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8
제8화
‘하지만 그때 내가 만약 잘못 본 게 아니었다면.’
멜린의 눈동자가 깊게 빛났다.
‘어쩌면 또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줄지도.’
그런 기대를 품고 결투를 관전했는데.
그녀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퍼억!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야?’
멜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훈련장에 있던 마인들 모두가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쓰러져 있었다.
크리스가 아니라, 캐닌이.
얼굴에 정면으로 목검을 얻어맞고 피를 흘리며.
단 한 방에.
크리스가 피식 웃으며 검은 늪 기사단을 둘러보았다.
“검은 늪 기사단도 별것 없군. 또 나설 자는 없는가?”
* * *
장내가 고요해졌다.
마인들은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지?’
‘어쩌다 캐닌이 쓰러진 거야?’
다들 방금 벌어진 광경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캐닌은 거칠게 크리스티앙을 밀어붙였다.
‘비록 종자이지만, 캐닌은 1성의 경지에 오른 마인. 저 망나니가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지.’
‘얼마나 버티려나?’
‘10초?’
‘5초?’
그렇게 모두가 그의 패배를 점치고 있을 때였다.
순식간에 승부가 갈렸다.
크리스티앙의 목검이 캐닌의 공격을 뚫고는 정면으로 캐닌의 인중을 후려갈긴 거다.
그리고 결과는 이러했다.
‘도대체?’
‘캐닌 놈도 방심한 건가?’
하지만 두 번째다.
두 번째인데 이걸 단순히 방심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모두가 혼란스러워할 때 훈련장에 울려 퍼지는 오만한 음성.
“또 나설 자는 없는가? 지금껏 보니, 나에게 유감이 있는 이가 많았던 것 같은데.”
크리스는 피식, 재수 없게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누구든 나와보지. 검은 늪 기사단의 대단한 실력을 한번 구경해보고 싶으니 말이야. 정말 소문만큼 대단한지 잘 믿어지지 않아서.”
“!!”
마인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마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한 명을 지목했다.
기사단의 정식 단원, ‘2성급’ 마인이 앞으로 나섰다.
“토른이라고 합니다.”
“뭐, 굳이 내 이름을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검은 늪 기사단을 모욕한 것을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그거야 보면 알 일이고.”
크리스는 검 끝을 까닥거렸다.
“덤벼.”
그 모욕적인 언사에 도전자로 나선 마인, 토른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까앙!
목검과 목검이 부닥쳤다.
찌릿 크리스의 손목이 울렸다.
‘내 의도대로야.’
크리스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방금 일부러 검은 늪 기사단을 자극했다.
2성급 마인이 나설 거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자존심상 나 같은 망나니를 상대하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마인이 나서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
지금 나선 놈은 딱 여러모로 그의 상황에 알맞은 상대였다.
일단, 2성까지는 현재 그의 능력으로 아슬아슬 상대할 수 있었다.
‘비록 마기의 양은 내가 부족하지만, 이 정도는 상대할 수 있어.’
파창! 탁! 끼익!
목검이 서로 오고 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무장이 고요해졌다.
다들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거다.
“뭐하는 거야?!”
“얼른 끝내버려!!”
겉으로 보기에는 2성급 마인인 토른이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끝을 내지 못했다.
아니, 끝을 내기는커녕.
‘뭐지? 뚫을 수가 없어!’
투박한 상대의 반격에 탁, 탁 공격의 맥이 끊겼다.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면 교묘하게 피하거나, 공격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다.
‘앞에 두 사람, 방심한 게 아니었어.’
토른은 침음을 삼켰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 자신보다 약하다.
하지만 도리어 자신이 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는 여유가 넘치는데 자신은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 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말도 안 돼.’
한편, 결투 당사자인 토른 말고도 또 경악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부단장 멜린이었다.
‘…말도 안 돼.’
부단장 멜린은 놀람을 감추지도 못했다.
‘그때,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지금, 크리스티앙이 보이고 있는 동작들.
하나하나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뛰어나서?
아니, 정반대.
뛰어나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숙달된 검술로 상대를 압도했다면 놀라울 게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은 변변치 않은 동작으로도 도리어 상대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있는 거다.
‘…미친, 어떻게 저렇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정말 까마득한 천부적인 전투 센스를 가지고 있으면 저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천재라도 진짜 저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기지 않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장내가 죽은 듯한 고요로 가라앉았다.
모두 눈을 부릅뜨고 크리스티앙을 바라보았다.
한편, 크리스티앙은 속으로 생각했다.
‘슬슬 끝낼까? 볼 건 다 본 것 같으니.’
그가 오늘 난장을 부린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마인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위해.
강자존이 최고인 마인들의 사회에선 힘으로 인정받는 게 최고니까.
정식 단원인 2성급 마인을 쓰러뜨리면 그를 향하는 시선도 적잖이 바뀔 거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가 있지.’
크리스는 눈을 깊게 가라앉혔다.
자신을 향해 목검을 휘두르는 마인의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가 보는 건 더 많았다.
첫째, 검을 움켜쥔 손목의 자세.
손아귀의 각도.
팔의 근육이 어떤 식으로 응축되었는지.
발은 어떻게 앞으로 나왔는지.
그래서 마기는 어떤 식으로 뻗어 나와 힘을 강화하는지.
그러니까 검은 늪 기사단의 기초 검술, ‘진흙 검법’이 실제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본 거다.
‘대충 이런 식이었군.’
그간 구보를 하면서 틈틈이 검은 늪 기사단의 훈련 장면을 보았다.
대충 움직임을 파악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멀찍이 봐서 훔쳐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거다.
‘이만하면 되었겠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목검을 휘둘렀다.
파앗!
마기가 몸에 퍼졌다.
이제 갓 1성에 이르렀을 뿐인, 미약하기 그지없는 마기.
하지만 상관없다.
중요한 건 ‘얼마나’보다 ‘어떻게’냐니까.
같은 마기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였다.
결투 상대, 토른이 강한 마기를 휘두르고도 옷자락에도 닿지 못했던 것과 다르게, 크리스의 검은 너무나 쉽게 토른의 허를 꿰뚫었다.
퍼억!
크리스의 검이 토른의 관자놀이를 강타했고, 급소를 강타당한 토른은 눈을 뒤집고 기절했다.
“…….”
미칠 듯한 침묵이 마인들을 짓눌렀다.
모두 방금 일어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경악이 연무장 안에 퍼졌다.
“미친… 저 망나니 도련님이 저렇게 강했다고?”
“강한 게 아니야. 마기의 성취, 검술 동작 등은 형편없어.”
“그게 더 대단한 거지. 제길.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일이 가능한 거지? 마기는 이제 겨우 1성에 올랐을까 말까 할 정도이던데.”
“아니, 그런데 마기를 안 익혔던 거 아니었어? 언제 1성에 도달한 거지?”
감탄,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악과 충격이 마인들 사이를 휩쓸었다.
순간, 마인들 모두의 얼굴에 똑같은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천재?’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천재가 아니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도 보통의 천재가 아니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재능이면 저런 일이 가능한 거지?’
그들은 정예 마인.
천재라 불리는 이들을 처음 본 게 아니다.
이 자리에도 나름대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저런 일이 가능한 재능은 지금껏 보지 못했다.
‘저 망나니가 저런 재능을 숨기고 있었다니.’
마인들의 시선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인들의 사고방식은 단순하다.
철저한 강자존!
강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약자를 멸시한다.
지금껏 크리스티앙이 경멸받았던 건 망나니짓을 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가 약했기 때문이다.
약한 주제에 한심한 망나니.
만약 그가 강했다면, 선을 넘지 않는 다소의 방종 정도는 너그럽게 이해하는 이도 많았을 거다.
물론, 강하더라도 선을 넘는 잘못은 엄격하게 제재받지만, 원래 마도 제국의 마인들은 강자에게 관대하다.
‘좋았어. 예상대로의 반응이야.’
크리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런 반응을 노리고 오늘 일을 벌였다.
그래도 겉으로는 일절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고, 계속 짐짓 싸늘한 얼굴로 일관했다.
그게 더 마인들의 마음을 얻는 데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 크리스의 의도는 적중해 마인들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전혀 우쭐해하시지 않는군.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건가.’
‘이전보다 훨씬 마인다워지신 것 같군.’
원래도 크리스가 깃든 몸의 얼굴은 성질이 나빠 보였다.
거기에 환골탈태를 이루어 고고한 귀공자 같은 기품이 흘렀는데, 싸늘히 얼굴을 굳히고 있으니, 어딘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강자의 오만은 마인들이 환호하는 덕목이었다.
마인들은 어설픈 겸손보다 솔직한 오만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어.’
그렇게 크리스를 향한 마인들의 시선이 바뀌고 있을 때, 크리스가 또다시 상상도 못 한 일을 하였다.
‘고작 이 정도로 끝내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
“실망이군. 내가 검은 늪 기사단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아.”
“!!”
또다시 기사단을 모욕하자, 마인들의 얼굴이 다시 달아올랐다.
강자를 존경하는 것과 별개로 자신이 속한 기사단을 모욕하면 열 받는 건 당연하니까.
마인들이 발끈하여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크리스가 더더욱 미친 발언을 하였다.
“부단장님은 제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크리스가 입술을 비쭉 일그러트렸다.
누가 봐도 재수 없게.
“기사단의 실력이 변변치 않은 것은, 부단장님의 책임도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모두가 숨을 들이켰다.
저 미친놈이 부단장 멜린을 도발하고 있는 거다!
‘미친놈.’
‘변하긴 개뿔. 그냥 더 미친 거였어.’
‘말려야 하는 것 아니야?’
부단장 멜린은 헛웃음을 흘렸다.
“도련님,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어 기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주제넘게 기어오르는 것은 아닌지요?”
“글쎄, 그건 더 지켜보면 알겠지요.”
크리스는 목검을 까닥거렸다.
“부디 부단장님께서 검은 늪 기사단의 실력을 알려 주시지요.”
“!!”
멜린에게 결투를 신청한 거다.
그녀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망나니, 내가 전력으로 나서면 넌 1초 안에 죽어.”
경어도 집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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