑함 후작의 공격들을 바라보며 도화경을 펼쳤다.
악마의 힘의 빈틈을 노리는 건 절대 쉬운 게 아니다.
특히 랑함 후작은 애초에 강력한 최고위 마인.
다른 허접한 마인이 악마의 기운을 빌려 쓰는 것과는 전혀 수준이 달랐다.
빈틈도 아주 미세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슈펜 후작과 오대장들이라고 해도 매번 그 빈틈을 찌르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도화경을 이용하면 가능해.’
도화경은 암흑으로 그리는 무한의 가능성.
상황에 맞춰 능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했다.
활인. 성휘. 극독. 이번에 얻은 혈종.
그리고 그 모든 걸 포괄하는 암흑의 권능으로 매번 상황에 맞는 수를 만들어 내었고, 랑함 후작의 공격을 막아냈다.
“악마에게 구걸까지 해놓고 이게 전부인가? 모자란 놈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모자라군.”
“닥치라고 했다.”
“닥칠 건 곧 게헨나에 떨어질 네 영혼이고. 그렇게 삐뚤어진 파파보이로 살 것, 차라리 가주님께 울면서 빌어 보기라도 하지 그랬냐? 난 원래 병신이라고.”
듣고 있던 슈펜 후작도 싸늘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솔직히 말해 나도 랑함, 네가 병신이라고 생각했다. 주제도 모르고 욕심만 많은 놈.”
“이놈들…!”
랑함 후작이 결국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는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주륵.
코에서 검게 죽은피가 흘러내린 거다.
악마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한계가 오기 시작한 거다!
“좀만 더 버티십시오! 우리의 승리입니다!”
승기가 보이자, 아군 측은 더더욱 기세가 맹렬해졌고, 반면 랑함은 손발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크리스가 결정타를 날렸다.
“마리, 악령들로 암흑 정령들을 막아줘! 리아, 혈종술로 포박술을! 후작과 오대장들도 전력으로 저놈을 묶을 참마봉쇄진을 펼쳐 주십시오!”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괜찮습니다! 잠시면 됩니다!!”
일행이 전력을 다해 랑함의 움직임을 묶었고, 크리스가 손을 들었다.
주변 일대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처음 랑함을 잡기 위해 다른 곳에서 설치해 놓았던 봉쇄진이었다!
랑함의 기세가 떨어지자 틈을 노려 새롭게 펼친 것이다.
파아아아앗!
성유물과 마유물이 각자 환한 빛과 시커먼 암흑을 토해냈고, 악마의 기운을 약화하는 봉쇄진이 펼쳐졌다.
“!!”
랑함의 안색이 하얘지며 비틀거렸다.
또한, 이 봉쇄진의 효과는 단순히 악마의 기운을 약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마유물을 통해 정순한 마기의 위력을 강화해준다.
즉, 마인들이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마법진.
일행은 더욱 강렬한 기운을 얻어 랑함을 몰아쳤다.
싸움의 추가 점점 크리스 일행에게 기울고 있는 순간이었다.
“감히…! 모두 죽여주마!!”
화아아악!!!
악마의 기운이 요동을 쳤다.
단번에 강력한 기운을 퍼부어 전세를 역전하려는 심산.
무리가 되었는지, 코, 귀, 입에서 주륵 검은 피가 흘러나왔지만, 랑함은 멈추지 않았다.
“모두 핏물로 만들어주마.”
모두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이변이 일어났다.
휘익. 푸욱!
랑함의 그림자에서 돌연 시커먼 창이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가슴을 꿰뚫어 버렸다.
“!!”
랑함은 눈을 부릅떴다.
“…무슨?”
스르륵.
그림자에서 한 인물이 나타났다.
유리안이었다!
엘프들의 비술인 정령화(精靈化)로 그림자 정령으로 변한 채 기회를 엿보다가 기습을 날린 거다.
“죽어. 이 악마.”
화아악!
랑함의 가슴을 꿰뚫은 창은 유리안의 정령이 무기화한 것.
랑함의 몸 안에서 불, 얼음, 뇌기가 한 번에 몰아쳤다.
“크아아아악!!!”
랑함이 비명을 질렀고, 이어서 슈펜 후작, 오대장들이 움직였다.
“흑암의 주박을 펼치도록!!”
파아아앗!!!
절대적 강적을 상대하기 위한 암흑 마군의 또 다른 비기였다.
슈펜 후작의 마기를 중심으로 오대장들의 마기가 진법을 이루더니 그대로 랑함 후작을 덮쳤다.
유리안의 일격에 몸을 추스르지 못하던 랑함 후작은 속수무책으로 주박에 묶였다.
“이, 이…!”
랑함 후작이 뒤늦게 마기를 끌어 올려 주박에서 벗어나려고 하였으나, 늦었다.
“끝이다.”
크리스티앙의 검에 암흑이 깃들었다.
단순한 흑강기가 아니었다.
악을 베려는 멸악의 의지가 담긴 검.
순간, 랑함 후작의 눈에 공포가 서렸고.
파앗! 푸욱!
크리스티앙의 검이 랑함의 가슴을 꿰뚫었다.
“이… 이럴 수는….”
이루지 못한 탐욕에 미련이 남은 걸까?
랑함이 눈을 부릅떴으나, 늦었다.
천천히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죽은 거다.
한때, 암흑 마가의 이인자로 군림하던 거인이었으나, 허망하리만큼 추한 죽음이었다.
‘끝났군.’
크리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일행을 바라보았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다친 분들 먼저 치료를….”
거기까지 이야기한 순간이었다.
크리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싸한, 불길함이 스쳐 지나갔다.
본능적인 직감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대공자?”
슈펜 후작과 오대장들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아직 이변을 알아채지 못한 눈치.
크리스의 영혼의 격이 다른 이들보다 높아서 홀로 위기감을 느낀 것 같았다.
이어서, 두 번째로 영적인 격이 높은 이드린느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크리스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섬뜩한 불길함이 마치 영혼을 뒤덮을 듯 커졌고.
“모두 피해야…!”
하지만 늦었다.
번뜩.
꺼져가던 랑함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전과 전혀 다른 빛이었다.
눈 전체, 흰자위까지 불길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크리스는 랑함에게 나타난 현상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했다.
‘악마 침식!!’
악마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걸 넘어, 악마가 영혼을 집어삼켜 버리는 신비 마가의 궁극 비술이었다.
‘신비 마가의 놈들이 손을 쓴 건가?’
처음부터 이럴 예정이었던 것 같다.
랑함이 목숨을 잃으면, 악마가 랑함의 영혼을 집어삼켜 버리게.
악마 침식은 반드시 악마의 기운을 감당할 수 있는 최고위 마인의 영혼을 그릇으로 써야 하니까.
결국, 랑함은 신비 마가 놈들에게 제물로 놀아난 셈.
‘일단 피해야.’
물론, 아무리 악마가 영혼을 집어삼켜도 여러 제약을 받으므로 악마 본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실제 발휘 가능한 힘은 일전 상대했던 파테라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라 생각하면 되었다.
‘그래도 승산이 없어. 파테라는 그나마 정신적 약점을 파고들 수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악마에 침식된 경우에는 그럴 수도 없으니까.’
악마가 인과율의 제약을 버티지 못하고 게헨나로 다시 역소환될 때까지 버티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발걸음을 떼기 전 랑함, 아니, ‘악마’가 먼저 움직였다.
고오오오오오!!!
손을 들자, 심연에서 올라오는 듯한 귀곡성이 울려 퍼졌고.
암흑으로 물든 눈으로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
모두의 몸이 뻣뻣하게 얼어붙었다.
마치 뱀의 눈을 마주한 쥐처럼, 손가락 하나 꿈쩍할 수가 없었다.
다들 이를 악물며 마기를 끌어 올렸으나 소용없었다.
‘단순히 강력한 기운을 이용해 신체를 제압한 게 아니야. 영압(靈壓)이야.’
크리스는 침음을 삼켰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악마는 또 힘을 발현했다.
쿠르르르.
어디선가 균열이 생기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기운이 바닥에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결정화된 악기!’
지상에 새어 나오는 악기는 비교적 순도가 옅은 악기다.
게헨나의 중심으로 갈수록 악기의 농도가 짙어지며,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검은빛을 띠고 있는데, 지금 이 자리에 그 끔찍한 악기를 소환한 거다.
“모두 마기로 정신을 보호하십시오!”
“크윽…!!”
정신 방벽을 뚫고 들어오는 끔찍한 악기의 상념에 모두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안 돼. 이대로라면 모두 죽을 거야.’
크리스는 서둘러 일행을 살폈다.
슈펜 후작과 오대장은 영압에 제압당해 힘을 보탤 수 없는 상태였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건, 나 혼자인가?’
크리스의 영혼의 격은 원래도 반마의 급.
독정을 흡수한 이후에는 더욱 격이 올라갔으니, 상대적으로 영압에 버티기 수월했다.
하지만 크리스 혼자만으로는 악마에 침식당한 랑함을 쓰러뜨리기는 무리였다.
그런데 뜻밖의 음성이 들렸다.
“나도… 있소.”
“!!”
리아, 아니, 이드린느였다.
랑함을 침식한 악마는 기껏해야 6계의 하급 악마.
물론, 아무리 하급 악마라도 평범한 필멸자가 대적 가능한 존재가 아니지만, 이드린느가 계약한 악마는 무려 ‘위대한 격’에 해당하는 존재였으니, 영압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이드린느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가 악마에게 받은 권능을 쓰면, 저 악마를 쓰러뜨리는 것도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그녀는 계약상 혈검 마가를 지키기 위해서만 악마의 힘을 쓰기로 제약해서 지금은 쓸 수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크리스티앙 대공자에게 힘을 보탤 거야. 우리는 친구이니까!’
거기에 추가로 유리안도 운신이 가능했다.
현재 유리안의 계약자는 다름 아닌 크리스. 그가 지닌 영혼의 격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다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뿐, 싸움에 나서기는 무리 같았다.
‘어쩌지?’
크리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방법이 보이지 않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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