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8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86화
텐 투 텐 방송 시간이 되자 숙소 곳곳에 흩어져 있던 오르카 멤버들이 거실에 있는 TV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야, 한다 한다.”
멤버들은 취미가 집안일인 강지우가 손수 만든 따끈따끈한 꿀 버터 감자칩을 집어먹으며 한마디씩 했다.
“이번에 묵혜성 선배님 나온다고 엄청 난리던데.”
묵혜성은 철 지난 신비주의를 고집한다는 말까지 있을 만큼 방송 출연이 드물었지만, 그러한 두문불출한 성향이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플러스 효과를 주기도 했다.
그런 걸 보면 일부 배우들이 다소 꼿꼿한 태도를 완고하게 보이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어쨌든 텐 투 텐 측에서도 당장 묵혜성의 출연을 집중적으로 홍보해 둔 상태였다.
작년 픽하트3 멘토 출연으로 묵혜성 개인 인지도도 새삼 올라온 상태이고, 20주년 기념 컴백을 맞아 온갖 예능을 종횡무진 누빈 크로니클 멤버들이나 그만큼 잘 풀려나가고 있는 그룹 활동에 힘입어 묵혜성의 이번 텐 투 텐 출연을 향한 관심도도 최고로 높아진 상태였다.
덕분에 묵혜성 편이 처음으로 방송된 저번 텐투텐의 시청률은 평균을 훌쩍 넘었고, 오늘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온라온 아까부터 지금이라도 차단해야 하냐고 이상한 말 중얼거리고 있는데. 설마 묵혜성 선배님을 차단하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사람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묵혜성 선배님을 차단하겠어, 진짜 설마.”
“묵혜성 선배님 차단했다가 걸리면 나는 그날로 은퇴한다.”
실력 좋은 가수라면 대체로 깊이 존경하는 편인 강지우가 단호히 선언했다.
“…….”
“…….”
그러나 기대했던 “아니, 그런 일로 뭘 은퇴까지 해?” 혹은 “형, 오바 떨지 마!”와 같은 팔팔한 반응 대신 방패라도 된 것처럼 기다란 쿠션 하나를 끌어안고 돌아누운 채 말 없는 온라온에 거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이 자식 이미 한 번은 해봤나 본데요.”
견성하의 말에 처참히 저격당한 온라온이 쿠션에 머리통을 박으며 침통히 말했다.
“……나 은퇴할까?”
농담이겠지만, 아니, 농담이어야 하겠지만, 약간은 진심처럼 보이는 온라온의 말에 멤버들이 기함했다.
“신경 쓰지 마. 원래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한 거지.”
“막내야, 이 세상에 묵혜성 선배님을 겁 없이 차단해도 되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너일 거다.”
“예능 나갔을 때 말할 에피소드 하나 늘었네. 한 번 차단했던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어. 심지어 그 사람이 묵혜성 선배님이라니. 희소성 있다, 야.”
막내를 위하는 마음에 그만 형들의 헛소리가 사정없이 난무했다.
“뭐라는 거야 이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실없는 소리들에 묵혜성이 자다가 막 깨어났을 때 새롭게 저지른 일들을 잠시 잊은 온라온이 고개를 들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선배님한테 죄송하다고 제대로 사과는 했니?”
“안…… 했던 것 같은데. 그냥 차단 풀고 넘어간 듯?”
“뭐?! 당장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아니야. 이제 와서 굳이 들쑤시는 것도 웃기거든요. 별말 없으신 거면 그냥 넘어가 주신 걸 거예요.”
‘그래도 사과는 제대로 해야 한다’ 파의 강지우와 ‘그냥 넘어가 줬는데 굳이 다시 얘기 꺼내는 게 더 눈치 없는 짓이다’ 파의 견성하가 대립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한번 차단할지 말지 고민한다는 건, 온라온이 또 새롭게 차단할 만한 일을 저지르고 왔다는 뜻인데.’
그러는 사이 눈치가 가장 빠른 반요한은 그의 주변인 중 단연 최고로 웃긴 온라온이 이번에는 또 어떻게 그를 즐겁게 할지 기대했다.
텐 투 텐 촬영은 크게 나누어 묵혜성과 온라온이 돌아다니는 동안 관찰 카메라나 카메라 감독들이 찍은 것처럼 일상의 모습을 담는 일반 촬영과 출연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1차 편집된 영상을 보고 코멘트를 하는 스튜디오 촬영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인 진행자인 개그우먼 박미리를 비롯한 패널들이 모니터가 여럿 설치된 원형 테이블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오랜만의 단독 예능 나들이라고 전담 스타일리스트가 세심하게 꾸며준 묵혜성도 빛나는 외모를 자랑하며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너는 저기 스튜디오 촬영은 안 갔지?”
“어. 난 그냥 게스트니까.”
“우리도 정식 출연해서 저기 앉았으면 좋겠다.”
“상현이 형도 그 비슷한 얘기 하던데.”
“근데 그 형 진짜 곧 죽을 것 같더라.”
멤버들이 소소하게 잡담을 나누는 사이 방송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예고편임에도 조회수가 단기간에 백만 단위로 찍혀 위튜브 실시간 급상승 동영상에 오를 만큼 유명해진 버스킹 영상 덕분에 온라온이 출연한 묵혜성 편은 방송 후반에나 나올 예정이었다.
“이제 한다.”
[혜성 씨 방송이 나가고 엄청나게 화제가 됐어요.] [감사합니다.]방송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달라진 점은 없는지 등 간단한 신변잡기용 대화 이후 본격적으로 텐 투 텐 묵혜성 편이 시작했다.
[그러면 특급 게스트와 함께한 혜성 씨의 텐 투 텐, 지금 바로 보시죠.]에어리와 이터널이 모인 실시간 댓글 창도 한층 활발해졌다.
– 헉헉 드디어
– 한다한다한다
– 묵옵 오늘도 넘 잘생겼으뮤ㅠㅠㅠㅠㅠㅠ
– 오늘만 기다린 이공기들 모여~!!
차 내부로 보이는 방송 화면 한구석에 현재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가 작게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졌다.
평소 오전 10시부터 출연자의 모습을 보여주던 것과 달리 이번 방송분은 특이하게 9시가 조금 넘은 시간부터 시작했다.
이전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텐 투 텐 시청자들은 크게 낯설어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말이 없어? 긴장돼?)]운전석에 앉아 있는 곽상현이 뒷자리에 앉은 온라온을 향해 말을 걸었다.
[어, 누구죠?]묵혜성 편에 온라온이 출연한다는 것은 이미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패널들은 요령껏 뒷모습만 나온 온라온을 모르는 척했다.
잠시 뒤, 멤버들이 함께 없어서 그런가 괜히 긴장된다고 답하는 온라온의 정면샷이 공개되자 모니터를 집중해서 보고 있던 패널들이 잘생겼다며 입을 모아 감탄했다.
[아~ 라온 씨구나!] [누구 친척 아니랄까 봐 진짜 잘생겼네요.] [저 라온 님 실제로 뵌 적 있는데 진짜 와, 보는 순간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이번에는 방송용 리액션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사임을 모두가 쉽게 알 수 있었다.
실시간 댓글 반응 역시 비슷했다.
이후 곽상현이 ‘주인공은 너 그리고 나’ 출연 의지를 보이고 온라온이 타 방송사 운운하는 것까지 잘리지 않고 통으로 방송되었다.
– 방송사 관계 걱정하는 아이돌ㅋㅋㅋㅋㅋ
– 여기 매니저님도 뭔가 웃긴 것 같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 근데 진짜 잘생겼다….
[(비밀번호 아세요?)] [(알아요. 작년에 잠깐이기는 해도 여기서 며칠 지낸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들었어요.)]온라온의 답변에 패널들이 흥미로워했다.
[같이 산 적이 있으세요?] [네. 그때 생방송 끝나고 저 애 몸 안 좋은 게 보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라온이 가족들은 다 해외에 있으니까 혼자 집에 보내기도 걱정이 되어서 며칠 먹고 재워줬습니다.]– 헐 같이 살았었다고??????
– 이건 첨알았네
– 묵선생님 저희 애 챙겨주셔서 늘 감사합니다ㅠㅠㅠㅠ
– 여러분 저희 묵오빠가 진짜 보기와는 달리 정말 정많고 따수운 사람이에요!! 주변 사람 잘챙기기로는 클클 1등임 ㄹㅇ루
낯선 정보에 꿀 버터 감자 칩을 부엌에서 리필해 와 흥미진진하게 방송을 보던 오르카 멤버들도 한마디씩 했다.
“너 그때 선배님이랑 같이 지냈었어?”
“어. 내가 말 안 했나?”
“안 했어!”
“나한테는 했었는데.”
“뭐야아? 왜 결이한테만 말해? 나는 형 아니야? 나도 너에 대해 알 권리가 있어.”
“저 때 방송 끝나고 연락 돌릴 때 나한테 몸 괜찮냐고 물어본 게 결이 형밖에 없었으니까……. 묵 쌤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대답해 준 거고 그리고 저 때는 아직 회사랑 계약하기도 전이라 형이랑 내가 뭐 별로… 그런 얘기를 할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고…….”
온라온의 논리적인 말에 서문결과 같은 형의 권리를 주장하던 강지우가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그래도 지금은 그런 얘기 할 만큼 가까운 사이지? 응?”
그의 손에는 꿀 버터 감자칩이 담긴 접시가 인질이라도 된 것처럼 들려 있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막내의 대답에 만족한 강지우가 꿀 버터 감자칩을 풀어줬다.
“근데 혹시 묵혜성 선배님 차단한 게 동거 이전이니 이후니?”
“저 이전이고 저 이후로 차단 풀었어.”
“이야, 묵혜성 선배님은 몹시 관대하신 분이고 너는 참 뻔뻔한 아이구나.”
“하하.”
화면 속에서는 도어락 잠금을 해제한 온라온이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중이었다.
[(실례합니다. 들어오라는 허락은 안 받았지만, 1년 전에 저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주셨을 때부터 쌤도 이런 일 정도는 각오하셨어야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비번치고 들어가는 자의 위엄..
– 아 귀엽닼ㅋㅋㅋㅋ 눈치보면서 당당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가요, 혜성 씨. 비밀번호 알려주실 때 저런 일을 각오하셨었나요?] [각오라기보다는…… 비밀번호를 알려준 이상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 에 가까운 거라.] [아.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 자체가 뭐든지 해도 된다는 의미다.] [네.] [어머, 어머. 나 왜 설레지.] [혜성 씨, 저한테도 앞자리 한 네 글자 정도만 알려주실 수 있나요? 뒤에는 제가 알아서 쳐서 들어갈 테니까.] [그건…… 죄송합니다.]정중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진지한 거절에 시청자들이 작게 웃었다.
묵혜성과 온라온의 관계를 설명해 주기 위한 자료 화면으로서 예의 그 픽하트 마지막 방송 때 촬영된 영상이 나왔다.
[(저, 근데 그냥 앞으로도 계속 쌤이라고 하면 안 되나요?)] [(뭐?)] [(당숙은 좀, 남 같아서….)] [저 때가 혜성 씨가 찐으로 당황한, 정말 흔치 않은 모습이죠.] [그래도 삼촌 정도면 괜찮지 않나?] [삼촌은 엄밀히 말해 틀린 호칭이죠.] [칼 같으시네요.] [그럼 형은요?] [형은…….]한 패널의 물음에 묵혜성이 말끝을 흐렸다.
[00년생한테 형 소리 듣기는 또 양심에 찔리죠.] [이제 혜성 씨도 아저씨예요, 아저씨.] [오촌 아저씨.] [근데 아저씨는 혜성 씨도 싫잖아.] [예. 싫습니다.]아직은 아저씨 소리를 안 듣겠다는 듯 단호하기 그지없는 묵혜성의 대답에 패널들이 뒤집어졌다.